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밝히는 광명의 깃발이 되고자

(율종)조계종삼화불교 은천사 상산스님

2011-04-12     이태향 기자
불법 중 가장 어렵고도 쉬운 것이 계율(戒律)이다. 승려가 지켜야 할 계율을 바탕으로 하는 율종(律宗)은 스리랑카나 티벳, 인도 등에서는 장자 종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선(禪) 수행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 율종의 창단은 이례적인 경우이다. 조계종삼화불교는 당나라 도선율사가 창수한 계율종에 기원하며 신라의 자장율사와 진표율사를 율조로 하고 혜인율사를 종조로 율종의 종맥을 잇고 있다.

계율을 청정하게 하는 젊고 새로운 불교
2002년 창종한 조계종삼화불교에 속한 한국 내 사찰은 현재 895개에 이르고 불자는 250만에 달한다(2010, www.shbuddhism.or.kr). 이것이 지난 10년 동안의 기록이다. 실지로 창종하던 날 삼천 명의 승려가 모였을 때 교단 안팎에서 이미 주목받는 상황이었다. 율종을 확고하게 다져서 젊고 새로운 불교를 만들자는 것이 이 종단의 시작이었다.

“오늘날처럼 변화무쌍하고 정보나 가치가 넘쳐나는 때에 진정으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생활이 깨끗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불자들이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게 되면 어느 곳에 있든지 부끄러움이 없고 타인과도 화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정이 화합하는 것도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지요.”
상산스님(조계종삼화불교 은천사, www.encheonsa.com)은 계율을 지키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 강조했다. 천연기념물 제271호 강감찬 굴참나무가 있는 기도도량인 은천사(恩泉寺)는 서울시 관악구 난곡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심사찰로서 전법도생의 역할을 하면서 지역 노인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주민화합을 위해 노력하여 열린 사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리랑카 등 외국스님을 위한 대승불교 교육장으로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지역 중심사찰이다. 스리랑카 대통령으로부터 기증받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우선
종교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아
종교와 상관없이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전법사의 역할
은천사는 호국불교의 도량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상산스님은 호국불교의 정신에 대해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공동 운명체입니다. 자신이 속한 종교의 우월성을 주장하면서 남의 종교를 탓하기보다 불법(佛法)으로 만난 소중한 인연임을 깨닫고 서로 이해하고 아껴주는 것이 공존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에만 집착하는 ‘아상(我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불교에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야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한 차원 높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이타행위의 범주가 확장된 것이 전통적인 호국불교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상산스님은 20여 년 전부터 해외포교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세계불교청년승가연합회 (WBSY, World Buddhist Sangha Youth) 부총재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전법사(傳法師)의 역할에 대해 “우리나라 불교를 타국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행복과 사랑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종교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고요. 그들에게 위로를 주는 것이 전법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라며 “다른 나라에 가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상황과 복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좀 더 나은 정책이 있으면 그들에게 알려 주고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불교와 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리게 되는 것이지요.”라고 했다.

“나 자신을 바꾸면 세상이 바뀝니다.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스를 수 없지만 사람의 향기는 온 사방으로 퍼지기 마련이지요.”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본부터 채우는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복지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선심을 베풀듯이 하다가 멈추어버리면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지요. 정부의 정책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할 계층인데도 수혜조건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밀려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인 복지를 주장하는 것은 현 단계로는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목마름을 해결하게 하고 나서 그 다음 단계로 복지 혜택을 넓혀나가야겠지요.”
상산스님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지방자치학과 사회복지학도 전공했다. 그래서인지 ‘복지’에 관한 관심은 특별했다.
“복지정책을 물질로만 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먹을 것과 용돈을 직접 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시설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일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생활이 활력 있게 되는 것입니다. 노인들에게도 물론 일자리를 주어야겠지요. 그저 물질을 나눠주는 정책은 진정한 복지라고 할 수 없습니다.”

65세 이상 승려에게 연금 지급하는 종단
직접 인삼밭을 일구며 농사짓는 승려들
조계종삼화불교는 현실적인 종단이다. 사회적인 복지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종단 내부의 복지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적용을 하고 있었다.
“창종한 지 10년에 불과한 신흥사찰이지만 종단에 속한 스님이 천 여 명이 됩니다. 이 중에는 평생 수행 정진해 온 노스님들도 많이 있습니다. 스님들도 노쇠해지고 몸이 아프기 마련인데 일반적인 사찰에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계종삼화불교에서는 65세 이상의 스님에게 9급 공무원에 준하는 연금을 드립니다.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조계종삼화불교의 승려들은 직접 농사를 짓는다. 인삼밭을 해서 나온 수입으로 거동이 힘든 노스님들의 치료도 하고 교육사업도 한다. 지금까지의 불교계가 해오지 못 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소통하며 살기 위해서는 산 속에서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상산스님의 말이다.

불교의 학문적 연구와 실천적 응용의 결실
-삼화불교대학림 그리고 남경중의약대학
창종을 하기 십 수 해 전인 1989년부터 조계종삼화불교는 율학원을 설립하여 불교정신에 입각한 학문적 연구와 실천적 응용방법을 연구해 왔다. 이듬해 ‘대한불교조계종 삼화불교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불교학부와 유아교육부를 개설하였고 2001년까지 1,362명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와 1,278명의 국가인정보육사와 유아교육사를 배출해왔다. 현재 삼화불교학림, 삼화불교대학림이라는 이름으로 불교율원, 불교강원, 불교미술(불교문화재)의 학과를 두고 전법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중국 강소성 남경시에 있는 남경중의약대학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의학 침구학 제약학 등을 전공한 유학생들은 현재 수행자와 어려운 불자들을 위한 복지에 힘쓰고 있다.
“삼화불교대학림은 전법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전법대학입니다. 전법사에게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입니다. 여기서 공부한 학생들이 다시 남경중의약대학에서 공부하고 와서 좋은 의술을 펼치고 있기도 하고 요양원 등에서 복지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상산스님은 조계종삼화불교의 창종 멤버이기도 하고 삼화불교대학과 남경중의약대 교류를 위해 일선에서 노력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학문에 뜻이 있는 불자를 위해 원봉장학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만 행하여 내 마음이 깨끗하면 이를 일러 불교라 한다
-칠불통계(七佛通戒)

상산스님은 조계종삼화불교의 감찰원장으로 있으며 수원교도소의 종교위원과 안양 만안경찰서에서 경승위원으로 있기도 하다. 그는 군대에서 강의하거나 교도소에서 교화하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종단에서도 사법의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적으로도 그에 준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군인들은 군인답게 교육하면 더 강건해져요. 더 활기차지고요. 그런데 보호관찰을 받는 20대 미만의 청소년들은 주로 마음 둘 데가 없어서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순수하거든요. 그 아이들에게는 돈 쓰는 법에서부터 자기감정 다스리는 법까지 일일이 가르쳐 줘야 해요. 절도든 폭행이든 모든 행동의 바탕에는 관심 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답니다. 대화의 창을 열기만 하면 이 아이들은 문제없어요.”
상산스님은 그 아이들에게 아빠도 되고 형도 되고 오빠도 되었다. 이 아이들에게도 해주는 말은 다만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해서 마음을 깨끗하게 해라’이다. 이 말씀은 칠불통계에 의거한 것이다.
과거칠불의 공통된 훈계를 뜻하며 보편적이고 타당한 진리를 상징하는 칠불통계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오로지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라는 것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 살짜리 아이라도 이렇게 말은 할 수 있으나 팔십이 된 노인이라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진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상산스님과 같은 이가 우리 이웃이라면 그와 함께 손을 맞잡고 쉽고도 어려운 진리의 길로 나설 수 있을 것도 같다. <NP>

<상산스님>
&#9642;국제불교 교류협회 총재
&#9642;WBSY 세계불교 승가연합회 수석부총재, 한국총재
&#9642;조계종삼화불교 총무원 감찰원장
&#9642;은천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