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인해 무엇이 달라질까?

-‘나비효과’ 되돌아보기-

2011-05-11     박소담 기자
내일 일을 지금 알 수 있다면 후회 없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 널 보낸 그때도 알았었더라면...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 너를 보낸 후에 알게 됐던 것.
널 보내기 전에 모두 알았더라면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 지금 혹시 차 한잔을 같이 했을까.
가수 신승훈의‘나비효과’노래 가사의 일부분이다. 이처럼 내가 한 자그마한 행동이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혹은 다른 어떤 현상 때문에 큰 일이 닥치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나비효과’가 가져온 후폭풍으로 여겨지는 기상이변 및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나비효과'는 어떤 곳에도 나타날 수 있다.

나비효과란?
누구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용어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카오스(혼돈) 이론에서는 초기 값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 표현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2년에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실시한 강연의 제목인<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에서 유래한다. 그는 컴퓨터로 기상을 모의 실험하던 중 초기 조건의 값의 미세한 차이가 엄청나게 증폭되어 판이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발견하였다. 이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어떤 하나의 원인이 다른 결과를 초래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나비효과에 따르면, 기상 예측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가 크게 나타나고, 따라서 장기적인 기상 예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폰더씨의 나비효과-모든 작은 행동엔 의미가
나비효과 이론을 얼핏 생각했을 때는 터무니없게 들릴 수도 있다. 이 이론을 잘못 이해할 경우 어느 한 사람이 바다에 던진 돌 하나의 파문이 태평양을 건너 칠레에서는 해일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 땅바닥을 두드렸다면 그 영향이 돌고 돌아 어딘가에서 지진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비효과 이론이 처음에 세상에 발표되었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이론의 위상은 사뭇 달라졌고 일부 사람들은 나비효과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단지 눈에 보이는 물리적 현상에 적용한다면 여전히 미미한 효과 때문에 회의적일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 미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간의 본질적 삶의 문제에 적용시키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고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이 나온다.
앤디 앤드루스(Andy Andrews)가 지은‘폰더씨의 나비효과’란 책에는 무수한‘나비효과 예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에는 미국 남북전쟁에서 북군에 승리를 가져다 주었던 유명한 게티즈버그 전투에 대한 얘기가 있다. 게티스버그 전투는 남군과 북군 양쪽의 팽팽한 대규모 전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전투 막바지의 객관적 전력은 북군의 패배나 다름없었다. 남군 쪽으로는 끊임없이 지원군이 합세한데 반해 북군 측은 대부분의 병사들이 죽었고 그나마 남은 병사들조차 지니고 있는 총에 탄환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휘관은 패배를 인정하고 등을 돌려 달아나는 대신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해야 할 소명을 완수하면서 죽는 쪽을 택했고 병사들에게 진군을 명했다. 그 말은 병사들에게 지금 당장 적군에게 달려 나가 목숨을 바치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자신의 소명에 번뜩이는 눈을 한 대장의 의지, 그것이 바로 최초의 미미한 나비의 날갯짓이었다. 그의 의지는 병사들을 진군하게 만들었고, 맹렬히 달려오는 북군 병사의 기세에 눌린 남군은 훨씬 많은 병력을 가지고도 참패를 했다. 이로써 남북전쟁은 북군의 승리로 끝났고 그 결과 미국은 단 하나의 거대한 국가로 존속하게 되었다. 만약 그때 남군이 승리했었다면 미국은 유럽 연합처럼 수없이 많은 나라들로 분리되었을 테고 지금과 같은 거대한 힘을 가진 강대국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세계대전 때 독일과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현재 21세기는 제국주의의 여파 아래서 많은 나라들이 핍박을 받으며 지내고 있을 수도 있고, 파시즘과 나치즘이 유일한 진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북군 지휘관의 의지가 21세기의 현재 세계 정황을 결정했을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폰더의 이론에 따르면 이런 일은 무수하게 많아진다. 화가 지망생이었던 히틀러를 그가 지원한 미술학교에서 떨어뜨리지만 않았다면 극악무도한 히틀러는 없었을지도 모르니 2차 대전 원인 제공자 중 하나는 미술학교 입학담당관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졌어도 미국이 사상 초유의 강대국으로 존속하게 되었을 가능성은 여러 가지로 있을 것이고 히틀러가 미술학교에 합격해서 화가의 길을 걸었더라도 언젠가 자신의 악함을 일깨워 역사속의 히틀러로 돌아왔을 것이다. 나비효과가 옳다고 믿든 아니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오늘날 우리가 선택하고 있는 무수한 일들 하나하나, 행동하고 있는 일들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고 소중하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초석이라는 진리 말이다.

단순한 소비 행태가 인류의 파멸로?
지난해 ‘나비효과’를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의 멤버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북극으로, 다른 한 팀은 몰디브로 설정된 각각의 컨테이너 세트에서 생활한다. 몰디브 팀은 무더위에 에어컨을 켜고, 뜨거운 공기는 실외기가 설치된 2층 북극에 그대로 전달돼 얼음이 녹는다. 하지만, 그 피해는 다시 아래층 몰디브로 흘러들어 1층 세트장은 물바다가 된다. 결국, 공멸의 길을 걷는다는 시나리오다. 지구촌이 처한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프로그램에서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묘사된 주제는 우리가 생각 없이 하는 작은 행동의 여파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다른 인류와 국가, 다시 우리 자신에게 엄청난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촌의 현실을 보면 성급한 일반화로 치부해 버리긴 쉽지 않다.

지구촌 기상이변의 책임은 모든 인류에게 있다
최근 들어 지구에는 여러 가지 이상 기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먼저 북아메리카를 보면 지난해 내린 폭설로 미국 위스콘신과 미시간 등 중서부 4개 주에는 눈보라를 동반한 폭설이 이어져 최소 15명 이상이 숨졌으며, 미네소타 주에서는 풋볼 경기장의 지붕이 폭설로 무너지고 캐나다 온타리오 주 고속도로가 고립돼 240여 명이 구조되는 일이 발생했다. 기상 이변으로 유럽도 몸살을 앓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30℃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와 폭설로 52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폭설로 유럽 공항들은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고, 유로스타 등 유럽 각국을 잇는 고속열차의 운행이 절반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 역시 여름 홍수로 곤욕을 치렀다. 100년 만에 최고 수위를 기록한 드리나 강의 범함으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하기도 했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올여름 파키스탄을 강타한 폭우로 2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7월 말 북서부 지역에 집중된 이 폭우로 말미암아 전 국토의 5분의 1가량이 침수돼 최소 1천6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수십억 달러 상당의 저장식량과 미수확 농작물이 유실됐다. 홍수는 한 달 뒤에도 발생해 신드 주(州) 타타에서 제방이 재차 붕괴되면서 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타타 중심지와 외곽지역까지 물에 잠겼다. 인접
국인 인도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라다크 지역 중심도시인 레(Leh)와 그 일대가 잠기면서 110명이 숨지고 3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나왔다. 중국은 티베트 자치구 저우취현에서는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2천여 명이 사망했다. 북한 역시 8월에 있은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해 신의주 전역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특히, 중국을 강타한 겨울 가뭄과 이상 고온은 세계 식량 시장의 가격 폭등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황허(黃河)강과 화이허(淮河)강 인근 387만ha가량의 밀 재배 지역이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또한, 농민 177만 명과 가축 155만 마리가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가뭄 지대는 겨울철 전체 밀 작황지의 19%나 차지하고 있으며 기상 이변이 지속될 경우 내년 5월 밀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어 식량 수급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역시 기상 이변으로 농작물 가격이 일부 폭등하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몰디브 - 북극을 다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시나리오처럼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상 이변은 당장 우리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에 영향을 끼쳤다. 현대 인류의 아낌없는 소비 행태와 그로 인한 과도한 화석 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촉진하였음을 생각하면 세계 주요국의 기상 이변이 우리와 무관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소비 습관을 유지하는 한 지구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 분명하므로 지구촌 기상 이변은 모든 인류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재해방지 인프라가 취약한 저개발국가의 피해가 더 큰 만큼, 선진국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올해와 같은 기상 이변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본발 나비효과
일본근해 전례 없는 고래떼 포획 ▶일본 대지진 ▶뉴질랜드로 쓰나미 여파 ▶중국의 소금소동 ▶홍콩의 일본분유 사재기 ▶러시아와 미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요오드품절사태 ▶한국미역과 다시마 절판
일본 대지진이 어떠한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일본 지진으로 인해 일본의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따라 국제 유가가 하락하였고 장기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지진 재건 과정에서 어느 정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면서 일본 경제 회복과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끼칠 것이라는 그나마 긍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아직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의 재앙으로 또 다른 경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수면 아래에 있던 유럽 재정 위기가 꿈틀대고 있고 중동 사태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뇌관으로 잠복하고 있어 국내외 경제, 금융이 여전히 불안정하다. 여기에 나날이 점증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거기에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는 ‘재스민 혁명’ 즉 ‘민주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와 경제의 두 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알아보았듯 세계 모든 지역에서 기상이변과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앙이 그칠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각(地殼)변동이 일어나고, 지반(地盤)이 침몰하고, 지구의 자전주기도 변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일본의 재앙을 시발점으로 하여 지구공동체의 일대 변혁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대자연의 해일’은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경제적 해일’, ‘정치적 해일’, 그리고 ‘문명의 해일’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렇듯 변혁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에서 다양한 재난이 그 자극제가 되어 ‘쇼크 닥트린(shock doctrine)’으로 회생의 길을 찾으리라 기대해 본다.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공기속의 분자들을 움직일 수 있고 이어 더 많은 분자들을 흔들어 놓아, 결국 지구 반대편에서는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 -폰더씨의 나비효과 中-
지금까지 우리의 삶, 즉 현재가 있기까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요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실마리가 되고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만약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등의 가설로 이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시간이 지났을 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로 인해 뭐가 달라지는가. 내가 움직일 때, 내가 행동할 때, 내가 무언가를 할 때. 우주는 그것을 눈치챌까? 세상에 있는 그 어느 것도 나름의 존재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음을 깨닫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NP>

재미있는'나비효과'
나비효과 사례 1
프랑스에는 다음과 같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쇠못을 하나 잃어버리면 말발굽 하나를 잃는 것이요, 말발굽 하나를 잃으면 전투마를 한 필 잃는 것이요, 전투마 한 필을 잃는 것은 장군 한 사람을 잃는 것이요, 장군 한 사람을 잃는 것은 전쟁에서 지는 것이요, 전쟁에서 지는 것은 곧 한 나라의 멸망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멸망은 뜻밖에도 한 장군의 애마의 말발굽에 박힌 작은 철못이 헐거워져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미구멍을 막지 않으면 둑이 무너지는 이치다. 이처럼 작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 나중에 큰 재난에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게 나비효과의 교훈이다.
나비효과 사례2
빠른 두뇌 회전을 돕는 문제 중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다."연못에 핀 연꽃이 두 배씩 늘어나는데, 30일이면 연못을 가득 채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이 28일이라면 연못의 꽃은 얼마나 피어 있을까요?"정답은 4분의 1이다. 30일째 연못이 연꽃으로 가득 피어난다면 하루 전날인 29일에는 그 반인 2분의 1이 피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29일 하루 전날인 28일에는 연꽃이 겨우 연못의 4분의1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28일째 되는 날 연못을 바라본다면, 이틀 후에 연못이 연꽃으로 가득 피어나리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나비효과다.
나비효과 사례3
보험이론과 은행의 복리 이율의 기본 원칙도 모두 나비효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 만약 매월 100원씩 연이율 10퍼센트짜리 적금을 드는데 원금과 이자를 모두 저금한다고 가정하자.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면 다음해에는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이 1,265원이 될 것이고, 10년 후에는 18,050원, 20년 후에는 48,100원, 50년 후에는 210,250원으로 불어날 것이다. 매월 절약하는 100원은 적은 금액이지만 몇십 년 후에는 큰 돈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