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여풍
정보화ㆍ감성시대, 여성의 사회적 역할 중시돼
2010-11-30 이민선 기자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브라질에서 호셰프 여성 지도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가 지도자로서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의 정치계에서의 두드러짐은 비단 브라질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지도층으로 우뚝 솟은 여성들의 활약상은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얻은 성과여서 더 의미가 깊다. 하지만 그들의 당찬 행보가 사생활에서까지 마냥 당차지만은 않다. 성공과 맞바꾼 가족들의 희생은 그들에게 상처로 남아있다. 여성들의 활약상과 이면에 숨겨진 고충을 들어보자.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62) 후보가 지난 달 31일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라틴 아메리카에서 7번째로, 브라질에서는 최초로 여성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현재 남미에서는 지난 2007년 당선된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7)대통령, 올해 5월 취임을 한 코스타리카의 라우라 친치야(51)대통령에 이어 3번째가 된다. 호셰프 후보자는 55.6%라는 득표율로 경쟁자였던 전 상파울로 주지사를 지낸 호세 세라(Jose Serra)를 여유 있게 물리치면서 브라질 정치의 정상으로 우뚝 섰다. 호세 세라의 득표율은 44.4%였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당선자는 1947년 12월 4일 생으로 미나스제라이스주 벨루 오리존치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1920년대에 불가리아 공산당에서 활동하다 탄압을 받아 프랑스를 거쳐 브라질로 이주했고 그의 어머니는 브라질 사람이다. 이 같은 부친의 영향으로 그녀의 삶이 불우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의 부친은 부동산 재벌로 유복하게 자랐다. 그러나 대학 시절에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해 1960년대 후반 군사독재 시절 반정부 게릴라 운동에 참여했다가 붙잡혀 1970년부터 2년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감옥에 있을 때 그는 경제학 공부에 심취해 중도 좌파가 됐으며, 석방 후에는 히우그란지두술 주로 이주해 포르투알레그리의 히우그란지두술 연방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민주노동당에 관계하며 히우그란지두술 주정부, 주 의회와 포르투알레그리 시청에서 일했다. 지난 2000년에는 노동자당으로 옮겨,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노동자당 소속의 루이스 이나시우룰라 다 시우바의 측근이 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 2003년에는 룰라 다 시우바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집권당의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부상하였고,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측근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럼에도 그의 이미지는 썩 좋지 못했다. 두 번이나 이혼을 한 경력이 있으며 임파종 수술에 건강문제도 부각됐다. 또 공직선거의 경험도 없어 그저 그런 인물로 치부됐다. 때문인지 올해 2월 22일 정식으로 노동자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된 후로도 그의 지지율은 사회민주당의 조제 세하 후보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현직 룰라 대통령의 정책 계승자라는 프리미엄의 덕으로 그녀의 지지율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3월 31일 그가 장관직을 사임하기 직전 정부에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확충 계획을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되어 그의 지지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3일 그의 지지율이 50%를 넘으면서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 되었다. 결선의 그날, 10월 31일 2차 투표에서 그는 조제 세하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렇게 그녀는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내년 1월 1일,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 앞에는 브라질 경제 호황을 이끌어 80%의 지지를 얻은 룰라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오는 2014년 월드컵, 2016년 하계 올림픽의 주인공으로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현재의 경제적 호황을 어떻게 지속시키느냐의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정계에 퍼진‘여성의 파워’
호셰프 당선자가 전 세계에서 17번째로 여성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면서 여성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진 그에게 거는 기대도 커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역사적 승리”라며“미국과 브라질사이에 탁월한 관계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프랑스-브라질 양국 간의‘전략적 파트너십’을 갖자”고 했다. 브라질 내에서도 그를 향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있는 실정인데, 카를로스 랭고니 전 중앙은행 총재는“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정치적인 전환기에 들어섰다”면서“경제에는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성장 전략이 이어질 것임을 기대했다. 이렇게 전 세계의 이목이 그녀에서 집중되는 이유는 당연히 글로벌 정계에 퍼진‘여성의 파워’일 것이다. 중남미에는 호셰프 당선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라우라 친치야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2007년 11월 대선을 통해 아르헨의 첫 여석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함께 첫 선출직 부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중미 코스타리카의 친치야 대통령은 지난 2월 시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하며 첫 여성 대통령에 올랐다. 이렇게 중남미의 여성대통령을 포함해 현재 여성 지도자로 알려진 인물은 14개국에서 15명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 유럽에서는 마담 프레지던트가 장악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21세기에 들어 유럽에서 대권을 잡은 여성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는‘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다. 그녀는 유럽의 장기 집권 지도자 중 한 명으로‘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세계 정치 무대에 가장 자주 등장하면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성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북유럽에서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로 꼽히는 이는 아이슬란드의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와 핀란드의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 대통령이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30년 전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를 배출한 바 있는데, 이곳의 현직 총리인 시귀르다르도티르는 지난 2월에 취임하면서 파산 직전까지 갔던 아이슬란드에서 남성호르몬인‘테스토스테론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세계 최초의 동성결혼 총리라는 독특한 타이틀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 핀란드에도 여성 대통령이 있다.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달 초 중동 3개국 순방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반목을 극복하고 중동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여성이 제 몫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언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주목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에서도 인도를 비롯해 키르기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약진을 보이고 있다. 프라티바 파틸 인도 대통령은 올해 일흔여섯 살로 총리가 국정을 관장하는 인도에서는 상징적 권한을 갖지만 여성 차별이 심한 인도사회에서 2007년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인도는 집권 연정인 통일진보연합(UPA) 의장(소니아 간디)과 대통령, 연방하원 의장(메이라 쿠마르)이 여성인 것은 물론 각 의원의 약 10% 정도가 여성일 정도로 정치부문만큼은 여성의 정치참여가 활발하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 로자 오툰바예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도 여성 지도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대변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명‘여성대변인 전성시대’라 불릴 정도다. 민주당은 차영(48) 공동 대변인을, 한나라당은 이두아(39) 온라인대변인을 지난 10월말 임명했다. 이로써 여야의 여성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배은희(51) 공동 대변인, 정옥임(50) 원내대변인, 민주당 전현희(46) 원내대변인, 자유선진당 박선영(540 대변인, 민노당 우위영(45) 대변인, 진보신당 심재옥(44) 대변인 등 모두 8명이 됐다. 이 같은 현상에는 우리 문화의 변화가 작용했다고 보인다. 과거‘밀실 정치’‘막후 정치’가 이제는‘미디어 정치’‘감성 정치’로 바뀌면서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세심한 여성들이 정치권에서 그 능력을 발휘할 장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배은희 대변인은“대변인은 여성의 장점인 언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당직”이라고 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여성 정치인을 떠올린다면 이 분을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신드롬과 대세론을 오락가락하며 언론과 포털사이트에서는 연일 그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야기다. 현 정권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가 차츰 좌절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정계 그리고 온 국민들의 스포트라이트는 갈수록 심화되는 형국이다. 그는 여성 정치인으로 깨끗함, 신뢰를 앞세워 한국 정치판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여자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해묵은 고정관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장본이기도 하다. 최근 포털의 모 블로거가‘대한민국 여자대통령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포스팅이 눈에 띈다. 이 포스팅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담론이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 것이다. 그녀는 현재 여야 대선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부동의 차기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고현정을 주인공으로 한 인기 드라마‘대물’과도 오버랩 되면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줬다. 많은 유권자들의 이목이 현재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있음을 방증한다. 그는 벌써‘신뢰-원칙’이라는 기치 아래 시험대에 올랐다. 진정한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가 기대되고 있다.
G-20에서의 여성 리더의 활약, 단연 돋보여
아시아 최초로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더없이 중요한 기회였다. 그런데 이 중대한 행사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여성정치인들의 활발한 활동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지난달 11~12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의장국의 의장으로서 집중 조명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 외에도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첫 날 G20 참석차 방한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지난 2000년 처음 만난 이후 10여년간 교분을 가져온 두 사람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이공계 출신이란 점과 야당 대표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을 가져 더 관심을 모았다. 박 전 대표는 메르켈 총리에게 통일에 대한 경험 공유를 요청했고 메르켈 총리는 박 전 대표가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라는 점을 감안해“개인적으로도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외에도 G-20에서의 여성 지도자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국적기를 탄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는 달리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입국한 호세프 당선자는 최근 6천억 달러 규모의‘양적 완화’조치를 발표한 미국에 대해“경제 위기를 다른 나라로 전가하는 것”이라며 쓴 소리를 퍼붓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다. 호세프 당선자를 포함해 이번 회의엔 메르켈 독일총리와 길라드 호주총리 등 모두 4명의 여성 지도자가 참석했다. 특히 지난 10월 심장마비로 숨진 남편에 이어 세계 최초 부부 대통령이 된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회의 기간 내내 검은 정장을 입고 남편의 죽음을 애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 G20 기간 동안 메르켈 총리의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11일 서울 이화여대 음악대학 김영의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명예 정치학박사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메르켈 총리를 보기 위해 몰려든 학생 300여명이 100m나 줄지어 늘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메르켈 총리는 연설에서 “여대에서 뜻 깊은 학위를 받아서 더 기쁘다”며“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고급 교육을 받고 G20 회의 같은 세계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화여대 학생들에게“세계 도처에서 협동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여성적 가치를 전파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한국과 독일은 경제성장과 민족분단 등 많은 공통점을 가진 나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며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며“나도 1990년까지 동독에 살며 고통스러운 분단의 현실을 경험했기에 한국 상황에 누구보다 공감한다”고 했다.
의사결정의 중심으로 우뚝 선 여성파워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저서‘미래의 충격(Future Shock)’을 출간한 지 올해로 40년이 된 것을 기념해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지난 10월 14일‘앞으로 다가올 40년 뒤의 40가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데 그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은‘2050년에는 여성 지도자가 종교인, 기업가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파워엘리트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향후 3년 내 80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됨에 따라 세계 각국에 새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인데, 특히 여성 지도자들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여성 총리, 여성 장관, 여성 대법관, 여성 대학총장을 배출하며‘우먼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으로 가는 관문인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는 올해도 여풍이 거셌다. 사법시험 2차 합격자 중 여성비율은 42.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외무고시 역시 최종합격자의 60%가 여성이었다. 이는 재계에도 반영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하는‘포춘 500대기업’을 이끄는 여성 CEO는 모두 12명에 달한다. 이는 2000년까지 4명에서 3배가 는 수치다. 인드라 누이 펩시 CEO는 2006년 포춘 선정 미국 재계의 파워여성 1위가 됐고 맥 휘트먼 이베이 회장은 누이 회장에 앞서 2004~2005년 연속 파워여성 1위 자리를 지켰다. 곡물 사료 업체 아처다니엘미드랜드의 패트리샤 웰츠 CEO는 남자 직원이 대부부인 회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 밖에 제록스, 웨스턴유니언, 라이트에이드, 레이놀즈아메리칸, 그래프트푸즈 등의 글로벌 기업을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처럼 오너 가족이어 CEO 자리에 오른 여성들도 있지만 자신의 실력만으로 창업하거나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은 여성들도 상당히 많다. 최근 단행된 CJ 그룹 인사에서는‘30대 그룹 최초의 여성 CEO’타이틀을 달았던 CJ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김정아(489)가 상무에서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CJ 그룹에서 여성이 부사장급 임원으로 오른 건 김씨가 처음이었다. 이처럼 여성으로 힘의 이동이 중요시되는 것은 여성들이 주요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물론 시장에서 기업에서 여론 조사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절실
정계, 사회, 문화 등 어느 곳에서든 여성의 힘은 몰라보게 막강해졌다. 과거 여성의 역할이 남성들의 사회생활을 조용히 돕는 내조만을 강조했다면, 현대는 특히 정보화, 감성, 문화시대는 여성이 가정과 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하는 시대로의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여성의 고시 합격자는 급격히 늘었지만 고위공무원단에 진출한 여성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많은 여성들은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가장 큰 고충은 육아와 자녀교육이었다. 출산과 이어지는 육아부담, 자녀교육 문제는 여성들에게 직장 포기나 경력 단절을 강요했다. 시댁이나 친정에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가저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젊은 맞벌이부부 중에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갈등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선진국은 어떤가. 경제발전 단계가 성숙할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높다는 선진국의 통계는 그들이 얼마나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이후 유럽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 4개 중 3개는 여성이 따냈으며, 미국에서는 최근 10년간 여성 창업주가 남성 창업주보다 배가 많았다. 금융위기 이후 남녀 간 실업률은 여자가 8.6%로 남자의 11.2보다 낮았다. 이 같은 선진국에서의 여성의 경제활동과 영역확장은 정부와 사회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여성인력에 대한 인식의 부족도 문제거니와 이를 인식하더라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진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 일부 기업에서 사내 보육시설을 짓고 자녀 사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여성인력 활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보여줘 여성들에게는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개별 기업들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