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마술로 일본을 뒤흔든 신의 손 임재훈”
미국과 유럽진출 코 앞, 세계의 무대에서 그의 마술이 펼쳐진다
2010-01-28 이민아 기자
Q. 이번 경인년을 맞아 신년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0년이 행복한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열심히 노력해서 발전하는 모습 보여 드리고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시고 응원 부탁드립니다.
Q. 마술사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운동화 끈을 잘랐다가 다시 붙이는 마술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마술이 너무 신기해서 방법을 알려달라고 마술을 보여 준 친구를 1주일 내내 쫓아다녔어요. 결국 그 운동화 끈 마술은 알려주지 않았지만 또 다른 마술을 저에게 가르쳐 주었고 그 계기로 마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거죠. 그 이후로 혼자서 TV에 나오는 마술프로그램을 보고 공부하기도 했고, 마술학원에 다니기도 했었죠. 저에게 마술을 시작하기 위한 동기를 준 그 친구는 지금 연락이 잘 되지는 않지만 마술사의 길을 걷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Q.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마술사 공부를 선택하기가 쉽지 만은 않았을 텐데 주위에서 만류하지는 않았나.
가장 반대를 심하게 했던 분은 부모님이셨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 강하게 반대하셨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성적이 상위권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크셨던 것 같아요. 학업을 그만두고 마술을 하는 것이 탐탁치 않으셨겠죠.“밥벌이가 되겠느냐, 학교공부를 그만두는 것은 말도 안 된다”하시면서 만류하셨어요. 고등학교 중퇴를 하고 일본유학을 갈 계획에 대해서도“남들이 고등학교 3년 동안 공부할 시간에 열심히 노력해서 마술공부를 한다면, 분명히 그에 걸맞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거의 한달 동안 어머니를 설득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마술에 대한 저의 열성을 보시고 어머니께서 저에게“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거면 해라”하시며 허락해 주신 덕분에 일본에 건너가 재일동포 마술사‘유지 야스다’선생님 밑에서 마술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Q. 무대에 섰던 기억 중, 어떤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나.
마술을 시작한 건 8년 째 이지만 무대에서 프로마술사로서 공연을 시작한 것은 2005년도부터 이었습니다. 공연을 하면서 실수를 저지른 공연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겠죠. 좋은 기억이 남는 공연은,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어리다 보니 관객 분들이나 공연 관계자분들이‘저렇게 어린데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고 못미더운 눈초리를 하시다가 공연이 끝난 후, 저를 직접 찾아오셔서“공연 정말 잘 봤다, 수고하셨다”며 저를 인정해 주실 때가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저의 홈페이지에 찾아와 주셔서“좋은 공연이었다”며 소감을 남겨주시고 응원해 주실 때가 가장 기분 좋고 기억에도 남습니다.
Q. 가장 자신 있는 마술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비둘기 마술이 가장 자신이 있죠. 처음에는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는 마술은 비둘기 마술이 아니었습니다. 비둘기 마술을 사실 시작한 지는 3~4년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마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그 과정이 거듭되는 동안 발전하게 되었고, 대회에서 상도 타게 됐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비둘기 마술을 집중훈련해서 더 업그레이드된 마술을 선보일 수 있게 됐고, 국제대회에 나가서도 인정받게 되면서 비둘기 마술에 자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둘기는 아무래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마술도구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해외공연을 갈 때도 비둘기는 데리고 나갈 수 없습니다. 다른 마술사들은 자신이 늘 쓰던 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저는 해외에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비둘기로 다시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해외공연을 갈 때마다 구경할 시간조차 없고 호텔 방안에서 비둘기를 훈련시키고 있죠(웃음). 그리고 어떤 분들은 비둘기를 염색시키는 것에 대해“비둘기에 유해한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는데 인체에도 무해한 식용색소를 사용하여 염색시키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저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비둘기 모이를 챙겨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리 청소도 해 주고 영양식도 챙겨주면서 애정을 갖고 최대한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웃음).
Q. 무대공연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가.
만약, 다음날 7분의 공연이 있다면 7분을 위해서 그 전날 하루를 모두 투자해야 합니다. 세트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 보고 고장 난 것이 있나 점검하고 수리합니다. 비둘기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영양식을 먹이고 돌보면서 다시 호흡을 맞춥니다. 더 나아가서 이 7분의 공연을 위해 아이디어를 1년 동안 생각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시키는데 약 2년이 걸립니다. 마술은 음악과 타이밍이 중요해서 관객 분들이 언제 놀라야 할 지 잘 알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마치 개그 프로그램에서 웃어야 할 타이밍이 생명인 것처럼 말이죠. 대회의 규모, 공연시간에 구별 없이 어떤 마술이든지 오랜 공을 들여서 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시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임재훈 씨는 매우 행복할 거 같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고, 이 일을 하면서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한마디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청소년들도 자기 나름대로의 꿈이 있고 자신이 모티브로 삼는 롤 모델이 있을 텐데 명문대학만을 목표로 하는 입시공부로 인해 자신과 맞지 않는 과에 지원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동부산 대학의 매직 엔터테인먼트과에 입학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에 입학하셨으면 하고, 본인의 열정만 있다면 학교 간판에 얽매이지 말고 적성에 맞는 곳에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Q. 일본의 아사히 TV‘GOD HANDS 2’방송에서 세계의 내로라하는 마술사들을 제치고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국제적인 마술사로서, ‘마술사’ 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제가 아직 미국과 유럽의 마술대회에 나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국제적인 마술사라는 말은 조금 쑥스럽네요(웃음). 마술사에 도전하는 분들께 저는“항상 노력을 하고 마술만을 생각하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제 홈페이지에 찾아오셔서“공연보고 감동받았습니다. 저도 마술사님처럼 열심히 노력해서 마술사가 되고 싶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면에 힘들다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계세요.“공연을 했는데 실수를 했어요”,“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아요”,“가족들이 제가 마술하는 것을 싫어해요”라고 사연을 올려주십니다. 하지만 공연에서 실수를 했으면 더 노력해서 다음 공연을 성공시키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면 됩니다. 그리고 저도 마술을 시작할 때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렇게 마술사로서 마음껏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술사가 되기를 바라신다면 반대를 무릅쓸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직업이든지 슬럼프는 찾아옵니다. 기자님도 일하시면서 슬럼프를 겪으셨을 텐데(웃음), 마술도 마찬가지로 슬럼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저는 5년 후, 10년 후의 마술시장이 더 확장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지금 마술사를 꿈꾸는 분들이 본인의 의지대로, 열정대로 노력을 해서 멋진 공연을 펼치는 마술사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야 저도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연습하고 발전하게 될 테니까요.
Q. 존경하는 마술사 또는 롤 모델이 있나.
이은결 선생님과 최현우 선생님처럼 되고 싶고, 항상 그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또한 저의 스승이신 유지 야스다 선생님은 일루전(illusion)마술에서 최고라고 불리고 계십니다. 일루전 마술이란, 스테이지에서 사람을 사라지게 한다거나 하는 대형마술입니다. 저도 그 분처럼 마술에 있어서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제게는 한 가지 목표가 있는데, 라스베이거스의 별 다섯 개짜리 호텔 공연장에서 장기공연을 하고 싶고, 제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로 인해 전 좌석이 매진되는 경험도 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대중적인 마술사, 관객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롱런하는 마술사가 되고 싶습니다.
Q. 신년활동계획이 있나.
올해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 스케줄이 많이 잡혀있습니다. 아직 공연을 해보지 못한 미국, 유럽에서 제 마술을 보여드리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 올 해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재미있는 마술을 많이 개발해서 방송, 공연으로 많이 찾아뵙고 싶습니다. 2009년보다 더 바쁜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각박한 삶속에서 언제나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마술이란 사람이 공중에서 사라지고 물체가 변하는 것들만이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감정을 공유할 수 있고 오랜 친구처럼 쉽게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마술이다. 이제 세계의 무대에서 활약할 마술사 임재훈 씨의 손에서 시작되는 놀라운 마술을 기대해 본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