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0부작. 10]  차홍규 교수의 대륙의 암호를 풀다

대륙의 붉은 반도체, 기술 자립을 향한 굴기의 암호

2026-04-01     차홍규객웒편집위원

모래에서 시작된 기술,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드는 새로운 힘

칭화대 연구동의 밤, 멈추지 않는 흐름

개인의 데이터가 자산으로 변환되는 장면을 통해 정보가 경제적 가치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며 데이터가 새로운 화폐로 기능하는 시대를 표현한 작품이다.

[시사뉴스피플=차홍규객원편집위원] 칭화대학교(清华大学) 연구동을 지나다 보면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작동하는 듯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밤이 깊어도 불은 꺼지지 않고, 복도에는 적막이 흐르지만 연구실 안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설계 데이터를 미세 단위로 확대해 검토하고, 누군가는 수십 번 반복된 실험 결과를 비교하며 차이를 찾아낸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한 번의 성공보다 수십 번의 반복을 통해 얻은 안정성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필자가 이 장면에서 느낀 것은 ‘노력’이 아니라 ‘구조’였다. 개인의 열정이 아니라, 멈추지 않도록 설계된 집단적 흐름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대륙에서 반도체는 선택 가능한 산업이 아니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반이다. 외부 환경이 흔들릴수록 내부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쉽게 말해, 반도체는 성장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가장 평범한 재료, 가장 높은 정밀도

반도체의 시작은 특별하지 않다. 자연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물질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물질이 기술로 변환되는 과정은 극도로 복잡하다. 고온의 정제 과정, 반복되는 가공 단계, 그리고 수많은 검증을 거쳐야만 하나의 칩이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재료가 아니라 ‘통제’다.

어떤 온도에서,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재료라도 과정이 다르면 전혀 다른 성능을 갖게 된다. 필자는 이 점에서 반도체를 하나의 ‘과정 중심의 창작’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완성된 결과보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설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반도체는 재료의 기술이 아니라 과정의 기술이다.

기술 독립, 전략에서 체질로

과거에는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적용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환경에서는 그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졌다. 외부 의존 구조는 언제든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이 축적되면서 기술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

기술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해야 하는 자산으로 바뀐다. 이 흐름 속에서 반도체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설계, 생산, 장비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시도는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다. 외부 기술을 조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내부에서 완결되는 구조로 이동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술은 도입의 대상이 아니라 축적의 대상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 반복이 만든 완성도

반도체 공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는 아주 작은 오차가 전체 결과를 바꾼다. 그래서 핵심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재현 가능성’이다. 같은 결과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기술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연구와 생산은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계속 조정되는 과정이 된다. 필자는 이 과정을 보며 완성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서 완성은 끝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반도체는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라 유지되는 기술이다.

작은 단위가 만드는 전체의 힘

반도체는 개별적으로 보면 매우 작은 존재다. 그러나 이 작은 단위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형성한다. 현대의 기술은 이 구조 위에서 작동한다. 정보 처리, 통신, 자동화, 인공지능까지 모든 기능이 이 미세한 단위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구조의 특징은 부분이 전체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작은 요소가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작은 부분에 가장 많은 정밀함이 요구된다. 쉽게 말해, 반도체는 작은 요소가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기술의 확장, 생활로 들어오다

반도체는 더 이상 특정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그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기술들은 우리의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통신, 교통, 금융, 의료 등 다양한 영역이 하나의 기술 구조로 연결되기 시작했다.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다. 생활 방식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다.

사람의 선택 방식, 행동 패턴, 그리고 사고의 흐름까지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기술을 활용했다면, 이제는 기술이 환경이 되어 인간의 선택을 유도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기술은 도구에서 환경으로 전환되었다.

축적의 시간, 결과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데이터 거래 시장이 형성된 장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정보의 흐름이 경제를 움직이며 새로운 교환 체계가 구축되는 변화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반도체 산업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가 결과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는 실패 또한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한 번의 실패가 다음 단계의 기준이 되고, 반복된 오류가 결국 안정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축적은 외부에서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구조가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반도체는 시간으로 완성되는 기술이다.

구조를 만드는 힘, 기술의 자립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체를 움직이는 기반이며, 모든 시스템이 의존하는 출발점이다. 외부에서 완성된 기술을 사용하는 단계에서는 언제든 한계에 부딪힌다. 그러나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순간, 기술은 도구를 넘어 힘이 된다. 대륙이 선택한 방향은 분명하다. 의존에서 벗어나고, 축적을 통해 스스로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는 하나의 산업을 넘어, 국가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는 중심 축으로 자리 잡는다.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된 기술이 이제는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기초가 되었다. 쉽게 말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륙의 암호를 푸는 열 번째 열쇠는 ‘기반의 자립’이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설계하고 축적해 나가는 능력,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힘이 앞으로의 흐름을 결정짓는다. 모래에서 시작된 작은 물질이 이제는 하나의 문명을 지탱하는 중심이 되었다. 그 변화의 핵심에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끝까지 만들어내려는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차홍규

시사뉴스피플 편집위원, 한중미술협회 회장 개인전 95

북경 칭화대 미대 교수 정년퇴임, 한국조형예술원 석좌교수

중국 료녕성 선양시 인민정부 해외이사, 미얀마 JIS/GGU 대학 석좌교수

중국 하북미술대, 선양도시대학 영구 초빙교수. 미술학사,석사. 재료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