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대단한 맛집
발칙한 발상 ‘쌈 냉면’ 냉면에 고기를 싸먹는다?
2009-05-13 류정화 기자
대박 음식점의 비결, 과연 있는 것일까
막상 그걸 알게 되면 약간은 실망스럽다. 조그만 새로움이 큰 성공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상식에 머물렀던 맛과 비교해서 뛰어나거나, 아니면 서비스가 새롭거나 발칙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메뉴 등이 소비자의 입맛과 맞아떨어졌을 때 대박을 터뜨린다. 기존의 맛과 서비스가 아닌 뭔가 기술적인 새로움이 추가됐기에 이전에는 없었던 강력한 경쟁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모두가 불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때, 손님들이 줄을 서며 성업 중인 식당을 보노라면 부러움이 앞선다. 미사리(경기 하남시)의 카페촌을 자동차로 달리다보면 팔당대교 조금 못미처 자리 잡은‘팔당 쌈 냉면’집, 이곳을 들여다보니 핵심요소인 맛은 기본이요 변함없는 가격이라는 신뢰를 제공하고 질 좋은 식재료와 함께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돋보였다. 특히 단골손님을 무서워하는, 한편으로 단골손님을 사로잡을 줄 아는 맛 집의 장인정신이 호황ㆍ불황에 상관없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비결이었다.
주인은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하나로‘쌈 냉면’집을 창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여행을 다니며 이곳저곳 음식을 수없이 맛보았다던 그는 흔히 외관이 그럴싸해 음식의 맛도 훌륭하리란 기대를 갖고 들어간 업소에서 맛을 본 순간 크게 실망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에 정성을 담아 만들어 손님들의 입맛을 유혹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한, 바로 냉면과 숯불고기의 만남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우리의 음식문화는 30년이 넘어도 변치 않아야 그 맛을 최고로 친다. 그러나 이제는 색다른 맛과 아이디어로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어야 최고의 음식이라 자평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냉면에 고기를 싸서 먹는다?
‘이 곳에만 판다’, ‘이 집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차별화 전략은 누구나 쉽게 얘기하는 마케팅 포인트지만 그런 아이템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불황이라도 그런 독특한 아이템만 있다면 오래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하고라도 소비자들이 몰려든다. 쌈 냉면은 고기를 먹고 난후 냉면을 먹는 게 아니라 냉면에 고기를 함께 싸먹는 역발상 전략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냉면을 기피했던 젊은층과 어린아이들도 무척 좋아한다. 숯불에서 구워야만 얻을 수 있는 상큼한 고기맛과 냉면하나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버렸기 때문이다. 또 고기의 느끼함을 상호 상쇄시켜주는 독특함은 음식 맛을 더욱 배가시켜준다. 김재희 대표는“우리업소는 독특한 발상과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라며“냉면과 숯불에 구운 고기 세트를 저렴하게 먹고자 하는 고객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귀띔했다.
맛으로 잡은 고객 발길, 신뢰로 또 한 번 잡는다.
좋은 자리에 입지하고 음식의 질과 풍부한 맛까지 겸비했다면 금상첨화다. 좋은 음식점이 갖춰야 할 비결은 뭘까? 물론 두말할 것도 없이 맛이다. 맛없는 음식은 노래 못하는 가수나 공 못 던지는 야구선수처럼 존재의 가치가 없다. 맛으로 승부수를 내건 김 대표는“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는 식당은 소비자들도 다 알아본다. 조류독감,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물질과 멜라민 파동 등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의 안전 먹거리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끊임없는 시장조사와 신선한 식재료의 직접 구입은 필수”라고 말했다. 또“국내산 돼지고기와 최고급 한우를 꼼꼼히 선별해 숯불고기와 육수를 직접 우려낸다”며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변함없는 가격’이라는 신뢰
김 대표는“불황이건 호황이건 아랑곳 않고 5,000원이라는 최저가격을 고수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라는 또 다른 상품을 팔 것”이라고 했다. 불황으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을 생각하고 끝까지 신뢰를 지키면 새로운 고객까지 영입되면서 더한층 인기가 높아질 거란 생각에서다. “값을 올리지 않는 대신 박리다매를 해야 이익을 낼 수 있다 보니 큰 가게 규모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름철 이외엔 2층을 휴게 공간으로 개방해 식사 후 조용하게 차도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깔끔하고 세련된 카페분위기에 저렴한 가격이주는 신뢰를 믿고 부담 없이 다녀갈 수 있다”며 특별한 공간,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걱정하며 들어갔다가 미소 지으며 나오는 음식점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음식점을 나오면서 난 주인의 이 같은 초심이 언제까지나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냉면은 이미 사계절음식으로 우리 곁에 온지 오래다. 계절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메뉴다. ‘뭔가 산뜻한 음식 없을까?’란 유혹에 빠질 때‘쌈 냉면’한입 가득 넣고 큰 대접 양손으로 받쳐 육수국물 시원하게 들이켜 보는 맛, 꽤 괜찮은 상상 아닐까. NP
<업소정보: 팔당 쌈 냉면/031-793-6868/ 대표:김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