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그 탈출구는 없는가

균형 있는 식생활과 위생적 생활습관만이 최선의 예방책

2009-10-05     이나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플루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9월 13일 기준 3,486명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WHO는 이날 주례보고를 통해 현재까지 2,62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주 지역의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사망자는 62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140명, 중동은 61명, 아프리카는 4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플루로 인한 국내 환자는 1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하루에 감염되는 환자 수가 500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날이 점차 선선해지면서 감염속도가 증가될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8월 말부터 일교차가 커지면서 비염, 일반감기 환자까지 급증하자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손 씻기 등의 예방수칙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홍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요를 막기 위해 공공장소에 신종 플루 예방 포스터와 괴담에 대한 설명 자료를 게재하는 등, 능동적인 대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도 높은 불안감 조장에 신종 플루 감염자는 왕따 신세
신종 플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람들 사이마저 갈라놓고 있다. 지하철이나 영화관 등 다중 이용시설에선 감기환자나 알레르기 환자가 몹쓸 전염병 환자로 취급받기 일쑤다. 정부와 각급 단체, 학교, 언론 등이 오랜만에 혼연일체가 돼 신종 플루 확산을 막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신종 플루에 걸린 사람들은 기피 대상으로 꼽히면서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학원에서는 쫓겨나다시피 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지난달 초 CBS 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신종 플루 가족의 사례가 왕따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8월 13일 동남아로 휴가를 다녀온 A씨는 17일 아침 귀국길에 발열검사를 통해 큰 딸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후 자신과 셋째 딸도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들의 고통은 이때부터였다.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바로 나았지만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보건소에서는 격리 권고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학교를 안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공포심이 컸던지‘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지어‘다시 검사를 받아서 음성 판정서를 가져오라’는 요구까지 했다. 학원도 마찬가지였다. 신종 플루에 걸려 학교를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원으로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친 것. 결국 학원까지 그만둬야 했다. 신종 플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다 나은 학생들까지도 왕따, 배척시키는 우리사회의 현실이 더 가슴 아프다는 게 이 학부모의 설명이다.
현재 신종 플루에 대한 각종 근거 없는 흉흉한 괴담들이 인터넷을 채우고 있다. 각종 수험 정보 사이트와 인터넷 카페에서는 신종 플루 대유행이 오면 수능이 연기될 수 있다는 소문이 과다하게 퍼져있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이 같은 글을 믿지 않지만, 시험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고, 충실히 준비했다고 자부하는 학생들마저 불안해하는 눈치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현재까지 신종 플루 치사율이나 확산 속도를 볼 때 수능연기 등의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당국은 신종 플루에 감염된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 고사장을 마련해 시험을 치르게 하는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소문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주부들 사이에서는‘10월 대란설’이 돌고 있다. 10월이 되면 신종 플루가 본격적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집안에서 지내려면 쌀, 라면 등 식량과 생필품을 사서 집에 비축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백신이 접종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대란설은 사재기를 부추기는 일부 얌체 상술과 맞물려 다소 부풀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달 초 추석을 앞두고 이에 관한 괴담이 돌고 있다. 추석 때 귀향하는 수많은 인구로 인해 그동안 소규모로 퍼져가던 신종 플루가 전국적 규모로 확산되면서 대재앙이 초래된다는 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올 추석에는 고향에 가지 말고 집에서 각자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한편, 이런 3대 괴담에 앞서 최악의 경우 수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신종 플루 17단계 대재앙 시나리오’가 인터넷에 크게 퍼진 적이 있다. 신종 플루 시작단계부터 전 세계 감염자가 20억 명을 돌파해 최악의 피해를 입는 단계를 거쳐 2010년 여름에야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한다는 17단계 시나리오다. 권준욱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 홍보담당관은“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치사율을 일반 계절 독감 수준으로 보고 있고, 특히 우리는 1,000만회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자체 생산도 가능하다”며, “수만 명 사망 시나리오 등은 그저 가능성 없는 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감기 증세와 유사하나, 고위험군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신종 플루에서 플루란 용어 자체가 감기이기 때문에 신종 플루는 감기의 증세와 매우 유사하다. 신종 플루란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 즉 돼지의 감기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켜서 사람에게 옮긴 것이다. 기존 감기에 비해 신종 플루는 사람이 처음 접해보는 바이러스라 사람의 면역체계가 쉽게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존 감기증상에서 심한 고열까지 동반한다. 신종 플루는 증상이 감기와 매우 비슷해 일반인이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열이 언제 나는지 순서를 따져 보면 구분할 수 있다. 머리가 아프고 코가 막히는 등 감기 증상을 보이더라도 열이 없다면 일반 감기일 확률이 높다. 인플루엔자의 주요 특징이 90% 이상의 환자에게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일 열이 난다면, 열이 먼저 났는지 몸살 같은 일반적인 감기증상이 먼저 생겼는지 순서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반 감기는 다른 증상이 먼저 난 뒤에 열이 생기는데 신종 플루는 열이 가장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이 먼저냐의 여부로 감기와 신종 플루를 구별하는 것은 어린이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어린이들은 다른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열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어린이들은 감별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보호자가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일단 열이 난다면 꼭 전문의를 찾으라고 당부한다.
현재 신종 플루 감염자들은 청소년에서 중년층 사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플루 감염 환자는 대부분 증세가 가볍게 나타나지만, 사망에 이르는 환자들은 심각한 폐렴이나 호흡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우리나라의 결핵치사율이 7.4%로 신종 플루의 치사율보다 100배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손숙미 의원은‘연도별 결핵 환자 및 사망자 현황’을 통해 결핵의 치사율은 7.4%로 신종 플루의 0.07%보다 100배가 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손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결핵발병자는 13만 9,497명이고, 사망자 수는 1만 318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OECD국가 중 1위로 인구 10만 명 당 결핵 발생률이 90명이고, 사망률은 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 실제 신종 플루 사망자 8명 중 7명은 폐합병증으로 사망했고, 결핵환자는 신종 플루 고위험군으로 감염 시 폐합병증 발생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플루 사망자의 75%가 60세 이상인 만큼 결핵환자의 33%를 차지하는 60대 이상의 경우 신종 플루 감염 시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결핵발병률의 경우 독일·스위스의 15배, 미국의 20배였으며 사망률의 경우 이웃한 일본의 3배, 미국의 10배나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연령별 결핵 환자 신고 현황을 보면 70대 이상이 6,906명, 20대가 5,712명 발생해 결핵이 노인층이 아닌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손 의원은“결핵 사망자가 OECD국가 중 1위라는 오명도 부끄럽지만, 결핵발병자 및 사망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결핵과 같은 전염병 관리가 소홀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결핵이 신종 플루의 치사율보다 100배나 높고, 결핵환자가 신종 플루 감염 시 폐합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는 강력한 결핵퇴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대책본부는 이에 따라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임신부, 59개월 이하 소아 등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 진료와 함께 항바이러스제를 투약 받을 것과, 의료기관에 대해 고위험군 환자 진료 시 급성열성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신종 플루 진단검사 전이라도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 진료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고위험군은 해외여행, 병원 면회, 다중 모임 참가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는 병원치료에 제약이 거의 없는 나라여서 초기에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 치료거점병원 가운데는 중증 호흡곤란 환자를 집중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미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의 김우주 교수는“치료거점병원의 장비와 인력의 수준이 고르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치료거점병원 등 가능한 병원을 세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폐렴 등 중증으로 악화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대학병원 등 집중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단기간에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미플루도 완치 약은 아니야, 부작용까지 속출하는 상황
최근 강남구의회 의원들이 북유럽 출장을 떠나면서 강남구 보건소에서 신종 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20알을 타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타미플루는 신종 플루 증상을 가진 고위험군 환자에만 처방되도록 정해졌는데도 불구하고,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타미플루를 미리 처방받았다는 측면에서 해당 구의원들에 대한 사퇴 압박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신종 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신종 플루 공포와 타미플루에 대한 강박증이 얼마나 심해졌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8월에는 현직 의사가 가짜 처방전을 발행해 타미플루를 사재기한 사건이 밝혀지기도 했다.
타미플루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한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현재 스위스 로슈제약이 특허권을 가지고 독점 생산하고 있다. 1999년부터 미국, 캐나다, 스위스에 판매되기 시작한 타미플루는 또 다른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리렌자보다 늦게 개발됐지만 흡입형 항바이러스제인 리렌자보다 복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마케팅에 성공했으며, 현재 리렌자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 90%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타미플루와 리렌자 비축량이 8:2 정도로 타미플루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한편, 타미플루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떨어뜨리는 항바이러스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 48시간 이내에 투약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후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약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약효를 보기 힘들다. 즉, 신종 플루에 타미플루가 만능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 서울대 약학대학 강창율 교수는“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이후 48시간이라는 기준도 누구에게나 적용되지는 않을 수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투약하지 못하고 이미 체내에 바이러스가 많이 퍼진 상황이라면 이때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사망자 대부분이 타미플루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이유는 투약이 늦었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과신에 따른 남용은 변종 바이러스를 출현시키기도 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타미플루에 내성을 가진 변종 바이러스가 10대 소녀 두 명에게서 발견된 사례가 보고됐다. 타미플루를 남용함에 따라 바이러스가 이 약에 내성을 가지면서 나타난 것.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타미플루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투약하는 게 변종 발생을 늦추는 방안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타미플루로 신종 플루 예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강창율 교수는“타미플루는 부분적으로 예방 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약기운은 떨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에 하루 정도 예방효과를 낼 뿐”이라며, “환자를 자주 보는 의사의 경우 예방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백신이 아닌 이상 걸리지 않기 위해 수를 쓰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에 대한 주의사항도 있다. 지난 8월‘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타미플루를 복용한 아이들의 절반이 구토, 구역, 설사, 악몽과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 또한, 태아성장 지연과 자연유산 등 임신관련 부작용도 보고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사의 자체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를 복용한 환자로부터 그동안 총 4,202건의 중대한 유해사례를 포함한 15,887건의 유해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영국에서도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올해 4월부터 8월 달까지 보고된 부작용 접수 건을 집계한 결과, 타미플루 관련 부작용 보고는 총 591건이었으며, 의심된 부작용으로는 사망, 신경정신계 부작용, 심각한 피부반응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타미플루와 관련, 식약청의 재심사 기간 중 29명의 환자로부터 총 32건의 부작용이, 리렌자는 25건의 부작용이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리렌자의 경우 7세 이상에만 투여하도록 돼있는 반면, 타미플루는 1세 이상이면 복용이 가능한 약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돼 왔지만 부작용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타미플루 비축에 집착하기보다는 평소 개인위생에 철저히 하고 신종 플루에 걸렸어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타미플루 투약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푹 쉬는 게 낫다는 결론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문기구인 공중보건 위기대비 대응 자문위원회의 방지환 교수는“지금 유행하는 신종 플루는 독성이 약해 건강한 사람이라면 며칠 푹 쉬기만 해도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며, “약할 때 걸렸다가 이겨내면 예방백신을 맞는 효과가 있어서 나중에 신종 플루 대유행이 찾아와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므로 감염을 지나치게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 전염병인 만큼 장기적인 대안 마련해야
감기든 신종플루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면역성이다. 균형적인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휴식을 취한다면 무섭게 번지고 있는 신종 플루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신종 플루 감염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손을 자주 씻는 것이다. 손만 잘 씻어도 7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가 만든‘신종플루 대국민 행동요령’에 따르면 손을 씻을 때는 흐르는 물에서 비누와 소독제 등을 이용해 30초 이상 씻어야 하며, 청결하지 않은 손으로 눈과 코, 입 등을 만지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양치질은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는 화장지로 코와 입을 가려야 하며, 사용한 화장지를 버린 뒤에도 손을 씻도록 한다.
신종 플루가 확산되면서 일상생활 곳곳에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지난 8월 초 직원 화장실에‘손을 소독하지 않으면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직원들은 화장실 안에서 손소독기에 손을 넣어 소독약이 분사된 이후에야 열리는 자동 출입문을 통해 바깥문을 나갈 수 있다. 직장인들의 청결 강박증이나 대중 공포증은 심화됐다. 기업이나 관공서에선 간단한 회의는 전화로 대체하는 일이 많아졌다. KT에 따르면 신종 플루 첫 사망자가 확인된 지난 8월 15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이동통신 통화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가을에 예정된 문화, 축제 행사들은 속속 취소되고 있다. 단체 헌혈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혈액 수급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최근 개학한 학교들이 단체헌혈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면서 한때 반짝 상승했던 헌혈은 다시 감소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해외 인터넷을 통해 타미플루가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종 플루 불안감을 악용한 불안 마케팅도 활개를 치면서‘짝퉁 타미플루’까지 등장했다. 예방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일부 의약품과 건강식품 등은 신종 플루 예방에 특효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입원비, 의료실비 지원 보험은 과거부터 있었던 상품인데도 신종 플루로 인한 통원, 입원비를 지원한다며 마치 새로운 상품인 양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건강식품을 무조건 많이 섭취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인삼이나 홍삼 등이 면역력을 증진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인증 받은 것은 맞지만, 신종플루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며,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하고 위생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신종 플루에 대한 국민 불안심리에 편승해 이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 효과가 있다는 식품의 허위, 과대광고를 무기한 집중 단속한다고 지난달 초 밝혔다.
지난 2005년 조류독감 유행 이후 선진국들은 로슈가 만든‘제로섬게임’에 기꺼이 참여해 타미플루 사재기를 했지만,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최빈국 및 저개발국은 여기에서 배제되어 왔다. 선진국들이 타미플루를 충분히 확보해 놓았다 하더라도 신종 플루는 지역감염이 발생하는 대유행의 상황에서는 사회적 격리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일국적 차원에서의 예방과 치료는 한계가 있다. 또한, WHO는 다행히 이 바이러스의 독성이 더 강해지거나 위험한 형태로 변종되지 않고 있지만, 대량 감염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경고하고 있고, 이미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 사스, 조류독감, 돼지독감 등의 전 세계적 전염병을 경험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만이 지금의 최선책이라 할 수 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