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빙자간음죄 위헌! 그럼, 간통죄는?”

보수적인 사회적 관습과 새로운 시대발상의 한판승부

2010-01-05     이민아 기자

헌법재판소는 26일 결혼하겠다고 속여 여성과 성행위를 맺는 이른바 ‘혼인빙자간음’에 대한 처벌이 위헌이라고 밝혔다.“남녀간의 성적(性的)결정권을 침해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규제”가 바로 그 이유다. 또한 우리 사회의 성 개방적 사고가 확산되면서 성과 사랑은 법에 구속될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재의 판결은 2002년에 7대 2로 합헌결정이 났던 것을 6대 3으로 7년 만에 뒤집은 것으로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혼빙간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임모씨는 혼인빙자간음죄(혼빙간)가 위헌이라며 이의신청을 했다. 임모씨는 같은 직장 동료여성에게“부모님께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라고 소개하겠다”고 속여 4회에 걸쳐 간음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혼인빙자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할 뿐, 헌법상 성적 자유의 보호는 상대의사의 자유를 제압하거나 자유가 없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며“헌법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 당했다”라는 이유로 이의 신청을 하였다. 이에 11월 26일,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이 결정되었다. 이로써 혼빙간 법제정 이래 56년 동안 유죄판결 받았던 이들도 모두 소급 적용되어 모두 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헌재는 이러한 판결에 대한 핵심적인 근거로“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또한“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사실상 국가가 나서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해 온 것이다”라며“혼빙간은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법조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혼빙간에 대한 헌법소원이 미증유의 것이 아니라 2002년에도 혼빙간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었다. 당시에는 재판관 9명 중 7명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7년이 지난 지금 위헌판결이 난 것은 결혼과 성에 대한 국민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겨나 혼전 성관계를 형사 법률로 적극 보호할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개인의 사생활의 내밀한 부분까지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은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헌법재판소 공보관 노희범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약자 보호 사이에서

1955년 10월 한국의 카사노바라고 불린 박인수(당시 26세)사건으로 한국사회에 혼빙간의 심각성이 조명된 바 있다. 박 씨는 제대한 해군대위라고 자신의 직업을 속인 후 고위관료의 딸과 명문대 여대생 등 상류층 여성 70명을 농락하였다. 법원은 박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였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박 씨는“만난 여자 중 처녀는 미장원 종업원 한 명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1심에서 재판장은 무죄를 선고하며“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 보호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판결과에“보호되야 할 성과 보호되지 않아도 되는 성을 구분하는 것은 성을 위계화 하는 것”이라며 여론이 거세게 비난하자 2심과 3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가 여성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혼빙간을 처벌해 왔으며 혼인빙자간음죄는 1953년 제정되어 56년간 맥을 이어와 성(性)에 관련해 보수적인 우리사회의 단면을 비추어주는 거울역할을 했다. 사실 혼인빙자간음죄는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우리사회의 혼빙간이 통일 이전의 서독의 형법에 있던‘사기간음죄’를 근간으로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작 서독은 1969년에 이 조항을 폐지했으며 현재 미국의 일부 주와 터키와 루마니아, 쿠바 등 소수국가들만 혼빙간을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성의식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북한조차 혼빙간을 처벌하지 않으며 간통죄 또한 1974년에 폐지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판례는 유부남이 미혼이라 속인 경우와 동거하면서 다른 여자와 결혼한 경우 정도만 그 죄를 인정하고 있다. 남자의 결혼의사유무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혼빙간 고소 추이가 2004년 784건, 2006년 764건의 하강세를 타고 있으며 2009년 7월 기준으로 285건으로 집계되는 등 계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0년간 고소한 사건의 기소율이 약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 혼빙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 돼왔다. 더불어 혼빙간 처벌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었다. 김형준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세계일보의 혼빙간 폐지 토론 코너에서 폐지해야하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형법은 인간의 기본권을 가장 강력하게 제한하는 형벌을 수단으로 하는 만큼 그 적용은 보충적이고 최소한이어야 한다. 둘째, 현행법상 혼인빙자간음죄는 그 객체인‘부녀’가 혼인을 빙자하는 남성에게 속아 성관계를 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부녀 즉, 여성은 성관계에 대한 의사결정을 제대로 행사 할 수 없는 존재로 평가될 우려가 있다. 현재 국민 일반의 교육상황이나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하면 여성의 성을‘정조’차원에서 평가하던 가부장적 시대의 가치를 관철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이 죄는‘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만을 그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죄의 보호법익이 정조가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이라고 보면 남성이나 음행의 상습이 있는 부녀를 그 대상에서 배제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이는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넷째, 이 죄는 빙자나 위계라는 고의의 입증상 어려움으로 인해 이를 순순히 시인하고 반성하는 자는 처벌되고 이를 끝까지 부인하는 교활한 자는 처벌 할 방법이 없다는 불합리와 모순이 존재한다. 여성부도 같은 맥락에서 혼빙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은 정조 또는 처녀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여성만을 피해자로 취급하는 것은 남녀평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주장에 브레이크를 거는 이들도 있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세계일보의 혼빙간 폐지를 두고 토론하는 코너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혼빙간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혼인빙자간음죄는 전통적인 봉건 규범을 옹호하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윤리문제가 사회적 규범을 넘어 오히려 법적 규제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관련 당사자의 관계에서 피해자는 언제나‘약자’라는 점 때문에 법적 정의의 힘에 의지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대등한 주체간에 일어나는‘간통죄’와는 다르다. 피해자인 약자에 대한 별도의 보호조치 없이 혼빙간을 폐지한다는 것은‘기망’행위를 언제나 윤리적인 문제이며 국가법익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혼빙간 폐지에 반대의견을 표명한 헌재의 송두환 재판관은“어떤 부녀가 어떤 남성의 적극적 위계, 기망행위에 의하여 성관계를 갖게 된 후 나중에 그것이 위계, 기망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혼인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깨져 심각한 정신적 고통 및 신체적 후유증을 감당하게 된 경우를 ‘해악적 문제가 수반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며“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녀 간의 은밀한 사통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이라면 모르되, 피해부녀가 상대방의 위계와 기망에 의한 피해를 입고 상대방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적극 요청하는 경우를 남녀 간의 내밀한 사사(私事)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여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의 입장 또한“현행법이 과잉금지 원칙(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제한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하는)에 위배될 정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혼인빙자간음 법률조항은 남녀평등에 반할 뿐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다”며“이는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법률이며 개인의 성행위는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부분으로 국가는 최대한 간섭과 규제를 자제해야 한다. 성적인 사생활의 경우 다른 생활영역과 달리 형법을 적용하는데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결정적인 요지는“남성이 해악적 문제를 수반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을 유혹하는 성적 행위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억제되어야 하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유혹의 방법은 남성의 내밀한 성적자기결정권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또한 애정행위는 그 속성상 과장이 수반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 유도행위 또한 처벌하여서는 안 된다”는 법적 근거이다. 이와 같은 헌재의 결정은 여성부의 주장, 현대사회의 개방적인 성(性)인식과 맞물리면서 56년간의 혼빙간으로 인한 시시비비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간통죄는 남자의 외도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고 여성의 경제적 권리 획득에도 필요하다” VS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한다”


다음 타자는 간통죄, 아웃될 것인가

간통죄가 폐지되면 동물의 세계로 변한다?

세계적으로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가 사라지는 추세다. 지금 우리사회가 오랫동안 제기되어왔던 혼빙간과 간통죄의 존폐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는 이유는 단지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권리신장을 위해 법을 교통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법은 사장(死藏)시키고 있어야 할 법만 존속시키자는 것이다. 교통정리 되어야 할 법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인권의 보호차원에서 자꾸만 부딪히게 되는 혼빙간과 간통죄에 대해 해묵은 유교정신을 관철시키기만 한다면 끊임없이 논란이 되풀이 될 것이기에 해결을 보자는 것이다. 물론,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한국사회에서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행위에 법적인 처벌을 가하지 않는 다는 것은 국가가 묵인하는 것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법의 실효성 차원에서 판단해 보면 간통죄에 대한 처벌이 간통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없으며 간통죄라는 이름의 형법이 아닌 여러 민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간통을 하는 사람들이 처벌이 두려웠다면 자신의 욕망에 제동을 걸었을 것이다. 또한 간통을 하지 않는 이들도 간통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간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와 순간의 짜릿함을 즐기는 것보다 배우자를 배신하지 않고 배우자와의 사랑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간통죄가 있어도 간통할 자는 계속 할 것이고 애당초 할 마음이 없는 이는 안 할 거라는 얘기다. 또한 간통죄가 존재함으로써 개인의 복수심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성행위를 빌미로 한 협박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보아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간통죄로 피해자가 입을 정신적 보상을 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치면 부부가 아닌 연인관계에서 이별을 통보하는 측에도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며 형법이 아닌 민법으로도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간통죄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늦추는 이들이 있다면 간통을 하는 순간 배우자가 이제까지 주었던 사랑과 믿음을 영원히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법적인 처벌을 떠나 간통은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통죄의 존재여부를 떠나 간통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이므로 그 죄책감으로 인한 고통과 배우자를 잃은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이와의 성관계가 주는 쾌락은 남은 인생에서 계속될 고통과 허탈감을 동반한다. 이성적인 사고로 무엇이 자신의 인생에 플러스가 될 것인지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간통을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다. NP


혼빙간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최근, 급속한 성 개방 사고의 확산과 성과 사랑은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닌 개인의 사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으며, 성도덕 유지라는 사회적 법익 못지않게 성적자기결정권의 행사라는 개인의 법익이 더 중요시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새로운 시대적 발상을 중시했다. 이로 인해 개인의 성행위에 대한 법적규제를 가하고 있는 간통죄역시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헌재는 지금까지 총 4차례 간통죄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작년 10월, 5대 4로 위헌의견이 더 많아 간통죄가 한국사회에서 없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형법 제241조 1항은“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간통죄의 경우, 법정최고형이 징역 2년형이다. 하지만 성관계 횟수만큼 죄의 경중이 정해지므로 여러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경우 경합범으로 인정되어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간통죄로 고소된 이가 실형선고를 받는 경우가 적으며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더 많은 편이다. 특히 부부관계가 파탄직전에 달해 있는 경우에 간통죄를 저지르면 정상 참작한다. 반면, 원만한 부부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간통죄로 배우자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준다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하여 구속수사로 처벌한다. 영화‘바람피기 좋은 날’에서처럼 배우자가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발각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지만 피해자 측에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를 수집할 방법은 많지 않다. 또한 간통죄 고소는 필히 이혼청구소송과 함께 진행해야 하므로 후에 고소인이 이혼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간통죄 고소의 효력도 무효화된다. 하지만 간통으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
와 같이 개인의 성(性)생활과 사적인 가정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혼빙간과 비슷한 맥락에 있음에도 작년, 헌재가 합헌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름 아닌 보호대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탤런트 옥소리 씨 등이 제기한 간통죄 위헌소송에서 합헌 결정한 반면 혼빙간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 헌재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두 죄는 실제로 규율하는 대상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혼빙간은 남성만을 처벌하고 여성을 객체화 하여 평등성 문제가 있으나 간통죄는 기혼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어 같은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헌법이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간통죄의 공익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또한 혼빙간으로 기소된 이는 연 평균 27명에 불과한 반면, 간통죄로 기소된 이는 연 평균 1천 900명에 달해 간통죄 처벌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한다. 간통죄 존속을 주장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간통죄를 없애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한다. 서원대 법학과 최병록 교수는“간통죄는 남자의 외도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고 여성의 경제적 권리 획득에도 필요하다”고 한다. 이혼할 경우 여성이 재산과 양육의 책임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간통죄 존속을 통해 최소한의 권리가 뒷받침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여성주의 저널‘일다’의 조이여울 편집장은“간통죄가 여성의 성을 억압하기 위한‘정조권’의 개념에서 탄생했으며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 각국, 간통죄를 다스리는 것도 제각각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최근 한 영국 남성은 필리핀에서 남편과 별거 중인 한 현지 여성을 만나 아이까지 두었다. 그러나 필리핀 여성의 남편이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했으며 필리핀 법원이 규정하는 최고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을 처지에 놓였다. 두 사람은 남편이 요구하는 보상금인 7000파운드(한화로 약 1300만원)를 지불해야 실형을 피할 수 있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로 이혼자체가 불법이며 간통을 엄히 다스린다. 한국사회와 마찬가지로 유교문화권인 대만과 멕시코, 스위스도 간통한 자를 처벌한다. 미국의 텍사스 주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유사한 권리를 인정한 이후 현재 간통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메릴랜드 주는 간통죄 자체가 사문화(死文化)되고 있다고 여겨 10달러의 벌금형만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1947년 간통죄를 폐지했으며 인도에서는 간통을 저지른 남성에게만 최고징역인 5년형이 선고되며 여성은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편 핀란드, 벨기에, 스웨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대다수의 EU국가들은 간통을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으며 덴마크는 1930년에, 독일은 1969년에, 프랑스는 1975년에 간통죄를 폐지한 바 있다.


“처벌이 무서워서 간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배우자를 두고 다른 이와 순간의 짜릿함을 즐기는 것 보다 배우자와의 사랑과 믿음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