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 초대석 - (재)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단장 최양도 교수

2009-08-04     윤봉섭 부장

식탁 위의 생명공학, 유전자변형식물을 주목하라!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멜서스는 자신의 저서‘인구학 개론에 대한 소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류 대다수는 빈곤에 처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200여년이 지난 지금 멜서스의 예언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책을 쓴 1798년 8억 명이던 인류는 현재 60억 명을 넘어섰지만, 이에 못지않게 곡물 생산성도 획기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멜서스는 농기구의 기계화, 비료·농약의 개발, 육종기술의 발달 등 과학기술의 힘을 간과했던 것이다.

21세기 초입에 들어선 인류는 멜서스의 경고에 다시 직면했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0억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곡물 생산성은 예전처럼 증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농사지을 땅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급격한 기후변화로 작물의 환경 스트레스가 커져 수확량은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식량 및 대체에너지원의 공급을 증대시키고 환경을 보존시킬 수 있는 친환경 농법으로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생명공학 품종의 활용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으로 식물생명공학의 비약적 발전 기원

지난 1960년대 굶주림에 시달리던 30억 세계인구는 녹색혁명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함께 가속화된 산업화로 말미암아 경지 면적은 줄고 농업환경은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시 한 번 식량 위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인류는‘제 2의 녹색혁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종전의 교배에 의한 육종방법과는 달리 최근에는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단시간 내에 다양한 맞춤형 생물체의 개발이 가능하게 되었고, 따라서 식량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 2의 녹색혁명이 기대되고 있다. 이때 사용되는 유전자 재조합기술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특정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취하여 다른 생물체에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기술을 일컫는다. 현재 선진국들은 식물 생명공학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생명공학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GM(유전자 변형)작물의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대두와 옥수수 등이 생산·판매되고 있음은 물론, 수확량 증가와 농약사용 감소 등의 효과로 그 재배면적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 2001년 7월, 안정적인 식량공급 기반 마련과 농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10년간 약 1,0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의 하나로 (재)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최양도 단장은“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는 말들을 하지만, 이제는 한 개의 유전자가 세계를 바꾸는 유전자 혁명시대가 오고 있다”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의 근본 취지는 우리 고유의 강점 기술을 전략적·선택적으로 집중 개발하여 국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선진국 수준의 삶의 질을 구현함은 물론, 기술 혁신의 성과를 사회 전 분야로 확산시키는 것이니 만큼 이 사업을 기회로 우리나라 식물생명공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시대는 이제부터 시작, 우리의 기술로 세계인의 식탁 채울 것
지금까지 사업단은 다수확 벼와 트레할로스 벼, 복합 병저항성 고추 등의 수많은 연구 성과를 올렸으며, 5,000여 종의 유용유전자 기능발굴과 30품종의 형질전환체를 육성하는 등 식품 및 환경 안전성검사를 거쳐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복합 병저항성 고추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그 산업적 가치가 큰 점을 감안하면, 궁극적으로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의 첫 단추를 채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독일 바스프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는 다수확 벼 유전자들의 기능을 입증한 바 기술이전을 마쳤으며, 트레할로스 벼의 경우도 인도 생명공학회사에 기술을 이전했다. 사업단은 현재 유용유전자 대량탐색기술, 작물 형질전환기술, 실용화 품종 육성기술 등 핵심기술간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축함은 물론, 전통육종기술의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 공동연구 및 방문연구, 국제 컨소시움에 적극 참여하고 해외 전문가를 초청하는 등 능동적이고 활발한 국제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사업단은 이 같은 연구 성과가 상용화될 경우 연 4,000억 원 규모의 수출 및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최 단장은‘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사실 최 교수는 뛰어난 연구개발 성과에도 불구하고 늘‘유전자변형 과학자’라는 과학계, 정부 일각의 편견 때문에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소위‘은둔의 과학자’였다. 그의 수상 소식은 분명 생명공학작품 연구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물증이다. 생명공학시대는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라는 최 단장은“현재 생물의 특성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개별 유전자들의 기능에 대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경우는 5%에 불과하다”며, “미래의 생명공학 작물은 단순한 제초제 및 병해충 저항성을 넘어 특정 영양 또는 건강 기능성을 향상시켜 부가가치를 증가시킨 신품종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상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전체재조합작물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며 상당한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로 세계인의 식탁을 채우진 못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기술로 세계인의 식탁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최 단장의 포부가 현실화되길 기대해본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