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가 고장 난 청소년 범죄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의 폭발적인 급증은 우리사회에 울리는 경종”
2009-12-03 이민아
지난 10월 1일, 서울 성동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바닥에서 14살 장 모양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장양의 목숨을 빼앗은 인물은 다름 아닌 장양의 친구인 15살 우 모양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우 양이 오토바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냈는데 장양이 이를 경찰에 신고하였다. 우 양이 복수심에 장양을 홧김에 난간에서 밀어뜨린 것이다. 15살의 어린 소녀가 친구를 살해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우 양은 더욱이 특수절도 혐의로 경기도의 한 보호관찰소 위탁감호 시설에 수용되었던 바 있으며 세 번째 탈출하여 저지른 범행이었다. 이미 범죄이력이 있는 청소년이 보호시설을 탈출하여 손쉽게 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지금, 청소년 범죄에 브레이크를 걸 사회적 장치가 절실하다.
어리니까 봐준다?
어리니까 아직 선, 악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단계에 있으므로 교육적인 선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늘어가는 청소년 강력범죄를 보고 있자면 교육으로만 해결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소년 범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성인과 달리 많은 대가를 치루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호시설에 다녀오는 것을 오히려 대수롭게 여기지 않거나 그들 사이에서는 마치 영광스런 훈장처럼 여길 수도 있다. 더욱이 그곳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탈출해서 같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다반사다. 때문에 보호시설로 그들을 감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빛 좋은 개살구요, 역효과를 야기하는 재범의 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호시설에 올 3월부터 지원된 예산도 한 달에 1인당 25만원 안팎에 불과하다고 하니 실질적인 운영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번 성동구 여중생 살해사건의 주범인 우 모양(15)과 그의 친구 주 모양(13)이 머물렀던 경기 양주의 소년범 위탁 감호시설인‘나사로 청소년의 집’에서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길에 그 두 소녀가 탈출하였다. 탈출사실을 알게 된 시설교사가 의정부 지방법원에 전화를 걸어 알렸고 즉시 전국에 수배령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두 달 여 뒤에 성동경찰서에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를 경찰에 신고한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후였다. 또한 대전 낭월동 효광 교호 직업 보도원에서도 체육활동을 하던 중에 소년 두 명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다. 직업 보도원 관계자는“운동장에 5명의 교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50명의 아이들을 다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다”라고 보호시설의 지원이 미흡함을 토로했다. 소년감호시설은 비행소년이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에서 건립되었다. 하지만 관리인원과 예산이 실질적인 운영을 할 수 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 범을 사건 처리할 경우 가장 많이 이용되는 수단이 바로 보호관찰과 소년원에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처분을 맞는 소년 범들은 10월까지 270여명이며 17개 위탁감호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감호시설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교부금으로 시설은 운영하며 교사 인건비도 여기서 충당된다. 설상가상으로 법원은 올해 4월이 되어서야 1인당 25~30만원의 교육훈련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나사로 청소년의 집 관계자에 따르면“27명의 아이들을 교사 8명이 관리하고 있어 감시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다른 시설관계자는“원장의 월급이 150만원이고 일반 사회복지사의 월급은 60여만에 그쳐 교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남 고성의 동해 청소년 학교는 예산상의 문제로 11월부터 지원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사로 청소년의 집 관계자는“또한 소년 범에 대한 인성을 법원에서 면밀히 진단한 후에 감호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예산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시설에 보내는 것은 막무가내인 것이며 관리가 제대로 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 행정학과 교수는“현행 보호관찰제도와 위탁 감호제 제도는 인력과 예산에 많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국가에서 보다 많은 투자를 통해 각 청소년들의 개별적 상황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과 감호제도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들에게 효과적인 감호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못한다면 다른 방도를 생각해 봐야 한다. 법의 울타리를 높이는 것이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선처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서면 범죄예방은 차치하고서라도 청소년이 이 점을 오히려 악용할 수 있다. 법무부가 발행한‘한국인의 법과 생활’ 2008년 개정판에 따르면 우범 소년과 촉법 소년, 범죄 소년으로 소년 범을 구분하고 있다. 우범 소년은 보호자의 정당한 감독에 복종하지 않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정을 이탈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과 교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하는 성향으로 인해 앞으로 범죄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12세 이상 20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촉법 소년은 형법에 저촉되는 촉법 행위(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였으나 형사 책임 연령이 되지 않았기에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 행위)를 한 12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범죄 소년은 형법을 위반하는 범죄 행위를 한 14세 이상 20세 미만의 소년을 말한다. 촉법 소년, 우범 소년을 발견한 보호자 또는 학교와 사회복지 시설의 장은 관할 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다. 경찰서장이 촉법 소년과 우범 소년을 발견 한 때에는 검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년 법원에 보내야 한다. 소년 법원이 조사 또는 심리한 결과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이 발견되거나 그 동기와 죄질이 형사처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 검사에게 보내져 형사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소년 보호 사건으로 처리한다. 범죄소년의 경우에는 경찰이 검거한 때에는 검사에게 보내고 검사는 소년 범을 수사한 결과 벌금 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이거나 보호 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인정된 때에는 소년 법원에 송치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일정한 기간 동안 선도를 받을 것을 조건으로 기소 유예하거나 형사 법원에 기소하여 일반 성인 범죄와 마찬가지로 처리한다. 형사 법원은 검사가 형사 사건으로 기소한 사건을 심리한 결과 벌금 이하의 형에 해당하거나 보호 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인정될 때, 소년 법원에 송치하여 소년 보호 사건으로 처리하게 된다. 2009년 9월 사법연감에 따르면 소년보호사건 중요 죄명별 처분에 있어서 폭행 건은 보호 처분한 242명 중 보호자등에 감호위탁이 9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강간의 경우 68명중 보호자등에 감호위탁, 사회봉사명령, 장기보호관찰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의 경우도 보호자등에 감호위탁이 61명으로 가장 많았다. 집단 폭행도 마찬가지다. 검사에게 송치하여 형사 처벌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물론 검사의 판단에 의해 적절한 처벌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청소년이 법의 대상이 될 때에는 같은 범죄라도 그 처벌의 수위가 현저히 낮춰지는 것은 문제의 여지가 있다. 자칫“어린 너희들이 한 폭행, 강간은 많은 대가를 치룰 필요 없는 가벼운 범죄야”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범죄에 대한 판단기준이 서 있지 않다면 엄중한 처벌로서 기준을 잡아줄 필요도 있는 것이다. 어떤 범죄를 저지르면 응분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과 범죄는 사회가 눈감아줄 만큼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줘야 한다. 교육적 목적인 선도와 같이 법의 엄중한 처벌이 병행되었을 때야말로 청소년 범죄예방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다기관 협력체제로 소년 범을 집중 관리하여 재범을 막는다”
각 기관의 긴밀한 협력으로 범죄예방 효과 본다
“청소년 문제가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데 어른들의 반응이 개탄이나 우려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런 문제가 사회 환경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차정섭 한국 청소년 상담원 원장
‘내 자식만 안 그러면 되지’라는 사회적 인식
청소년범죄에 관한 소식을 접하면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느냐며 한탄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고 직접 발로 뛰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이는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직접 청소년 범죄를 일선에서 다루는 정치계, 법조계, 사회기관 등 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자녀와는 관련이 없는 문제여서 그런지 청소년 범죄 예방이나 사후대처 마련에 다들 느릿느릿하다. 청소년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인식을 고쳐먹어야 한다. 자신들의 아이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잠재적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만약 이런 생각을 진작 가지고 있었다면 한국사회의 청소년 범죄가 이토록 극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 사회로의 전환과 더불어 인터넷 사용자의 최저연령이 3세가 된 지금, 인터넷 공간이야말로 청소년을 비롯한 미성년자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신적 지주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도 인터넷은 비대면성, 익명성, 시공의 초월성, 신속성, 기계문명의 친숙성과 낮은 범죄의식, 장난삼아 저지르거나 자기실력을 뽐내려 하는 등의 이유로 많은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특히 현실에서 저지르고자 하는 범죄도 인터넷이라는 가상현실을 한번 거치면 죄의식도 동시에 걸러지는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하게 되고 왜곡된 성윤리 의식이 자리 잡게 되어 모방심리를 유발하게 되어 성적 일탈마저야기하게 된다. 사회적 윤리의식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한 청소년이 길을 가던 어린이를 아무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차고 웃으면서 친구들과 도망가는 동영상이 유포된 바 있다. 9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한 10대 소년이 대낮에 주택가 길거리를 걷던 남자 어린이의 등 뒤로 몰래 접근해 아이의 다리를 걷어차고 다른 청소년 1명과 함께 웃으며 도망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다리를 맞은 남자 어린이는 충격으로 인해 고꾸라졌다. 이와 같이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 동영상 시리즈가 여럿 있다. 이른바‘초딩 낚기’라고 한다. 경찰의 수사 끝에 어린이를 걷어찬 청소년 3명이 검거되었다. 그들은“장난으로 시작한 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한다. 자신보다 훨씬 작고 어린 아이를 발로 걷어차는 것이 문제가 될 줄 몰랐을 만큼 윤리의식이 자리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더불어 장난삼아 동영상을 유포하여 주목을 끌려고 했다는 것은 인터넷이 그들에게 놀이터, 그 이상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인터넷이 청소년들의 위험한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정이 이러한데,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부모가 가정에서 유해한 매체를 접하지 않도록 차단프로그램을 깔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컴퓨터는 가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 사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정만 단속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문화를 이성적이고 윤리적일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사회적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 할 만큼 기성세대가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사회의 어두운 단면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청소년 범죄에 책임감을 갖고 보다 나은 사회를 일궈나가는 것이 기성세대의 몫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