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강력한 대북조치
북한제 어뢰의 공격을 받아 수중 폭발한 것으로 최종 결론
2010-06-07 이지영 기자
‘북한의 군사도발’로 명백히 규정하고 북한에 대한‘단호한 대응’을 천명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한 민군 합동조사단은 5월 20일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의 공격을 받아 수중 폭발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해“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폭약 250kg 어뢰로 확인되었다”며“해저로부터 인양한 선체의 변형형태와 사고해역에서 수거한 증거물들을 조사 및 분석한 결과,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2010년 5월 27일 기준)
李대통령, 대북기조‘역사적 전환’천명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천안함 피격을‘북한의 군사도발’로 명백히 규정하고 북한에 대한‘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향후 대북 제재 조치의 얼개와 남북관계 운용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3월26일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희생자 수습과 원인 조사에 집중하는 국면이 이어져 왔다면 이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 국면에 들어섰음을 국내외에 알린 셈이다. 이날 이 대통령이 밝힌 대북 제재 및 대응 방안은 이전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수준이다. 우선 대북 대응 기조에 ▲북한의 추가 도발 및 대남 위협 행위를 선제 관리하는 안보태세 구축 ▲북한이 영해, 영공, 영토 침범시 즉각 자위권 발동 ▲남북 경협 및 대북 지원은 상호 정치. 군사적 신뢰 구축과 연계해 고려 등의 원칙을 담은‘적극적 억제(proactive deterrence)’의 개념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에 맞춰 이 대통령은 북한의 추가적 군사 도발에 대해서는 즉각 무력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일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남북 간 경협 사업 및 대북 지원을 중단하고,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허용된 우리 해로의 북한 선박 통과 역시 완전히 불허한다고 못 박았다. 개성공단 사업은 당장 중단하지는 않지만 일단 축소 운영하되 향후 상황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천안함 공격에 대한 북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으며, 천안함 피격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할 계획임을 밝혔다. 무엇보다 이 같은 강력한 대응은 과거 10여 년간의 대북 기조가 천안함 사태를 기점으로 역사적 전환을 맞게 됐음을 의미한다. 이른바‘햇볕정책’으로 상징됐던 대북 포용정책이‘천안함 사태 이후’에는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담화 첫머리에서“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패러다임 시프트(인식의 전환)’를 의미한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독회를 하면서 이 문장을 직접 집어넣었을 만큼 천안함 사태에 대해 많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북한 정권에 대해‘변화’를 주문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거명하는 대신‘북한 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 그리고 군부를 총칭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특히“무엇이 진정 북한 정권과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 현실을 직시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촉구한 대목은 핵 폐기 약속을 지킴으로써 국제사회의 인정과 도움을 받아 주민들의 피폐한 삶을 개선하라는 뜻이라고 이동관 홍보수석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안보 의식 제고와 국민 통합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국민의 안보 의식도 더욱 튼튼해져야 한다”,“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안보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등의 당부를 통해 이른바‘남남갈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안보 이슈에서만큼은 국론이 분열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국제조사단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군사도발이란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물증이 드러난 만큼 북한에 대해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며 강력한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이 잘못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軍,'‘北추가도발’예의주시..최악 시나리오 대비
북한의 전격적인 1단계 대남 공세에 돌입
북한은 25일 밤 노동당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1단계 대남 공세에 돌입했다. 그러나“강도 높은 위협 수사에 비해 알맹이는 적다”는 게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측 당국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조평통이 열거한 8개항의 대남 조치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위협이 될 만한 부분은 개성공업지구 동결과 통신연계 단절로 요약된다.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 중단, 남측 선박ㆍ항공기의 북측 통항 금지 등은 우리 정부가 먼저 5ㆍ24 대북 제재 조치에서 언급했던 내용들과 유사하다.“남북 당국 간 모든 통신연계를 끊겠다”는 북한의 선언은 대남 제재의 큰 틀로 상정한‘관계 단절’과 맞닿아 있다. 판문점적십자 연락사무소, 해사당국, 경의선ㆍ동해선 군 통신망 등 현재 운용 중인 남북 대화의 창구를 막아버리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들 통신망을 통해 방북 신청을 받지 않는다면 대북 사업은 좌초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정부의 대북 심리전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26일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개성공단을 겨냥했다. 실제 북측의 행동조치에 따라 개성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체류하던 우리 측 인원 8명이 이날 오후 전격 귀환했다. 결국 북한이 개성공단 카드를 내세워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을 저울질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개성공단 조치로 일단 경협사무소 폐쇄만을 지목했다. 이 기관은 입주기업들의 업무를 지원하면서 당국 간 대화 창구로 쓰였던 곳이다. 따라서 경협사무소를 폐쇄하더라도 당장 기업들의 생산 활동과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정부 당국자도“(조평통의 발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경의선ㆍ동해선 군사 채널을 막겠다는 북한의 엄포와 달리 우리 국민의 출ㆍ입경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추가 조치가 있을 때까지 공단 폐쇄와 같은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남북은 상당 기간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핑퐁 게임’을 지속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가 먼저 심리전 재개나 인원 철수 등 조치를 단행하면 북한은 이를 빌미로 추가 대응에 나설 것이고 정부도 강경 카드를 꺼내든 이상 양보 없는 긴장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대북압박 외교전...중국 설득이 관건
천안함 사태로 남북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한반도 정세에 민감한 주변 4강들의 외교전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이어져온 햇볕정책을 사실상 철회하고 대북제재에 나선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인 우방들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전통적으로 북한과 더 가까웠던 러시아 역시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대북제재 국제공조를 위한 외교전의‘마지막 관문’격인 중국은 여전히‘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핵 6자회담 당사국 중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등 4국이 북한, 중국과 대립구도를 형성하면서 특히‘중국 역할론’을 겨냥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정부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해온 미국 정부는 보다 강도 높은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은‘4시간여’라는 초단기 일정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정부가 취한 대응조치들은 신중하고 적절한 조치들로서 미국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미국은 북한과 북한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추가적인 대응조치들과 권한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이 앞으로 취할‘액션’이 일정한 방향성과 윤곽을 드러냈다. 우선 미국은 한국 측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방침을 적극 지지함으로써 다자 틀을 통한 대북제재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천안함 사건이 유엔 안보리 무대에 올랐을 때 미국 측이 주도적으로 대북결의안 채택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이 앞으로 적극적인 대중(對中)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점이 눈에 띈다. 클린턴 장관은“중국도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의 우려사항을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이 북한 지도부에 실질적인‘고통’을 주기 위해 강구중인 독자적 양자조치들이다. 미국은 과거 부시 행정부때 완화 또는 해제됐던 ▲적성국교역법 재적용▲테러지원국 재지정 ▲애국법 301조 적용방안 등 다양한 금융, 경제재제 조치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최고위층과 군부에게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는 고강도 금융제재 조치들이 중점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다만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와 다른 형식의 새로운 제재조치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미 양국이 굳건한 방위동맹을 과시하며 합동군사훈련의 구체적 강화조치를 검토하는 것도 북한에게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 미 양국은 ▲올 하반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역, 내외 차단훈련 ▲6월말 또는 7월초 한, 미 연합 대잠수함훈련 ▲‘팀스피리트연습’과 유사한 대규모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 실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경우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고위급 인사에 대한 일본 재입국 금지 규제 확대 및 북한 관련선박의 입항 금지 등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25일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러시아도 한국 정부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천안함 관련 국제 공조를 위해 한국 정부에 적극 협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유엔 안보리 문제를 포함한 대북 대응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면서 북한에 제대로 된 신호를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따라 한국 정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추진이 앞으로 힘을 받을 지 주목된다. 다만‘한반도 평화와 안전’이라는 조건을 단 점은 향후 본격적인 국제공조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에‘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떤 조치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장위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지금 상황에서 누구든, 어떤 조치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위배되는 행위에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누구든, 어떤 조치든”이라는 표현은 단지 북한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게 외교가의 시각. 북한의 도발도, 이에 대한 남측 정부의 강경한 입장도 모두 한반도의 평화를 해친다는 의미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힐러리 장관의 방한에 이어 28일 한중 정상회담, 29일 한중일 정상회담 등 정상급 외교안보회의가 잇달아 예정돼 있어 남북한 정부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천안함 외교전이 보다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지지 확보와 지원이 향후 유엔에서의 우리 정부의 주장과 입지를 확고히 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천안함 사건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G2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천안함’관련 유언비어 단호히 대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