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도 속 동해 찾기···의지의 지도학자
열정을 다해 모은 고지도들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 한다
2010-04-28 김경수 기자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최대 규모의 고지도 전문박물관이다. 1200년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와 지도첩을 비롯하여 고지도 관련 사료 및 문헌 등을 소장하고 있다. 혜정박물관은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의 역사 지리 및 문화를 연구하는 중추적인 연구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과 학생에게 우리의 정체성을 알리는 교육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혜정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지도는 영국의 대영박물관보다 많다. 지난 2008년에는 소장 중인 고지도 중 ‘경기도, 강원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지도’ 4점이 국가지정 문화재(보물 제159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200년 전 가죽에 그려진 ‘잉카지도’, 1595년 벨기에에서 제작한 ‘일본열도’, 우리나라를 한반도로 표기한 1655년의 ‘중국지도첩’ 등은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김혜정 관장은 “우리 박물관은 그동안 모은 유물을 통해 ‘지도 속 동해 찾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한·일간 영토문제는 물론 한·중의 역사문제까지 지도를 열쇠 삼아 실마리를 풀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국제적으로 일본해라 표기되어 있는 동해(東海)의 명칭을 되찾을 수 있는 역사적 근거가 지도에 나와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은 2002년부터 우리나라의 영토와 영해에 관련된 학술 연구와 이를 통한 다양한 주제의 지속적인 특별전시회를 통해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갈등을 해결하는 근거 자료를 제공하고 고지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나 김혜정 관장이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제기한 ‘동해(Dong-Hae)’ 표기 관련 주장은 관련 국가의 관심과 학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고지도 속에 숨겨진 역사적 가치를 탐구
문학과 예술, 특히 그림을 좋아했던 김혜정 관장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고지도의 매력에 빠져 고지도 수집을 시작했고, 한 점, 두 점 수집하면서 고지도 속에 내포되어 있는 학문적 가치를 깨닫게 됐다.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 한국과 주변국, 특히 중국, 일본과 관련된 고지도를 중점으로 수집하게 된 것이다. 김혜정 관장은 “그 어떤 명화(名畵)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것이 바로 지도”라고 말한다. 때론 아름답고 화려하며 때론 세밀하고 단아한 고지도의 매력에 빠져 수집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남들이 말하는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김혜정 관장은 이렇게 자신이 모은 자료들을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 경희대학교에 기증을 결심했고, 학교 측은 그녀의 고지도 연구를 위해 연구소를 지원하고 국내최초의 고지도전문박물관 설립을 도와주었다. 그녀의 이름을 딴 혜정문화연구소와 혜정박물관은 고지도의 체계적인 연구와 함께 세미나, 전시,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고지도 속에 숨겨진 역사적 가치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모은 고지도 유물을 통해 ‘지도 속 동해 찾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일본해로 되어 있는 동해의 명칭을 되찾을 수 있는 역사적 근거가 지도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동해는‘East Sea’가 아닌‘Dong Hae’다
잊을 만하면 일본이 한 번씩 도발을 해오는 우리 땅 독도는 한국의 고지도는 물론 서양 고지도에도 대한민국 영토로 나타나 있다. 이런 독도 문제를 ‘동해 명칭 찾기 운동’으로 접근하고 있는 김혜정 관장은 국제적으로 ‘일본해(Japan Sea)’라고 불리고 있는 ‘동해(東海)’의 명칭을 찾을 수 있는 역사적 증거를 고지도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서양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명칭을 살펴보면, 동해는 16세기 후엽부터 18세기 초엽까지 ‘Ocean Oriental’, ‘Oceanus Chinensis’ 등으로 표기되다가,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는 ‘Gulf of Corea’, ‘Sea of Corea’, ‘Eastern or Corea Sea’ 등으로 표기되었다. 그 후 일본의 영향력이 우세해지는 19세기 중반부터 동해에 대한 명칭이 대부분 ‘Sea of Japan’ 또는 ‘Japan Sea’로 바뀌고 우리의 국권이 침탈되는 20세기 초반부터는 ‘Sea of Japan’ 또는 ‘Japan Sea’라는 명칭으로 굳어졌다. 김혜정 관장은 “고지도를 살펴보면 18세기까지는 ‘일본해’보다는 ‘동해’ 관련 지명의 표기가 더 우세함을 볼 수 있다”며 “고지도는 국제사회의 동해명칭 표기의 확산을 위한 중요한 역사적 근거인 셈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해는 단순히 동쪽에 있어서 동해가 아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사용된 명칭이기 때문에 ‘동해(East Sea)’가 아닌 ‘동해(Dong-Hae)’로 표기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화를 잘 보존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김혜정 관장은 “고지도는 우리 역사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고지도의 수집 및 연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 함덕에 정신지체아 시설인 ‘혜정원’을 설립하고 20여 년간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김혜정 관장은 “꿈 많은 자는 호기심이 가득하고 지도를 사랑한다. 꿈을 꾸다 보면 언젠가 그 꿈은 이뤄진다”면서 “아이들에 대한 내 사랑도 그 꿈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후학양성을 위해 경찰 대학교에 고지도전시관을 건립했고 나아가 세계최고의 지도전문센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혜정 관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회적 지원을 재차 강조했다. 열정과 애국을 지닌 김혜정 관장은 시대의 어른으로서 자신의 등을 보고 자라날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끝으로 김 관장은 정부가 나서서 건립해야 되는 고지도박물관을 경희대가 건립해주어서 경희대에 감사드리며 세계문화를 창조하는 경희대라면서 더욱더 세계의 대학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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