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0부작. 9] 차홍규 교수의 대륙의 암호를 풀다

공유 경제의 명암: 디디추싱과 모바이크가 바꾼 대륙의 거리

2026-03-31     차홍규 객원편집위원

소유에서 점유로, 14억의 이동을 재구성한 디지털 실험

공유 자전거의 물결, 도시의 풍경이 바뀌다

 전통 수묵화의 번짐 기법을 활용해 대나무 숲 사이로 흐르는 안개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자전거의 이동 경로를 묘사.  이는 서양의 차가운 직선이 아닌 동양의 따뜻하고 유려한 필선을 통해 '공유의 에너지'를 표현했으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동양 화풍으로 완성되었다.

[시사뉴스피플=차홍규객원 편집위원] 칭화대학교 교정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자전거로 시작되었다. 수만 대의 자전거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그 장면은 대륙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익숙한 풍경 위로 전혀 다른 색이 덧입혀지기 시작했다.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대표되는 공유 자전거였다.

모바이크(摩拜单车, 스마트폰으로 잠금을 해제해 사용하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와 오포(共享单车, 스마트폰으로 대여하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는 순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자전거는 개인의 것’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자전거는 더 이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필요할 때 사용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본질은 깊다. 소유 중심의 사고가 점유 중심의 사고로 이동한 것이다. 쉽게 말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디디추싱, 이동을 다시 설계하다

디디추싱(滴滴出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고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최대 교통 플랫폼)의  흐름은 자전거에서 멈추지 않았다. 디디추싱은 이동의 구조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과거 중국에서 택시를 잡는 일은 운에 가까웠다. 비가 오는 날이나 출퇴근 시간에는 길 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동은 불확실했고,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디디추싱은 이 과정을 데이터로 재구성했다. 사용자가 호출을 하면 가장 가까운 차량이 연결되고, 이동 경로와 시간까지 자동으로 계산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다. 필자는 이를 ‘이동의 민주주의’라고 본다. 이동이 더 이상 일부의 특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본 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동이 선택이 아니라 권리가 된 것이다.

꽌시의 해체와 재구성, 신뢰의 새로운 형태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는 꽌시(關係,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신뢰 구조)다. 과거에는 아는 사람 사이에서만 신뢰가 형성되었고, 거래와 이동 역시 이 관계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공유 경제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모르는 사람의 차량을 이용하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사용하던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전통적인 관계 구조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디지털 신뢰’가 있다. 시스템이 신뢰를 보증하고, 데이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평점과 기록이 사람을 대신해 신뢰를 만들어낸다. 쉽게 말해, 사람을 믿는 사회에서 시스템을 믿는 사회로 이동한 것이다.

공유의 그림자, 자전거 무덤이 남긴 질문

그러나 공유 경제의 이면에는 분명한 그림자가 존재한다. 도시 외곽에 쌓인 수많은 공유 자전거 더미는 그 상징적인 장면이다. 사용이 끝난 자전거들이 무질서하게 방치되고, 파손된 채 쌓여 있는 모습은 공유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 장면은 단순한 관리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질문이다. ‘공유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소유가 사라진 자리에서 책임도 함께 희미해진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쉽게 방치되고, 더 쉽게 파손된다. 쉽게 말해, 공유는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책임의 공백을 만든다.

데이터가 만든 새로운 통제, 도덕의 구조 변화

네트워크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장면을 통해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통합되며 세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구조로 재편되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이다.
즈마신용(芝麻信用, 개인의 신용과 행동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단순한 금융 정보뿐 아니라 일상의 행동까지 점수로 환산한다. 공유 자전거를 제대로 반납하지 않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점수가 낮아지고, 그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한다.

이 방식은 매우 특징적이다. 법적 처벌이 아니라 생활상의 불편을 통해 행동을 조정하는 구조다. 사람들은 강제로 통제되지 않지만,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게 된다. 이것은 전통적인 도덕과는 다른 방식이다. 과거에는 양심이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기준이 된다. 쉽게 말해, 도덕이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이 바꾼 도시의 구조와 감각

공유 경제가 가져온 변화는 이동 방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동이 쉬워지면서 사람들은 더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게 된다.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골목이나 지역도 일상의 일부로 편입된다.

이 변화는 도시의 흐름을 바꾼다.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고, 다양한 계층이 물리적으로 섞이기 시작한다. 도시는 더 이상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네트워크가 된다. 쉽게 말해, 이동의 변화는 곧 도시의 변화다.

결론: 대륙의 암호, ‘점유의 질서’

공유 경제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소유에서 점유로, 관계에서 시스템으로, 개인에서 공동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대륙의 암호를 푸는 아홉 번째 열쇠는 ‘점유의 질서’다. 함께 사용하는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사용하는가이다. 디디추싱과 공유 자전거는 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이 바로 대륙의 현재이며, 미래다. 

                                                글쓴이 차홍규

시사뉴스피플 편집위원, 한중미술협회 회장 개인전 95회
북경 칭화대 미대 교수 정년퇴임, 한국조형예술원 석좌교수
중국 료녕성 선양시 인민정부 해외이사, 미얀마 JIS/GGU 대학 석좌교수
중국 하북미술대, 선양도시대학 영구 초빙교수. 미술학사,석사. 재료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