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선택 “샐러던트”

직장·공부 병행하고 외모관리까지 철저히 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아

2010-10-04     이민아 기자

샐러던트란, 영어로‘봉급생활자’를 뜻하는‘샐러리맨(Salaryman)’과‘학생’을 뜻하는‘스튜던트(Student)’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직장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현재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요즘에 직장인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거듭하고 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샐러던트들의 현실에 대해 알아본다.

직장인들에게 샐러던트란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오히려 직장인에게 업무를 위한 자기계발, 새로운 분야의 공부는 필수과제 라고 여겨진다.

샐러던트, 직장인들의 고용불안을 나타내는 지표

샐러던트는 지속적인 자기계발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평생교육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은 지속적인 자기학습의 성격이 짙은 데 비해, 샐러던트는 직장인들의 고용불안에 따른 자기계발의 성격이 강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샐러던트로서 직장인의 자기계발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의 이면에는 이른바‘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져가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풍속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1997년 IMF를 겪으면서 한국의 직장인들의 고용불안은 시작되었다. 30대에 명예퇴직을 강요당하는 것을 풍자하는 이른바‘38선’을 비롯한 여러 신조어가 생겨났고, 샐러던트는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는 직장인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 리서치 회사에서 직장인 762명을 대상으로“3개월, 6개월, 9개월 단위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반복해서 겪는 직장인을 일컫는‘369증후군족’,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암반수족’, 일에 몰두하지 않으며 주인 의식도 희박한‘갤러리맨족’, 직장을 다니며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샐러던트족’, 이 중 어떤 직장인 유형에 속하는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가장 많은 20.1%가 자신을‘샐러던트족’이라고 답했다. 향후 5년 뒤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도‘샐러던트’는 29.9%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요즘에는 직장인들에게 샐러던트란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오히려 직장인에게 업무를 위한 자기계발, 새로운 분야의 공부는 필수과제 라고 여겨진다. 평생 공부하는 샐러던트가 아니고서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덕분에 어학원, 자격증 학원들은 밤마다 양복차림의 직장인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정철어학원 김민우 마케팅팀 사원은“저녁시간에는 원래 직장인 수강생이 더 많지만, 요즘에는 40대 50대 중년의 임원들도 비즈니스 영어를 배우러 오는 경우가 많다”며“수업시간에도 더 열정적이다. 피곤함에 졸 법도 한데 오히려 다른 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활기차다”고 말했다. 정철 어학원에 다니는 한 샐러던트 A씨는“용산의 한 컴퓨터업체에 다니면서 더 안정적인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샐러던트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어떤 직업을 갖게 되더라도 영어는 기본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학원에 등록했다. 회사 일을 마친 저녁시간은 물론 주말까지 학원을 집처럼 드나들며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에는 영어공부를 시작했다며 일부러 더 소문을 내고 다녔다고 한다. 회식이나 업무를 핑계로 공부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 덕분에 그는 1년 내내 퇴근 시간이 되면 당당하게 인사하고 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영어에 자신감이 생긴 그는 현재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준비 중이다. 1년 전만해도 도전할 용기가 없었다. 영어 외에 제2외국어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내달부터 프랑스어 공부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1년간의 열심히 공부한 끝에 영어 실력과 함께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B씨는 주말마다 학생의 본분을 다한다. 경영전문대학원에 다니며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도서관을 찾아 과제를 해결하며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지난 2009년에 다시 대학원생이 된 그는“내 경력을 심화하는 것도 목표였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이어“물론 모처럼 쉬는 날 공부하러 가려면 아침마다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막상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더 활기가 생긴다”며“당장 10년 뒤를 생각하면 가만있다가는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한 일본어학원에서는 오후 늦게까지 직장인들이 어학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취업 스터디에서 만난 이들은 2~3년 전 모두 직장을 구했으나 최근 다시 공부모임을 만들었다. 지금보다 연봉이나 복리 혜택이 좋은 대기업,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다. A씨는“외국어 두 개를 구사하면 이직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취업 스터디 동기생들과 일본어 공부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스터디 모임도 증가하는 추세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8월 둘째 주 직장인 3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직장인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이직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거나 참여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이사는“과거, 자기 가치 상승이라는 다소 모호한 목적으로 혼자 공부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이직이나 전직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타인과 함께 공생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샐러던트 생활비용은 점차 증가, 감원 불안으로 인해 직장에서 비굴한 행동까지 보여”

회식자리·예상정년은 감소 샐러던트·투잡족은 증가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직장인들의 불황기 세태변화를‘늘어난 것’과‘줄어든 것’으로 구분하는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직장인들의 회식문화 변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54.7%가 지난해에 비해 회식절차가 간소화되었다고 대답했다. 회식만 감소한 것이 아니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자신의 예상정년’도 줄어들었다. 올 1월 현 직장에서의 예상정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평균 43.9%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48.4세보다 4.5세나 줄어든 수치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 직장에서의 예상 재직기간을 짧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경기불황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도 있다. 샐러던트 생활을 위한 비용은 지난해의 경우 평균 20만5천 원가량이었으나, 올해에는 22만8천 원을 지출해 2만3천 원 정도를 더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잡족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직장인 부업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15.5%가 부업을 가진 투잡족인 것으로 나타났다.‘부업을 할 계획이 있는가’란 질문에는 66.9%가‘그렇다’고 답하여 당분간 직장인들의 투잡붐은 유지될 전망이다. 고용불안감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 해 10월‘최근 들어 감원불안감이 늘었나’란 질문에 직장인의 48.8%가‘감원불안감이 커졌다’고 답했다. 직장인 2명 중 1명은 감원대상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직장인의 80.1%는‘불황과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비굴하고 민망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퍼스 샐러던트는 기존의 스펙 쌓기에서 발전하여 대기업 프로젝트를 일부 따내고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등 프로 정신과 전문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캠퍼스에도 샐러던트 등장

대학 1년 등록금이 1000만원, 비정규직도 구하기 힘든 취업환경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처지도 안타깝게 되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마치 사막의 미어캣처럼 위협이 도사리는 황량한 환경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다재다능함으로 스스로를 무장하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전략학회(S-ONE)회장 허 훈(25)씨는 소비자 가족학과를 전공했다. 그는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등교하는 일이 많다. 취업 시즌이 아닌데도 익숙해진 드레스 코드다. 그의 대학생활은 여느 대학생과 같지 않다. 사회인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지난달 말 롯데제과의 신상품 개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허 회장은“최근 봉지 과자보다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인데 그 쪽으로 콘셉트를 잡고 마케팅팀 앞에서 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우리가 발표하는 것이 모두 반영되진 않지만, 비실무자인 대학생들의 신선한 의견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학회는 매 학기 대기업과 산학협동 작업을 한다. 지난 가을 학기에는 밤샘이 잦은 대학생들을 위해 에너지 음료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올 봄 부터 그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25명의 회원들은 학기 중 매일 저녁 몇 시간이고 토의를 한다. 시장 조사와 소비자 설문, 신제품 시안과 프로모션 전략도 마무리 단계란다. 운영진은“스펙 쌓기 때문에 활동하는 것이라면 허탈한 기분이 들 것이나, 단지 취업을 위해 몸값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낮에는 공부, 밤에는 일을 해오는 이들은 전형적인 샐러던트와는 차이점이 있으나 결국 같은 양상을 보인다. 높은 등록금과 취업문으로 인해 대학에 다니면서 사회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기존의 소극적인‘스펙(취업에 필요한 학력과 자격증 등의 조건)쌓기’에서 더 나아가 대기업 프로젝트를 일부분 따내고 독자적인 이벤트를 열어 기업에 자신을 어필하는 것이다. 이력서에 쓸 경력을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맡은 업무를 완수해 내는 프로 정신과 전문성까지 겸비했다.

 

나이제한 없어지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기 위한 직장인들 노량진에 대거 몰려, 소형주택 원룸 품귀현상 일어나


노량진 샐러던트로 인해 원룸 품귀현상까지

공무원의 나이제한이 없어지면서 직장인들이 노량진에 모여들고 있다. 최근 토익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는 노량진에서 토익이나 자격증 스터디를 하자는 게시물이 부쩍 늘었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과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3000원’의 광고 문구를 내걸고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게시물들도 눈에 띈다. 2시간에 4000원에다 추가로 30분당 1000원씩을 받는 강남 일대의 스터디룸보다 저렴한 가격이 상대적으로 주머니가 얇은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다 서른 살이 넘어 공무원을 향한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도 증가추세다. 행정안전부의 2010년 9급 공채 필기시험 합격자 통계에 의하면 31세 이상의 장수생 합격비율은 28.5%나 된다. 35세 이상도 8.3%에 이른다. 고용보장 없는 불안한 직장과 여유 없는 생활에 지친 공시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7급 공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급 공채 최종 합격자 통계분석 결과 전체 591명의 합격자 중 32세 이상 합격자는 28.9%에 달했다. 남부행정고시학원은“7급이나 9급 공무원 시험에서 나이 제한이 없어지면서 직장인과 중년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퇴직하지 않고 회사생활을 병행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올빼미 직장인도 많다.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심야와 주말 강의는 특히 직장인이 몰린다”면서“주말 낮 강의는 직장인 비중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덕분에 노량진에는 원룸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하루에 많게는 50명이 원룸을 구하러 오는데 이 중 20%인 10명 정도가 직장인”이라고 밝혔다. 이어“직장인들이 몰려들어 소형주택, 원룸은 품귀 현상인 상태”라고 말한다.


외모도 능력, 실력 쌓기에도 바쁜 시간에 외모와 몸매까지 가꾸어야 할 처지에 놓인 취업준비생과 샐러던트

성형까지 마다하지 않는 루키즘 성행

취업을 위한 입사시험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젊은이 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것은 이제 옛 일이다. 한 점에 수십 만 원의 비용이 드는 인물 사진과 각종 자격증, 스펙과 더불어 외국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내용을 적는 것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취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성형까지 마다하지 않는 루키즘이 성행하고 있다. 루키즘은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이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외모지상주의를 말한다. 지난 2000년 미국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새파이어가 처음 사용한 루키즘은 남·여를 불문하고 운동이나 가벼운 다이어트 요법 등을 통해 몸매를 가꾸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여서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을 비롯해 취업준비생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도 면접 시, 경쟁자보다 더 나은 외모를 갖춰야만 이길 수 있다는 루키즘이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서류심사에서 같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라면 면접 시, 잘생긴 외모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외모가 연애·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과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아무리 능력만 좋다고 해서 취업이 잘되고 승진이 되는 사회가 아니다. 취업 준비생을 비롯한 직장인들도 실력과 경험을 풍부하게 쌓기에도 바쁜 시간에 외모와 몸매까지 관리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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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샐러던트가 되려면

▶실현가능한 목표부터 세워라!

중도포기는 돈과 시간만 낭비한다. 지나치게 원대한 꿈은 종종 포기를 부FMS다. 우선 적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경력관리와 연관성 여부를 검토하라!
신문, 방송을 통해 미래의 인기직업 및 유망직종이 자주 언급된다. 그때마다 귀가 얇은 직장인은 자신에게 맞는 직업으로 착각하기 쉽다. 현재 자신의 업무와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는 지를 따져야 한다. 연관성이 높다면, 자신의 몸값도 덩달아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라!
퇴근길 혼자서 영어학원 및 자격증 취득 등 자기계발에 몰두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내 스터디 그룹을 만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때 이왕이면 뚝심과 성취욕이 강한 사람과 스터디를 한다면 중도포기는 없을 것이다.

▶대학을 찾아가 젊은 열기를 느껴라!
오랜만에 대학을 찾아 젊은 열정을 느껴보는 것만이라도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요즘 대학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강좌도 많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라.

▶온라인 교육을 활용할 것!
최근에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의 질이 높아지면서 바쁜 직장인들이 활용하기에 좋은 교재가 시중에 많이 출시되어 있다. 특히 최근에는 10분, 30분, 1시간 등 온라인 강좌 시간도 다양화 되는 추세다. 점심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짧은 온라인 강좌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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