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협상 실패...등 돌린 전쟁 시작
한 “미디어 법 직권상정” 민 “무슨 일이 있어도 강력 저지”
미디어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는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신문과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및 지상파 방송에 대한 진출 장벽의 유지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의 합의가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18대 국회의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안이 7월 22일 여야의 극한 대치 끝에 결국 직권상정됐다. 한나라당 의원들만의 표결로 강행 처리됐으나 야권의 반발로 후유증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미디어 관련법 개정이 2008년 말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진출 허용 여부이다. 한나라당이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이나 통신사를 겸영할 수 없도록 만든 신문법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은 20%,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은 49%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 하려고 한다. 한나라당의 이와 같은 조치는 대기업과 신문사가 여론독과점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오히려 지상파 3사의 독과점을 막고 시청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야의 높이가 다른 지상파 진출 장벽
미디어법 찬성입장 - 언론의 다양성과 발전을 위한 것
미디어법을 찬성하는 쪽의 입장은 방송시장만 무한대로 커지고 신문은 위축되어 여론의 다양성이나 균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겸영을 통해 독점적 구조에 놓여있는 방송에 오히려 다양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방송을 비롯한 신문, 인터넷, DMB 등 다양한 매체가 융합되어 있는 시대에 방송, 신문 겸영을 금지하는 것은 낡은 규제일 뿐이며 현재 세계적인 추세도 매체간의 융합이고, 국제적 시장 개방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 점을 가장 큰 찬성의 이유라 말한다. 또한 고부가 사업이기에 제조업 보다 일자리 창출이 크게 늘어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리고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로 인해 신규 사업자 진입과 추가자본 유치가 이루어질 경우 투자여력을 확보한 사업자 간의 콘텐츠 품질 경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좋은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파 방송의 지분 소유를 최대 20%로 제한했으므로 방송에 대기업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사전 영향 평가와 사후 조치를 강화해 충분히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디어법 반대입장 -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법 찬성 쪽에서 말하는 신문·방송 겸업은 세계적 추세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엄밀히 말하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아무런 규제 없이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OECD국가 중에는 일본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이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의 겸영만을 허용하는 ‘매체 교차소유권 규정’을 운용하는 등 언론 독과점을 막으려고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또한 공공성을 가져야 할 언론의 기능을 경제적 논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며 일자리 창출 전망의 근거가 희박한데다, 업계 실태와도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형신문사들이 방송사를 소유하게 되면 여론의 다양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방송에서 어떠한 비판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3개 이상의 주주가 지분을 20%씩 소유하게 되면 충분히 과반을 넘을 수 있고, 따라서 방송에 대기업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기업이 케이블 방송에 진출해있는데,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상파까지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디어법이 세계적 추세라고? 글쎄...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미디어법 사정은 어떨까.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디어법이 세계적 추세라는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교차 소유 제한 규정을 두면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미디어 독점을 막고 있다. 또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쳤다. 한국언론재단이 2007년 7월31일 발행한 ‘세계의 언론법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2003년 제정된 커뮤니케이션법에 따라 전국지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신문사나 소유주는 지방 및 전국 지상파 방송 면허, 또는 해당 방송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거대 신문과 위성방송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영국에서 지상파 TV를 소유하지 못한다. 독일은 방송국가협약으로 미디어 소유를 규제하고 있다. 민영방송에 개인이나 법인이 전국적으로 시청자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 한도 내에서만 방송사업자가 무제한으로 방송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신문 사업자가 원칙적으로 제한된 한도 내에서 방송 산업에 진출할 수 있지만 해당 사업자가 기존에 소유한 매체의 성격에 따라 교차 소유의 범위에 제한이 가해진다. 미국신문은 지상파 방송 간 결합이 허용되나 동일 지역 내에서 신문·방송 겸영 금지되고, 오스트리아 신문은 지상파 방송 간 결합 허용되지만 일간지의 30% 이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전국 지상파를 금지한다, 또한 네덜란드는 지상파 방송 간 결합 허용되는데 단, 방송과 일간지 시장 25% 이상 사업자는 교차소유를 할 수 없다. 노르웨이는 시장 점유율을 한계, 전국·지역 나눠 규제하고 있다. 일본은 한 사업자가 동일지역에서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동시 소유 금지한다. 이에 대해 정준희(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문화연구센터 박사과정)씨는 “유럽국가들이 신문 방송 겸영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다소간 탈규제적 추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의 대전제는 특정 자본에 기반을 둔 매체가 여론 매체 일반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법 직권상정으로 강행 처리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미디어법이 7월 22일 오후 임시국회 제 2차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미디어법 3개안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4개 법안을 이윤성 부의장이 직권상정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여야간 대치가 국회 폭력사태로 비화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종료를 선언했으나, 145명만 투표에 참여해 의결정족수인 148명에 미치지 못하자 재투표를 감행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방송법 재표결은 국회법 위반으로, 그 자체가 원천무효"라면서 "이번 투표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투표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기록되는 등 대리투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언론악법 날치기는 원천무효”라며 “재석 145석으로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음은 물론 명백히 불법인 대리투표로 원천무효”라고 말했다. 강행 처리와 재투표 거기에 대리투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은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여론다양성 훼손 우려 보완조치
미디어 관련 법안이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3개월 안에 시행령 개정 등을 속결 처리할 계획이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국회의 미디어 법안 처리는 미디어 산업의 미래로 볼 때 다행”이라면서 “여론 다양성 훼손 등 우려 사항을 충분히 보완하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방통위는 여야의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여론 다양성 훼손 등 여러 우려 사항들을 충분히 보완하는 조치를 포함,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후속조치를 자칠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미디어법>민생안정?
이번 미디어 법은 오랜 논쟁과 협상을 거치고도 끝내 여야의 합의처리에 실패했다. 힘의 논리와 숫자싸움으로 18대 국회의 수준을 다시 한번 온 천하에 드러낸 꼴이 됐다. 본회의장 안팎에서 여야 의원들이 고함과 욕설을 주고 받으며 밀고 밀친 본회의장 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어느 정도 이럴 것이다. 라는 예상을 했지만 너무나 맞아 떨어진 상황에 실소가 나오기 충분했다. 물론 미디어법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미디어법이 국민들을 위한 민생안정 보다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과연 미디어 법이 ‘경제살리기’ 민생현안을 제처 버릴 만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아마도 ‘미디어 법’보다 '민생법안’을 원할 것이다.NP
-------------------------------------------------------------------------
미디어법 상황 경과
2008년 12월 19일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다른 법안 상정도 강행할 것을 우려해 18일 밤부터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회의장을 점거
2008년 12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방송법 등 언론 관련법 강행처리 움직임에 대해 26일 아침 6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하기로 선언
2008년 12월 28일
한나라당은 방송기본법 등 미디어 관련법과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등 모두 85개 법안을 국회에서 연내 처리하기로 확정하고,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과 경호권 발동을 정식 요청
2009년 1월 6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본회의장 농성을 자진 해산하고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여야가 쟁점법안 처리에 관해 합의
2009년 1월 8일
전국언론노조는 전날(1월 7일) 밝힌 대로, 8일 오전 0시를 기해 총파업 투쟁을 일시 중지
2009년 1월 13일
미디어 관련법 중 전파법과 언론중재법이 본회의에서 통과
2009년 2월 25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쟁점법안인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상정
2009년 3월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쟁점 미디어법의 여론수렴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로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구성 의결
2009년 6월 25일
미디어위, 한나라당 및 선진당 추천 위원 11명만이 참석한 회의에서 최종 보고서 확정한 뒤, 국회 문방위 고흥길 위원장에게 제출.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하되, 지상파에 대한 겸영은 2012년까지 유예하는 내용.
2009년 7월 9일
민주당, 미디어법에 대한 대안 제시. 시장점유율 10% 미만인 신문 및 뉴스통신에 한해 종합편성채널의 20%까지 지분 보유 가능. 기업은 자산규모 10조원 미만에 한해 지분보유 상한 30%로 규정. '준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 보도분야를 제외)에는 제한 없음. 보도전문 채널 또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신문과 대기업 진출 금지는 유지.
2009년 7월 14일
한나라당,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의 직권상정을 공식요청.
2009년 7월 22일
미디어 관련 3개 법안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끝에 국회 본회의를 모두 통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