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근로자 3명 참변…‘안전 시설 부재’가 키운 인재

2026-03-24     노동진 기자
23일 오후 1시 11분께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경북소방본부)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경북 영덕의 한 풍력발전단지에서 정비 작업 중이던 외주업체 근로자들이 화재로 고립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발전기는 준공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설비로, 화재 발생 시 근로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안전 장치나 비상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와 산림 당국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 11분께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한 풍력발전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유지·보수 작업을 벌이던 40~50대 근로자 3명이 시설 내부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발전기 날개인 ‘블레이드’의 균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기 상단에서 시작된 불은 날개로 옮겨붙었으며, 타오르던 잔해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인근 야산으로 확산했다. 당국은 헬기 15대와 인력 148명을 동원해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인 오후 6시 36분께 산불 진화를 마쳤다. 그러나 발전기 내부 부품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계속 연소하며 검은 연기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시설 내부로 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가 발생한 풍력발전기는 설치된 지 오래된 구형 모델로 파악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설치된 신형 발전기에는 승강기 등 이동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과 달리, 해당 기기는 작업자가 80m 높이의 타워 내부를 사다리에 의존해 오르내려야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제한된 내부 공간에서 근로자들이 지상으로 신속히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는 대로 합동 감식에 착수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특히 발전 운영사와 유지·보수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안전 수칙 준수 여부와 긴급 상황에 대비한 별도의 대피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들이 화재 당시 발전기 상단에서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지난달 기둥이 꺾이는 사고가 났던 발전기와 불과 1km 남짓 떨어진 곳으로 확인됐다. 영덕군은 당초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신규 원전 유치 신청 일정을 이번 사고 여파로 인해 무기한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