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소리를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람
납치 사건 이후 바뀐 인생… 무당인 천율신궁담아가 말하는 신의 길
“신은 이미 들어와 있었다”… 천율신궁담아 무녀가 들려준 운명의 이야기
무속이라는 세계,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
[시사뉴스피플=김태균객원기자] 무속의 세계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신비로운 영역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미신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세계 안에는 단순히 점을 보는 행위를 넘어 한 인간의 삶과 선택, 그리고 긴 시간 이어진 고통과 깨달음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신병을 겪고 지금은 무속인의 길을 걷고 있는 천율신궁담아 무녀 역시 그런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녀는 자신을 “하늘의 소리를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보지 못하는 세계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 그것이 바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속인을 떠올리면 신비로운 능력이나 점사를 먼저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는 평범한 삶과는 다른 고통과 갈등, 그리고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들이 존재한다.
천율신궁담아 무녀 역시 어린 시절부터 그런 시간을 겪어왔다. 그녀가 무속인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은 단순한 직업 선택이라기보다 삶 전체를 바꿔 놓은 운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신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불렀다”
천율신궁담아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하늘의 소리를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의 삶은 처음부터 선택한 길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 속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녀는 네 살 무렵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눈에는 보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경험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일곱 살이 되자 이번에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반복됐고 밤이 되면 이상한 꿈을 꾸는 일도 많아졌다.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겪는 것은 매우 혼란스러운 경험이었다.
가족도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당시 그녀는 교회를 다니던 평범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가족은 그녀를 점집으로 데려가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만신은 어린 그녀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이미 신이 들어와 있다. 결국 이 길을 가게 된다.” 하지만 가족은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린 딸이 무속인의 길을 걷는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이후 가족은 무속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고 그녀 역시 그 일을 잊은 채 성장하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몸과 삶의 균형은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유 없는 병, 그리고 시작된 신병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됐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됐다. 밥을 한 톨도 삼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고 몸은 점점 쇠약해졌다.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병명을 찾을 수 없었다.
응급실을 수도 없이 오갔지만 의사들 역시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더 약해졌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도 커졌다. 당시 그녀는 사실상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입양된 가정에서 자랐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스스로 생활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시간이었다.
“이건 병이 아니라 신병일 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급대원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건 병이 아니라 신병일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무속인을 찾아가게 되었고 이미 신이 깊이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당시 그녀에게는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쉽게 그 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납치 사건, 그리고 삶을 바꾼 순간
그러던 중 삶을 완전히 바꾸는 사건이 발생했다. 편의점에 가던 길에 차량 납치를 당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차는 빠르게 도심을 벗어나 산속으로 향했고 결국 대전에서 금산까지 끌려가 어두운 산속에 버려졌다.
당시 상황은 매우 위험했고 그녀는 죽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 순간 그녀는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 “살려만 주시면 신의 길을 가겠습니다.” 기적처럼 그녀는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결국 그녀는 신내림을 결심했고 그것이 지금의 삶으로 이어졌다.
신내림 이후 밝혀진 출생의 비밀
신내림은 그녀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또 하나의 놀라운 일이 있었다.
신내림 굿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속인은 그녀에게 조상 성씨를 말했다. 김해 김씨와 광산 김씨 집안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까지 자신이 밀양 박씨라고 알고 있었다. 이후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됐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아이였던 것이다. 홀트를 통해 입양되었고 친부모와는 병원에서 생이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후 친모를 찾았고 실제로 어머니는 김해 김씨, 아버지는 광산 김씨였다. 신내림 과정에서 나온 조상 성씨와 정확히 일치했던 것이다. 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다.
“과거보다 미래를 본다”
신내림 이후 오랫동안 괴롭히던 신병은 사라졌다. 지금은 무속인의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고 있다. 천율신궁담아 무녀는 자신의 점사의 특징을 ‘미래 중심의 점사’라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속인을 떠올릴 때 과거를 맞추는 능력을 먼저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본질은 아니라고 말한다. “
과거를 맞추는 것은 촉이 있는 사람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은 미래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상담을 할 때 과거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을 돕는 사람...무속인의 사회적 윤리와 역할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었다. 무속인은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천율신궁담아 무녀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다.
“무속인은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무속을 단순히 점을 보는 행위로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상담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 문제, 사업 문제,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삶의 방향을 잃고 찾아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무속은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과거에는 공동체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고, 개인에게는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기능은 여전히 존재한다.
천율신궁담아 무녀 역시 이러한 점을 강조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울면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삶이 힘든 분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무속인의 역할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충분히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속인은 무조건 답을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야 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삶의 무게를 혼자 견디다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속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도 적지 않다. 천율신궁담아 무녀는 무속이 단순히 점을 보는 행위로만 인식되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속은 단순히 점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입니다.”
물론 무속이라는 세계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무속이 오랜 시간 우리 사회와 함께해 온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고통을 무속인은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무속인의 모습을 진정성 있는 신앙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천율신궁담아 무녀는 무속인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의사가 몸의 병을 치료한다면 무당은 이유 없이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그녀는 강원도 원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월에는 전용 굿당도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 마지막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삶의 끝자락에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찾아오십시오. 길은 반드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