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무한하나 아직 갈 길 멀다”
환자들의 희망을 미끼로 미완성인 줄기세포치료 강요하는 곳도 있어
2010-02-25 이민아 기자
줄기세포는 한국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박사가 중병과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치료 연구 성과를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줄기세포치료로 인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세계인의 희망과 기대를 등에 업고 인류를 위한 위대한 도약을 하려던 참이었다. 또한 줄기세포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은 막대한 것이었다. 황우석 박사의 이름이 세계의 저명한 연구학회지에서 오르내리면서 우리 국민의 마음도 들떴다. 하지만 연구조작이라는 날벼락이 떨어지면서 국민영웅, 전 세계의 영웅인 황우석 박사의 명예와 그동안의 실적도 모두 전락하게 되었다. 또한 줄기세포에 모든 것을 걸고 황우석 박사를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연구조작을 주장하는 사람들 간의 팽팽한 대결이 계속되면서 줄기세포의 발은 묶여 버렸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줄기세포연구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일시정지 되었던 국내의 줄기세포연구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편, 아직 미완성 단계의 줄기세포치료를 강요하는 병원도 있어 부작용의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줄기세포를 둘러싼 논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황우석
“한국은 황우석 사태 이후 사실상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이 멈춰진 상태, 미국과 일본의 활발한 연구지원과 대조 이뤄”
세계는 줄기세포연구에 주목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은“연방정부의 과학적 결정은 정치의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정치적인 이유로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연구가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행정명령 발표 전부터 이미 캘리포니아 정부는 연간 3000억 원 규모로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해왔으며 미국 전체로 따졌을 때, 약 1조원 이상의 국가재정이 줄기세포 연구에 투자되었다. 뿐만 아니라 성체줄기세포와 함께 배아 줄기세포 연구까지 미국 내에서 임상시험이 승인되기 시작했다. 부시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규제하는 동안 경쟁국인 영국과 일본은 최근 5년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큰 진척을 이루었다. 일본은 일반 세포를 이용해 윤리문제가 없는 배아줄기세포를 개발하였고, 영국은 배아줄기세포 은행을 설립하고 상업적인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후에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 연구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래의료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줄기세포 정책을 전환하게 되었다. 황우석 박사가 큰 기대를 걸었던 바와 같이 줄기세포는 병의 근원을 치료하고 개인별 맞춤치료가 가능케 하므로 미래 의료산업 변화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며‘의료산업의 금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줄기세포 관련 시장은 2012년에 32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다수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성체 줄기세포 분야가 180억 달러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배아줄기세포 관련 분야도 임상시험 및 치료적 임상시장을 중심으로 약 5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배아줄기세포의 연구 및 상업화 관련 규제정책은 미국, 영국, 한국 등이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대부분의 나라가 연구 및 치료 목적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허용하고 있으나, 인간 이식 등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줄기세포 연구변화에 따라 규제내용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영국은 2007년에 연구목적의 난자 기증 및 이종 간 체세포 복제를 허용했다. 미국은 국립아카데미에서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규제 수정안을 발표하였다. 한국은 2005년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촉진에서 연구규제로 정책방향이 전환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에 반하는 정책으로 국내 생명공학기술의 진보가 한 발 늦어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가별로 줄기세포 분야에 상당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연방정부에서는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지원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주정부에서는 지원하고 있었다. 영국과 일본은 줄기세포 분야를 중점 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재정지원을 위한 관련 법안이나 장기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한국 역시‘줄기세포연구 종합추진계획’을 바탕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금의 규모가 영국, 일본 등에 비해서 30~40% 에 그친다. 영국은 줄기세포 촉진 법안을 통해 10년간 정부지원 7,000억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민간 및 정부 공동으로 2조 원을 지원한다. 미국은 미 국립보건원 투자가 매년 6,000억 원 이며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0년간 3조원, 일본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매년 1,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줄기세포연구 종합추진계획은 10년간 4,30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책전환은 국가 간의 치열한 연구경쟁을 유발시켜 줄기세포의 상업화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일본 등은 이미 연구비를 증액하거나 줄기세포 상용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일본은 2008~2009년에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3,600만 달러를 투자하였으며 유럽연합은 2007~2013년까지 줄기세포 연구에 650억 달러 를 투자할 것으로 발표했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줄기세포의 상업화를 앞당기기 위해 각종 연구규제를 완화하고, 임상시험 승인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개별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수준에 그쳐, 향후 상업화까지는 많은 기술적 난관을 돌파해야”
아직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줄기세포
전 세계에서 많은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는 현재까지는 개별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수준으로, 향후 상업화까지는 많은 기술적 난관을 돌파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줄기세포의 확립, 대량배양, 조직세포로 분화조절, 인체실험 등의 단계를 차례로 거쳐 기술을 안전하게 확보해야 한다. 현재는 다양한 방식으로 줄기세포를 얻는 기술이 연구되는 단계에 있을 뿐이다. 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에서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도 높다. 배아줄기세포와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의 경우, 세포를 얻는 과정에서 폐기된 인공수정란 또는 난자를 이용하므로 윤리적 논란도 여전하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할 경우, 신체 내에 미량 존재하므로 이미 정해진 세포로만 분화가 가능하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 태반 등에 존재하며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일반 세포에서 얻어지나 줄기세포 변환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성의 논란이 있다.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는 인간의 난자를 활용하여 제작하며 대량의 난자를 필요로 하므로 윤리적 논란이 가장 많다. 이토록 윤리적 논란과 부작용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아직은 위험한 기술임에도, 많은 이들이 줄기세포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암과 치매, 각종 뇌질환, 당뇨, 심장병과 같은 난치병에 대한 이해와 치료가 가능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 열쇠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아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변환될 수 있어,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치료의 범위와 효과가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존 의약품은 인종별, 개인별 특성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만약 줄기세포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거나 복원할 수 있으며 개개인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개인별로 치료제와 장기를 만들 수 있어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직은 줄기세포 채취 단계에 머물러 있는 현재 기술을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와 희망을 미끼로 시술을 강요하는 병원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성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줄기세포 지방이식술이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줄기세포 지방이식술은 복부나 허벅지에서 지방을 추출해 원하는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없고 자연스럽게 흡수돼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이론적으로 확실하게 정립이 된 분야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부작용 사례가 연달아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7일 MBC‘시사 2580’에서 방영된‘내 얼굴을 돌려주세요’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대학생이 지난해 10월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줄기세포 성형 전문 의원에서 줄기세포 자가지방이식을 받았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를 조명했다. 수술 후 이 대학생이 받은 수술 부위에 염증이 나타나고 코가 일그러지는 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줄기세포 지방이식 성형은 부작용이 전혀 없고 기존의 지방이식과 달리 수술이 끝난 후에도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여러 병원에 문의한 결과 다른 병원들과는 달리 유독 2~3일 안에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부작용이‘절대’없다고 강조한 의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유학을 일주일 남기고 복부에서 지방을 추출해 코와 볼, 팔자주름에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그는 수술 후 처음 설명했던 것 보다 얼굴이 더 부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며“곧 가라앉는다”고 했다. 하지만 영국에 도착한 후 병원에서 말했던 것과는 달리 불기가 점점 심해지고 복부와 볼 부분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기 시작했다. 수술을 하고 3주가 지나자 샤워를 하고 나온 그의 코에서 노란 고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바로 사진을 찍어 수술한 병원의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후 급히 연락을 취했다. 병원 측은“영국에서 항생제를 처방받고 일주일정도 복용하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항생제를 여러 차례 처방받아 복용해도 차도가 없었으며 통증이 지속되던 복부와 볼에서도 고름이 터지고 피가 나오자 그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영국의 대형병원을 찾았다. 영국병원에서는“성형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보인다”며“우리가 손을 대면 일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한 곳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지금까지 부작용 사례가 전혀 없었다”며“네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잘 생각해보라”며 오히려 추궁 당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우기씨는“현재 의료법상으로 성형 부작용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다만 민사소송에서 의료과실 책임 여부를 판단한 뒤 의료과실로 밝혀질 경우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부작용 없애고 더욱 안전하고 완벽한 기술을 갖기 위해서도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황우석트라우마를 극복해야
최근 국내 연구진이 지방조직에서 혈액줄기세포를 분리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 백혈병과 같은 혈액관련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고규영 교수 연구팀은 지방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비지방세포에 골수를 재생할 수 있는 혈액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그동안 쓸모없는 조직으로 인식되던 지방조직을 혈액줄기세포의 공급원으로 규명한 첫 연구라며 적은 비용과 쉬운 방법으로 혈액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혈액줄기세포는 주로 골수 내에 존재하지만 그 양이 제한적이고 생체외 증식이 어려워 연구나 치료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회지인‘블러드’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이례적으로 미국 혈액학회가 직접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같이 한국이 줄기세포연구에 있어 위상을 되찾고 선두에 점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두운 과거라고 할 수 있는 황우석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겠다. 한 번의 과오로 주춤하지 말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고 채찍질하여 도약할 시점이다. 줄기세포 연구의 제약보다 확대에 초점을 두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2005년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답보상태에 있는 줄기세포 연구 및 지원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다. 2006년 이후 350억 원 수준의 연구지원금은 75% 가량이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투입되고 있다. 한편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배아 및 성체 줄기세포, 역분화 줄기세포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종합적인 육성 및 교류가 필요하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정책 담당자, 시민단체,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합의를 도출하고 이에 근거한 정책을 운영해야 하겠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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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연구 관련용어
▲ 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로 구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근원이 되는 세포로 조직과 세포들을 다시 재생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체에는 극소량만 존재.
▲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수정란이 완전한 인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모든 조직과 세포로 분화되는 만능세포.
▲ 성체줄기세포: 특정조직이나 세포로만 자랄 수 있도록 능력이 제한된 줄기세포임.
▲ 제대혈: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다수의 성체줄기세포를 포함한다.
줄기세포를 얻는 4가지 방식
▷ 성체 및 배아 줄기세포는 체내에 존재하는 세포를 채취하여 배양하는 방식이나, 체내에 극미량 존재하여 분리가 쉽지 않으며,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인공적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와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체세포 복제방식은 핵을 제거한 난자와 체세포의 핵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과거 황우석 박사가 시도하였다. 역분화방식은 피부세포와 같은 일반 세포에 유전자조작을 가해 줄기세포로 바꾸는 방식으로, 일본 및 미국의 연구자들이 성공한 바 있다.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 연구
▷ 인간의 체세포 복제에는 실패했으나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부초기 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됨.
▷ 돼지 등 일부 동물세포 복제에는 성공하는 등 복제 장기 관련 연구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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