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기회를 주고

경남복지고등학교장 일광스님

2011-04-12     이태향 기자
대안교육의 현장

헌법 제 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평생교육을 진흥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가 되는 것이며 이 교육권은 국민이 마땅히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권리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적인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 하고 학업 중단의 위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특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국가와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학습에 관한 관심이나 흥미, 미래지향적인 목표에 있어서는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가족이 점차 해체되고 청소년 유해환경이 늘어나면서 학교 부적응 학생의 수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청소년들이 학교 이외에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제한되어 있다는 현실에서 사회전체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 개인에게 있어서도 삶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면에서 대안적인 교육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학력인정 특성화대안학교 경남복지고등학교
-다양한 체험학습과 인성함양 교육으로 다시 태어나는 아이들
“일반적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는 학생과 학업중단의 위기에 처한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안교육 위탁기관을 운영하다가 2006년에 일반 고등학교의 학제를 가지고 학력인정 특성화 대안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경남 함안군 함안면에 자리한 경남복지고등학교(www.yeun.hs.kr) 초대교장인 일광스님은 “성장의 단계에서 위기에 처한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학습과 적성계발, 진로지도를 하여 올바른 인성을 갖춘 사회인 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학교설립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그러다가 제도권 교육 내에서 학력을 인정받는 정규학교로 등장한 것은 특성화 학교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인데, 현재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는 총 29개로 전일제로 운영되는 비인가 대안학교를 포함하면 100여개가 넘는다. 최근 10여 년 간 대안학교가 양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반 공교육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프로그램을 운영했기 때문이고 학교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기회를 다시 제공하고 기존의 교육이 가지는 한계를 보완했기 때문이다.

생활지도에서 치유를 위한 특별교육까지
학교 부적응 청소년 가운데 학교를 그만 두는 가장 큰 이유는 ‘그냥 학교 다니기가 싫어서’라거나 ‘선생님들과의 불화’ 등이 이유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무기력하고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가르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안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경남복지고등학교의 기본적인 교육방침은 경상남도 대안교육 위탁기관 운영지침에 따르지만, 위기 학생들에 대한 예방과 치유를 위한 특별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맞춤식 대안교육을 실현하고 있었다.
“참되고 올바른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교육의 큰 목표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하기 위해 아침마다 명상을 하고 등산을 하여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활동을 하게 했습니다.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이 미륵산에도 오르고 지리산 천왕봉에도 오르면서 서로 이끌어주고 북돋워주는 경험을 통해 정상에 도달하는 것 못지않게 함께 가는 기쁨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을 보고 참 보람 있었습니다. 특히 방과 후 체육활동을 강화하여 축구부를 창단했습니다. 건강하고 창의적인 아이들로 자라기 위해서는 함께 호흡하며 운동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광스님은 학생들이 마음으로 열고 내면을 채워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구체적인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나아가 타인을 위한 봉사도 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지도를 해왔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삽으로 땅을 파고 직접 나무를 심으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요. 술을 마시거나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나무를 가꾸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일광스님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는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하고 빼앗는 것에 길들여진 아이들이었지만, 학교에서 성장해가면서 그동안 배운 지식을 이용하여 이웃의 노인들을 찾아가 무료검진 봉사를 하는 모습은 참 기특합니다.”

경남 최초로 보건간호학과 설치
-국가자격증도 취득하고, 이웃을 돌보는 기쁨도 얻고
경남복지고등학교 교육프로그램에서 가장 특성화되어 있는 것은 보건간호학이다. 간호전공과 실버케어전공으로 세분화 되어 있는데, 보건 복지 분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21세기의 요구에도 부응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봉사정신을 실천할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자부심이 높았다.
“아이들은 의료 실습을 나가서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탐색하고 발견하게 됩니다. 꿈이 없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간호사가 되고 사회복지사가 되고 요양보호사가 되겠다며 봉사하는 삶을 계획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예쁩니다.”
경남 최초로 보건간호학과를 설치한 경남복지고등학교는 졸업 후 동일계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대학병원, 보건소, 사회복지시설, 보육시설 등으로 학생들을 배출해 내었다. 학생들이 취득한 자격증은 간호조무사 자격증, 요양보호사 1급(국가자격증) 등이다.
특히 경남복지고등학교가 위치한 함안군은 노인 인구가 많은데 이 학교 학생과 지역의 노인 가구를 일 대 일로 연결하여 노인들의 말벗도 되고 일도 돕는 ‘패밀리 제도’는 대안학교에 대해 지역사회가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학생들에게도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해주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우리학교 부설기관으로 요양보호사 교육원과 행복한마음방문요양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취업과 바로 연계되어 있는 학교부속 시설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경남복지고등학교의 교화는 연꽃이다.
연꽃은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도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무명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성취하는 진리를 의미하게 된다.

경남복지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 서너 명과 한 모둠이 되어 직접적인 생활지도를 하면서 패밀리 개념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은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고 절약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으며, 생명의 가치를 느끼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청소년기에 학업중단이란 가장 중대한 위기 상황을 겪은 이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당당한 청년으로 자라나는 이야기는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했다는 한국의 교육이란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의 교육열’에 국한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현실에서, 경남복지고등학교의 창조적인 교육내용이야말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자랑스러운 교육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