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라
[뉴스포커스 - 성공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핵심 포인트]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CEO승계 전략 마련
육성 활동 병행으로 단점 보완&장점 강화
대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前 회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그의 장남 이재용 전무가 삼성그룹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CB를 인수해 대주주 지위를 획득한 것을 둘러싸고, 10년 동안 벌어진 법적 공방이 이번에 끝난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지배구조는 아직 미흡하며, 경영권 불법 승계를 법원이 추인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권 승계가 글로벌기업 삼성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남겨진 가운데 성공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핵심 포인트를 짚어봤다.
#. 삼성테스코의 경영자 후보는 실무적인 기업운영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과정을 거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실제 매장관리이다. 삼성테스코가 운영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각 매장 당 직원 수가 수백 명에 달한다. 매장의 현재 대표관리자들은 차장·부장급이다. 이들은 자신의 권한 아래 수백 명의 직원들과 함께 매장을 운영한다. 이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다양한 것들을 동시에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한다. 이들이 임원급 또는 CEO 후보에 오르게 되면, 더 큰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 이러한 실전 경험은 훗날 준비된 최고경영자가 갖게 되는 가장 큰 무기다.
#. 2004년 4월, 맥도날드의 칸탈루포(Jim Cantalupo) 회장이 심장발작으로 병원에 실려 간 시간은 새벽 4시 경이었다. 그는 한 시간도 채 안 돼 사망하고 말았다. 맥도날드는 오전 7시에 이사회 화상회의를 열어, 최고운영책임자였던 벨(Charlie Bell)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경영권 공백이 발생할 틈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는 CEO 승계를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대응이었다. 모토로라도 마찬가지였다. 창업자의 아들이자, 두 번째 CEO였던 로버트 갤런(Robert W. Galvin)은 1959년부터 승계 계획을 생각했다. 실제 그가 후임자에게 CEO 자리를 물려 준 것은 그로부터 25년 후였다. GE의 잭 웰치(Jack Welch) 회장 또한 91년에“나는 거의 매일, 누구를 후계자로 선정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은퇴 예정일이 아직 9년이나 남아 있을 때였다.
#. GE는 승계 프로그램인‘Session-C’를 통해 핵심 인재를 양성한다. 2~3명의 CEO 후보를 선정해 2년가량 엄격한 교육과 능력 평가를 거친 뒤, 가장 유능한 한 명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잭 웰치의 뒤를 이어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Session-C’를 거쳐 CEO에 올라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수십 명의 후보자들 중, CEO로서 최고의 자질을 갖춘 최종 후보자 3명은 이후 1년 동안, 각자 하나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된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책임지고 관리, 프로젝트의 평가 결과가 CEO 승계결정에 적용된다. 해당 평가는 내부 임원과 인사·전략 컨설팅 회사의 임원들로 구성된‘CEO 선정위원회’가 진행한다. 이들은 후보자들과의 인터뷰와 프로필을 통해 그들의 인성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한다. 후보자들의 입사 이전 삶까지 자세하게 기록된 이 보고서는 선정위원회에 의해 다시 한 번 검토되며, CEO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CEO의 공백은 기업의 가장 큰 위기다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미래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자, 건설적인 조직 변화의 촉매제다.” - 요하네스 페닝스 와튼스쿨 교수 (조직 혁신과 인적자원 분야의 권위자)
국내 기업 87%, 차세대 CEO 승계대책 없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1,380개의 글로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상의 기업이‘CEO 승계계획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오직 24%의 기업만이‘철저한 준비 하에 CEO 승계절차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CEO 교육기관인 세계경영연구원은 지난 2월, CEO 105명을 대상으로‘당신의 뒤를 이을 차세대 CEO가 있는가’라는 설문 조사를 실시, 다음과 같은 통계를 내놓았다. ▶국내 기업의 96%, 포스코처럼 CEO 승계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 = 이구택 前 회장의 임기 내 사퇴로 혼란을 빚은 포스코가 최근 최고경영자(CEO) 승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나온 결과다. CEO의 등장과 퇴진을 예측 가능하게 하고, CEO 교체 이후에도 경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87%, 차세대 CEO 승계대책 없다 ▶CEO 3명 중 1명은 회사 물려줄 사람 없다 ▶CEO 43%, 다음 CEO가 누군지는 나만 알고 있다 ▶우수한 후보 선발(30%)보다, 선발 후 체계적인 육성(40%)이 더욱 중요하다 ▶후계자 선발 기준은 능력보다는 인성이다 ▶CEO 31%, 승계 프로그램 몰라서 못 만든다 ▶CEO 72%, 앞으로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 설문은 제조·서비스·금융·유통·IT통신 등 여러 분야의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대상 CEO의 기업 매출규모 또한 300억 원 미만부터 2조원 이상의 기업까지 다양하다고 세계경영연구원은 전하였다. 이처럼 성공적인 CEO 승계는 후계자 사전 지명이 전부가 아닌, 보다 효과적인 실행 방안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즉, 조직의 핵심 직책에 있어 리더십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후임자를 사전에 선정하고, 나아가 필요한 자질을 육성하는 체계적인 활동이 중요하다. 충분한 사전 대비가 없을 경우, 리더십의 공백으로 인한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하고, 리더 선정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후계자 육성 활동 메커니즘의 활성화
후계자 선정의 시작은 그 요건을 명확히 정의하는 데 있다. 이는 해당 직책이나 포지션을 수행하는 사람이 어떤 자질과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는지 필요역량을 규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이를 위해 해당 조직의 사업전략에 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LG경제연구원의 노용진 연구위원은‘포지션 프로파일(Position Profile)’의 구체화를 언급했다. 경영환경의 변화 상황, 시장에서의 자사의 위치, 현금흐름, 사업의 라이프 사이클, 합병과 인수, 사업 통합화, 글로벌 전략 등 여러 가지 사업 요소를 고려해야, 필요한 리더의 요건을 정의할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안정적인 사업에는 관리형 리더, 신 시장 개척이 필요한 곳에는 혁신형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 위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조직의 가치와 철학 등을 반영하여, 리더십 역량을 보다 구체화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회사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 역량 요건을 얼마나 충족하고 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MBTI 검사와 심리테스트 및 구조화된 심층 인터뷰, 360도 다면 평가 등의 방법들이 활용된다. 직책 승계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조직 특유의 가치와 전략적 방향에 부합하는 리더십 역량 요건을 정립, 이를 체계적인 후계자 선발 과정에 활용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부하직원들과의 평가 면담 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나 평가 피드백 내용 등을 기술하고, 이를 기록해 놓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후보자 선발을 위한 신중한 절차와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선발된 후계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가’이다.“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었어도 실제 경영 현장 속에서 후계자들이 일과 함께 성장하는 육성 메커니즘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지적한 노용진 위원은“후계자 육성 제도 면면에 후계자 육성 활동의 메커니즘이 체질화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EO 승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조직 DNA 내에 후계자 육성 마인드 구축 △승계 후보자 스스로의 충분한 인지를 통한 자발적 동기부여 △일상 업무에서의 자질 검증과 육성 활동의 병행 △다양한 직무 경험과 적절한 시련 부여 △평상시, 후보자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 △후계자 육성을 위한 전문 조직의 지원 등이 돋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CEO들은 아직 후계자 육성에 대한 마인드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 제도가 생소하거나 부담스러운 이들도 있다. 이에 CEO와 이사회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당 기업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CEO는 후계자 승계 계획을 수립하고 후계자를 선발하여 이사회에 보고 해야 한다”고 제언한 노 위원은“이사회는 승계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여부를 체크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내 기업은 아직 CEO 승계에 대한 준비가 미진한 듯하다. CEO 승계 과정에서 조직의 혼란과 갈등 요소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 LG 경제연구원 이상규 선임연구원
여러 실무경험을 통해 단점까지 보완하다
인사이드 아웃사이더의 육성을 강조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지난 1월, CEO 승계 성공 노하우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은 인재들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여러 실무경험을 통해 단점까지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인사이드 아웃사이더(Inside Outsider)란, 기업 바깥사정을 외부경영자만큼 잘 아는 내부경영자를 뜻한다. ▷다양한 후보자를 미리 선정하라 = 다양성은 조직의 성과를 높여주기에, 대부분의 기업은 다양한 유형의 직원을 채용하려고 한다. 이는 CEO 선발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인적자원협회(Global Human Resources)의 부회장 밥 조이(Bob Joy)는“미리 후보자를 선정해 두는 것은 이들이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경험과 지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미리 선발해 두는 것은 CEO 승계에 있어 필수라는 것이다. ▷다양한 업무를 맡겨 시야를 넓혀줘라 = 내부경영자들이 시장에 대한 판단력과 예측력이 부족한 이유는 한정된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CEO에게 다양한 경험은 필수다. 미국의 생활용품업체인 콜게이트 팜올리브(Colgate-Palmolive)는 전 세계적으로 200개가 넘는 국가에서 비즈니스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각 나라마다 영업 전략이 다르다. 각 지사의 리더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회사의 직원들이 한 지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곧 다국적 기업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다. 특히 콜게이트는 CEO 승계 후보자들에게 여러 종류의 비즈니스에서 일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CEO와 임원들로 구성된 HR이사회가 어떤 직원이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잘 적응하는지도 평가하고 있다. ▷실전적 운영 능력을 높여라 = 리더는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때문에 실제 기업을 운영하며 전략을 세우고,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돌발 요소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실전 운영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자 팀 전체의 승계를 계획하라
글로벌 스탠더드의 확산, 의사결정구조의 다원화, 전문경영인 체제 선호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볼 때, 이제는 국내 기업도 CEO 승계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CEO 승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CEO 승계 계획이 실천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CEO 스스로의 불안과 관심 부족”이라고 지적한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자신의 컬럼을 통해“한국의 많은 CEO들이 매일 처리해야 하는 엄청난 양의 업무로 인해 차기 CEO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차기 최고경영자를 키우는 것이 자신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CEO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에 정 교수는 CEO 승계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CEO 승계 계획은 현 CEO의 은퇴가 임박해서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상시 가동돼야 한다. 리더십 개발로 유명한 GE는 매년 12월에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현 CEO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물러난다면, 누가 당장 그 역할을 맡을 것인가를 정하는 작업을 한다. 경영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상시 CEO 승계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조직 내의 다른 리더십 개발 계획과 전략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실천되어야 한다. 핵심 인재를 개발하는 전체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 없이, CEO 승계 계획만 개발하기란 불가능하다. P&G는 CEO 후보군을 미리 선정하고, 전 세계에 퍼져있는 회사의 전략적인 포지션에 이들을 파견해‘미니 CEO’의 역할을 경험하게 한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최종 CEO 후보를 결정하고 있다. 핵심 인재 개발이 궁극적으로는 CEO 승계 계획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셋째,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조직 내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넷째, 체계적으로 개발된 CEO 승계 계획에는 비상시 누가 CEO를 할 것인가 뿐만 아니라,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전체 최고경영자 팀을 포함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다. 미국 기업은 최고경영자 팀 전체의 승계 계획을‘전용기 추락 시나리오’라 부르기도 한다. 최고경영자 팀이 전용 비행기로 함께 이동을 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정동일 교수는 특히“CEO 승계 계획을 포함한 조직 내부의 리더십 개발이 체계적·전략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유사시에도 경영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마련해놓은 CEO 승계 계획은 위기의 순간, 그 빛을 더욱 발한다는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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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기업승계 10계명]
1. 기업승계는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작업임을 인식하고 시간을 두고 착실히 준비하라.
2. 후계자가 경영하기 좋은 최적의 기업환경 정비를 우선으로 승계계획을 세워라.
3. 상속재산 배분을 명확히 해 경영권과 재산권 분쟁으로 기업의 신용을 잃는 일을 피하라.
4. 회사에 기여도가 큰 창업공신과 임원을 배려해 후계자에게 문젯거리를 남기지 마라.
5. 경영자와 후계자가 함께 일하면서 공동체험을 통해 사업과 회사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라.
6. 경영자와 후계자, 임원들이 기업승계 계획을 통해 회사 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라.
7. 후계자가 다양한 실무경험을 익히도록 기회를 주고, 노하우를 전수해 경영능력을 향상시키도록 하라.
8. 중소기업 영업은 경영자 개인의 신용도가 중요하므로 거래처를 방문할 때 후계자와 동행하라.
9. 기업승계 문제와 관련된 조언자나 조정자 역할을 할 전문가를 잘 활용하라.
10. 승계 후에 전임 경영자는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말고 뒤로 한 발 물러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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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료 :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