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기되고 있는 사법개혁 논의 확산
포커스 - 기로에 선 사법개혁
2010-03-02 이지영 기자
사법개혁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원과 검찰의 과제
최근의 시국사건 관련 법원의 판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용산참사, 광우병 위험 보도에 대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형사 판결,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무집행 방해 사건 판결,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한 판결 등에 대해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사법개혁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수사공개에 대한 검찰의 이례적인 반응과 시국사건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이 논란이 되면서 사법개혁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용산참사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 여부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논란을 빚었으며 광우병 위험 보도에 대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형사 사건,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무집행 방해 사건,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 사건 등에 대해 법언은 모두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사법개혁에 대한 공방이 일고 있는데 여당은 PD수첩 무죄 판결에 대해 사법 독립이 아닌 사법 독선의 판결이라며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법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압박했다. 한편 야당은 최근 시국 사건에서의 법원의 무죄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때문으로 개혁 대상은 검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사법개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법원은 판사 자질 향상과 재판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검찰도 그간의 개혁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시국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 논란에서 비롯돼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시민사회 단체들의 대립으로까지 번졌던 사법갈등 사태가 사법제도 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옮겨가면서 법원과 검찰의 막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우선 법·검간 충돌이 이념과 사회 갈등으로 비화됐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개별 판결에 대한 비판에 그치던 것이 곧바로 이념적 색깔이 덧칠해지고 사법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 증폭
법원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한쪽에서는 검찰에 대해, 다른 한쪽은 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네르바 박대성씨, 정연주 전 KBS사장,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시국선언 전교조 간부, 용산참사 수사기록 열람복사 허용에 이어 PD수첩에 이르기까지 최근 검찰이 의욕을 갖고 수사해 기소한 사건들에 대해 법원이 줄줄이 무죄 판결을 냄에 따라“검찰의 무분별한 기소”가 문제냐,“법원의 황당한 판결”이 문제냐를 두고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검찰과 법원 개혁의 우선순위를 두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검찰이 기소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결이 선고되자 법조계에서는“검찰이 재판에 넘길 만한 사안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기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연주 KBS 전 사장, 강기갑 의원, 전교조 간부 등에 대한 일련의 무죄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도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예측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미네르바’박씨가 법정에 설 때에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다. 인터넷 논객 글이 환율 등에 악영향을 줬다며 검찰은 수사에 나서 박 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박 씨가 허위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우리와 유사하게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하지만 검찰권 독립이 이루어져 위험성이 크지 않다. 특히 미국에선 검사가 기소를 하려면 대배심을 거쳐야 하므로 기소에 신중을 기한다. 우리나라 검찰이 정부정책에 피해를 주면 무조건‘공익에 반해 범죄’라고 단정해 기소를 한다면, 앞으로도 같은 사안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은 물론이고 정치권, 사회단체에서조차 반발이 쏟아져 나오자 이용훈 대법원장은“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며 최근의 반발을‘사법권 침해’로 규정하고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검찰은 법원의 잇따른 무죄 판결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PD수첩 정정보도 사건을 판결한 1, 2심 판사 6명이‘허위’라고 판단한 것을 단독판사 1명이 마음대로 진실이라고 뒤집었다며 법률을 떠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또한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은 판단하지 않고 재판부가 스스로(임의로) 공소사실을 정리한 뒤 이에 대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해 검찰의 공소사실은 판단조차 받지 못한 결과가 초래된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기에 갈등을 조정해 사회구성원들의 통합도를 높여야 하는 법원이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검찰 및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사법제도 개혁, 특히 현행 형사단독판사의 인사시스템을 고쳐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잇따른 법원의 무죄 선고가 모두 형사 단독판사들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여당은 PD수첩 무죄판결에 대해 사법 독립이 아닌 사법 독선의 판결이라며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법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압박했다.
법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동상이몽
도마에 오른 사법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동상이몽이다. 한나라당은 법관재임용제 및 재정합의부제 활성화, 단독재판부 경력 상향조정 등 법원견제를 주요 기치로 내걸었다. 반면 야당은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검찰의 직권남용에 대한 가중처벌, 압수수색 요건 강화 등을 내세우며 검찰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법원·검찰도 이참에 필요한 부분은 고치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법원 검찰은 정치권에 떠밀리기 싫은 듯 자체적으로 개혁 논의가 무성하다. MBC‘PD수첩’과 강기갑 의원 등에 대한 1심 무죄판결로 불거진 논쟁이 사법부 개혁으로 옮겨 붙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원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자 법원도 이에 호응하듯 개혁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사나 변호사 경력이 있는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등의 안에 대해서는 법원도 수긍한다. 한나라당 역시 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메스를 들었다. 큰 기류는‘법관 인사제도 개선’과‘재판제도 개선’두 갈래다. 한나라당은 사법제도에 타깃을 맞췄다. 재정합의제 활용과 사법행정권 강화 등을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사법부 내부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법관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게 이유다. 재정합의제는 단독판사들이 맡게 될 사건 중 정치적·사회적으로 반향이 큰 사건을 합의부에 맡기거나 단독판사 3명이 합의부를 구성해 사건을 심리하게 하자는 것이다. 재판에 신중을 기하고,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쏠리는 것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예상된다. 또 재판배당권이나 사무분담권 등 사법행정권을 통해 법원장이 이념적 성향이 있거나 자질이 부족한 판사들을 특정 재판에서 배제시키자는 것이 도입하자는 쪽의 취지다.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강화는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뜨거운 감자’다. 특히 재판배당권의 경우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촛불사건 재판개입’파문이 불거지면서 당시 일선 판사들이 재판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컴퓨터 추첨을 통한 사건배당을 요구했다. 이후 대법원이 이를 수용해 법원장의 재판배당권은 지금까지 행사되지 않았다. 신 대법관 사태 이후 재판 개입 논란을 우려해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다. 사무분담권 역시 특정 이념에 편향됐거나 자질이 떨어지는 판사들을 법원장이 직권으로 형사재판 등에서 배제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를 통해 법원장이 법관과 특정 재판을 통제하려 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과제로 남아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단독판사의 경력 강화와 법관재임용제 부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형사단독판사의 경우 현재 법관 경력 5년 이상부터 맡도록 돼 있는 것을 10년 이상으로 높이자고 줄곧 요구하고 있다. 경륜 있는 판사들에게 맡겨‘튀는 판결’을 막자는 게 한나라당의 단독판사 경력강화 취지다. 법원 역시 오래 전부터 단독판사들의 경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을 검토하고 있었다. 문제는 경력 10년 이상의 법관이 풍부하지 않다는 데 있다. 법관재임용제는 법관 임기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연임시킨 관행에서 벗어나 법관에 대한 엄격한 근무성적 평가로 재임용을 심사하기 위한 제도다. 법관 자질이 부족하면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핵심.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판결과 상급심에서의 파기환송 비율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 법관재임용 규정을 철저히 시행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력법관제(법조일원화)에 대한 요구도 있지만 이는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사나 변호사 경력 5년 또는 재판연구관 경력 3년 이상인 법조인 가운데 법관으로 선발할 것을 전면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사법부도 긍정적이다. 2008년 21명, 지난해 27명을 임용했고, 올해 28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사법부는 앞으로 이 비중을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거론되는 법원 개혁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제도”라면서도“일련의 무죄판결로 인해 정치권이 사법부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 사법부 통제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한나라당이 제기한 사법부 통제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법적 통제가 검찰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기회에 형사소송법 개정 등의 과정에서 검찰 수사권 강화라는 숙원을 해결할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은‘형사정책단’을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정치권발(發) 기소권 남용 등의 비판에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수사권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개정에서 영장항고제·사법방해죄·사법 협조자 처벌 감면제(플리바게닝)·양형기준법·참고인 강제구인제 신설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항고제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을 때 검찰이 곧바로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영장전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면 보강수사를 한 뒤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이어서 수사가 지연된다는 게 검찰의 추진 근거다. 영장실질심사제가 정착된 2000년 이후 법원에 대한 검찰의 반발은 주로 영장 문제에서 비롯됐다. 2002년 4월 광주지검 검사가 술을 마신 채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집무실을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이후 2007년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등 수사에 공을 들인 사건이 법원 문턱에서 좌초될 때마다 검찰은 발끈해 왔다. 영장항고제를 통해 2008년 75.5%까지 떨어진 구속영장 발부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검찰의 복안이다. 사법방해죄는 수사단계에서 거짓말을 한 참고인을 처벌하는 것이고 참고인 강제구인제는 수사기관의 출석에 응하지 않는 중요 참고인을 강제로 데려올 수 있는 제도다. 검찰은 수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인권침해 가능성과 공판중심주의에 반한다는 이유에서 반대한다. 2008년 참고인의 불출석 및 소재 불명 등으로 미해결의 참고인 중지사건은 2만 1507건으로 전체 형사사건의 0.86%다. 플리바게닝은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뇌물 사건 등에서 제3자의 범행을 진술한 사람에 대해 처벌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200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현실적으로 인정받기 어렵게 되자 검찰은 이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갈수록 지능화·첨단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은 인권침해 우려 이유에서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배심제가 아닌 우리 사법체제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추진하는 이런 제도들은‘검찰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민주당의 취지와는 정반대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대검 중수부 폐지, 기소권 제한, 수사기록 공개 등 검찰권을 제한하려는 의도에서 검찰개혁을 주장해 왔다. 한나라당 역시 검찰 수사권 강화가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올‘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야당은 법원을 압박하는 여당과 검찰에 대해 최근 시국 사건에서의 법원의 무죄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때문으로 개혁 대상은 검찰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제까지 진행된 각종 사법개혁 과정
최근 주요 시국관련 사건들에 대한 무죄 판결로‘좌편향 불공정’판결 논란이 일자 정치권과 법원을 중심으로 사법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면서 이제까지 진행된 각종 사법개혁 과정이 새삼 관심을 모은다. 사법부가 군사정권의 영향권에서 다소 자유로워진 1990년대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법원 바깥에서 각계가 모여 사법제도 개선을 본격 논의한 것은 크게 네 차례로 볼 수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년 사법제도발전위원회(사발위)를 비롯해 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 99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추위),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등이 그것이다. 1993년 사발위는 각계각층의 인사와 사회 원로들이 망라된 기구였으며, 95년의 세계화추진위는 정부 주도로 시작했다가 이후 대법원과 공동 추진됐다. 99년 사추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된 뒤 법무부가 실무를 맡았다. 2003년에는 대법원과 정부가 공동 추진하는 형태로 사법개혁 논의를 시작, 대략의 틀은 대법원이 중심인 사개위가 맡았다가 후속 작업은 청와대에 만들어진 사법제도개혁추진위가 담당했다. 이 기간에 법원 내부의 자체적인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1997년 법관인사제도개편위원회, 2000년 `21세기 사법발전계획', 2003년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 등이 만들어져 좁게는 법원 개혁, 넓게는 사법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결국 법원 안팎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올해까지 17년간 공식 기구로 사법개혁을 논의한 것만 8번에 달해 거의 2년에 한번 꼴로 사법개혁을 논의한 셈이다. 최근 정치권은 내달 임시국회에서‘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사실상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여서 총 9번째 기구 탄생을 앞두고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다시 부각된 단독판사 제도의 개선방안도 93년 사발위 출범 때부터 논의된 주제다. 그러나 당시에는 오히려 합의부가 심판할 수 있는 형사사건의 범위를 축소, 단독판사가 판결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또 97년 법관인사제도개편위는‘신속하고 능률적인 재판’을 위해 1심을 대부분 단독재판으로 하고 장기적으로 2, 3심을 합의재판으로 운용하는 방안까지 연구했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 활동 난항 예고
국회는 지난달 18일 본회의에서 사법제도개혁특위 구성안을 의결했으나 개혁의 방향과 대상 등에 대한 여야 간 근본적인 입장 차이로 향후 특위 활동에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법원 내 사조직 해체 및 판사 임용방식 개선 등‘법원 개혁’에, 민주당은 대검 중앙수사부 해체를 비롯한‘검찰 개혁’에 각각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한나라당은 법원개혁을 위한 사법개혁특위를,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위한 검찰개혁특위 구성을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특위 산하에 법원, 검찰, 변호사 등 법조 3륜에 대한 소위를 모두 두는 것으로 절충했다. 다만 한나라당은 법원개혁소위, 민주당은 검찰개혁소위 위원장을 각각 맡고 주력 소위에‘화력’을 전진 배치하는 등 활동 방향을 분명히 했다. 우선 한나라당은 법원소위원장에 당 사법제도개선특위에서 각종 법원개혁안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주성영 의원을 내정했다. 또 주 의원과 함께 당 특위에서 활동하는 박민식 여상규 의원 등도 법원소위에 배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소위에 공격수를 집중 투입했다. 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을 소위 위원장에 내정한 것을 비롯해 법사위 소속 박영선 이춘석 의원도 배치했다. 이 같은 기류 속에 양당은 비교섭단체 인원배분 문제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총 20명의 특위위원 중 비교섭단체에 배정된 3명을 자유선진당에 2명, 친박연대에 1명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민주노동당에 각 1명씩을 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오는 8월 중순까지 6개월간인 특위 활동 기간 세종시 문제는 물론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굵직한 정치 일정과 현안이 즐비해 있어 특위가 여야의 동상이몽 속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법원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자체 사법개혁안을 4월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여야 간 입법대치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성찰해 보고 이성적으로 사태를 마무리해야
사법개혁이라는 검찰과 법원의 갈등에 정치권과 이념단체 등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꼬이고 있다. 합리적 대안 제시는 둘째치고라도 이념과 정치 성향에 따른 편 가르기가 문제의 본질을 덮어버리고 있다. 초기에는 개별 판결에 대한 비판에 그치던 것이 곧바로 이념적 색깔이 덧칠해지고 사법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검찰 법원간의 갈등이 더 이상 확산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법원과 검찰의 구조상 그럴 가능성을 충분히 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련의 법원 판결은 법리 문제를 떠나 시각이나 입장 차에 따라 찬반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들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국론 분열 양상까지 초래해선 안 되며 양측이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그동안의 과정을 성찰해 성적으로 사태를 마무리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 스스로 국민의 입장에서 대안을 찾는 것이 순리 일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