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이 만난 사람들 - 천재포커 이태혁
돈, 권력이 전부가 아닌 세상을 보다!
2010-08-06 이민선 기자
“지나친 승부욕, 집착의 선을 넘지 말아야 해”
“도박,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몇 해 전 강호동이 진행하는‘스타킹’에 천재포커 이태혁씨가 출연해, 완벽한 심리 게임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태혁씨는 카드를 이용한 갖가지 심리게임으로 MC 강호동을 비롯해 게스트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그의 유명세는 방송 이전부터 이미 자자했다. 천재포커. 그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수식어다. 하지만 그를 단순한‘천재포커’로 소개하기에 그가 가진 사고의 영역은 광활했다. 최근에 출간한 그의 두 번째 책‘사람을 읽는 기술’은 그가 단순히 도박만 잘 하는 사람이 아님을 증명한다. 본지에서는 이번 8월호에 이태혁씨의 오랜 포커인생, 그리고 넓고 깊은 인생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진리를 들어봤다.
■ 숨길 수 없는 천재성
■“도박사..운명이었다”
이태혁씨와의 만남에서 포커 얘기는 절대 빠질 수 없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도박사로 보이는 것을 꺼려했다. 실제로 그의 포커 이력은 2008년, 2009년 디렉터로 활동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포커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13살 때 처음으로 도박을 접했다는 그에게 포커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유는 간단했다.“이제 포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요”그에겐 이제 포커도 시시해진 것인가. 앞서 밝혔듯이 이태혁씨는 포커의 한 종류인 텍사스 홀덤의 권위자다. 텍사스 홀덤은 한국인들이 흔히 인터넷 게임 등으로 즐기는 파이브포커나 세븐포커와는 사뭇 다른 포커게임이다.‘족보’라 일컫는 순위는 동일하게 통용되지만 텍사스 홀덤은 단 2장의 카드만을 손에 쥐고 승부를 겨룬다. 나머지 다섯 장의 카드는 커뮤니티 카드라고 해서 바닥에 공통으로 깔린다.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공용카드가 한 장씩 펼쳐질 때마다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고 전략을 세운다. 텍사스 홀덤의 기본속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텍사스 홀덤의 권위자로 일컬어지는 이태혁씨는 그 누구보다 빠른 상황 판단과 전략가일 것임은 당연지사. 그가 확률계산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에도 월등한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는 실제로 어릴 적부터 총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어렸을 때, 기업 CEO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이 내게‘너는 남보다 뛰어난 머리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 놈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승부사 기질이 탁월했다. 그리고 겜블러가 된 것은 아마도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당구, 카드를 접했다는 그는 어린 아이인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 성인으로 인정해주는 세계가 좋았다고 털어놨다. 그에겐 운명이었다는‘겜블러’,직업적 매력을 물었다. 엄청난 돈을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겜블러’,매력적이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기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는“겜블러는 매력적이기 보다는 위험하다”고 단정 지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겜블러는 영화 속에 비춰진 화려한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가 언급하는 겜블러는 영화와는 괴리가 무척 크다고 했다.“사실 영화에서 겜블러의 모습을 너무 미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겜블러는 자신의 판단을 오로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한 일은 굉장히 외롭고 고독하고 힘들다. 그리고 의지할 데도 없다. 그렇게 되면 삶이 피폐해진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평범함을 꿈꾸는 특별한 존재
“사람들은 내가 고생 없이 편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사실 나도 살면서 실패를 많이 경험해 봤다. 도박을 해서 돈도 많이 잃어봤고, 사업에도 실패해봤다. 차이점이라면 단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인생의 굴곡이 깊을 뿐이다”평범하게 살고 있다지만 그는 평범하지도 평범할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언급하는‘평범함’은 간절함이 더해졌다. 13살 때 멋도 모르고 갔던 당구장 주인 샨초는 그의 남다른 총명함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가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루트대로 살 수 없음은 운명적으로 정해진 것이었다. 정말로 그는 군 제대 후 10여 년 간 외국을 떠돌았다. 물론 그 생활동안 세상,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깊어졌음은 그에게 크나큰 득이었다. 그에게 오랜 외국생활에 얻은 것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는“한국인들은 무엇이든지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물건이 외국에도 있으면“어! 이게 여기에도 있네”하고 놀란다. 국내에서만 생활하는 사람들은 한국인만의 특유의 사고를 갖고 타인을 판단한다. 하지만 나는 외국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었다”며 한국인 특유의 세계관에서 탈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물론 오랜 외국생활의 부작용도 없을 수는 없다.“넓은 세상을 접하다 보니 합리적이지 못한 국내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많이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오랜 외국 생활과 외적으로 묻어나는 깔끔함, 그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다. 그는“나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말로 자신이 미혼인 이유를 일축했다. 10여 년 간의 외국생활에서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의 사고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고 깊었다. 그는“나는 삶의 폭이 굉장히 넓은 편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사람들은 부산이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가까운 아시아도 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만으로도 그를 감당할 여자가 많지 않을 것임은 예상이 가능했다. 인터뷰 중에도 그는 연신“제 말을 이해하셨는지 모르겠네요”를 연발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만을 늘어놓으면 그만이지만 그는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하느냐 까지 파악한 후 다음 말을 이어간다고 했다. 섬세하고 깊은 사고가 일상화된 그가 예민하고 특이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그를 온전히 이해하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여자를 만나기란 무척 어려워 보였다.
# 나는 깊고 빠르게 습득하는 스타일이다. 이것은 매우 어렵고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또 빠르고 깊게 습득하기 위해서는 뇌를 많이 써야 하는데, 때문에 스트레스를 남들보다 몇 배 더 많이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성격이 까칠하고 예민하며 작은 것에도 행복을 잘 못 느끼는 편이다.
■ 돈이 전부가 아닌 세상을 알아가다
■ 상대방에게 내 정보를 노출하지 마라
지난 6월 말 이태혁씨는 그의 두 번째 책‘사람을 읽는 기술’을 출간했다. 제목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이 책은 그가 오랜 외국생활 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체득한 심리파악기술을 40가지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풀어냈다.‘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의 책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일반론이 집약돼 있다. 그래도 그가 신이 아닌 이상에는 어떻게 사람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슬쩍 그 비법을 물었다. 그는“사람 마음을 읽는 일이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일단 그는 사람을 대할 때 대략 10여 가지의 성향을 나열한 후 대화나 행동을 통해 그 정확도를 높여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포커페이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은 어떻게 간파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포커페이스’를 떠올리면 무표정을 지으며 마치‘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느끼지 못 합니다’라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정한‘포커페이스’는 유연한 표정을 짓는 것이 포인트다. 그는“포커페이스는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표정이 진짜 포커페이스다”고 했다. 그렇다면 포커 판이든, 우리네 일상에서든 포커페이스가 왜 그리 중요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 속에서 사는 우리는 이 치열한 삶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해야 한다. 물론, 내 정보를 노출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상대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만큼 중요하다는 것은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이태혁씨는 포커페이스의 필요성에“지금 사회는 호승심을 권하는 사회로 경쟁에서 이겨야만 사회적인 포지션을 가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경쟁에서 필요한 것은‘지피지기’다. 상대방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게 나를 들키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실상이 파악되지 않는, 막연한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예를 들면 어두운 방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그 안에는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나 동물,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것은 아마도 아무것도 파악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포커페이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들의 심리를 간파하기 위한 몇 가지 팁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하는 팁은 이렇다.“‘포커페이스’를 취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서도 심리를 파악할 수는 있다. 눈의 경우에는‘눈동자의 움직임’을 통해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손이 가리키는 방향과 눈이 보는 방향을 잘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치인의 경우 눈과 손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킬 수 없는 공략일 가능성이 크다. 코의 경우도 살펴보자. 코는 사실 사람의 얼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다. 대부분의 고수들은 코가 잘 생겼다. 코의 각도가 중요한데, 예를 들면 지나치게 코를 들거나 지나치게 코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 코를 드는 경우에는 자만심의 표현이기도 하고, 코를 내리는 경우 소심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이 외에도 우리가 행하는 무의식적인 행동들로 간단히 상대의 심리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가 제시하는 몇 가지 예는 이렇다.“발을 떠는 경우,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거나 잘못을 하는 경우에 하는 행동이다. 다리를 떤다는 것은 우리 신체가 언제든 도망갈 수 있도록 예열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또 헛기침을 하는 경우도, 긴장이 되고 불안한 상태임을 표현한다. 학창시절 불리한 상황이 되면 헛기침을 해대는 친구들을 봤을 것이다. 모두 불안하고 긴장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이러한 간단한 지식만으로 상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포커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닫다
책을 썼다는 이태혁씨의 의외의 행보에 대한 얘기를 접고 다시 주제를‘겜블러’로 돌렸다. 이 직업, 남자들이 태어나 꼭 도전하고 싶은 3대 직업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그 매력은 대단할 것인 바. 그에게 겜블러에게 필요한 능력을 물었다. 그는“판단력, 관찰력, 집중력 등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요소다”며“사실 도박을 잘 하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운을 잘 잡으려면 포커의 기초이론을 습득해야함은 물론일 것이다. 그런데 포커의 기초이론,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복잡하다고 한다. 그 기초이론으로는 확률계산, 게임의 원리 등이 있는데 바둑에서 말하는 기초이론이 만 가지라면 포커에서 말하는 기초이론은 십만 가지 정도 된다고 한다. 사실 바둑은 1:1의 승부인데 반해, 포커의 경우 1:다수의 승부이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많다. 때문에 복잡하게 파생된다. 일반적으로 기초이론을 습득하는 데에만 3~4년이 걸리고 고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2~30년이 걸린다고 하니, 시도 전부터 겁부터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는“실전에서 이론은 이론일 뿐인 경우가 많다. 실전에서 사용하는 것은 그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자기만의 것들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게임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것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게임에서는 승부욕을 잘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승부욕은 참 재미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단 인간의 마음이 승부욕까지 가면 그때는 이미 진 것이라고 봐야한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그 이상의 단계까지 가면 집착이 된다. 만약 내가 너무 승부욕을 부리지 말자는 생각이 들면,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때는 그 판을 떠나야 한다. 도박은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속성이다”하지만 인간으로서 승부욕을 조절할 수 있는 경지를 누가 감히 다다를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는 현재 X-gel USA 모델로 활동 중이다. 그리고 8~9월경에는 주식과 관련된 그의 3번째 책이 출간될 것이며, 한국경제티비에서 주식 프로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천재포커, 그리고 작가로의 변신, 이제는 주식 전문가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일까. 기자가 만난 이태혁. 그는 단순히 총명한 천재포커가 아니었다. 천재여서 외로웠고 고독했다. 그리고 평범함을 꿈꿨다. 우리는 때때로 천재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평범함이 진정한 행복함임을 모두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