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금지법, 해외원정 낙태 등 부작용 낳아”

출산과 양육으로 삶 전체가 뒤바뀌는 여성들의 입장 고려한 사회적 합의 제시돼야

2010-03-29     이민아 기자

고령화 사회로의 진행속도가 가져온 심각한 압박에 정부는 최근 낙태금지령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신고센터를 설립해, 전국 각지에서 낙태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받고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낙태시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들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될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산부인과 협회는 정부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회원을 강제로 탈퇴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화 되는 노령화 추세 속에서 낙태금지가 출산율을 높이고 국가생산력을 재고시킬 해결 방안이 될지 의문이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임신적령기의 여성이 2009년 1인당 평균 1.15명의 자녀를 출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05년 이래로 최저치에 달하는 수치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들을 시도했으나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결국 낙태를 금지시키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강압적인 방식으로 난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낙태에 관한 사회적 담론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도 아직 답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로인해 사회에 암묵적으로 허용되어 왔던 낙태문제가 한 산부인과 의사협회가 불법낙태를 시술한 병원을 고소한 것을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번에 낙태를 강하게 반대한 단체는 바로 프로라이프 의사회이다. 태아의 생명권,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 저출산 대책, 생명존중사상 등을 내세워 낙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근절하고자 한다. 그에 반하여 여성계 등 낙태 찬성론자들은 강력한 낙태 단속은 오히려 원정출산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며 근본적인 저출산 해법이 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인프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낙태단속은 근본대책 될 수 없다”


여성계, 여성의 몸은 출산도구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25일, 미래기획위원회의‘제1차 저출산 대응전략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낙태문제 해결의지를 천명하고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앞으로 낙태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의 의견을 모아, 2010년 1월 1일부터 모자보건법에 명시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를 제외한 불법임신중절 수술을 일체 중단할 것을 산부인과의사회 회원들에게 권고하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권고에 회원들이 적극 협조하여 산부인과의사회 회원 소속 병원의 90%이상이 시술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일부 극소수의 병원들이 중절수술을 시술하여 그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부작용을 보였다. 이를 차단하고자 낙태 근절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 2월 3일 서울 중앙 지방검찰청에 불법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3곳을 고발하였다. 지금까지 낙태는 굳이‘낙태 금지법’이라는 총구를 들이밀지 않아도 엄연한 불법이었다. 형법(269조)은 낙태하는 여성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270조)에 따르면 낙태시술을 하는 의사 등 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모자보건법 14조에서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인척간의 임신 ▲임신지속이 보건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산모의 건강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란 해석하기 나름이다. 때문에 낙태 비판론자들은 이 규정이 낙태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꼬집는다. 모자보건법 28조는‘이 법에 따라 낙태수술을 받은 자와 한 자는 형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아예 처벌 법규를 무력화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모자보건법 14조의 예외조항을 벗어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는 사실상 낙태를 묵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낙태를 단속하겠다는 정부방침을 놓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모자보건법은 과거 1973년 국회가 아닌 비상 국무회의를 통해 만들어졌다. 고려대 배종대 법학 교수는“당시에는 인구 억제가 급선무였기에 정부가 낙태를 사실상 합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학계에서는‘처벌하지 않는 법’이라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모자보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전주대 권창국 법학교수는“낙태죄가 보호하려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인데 실생활에서는 산모의 의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짐으로써 낙태확산의 원인이 됐다”며“산모와 가족 구성원의 입장, 태아 보호의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모자보건법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려대 배종대 교수는“세계적으로 낙태규제의 시기나 방법 등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겉으로는 금지하고 속으로 방치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낙태는 임신 기간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스위스가 임신 10주 이하로 가장 엄격하고, 독일 12주, 포르투갈 16주, 영국 24주 등이다. 한국의 모자보건법 시행령은 24로 돼 있어 관대한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낙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데에는 국내의 사회적 통념도 한몫 하고 있다. 가족계획 시대부터 자리 잡아 온‘낙태는 으레 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통념이 현재 많은 국민들이 낙태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실제로 임신 관련 상담이 이뤄지는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아이를 지우고 새 출발 하겠다”내지는“아이가 생겼지만 지금은 낳을 수 없다”는 식의 낙태를 암시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낙태를 심각한 범죄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처벌 법규마저 사문화되는 형편이다 보니 일부 산부인과들은 드러내놓고 낙태시술을 홍보한다.‘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진오비)의 최안나 대변인은“분만실도 갖추지 않은 낙태 전문 병원들이‘미혼임신’,‘수술’,‘처녀임신’등의 문구를 내세워‘낙태장사’를 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낙태를 쉽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낮은 처벌수위는 결국 여성들에게 낙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낙태가 여성의 몸에 미치는 악영향도 과소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낙태금지법은 낙태를 쉬쉬하며 감출 게 아니라 양지로 끌어내 국가적 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임신, 출산, 양육의 당사자인 여성들의 입장을 불사하고 국가의 인구증가를 꾀할 수단으로 낙태금지법을 시행한다는 것은 여성들의 행복추구권을 짓밟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한 여성 포털사이트가 지난달 20일부터 3월 1일까지 여성네티즌 2천 145명을 대상으로 벌인“낙태에 대한 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혼이나 미성년자일 경우 낙태를 선택한다는 응답자가 17%였다. 그 뒤를 이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서 10%, 가족계획 때문이 8%를 차지했다. 낙태금지법에 대해서는 78%가“낙태를 금지하되 부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분적 혀용의 이유는 임신 중 기형아거나 태아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가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6%의 응답자는 생명은 귀중하기 때문에 낙태금지법을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29%가 여성 신체 결정권과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낙태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낙태를 허용해 달라고 해당기관에 탄원서를 낸다”라는 응답자가27%,“불법 시술소 등을 이용하거나 외국으로 나가서라도 낙태하고 온다”는 응답자가 26%였다.“그냥 낳겠다”는 응답은 32%이다. 이러한 반응들이 한국의 모든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겠으나,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은 낙태를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원치 않는 임신’도 그에 못지않게 원하지 않는다. 양육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는 여성, 미혼이면서 아이를 양육하면서 사회에서 받게 될 손가락질과 육아부담을 안고 가야할 여성의 인생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일 것이다. 물론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여성의 것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지 찾아오는 육체적 심리적 부담을 여성혼자 안고 가야 하는
이 사회의 현실은 그야말로 부당하다. 이러한 처지에 놓여있는 여성들에게 제 살을 깎는 최후의 수단인‘낙태’의 선택권마저 거두어들인다면 이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인생은 너무나 참혹하다.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는 대가에 상응하는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몰라도 현재의 복지수준으로는 임신과 출산, 양육은 고스란히 여성의 부담이다. 또한 정부의 말대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여성들로 하여금 낙태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여성들을 국가발전의 출산도구로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껏 한국사회는 인구계획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바꿔왔다. 또한 앞으로도 인구계획을 변경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마다 출산하라, 하지마라 며 채근한다면 여성들에게서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 시민단체 20여 곳은 지난 3월 5일“낙태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고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낙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하여“임신, 출산, 낙태 등 여성의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 자신에게 있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채택하였다.“여성의 몸은 국가발전을 위한 출산도구가 아니다”라며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모든 억압을 거부하고 몸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낙태 고발 및 단속의 중단, 사회경제적 이유에 의한 낙태허용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병원 고발과 정부의 낙태신고센터 운영방침에 대해“여성을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 및 재생산권의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자율권을 통제하려는 반인권적인 발상”이라며“단속이 강화되면 낙태시술이 음성화하고 비용이 높아져 결국 여성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선언문 채택 배경을 설명했다.

강력한 낙태단속이 해결방안 될까
세계 최하위권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이번 정부의 낙태금지법이 과연 올바른 돌파구인지도 의문이다. 낙태 찬반 양쪽 모두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실시한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의하면 연 낙태 34만여 건, 그 해 출생아 수 43만여 명으로 낙태를 금지하면 출생아 수를 70만여 명으로 끌어올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산술적 계산에 지나지 않는 단순한 논리이다. 1960~70년대 산아제한을 목적으로 국가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권장하여 출산율 조절에 한시적으로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는 목적이 바뀌었을 뿐 국가가 나서서 또다시 개인의 임신과 출산, 낙태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이와 같이 출산과 양육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 경제적 인프라를 갖추지 않는 상태에서 행해지는 무조건적인 낙태 단속은 저출산율을 해결하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또한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하는 여성들이 생명을 경시하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낙태는 10~20대의 미혼 여성보다는 기혼 여성에게서 더 많이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혼 여성의 낙태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은 낙태가 문란한 성관계에 의한 임신보다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더 많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혼 여성의 낙태는 그 과정과 결과가 여성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 가족 공동의 책임이며 국가의 출산, 양육정책과 경제상황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함께 상충되어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임을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겠다. 더욱이 낙태를 강력히 단속한다고 하여 낙태가 근절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사법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낙태를 근절하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하지만, 여성계의 반응은 이와 상이하다.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조건의 사회, 경제적 조건과 미혼여성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여성들은 임신을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법적 단속이 이뤄지면 오히려 여성들은 낙태가 허용되는 곳을 찾아 떠나
는 원정 낙태, 또는 더욱 음성적이고 위험한 조건에서 낙태를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낙태를 강력히 금지했던 수많은 나라들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루마니아의 초대 대통령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부인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낙태한 의사를 사형에 처하는 등 강력한 낙태 금지령을 내렸으나 루마니아 여성들은 외국에서 낙태수술을 하는 등의 갖가지 편법을 동원하였다. 이는 결국 루마니아 여성의 건강을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최근 국내 병원들의 낙태시술에 철퇴가 내려지면서 중국으로‘낙태원정’을 떠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병원들이 전문 상담원을 두고 예약을 받는 등 한국인들을 상대로 낙태시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병원의 일례로 조선족 상담원이 한국인의 낙태 상담을 전담하고 있으며 상담원에게“임신 6주인데 낙태가 가능하나”라고 묻자“별도의 절차 없이 예약만 하면 진찰 후 수술이 가능하다”며“7주 이하의 경우의 비용은 보통 4000위안(67만원)선”이라고 한다. 또한“낙태수술 일정이 많아 일주일 후에 예약이 가능하다”며“중국에 와서 진찰 후 수술까지 며칠 대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병원은 한국인 상담원과 의사를 별도로 고용해 낙태시술을 한다.“한국에서 낙태를 하러가고 싶다”고 하자 상담원은 곧바로“원장님과 통화해보라”며 연락처를 알려준다. 중국으로 낙태원정을 떠나는 이유는 낙태에 대한 중국의 사회적 인식이 한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관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인해 지금도 산아제한중인 중국은 한 해 1300만 건 가량 낙태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며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도 중국 낙태원정을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오전에 수술을 받고 저녁에 돌아오는 당일치기도 가능하다.

프로라이프의사회,“낙태는 여성에게 백해무익”
프로라이프의사회는 정부의‘불법 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에 대해서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뚝딱 만들어진 여론무마성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기색이다. 일단 그들은 낙태금지법을 강력히 함으로써 연간 35만 건, 하루 1000여 건의 낙태가 근절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여성의 행복추구권, 선택권을 주장하며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낙태는 산모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산모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으며 오히려 정신적, 신체적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며“죄 없는 아기에게 자기 인생을 살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한다. 프로라이프의사회는“낙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자리 잡게 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먼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불법 낙태수술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몇 분의 동료의사를 고발했으며,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며“영유아 보육시설, 분만 지원금, 육아 지원금, 미혼모 지원, 기형아 지원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는 복지환경이 우리에게는 너무도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할 복지환경이 조성되면 낙태가 근절된다는 뜻이 된다. 아직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낙태를 근절하기만 한다면 낙태금지법은 루마니아의 여성들처럼 한국여성을 불행하고 비극적인 삶속으로 밀어 넣는 꼴이다. 물론 낙태가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은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어기니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위하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낙태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낙태를 굳이 엄격한 법으로 금지하는 일은 여성들로 하여금“왜 낙태를 못하게 하는가!”하는 반발만 일으킬 뿐이다.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피임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되겠다. 특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임교육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80년대 방식의‘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지긋지긋한 비디오’는 그만 틀고 그보다는 피임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한 정신적 고통과 낙태로 인한 더 큰 괴로움에 대해 필히 알려줘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은 초, 중, 고등학교 때부터 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어 사전에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제 더는“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식의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미 오랜 담론을 통해 밝혀졌다.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 스위스, 핀란드, 프랑스가 한국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되새겨 봐야 한다. 그들도 과거에는 한국과 같이 저출산으로 인해 국가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들이 낙태금지법으로 출산율을 높인 것은 절대 아니다. 산모가 원하는 사회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정 낙태를 근절하고 인구증가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강압적인 낙태금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출산과 양육의 당사자들의 심중을 헤아려 그들 스스로가 출산과 양육을 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