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 한·미 전작권 2015년 12월로 전환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의 득과 실
‘미군에 계속 의존 불가’vs‘전작권 전환 여건부터’
군과 한반도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
한국과 미국이 2015년 12월1일로 전환 시기를 늦춘 전시작전통제권(Wartime Operational Control)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과 미군 증원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평시에는 작전통제권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행사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방어준비태세인‘데프콘3’가 발령되면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미군 대장)에게 넘어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수도권과 후방 방어 임무를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 및 2군사령부 예하부대 등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이양 대상에서 제외돼 유사시에도 한국군 독자적으로 작전이 이뤄진다.
그간 전작권을‘군사주권’과 결부시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으며 완전한 군사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전작권이 환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미 양국은 2003년 7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3차회의에서 한미연합지휘관계 연구를 의제화하는데 합의하고 그 해 11월부터 공동연구를 해왔으며 2007년 2월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2012년 4월17일 전작권을 전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한데 이어 지난 3월 천안함 어뢰 공격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안보상황 변화로 전작권 전환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다가 결국 2015년 12월1일로 3년7개월여 늦추게 된 것이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이양 역사는
전시작전통제권 연기 왜 2015년인가
한국과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연기시기로 2015년 12월1일을 제시한 것은 군사적 준비와 주변국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12월로 연기한 이유에 대해 크게 4가지를 꼽았다. ▶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한 독자적 능력 부족 ▶ 2015년 지상군 작전사령부 창설 ▶ 2015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이전 완료 ▶ 2012년이 전작권 전환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등이다. 우선 우리 군의 능력이 아직 전작권을 돌려 받을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전작권을 돌려받으려면 독자적인 정보획득 능력, 전술지휘 통신체계, 자체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실제로 해 보니 시간이 더 필요했다”며“2015년이 되면 그런 능력을 갖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5년에 지상군 작전사령부가 창설되는 점도 고려됐다. 현재 공군과 해군은 각각 공작사와 해작사가 있지만 지상군은 없다. 김 수석은 또“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이 2015년까지 끝나는데 한미연합 작전을 하는 것도 평택에 안정된 기지 갖고 하는 게 더 잘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전작권 전환 시기인 2012년에 한반도 주변 정세가 불안해질 요소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은 한국 대선이 예정돼 있는데다 중국에서도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임기가 종료되고 러시아와 미국도 모두 대선이 있다. 또한 2012년은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의 해라며 강성대국을 선포한 해다. 청와대는 전작권 전환 연기에 따른 예산의 추가 소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마련된 국방계획 안에서 무기 구매 등을 계속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전작권 전환 연기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전작권을 재연기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미 군 당국은 전환 시기 연기에 따라 북한의 핵위협과 천안함 사태로 부각된 비대칭, 특수전 위협 대비 방안 등을 전작권 전환 작업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권 전환은 국가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하고 실익도 면밀히 따져야 하며 명분과 이념만 따져서 추진할 일은 아니다.
우리 군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작권 전환 시기가 늦춰지면서 전작권 수행을 위한 능력보다 천안함 사태로 북한의 침투 및 국지도발에 대비한 전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예산 등의 조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또 이 과정에 전작권 행사에 필요한 핵심 능력 확보도 병행된다. 독자적인 정보획득 능력이나 전술지휘 통신체계, 정밀타격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까지 전작권 전환 준비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기본운용능력(IOC)을 점검한 뒤 내년 봄과 가을에는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고 2012년 4월 이전에 최종 검증하려던 계획도 연기된다. IOC 점검은 이뤄지더라도 FOC는 2014년으로 미뤄진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단독 행사하면서 유사시 북한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북한 전역을 독자적으로 정밀 감시하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현재 군은 미군이 KH-11 군사위성과 U-2 고공전략정찰기, RC-135 정찰기, 해상의 이지스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정보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께 고(高)고도 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도입키로 했으나 국방예산 부족과 전력증강 우선순위 등에 밀려 2015년께 도입을 추진하는 형편이다.‘한국군 주도-미군 지원’이란 새로운 지휘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려면 우리 군의 전술지휘통제체계(C4I)와 주한미군, 주일미군, 미 태평양군사령부 C4I체계가 상호 연동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작권 전환 작업에서 가장 진척 속도가 느린 것은 한국군 합동사령부와 평택에 위치할 미국 한국사령부를 연결하는 C4I체계 구축 작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택의 미 한국사령부에는 군사협조를 위한 동맹군사협조본부, 연합공군사령부, 연합 징후 및 정보운영본부, 연합작전협조단, 통합기획참모단, 연합군수협조본부, 연합C4I(지휘통제체계) 협조반, 다국적협조본부, 연합모델 및 시뮬레이션 협조본부, 합동 전장(戰場)협조단 등 연합 협조기구들이 들어서게 되는데 이런 기구들이 거미줄 같은 C4I체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방호시설 구축과 장사정포 및 지하 핵시설 파괴를 위한 정밀타격 전력 확보도 대부분‘2010~2014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되어 있다. 군은 2014년까지 1천억 원을 투입해 핵 전자기펄스(EMP) 방호시시템을 구축하고 지하시설 파괴용 벙커버스터(GBU-28)를 비롯한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 GPS유도폭탄(JDAM)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는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를 도입해 구축하는 작전통제소도 2012년께나 완성이 가능한 실정이다. 또 육군은 2015년까지 1.3군사령부를 통합한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를 창설해 현재 대구지역에 있는 제2작전사령부와 함께 2개의 작전사체제를 완료할 계획이다. 2012년께 지작사를 창설할 계획이었으나 인사와 군수, 교육훈련 등의 기능을 갖추는데 2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판단하고 창설시기를 조정한 것이다. 이렇듯 전작권 연기로 우리 군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남북관계는 경직, 한·미동맹은 최상 재확인
최근 천안함 사태로 더욱 경직된 남북관계는 전작관 전환 연기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군사적으로 북한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존재가 미국인 점을 감안할 때 전작권 연기가 한·미 군사적 동맹의 강화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전작권 연기의 결정적 명분과 배경이 천안함 사건과 북한 2차 핵실험에 있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불만스러울 여지가 있다”며“북한은 과거부터 주한미군 문제에 있어 민감한 입장을 보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전작권 연기는 향후 남북관계에 부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 시기의 연기로 우리는 일단 한·미 동맹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반도 안전을 보장받은 셈이다. 한미 양국이 전작권 전환시점을 오는 2015년으로 연기한 것에 대해 미국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안보정세를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라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브루스 벡톨 미 해병참모대 교수가“전작권 전환시점 연기결정은 타당한 판단”이라며“이번 결정은 한미 동맹이 최상의 상태에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벡톨 교수는“이명박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개선된 것이 전작권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전작권 전환시기가 당초 2012년에서 3년 뒤로 연기된 만큼 한국정부가 국방비 증액을 비롯한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개혁 세부사항에 대해 벡톨 교수는“한국의 자주국방 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전술지휘통제체제(C4I) 구축을 위한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 및 함대공 탄도탄 요격미사일(PAC-3 ABM) 도입 등 선진적인 국방시스템 개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그는“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북한이 해군력과 특수전 전력 등 여전히 잘 훈련된 재래식 군사력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면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방어할 수 있는 재래식 전력 확충에 한국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향후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은 한국과 미국 해군의 합동전력 강화에 초점이 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앨런 롬버그 헨리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전작권 전환시점 연기는 지난해 북한 미사일 및 핵실험과 올해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새로운 국면을 맡았다”면서“한국군은 전쟁 발발 시 지상군 대응의 대부분을 맡기 때문에 전작권이 한국의 자주국방을 해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전작권 전환 연기는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대북억지력의 지속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은“북한에 대한 안보대응태세를 약화시켜서는 안 되며, 특히 북한이 미국의 태도에 대해 오판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전작권 전환 연기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전작권 전환 연기가 우리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만큼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전작권 전환 연기 대가, 미국이 내밀 요구조건은?
3년 7개월을 충분히 활용해 나가야 한다
전작권 전환에 따른 군의 준비, 한반도 주변의 상황,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북한의 돌발 행동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2015년 12월로 전작권 연기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지만 찬반양론이 첨예했던 이 문제를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절차 없이 결정한 것은 유감스럽다. 전작권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사전에 국민들에게 모두 알릴 수 없겠지만‘안보주권’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지금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뭔가 양보한 것이 있다거나, 또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혹시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정부는 전작권 연기와 관련된 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공개해 미국에 다른 양보를 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전작권 전환까지 더 벌게 된 3년 7개월을 충분히 활용해 치밀하게 계획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더 이상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시간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