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취업과 직업선택을 위한 발판?

달라진 대학가 현장

2011-06-07     이민선 기자
흔히들 요즈음 대학가엔‘낭만’이 없다고들 말한다. 학문을 탐구하는 목적 대신‘취업’이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로 눈치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과거에 비해 개방적인 성문화로 인한 동거문화 등 대학가는 빠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학과 생활 참여 저조, 취업 관련에는 몰려
지난해 11월 취업 인사포털 인크루트가 2000년 이전 학번 282명과 2000년 이후 학번 239명 등 총 521명에게 각각‘바뀐 대학 풍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설문은 달라진 대학가의 모습을 확인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설문 조사를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달라진 대학생의 모습 중 하나가 학교행사와 학생운동 참여가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다. 농촌활동, 동아리엠티, 학과엠티 등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편이냐는 질문에 2000년 이전 학번은 과반수 이상인 65.2%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편이라고 답한 반면 2000년 이후 학번은 45.2%만이 그렇다고 답해 20%p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운동도 마찬가지였다. 학생운동에 참여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000년 이전 학번의 경우 40.4%가 있다고 답한 반면 2000년 이후 학번은 13.4%에 그쳤다. 하지만 학교 행사나 학생운동에 소극적인 2000년 이후 학번이 취업에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교내에서 취업 스터디를 해 본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묻자 직장인은 22.3%가 취업 스터디를 해봤다고 답했지만 현재 대학생은 35.1%로 12.8%p 높게 나타났다. 2000년 이후 대학생이 휴학도 많이 했다. 휴학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2000년 이전 학번의 절반(50.0%)이 휴학하지 않고 곧바로 졸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반면 2000년 이후 학번의 경우 취업 준비, 어학연수 등의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휴학도 필수(61.1%)라는 인식이 더 큰 것으로 조사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대학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뀐 모습이었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2000년대 이전 학번의 과반수 이상이 깊이 있는 전공 분야 학습과 학문 탐구(52.8%)라고 답한 반면 2000년대 이후 학번은 취업, 직업선택을 위한 뒷받침 및 발판을 마련(57.7%)하는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2000년 이후 학번이 상대적으로 취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도서관에서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에도 드러났는데, 전공 관련 공부를 한다는 응답은 줄었고(82.3%→62.8%) 취업 공부를 한다는 응답이 8.9%에서 25.5%로 크게 늘었다.

강의실에 보편화된 첨단기기
수업시간 주로 어떻게 필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2000년 이전과 이후 응답자 모두 노트, 전공책에 필기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긴 했지만, 98.6%의 응답률을 보인 2000년 이전 학번의 경우 노트필기 외 다른 대안이 거의 없었으나, 2000년 이후 학번의 경우엔 노트필기 비율이 90.0%까지 줄어든 대신, 넷북이나 노트북 활용(5.5%), 사진기로 칠판 찍어두기(0.9%) 등 디지털 기기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업시간 휴대폰 사용에 대한 생각도 차이를 보였는데 2000년대 이전 학번은‘수업시간에는 꺼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65.6%)‘본인의 생각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16.7%)‘방해가 되지 않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13.5%)순으로 응답했으나 2000년 이후 학번들은‘방해가 되지 않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33.5%)‘본인의 생각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34.3%)‘수업시간에는 꺼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27.2%)순으로 나타나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괘념치 않았다. 캠퍼스의 선후배 호칭에도 변화가 보였다. 중성적이고 존칭의 표현에서 오빠, 누나 같은 편안하고 수평적인 호칭으로 바뀐 것. 특히 남자가 여자선배를 부를 때, 여자가 남자선배를 부를 때 호칭이 많이 바뀌었는데, 여대생이 남자선배를 부를 때‘오빠’라고 부르는 경우는 2000년 이전 57.7%에서 63.0%로 늘어난 반면,‘선배’(23.1%→21.0%)와‘형’(11.5%→2.0%)이란 호칭은 쓰임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가 여자선배를 부르는 경우에도‘선배’란 호칭이 2000년 이전 28.9%에서 2000년 이후엔 14.4%로 쓰는 비율이 절반이 된 반면,‘누나’라는 호칭이 46.5%에서 65.5%로 크게 늘며 그 자리를 대신했다. 대학생이 즐겨 먹는 술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2000년대 이전 이후 학번 모두 가장 선호하는 술은 소주(61.0%, 54.8%)로 나타났지만, 2위는 바뀌었다. 2000년대 이전 학번은 막걸리 동동주(20.6%)가 소주에 이어 즐겨먹는 술로 꼽혔지만 2000년 이후 학번은 맥주(24.7%)를 소주에 이어 많이 마셨다.

격세지감, 대학가
앞서 인크루트의 설문조사는 대부분이 생각하고 느끼는 대학생활을 대략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학번인 기자는 설문 조사를 보며 과거 대학생활을 생각하게 된다. 대학에 입학 후 동기들의 편입, 취업, 공무원 시험 준비 등으로 대학생활의 낭만은 꿈도 못 꾸었고 오히려 치열함을 더욱 경험했었다. 또한 당시에도 학과 활동에 미지근한 반면, 학점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는 적극적인 친구들이 상당수였다. 과거 2000년대 전 학번에서 학점보다는 동기와 선후배들과의 관계 형성이 중시되었던 모습과는 비교되는 현상에 실망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다. 물론 2011학번까지 있는 지금은 기자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 초반과는 또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올해 경북대를 졸업한 최모(27) 씨는 졸업앨범을 구입하지 않았다. 졸업앨범을 구입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사진도 찍지 않았다. 최 씨는“몇 년 전 형이 대학을 졸업을 하면서 앨범을 구입했는데 졸업식날 한번 보는 것이 전부였다. 졸업앨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업앨범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대학교 4학년생 2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2.9%가 졸업앨범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사진을 찍지 않겠다’는 응답자도 37.5%나 됐다. 경북대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졸업생 가운데 50% 정도만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졸업앨범 사진을 찍은 학생들 가운데 졸업앨범을 구매한 학생도 절반 정도에 그쳤다. 결국 졸업앨범을 구입한 졸업생은 전체 졸업생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영남대도 졸업앨범을 구매한 졸업생 비율이 30~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 졸업앨범을 구매하는 학생들이 감소하면서 졸업앨범의 두께도 줄고 있다. 2010학년도 영남대 졸업앨범은 440페이지로 10년 전 680페이지에 비해 무려 240페이지나 줄었다. 대학생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고 앨범도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대학 관계자들은 가장 주된 이유로 경제적 부담과 취업난을 꼽고 있다. 졸업앨범 사진을 찍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남학생들보다 돈을 더 써야 한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정장과 구두를 사고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까지 받으면 100만원은 쉽게 깨진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취업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앨범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어학연수, 고시 준비 등으로 인한 잦은 휴학`복학으로 졸업시기가 저마다 달라 졸업사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향도 한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취업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성형은 필수코스
올해 대학교 3학년이 되는 김승현씨(남)는“개강 후 여자 후배나 동료들의 얼굴이 많이 달라져 상당히 놀랐다”며“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방학동안 성형수술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외모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 예뻐졌다는 것이 김 씨의 말. 요즘 대학생들에게 성형은 외모적인 콤플렉스를 보완하기 위해 거쳐야할 하나의 관문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는 외모 변화를 원하는 본인의 욕구 때문만이 아닌 어려워진 취업 경쟁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 등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너무 성형에 빠져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이미 성형은 사회의 한 문화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외모는 채용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그랜드성형외과 오민 원장은“취업 시즌을 앞둔 겨울에는 대학생이나 취업 재수생의 성형 상담이 늘어난다.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스펙만큼이나 외모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기업들의 채용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전문화되면서 차별화된 스펙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 안에 대학생들의 성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신기할 일도 아니다. 대학생들의 이미지 변신은 치열해져가는 경쟁사회에서 외모도‘스펙’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대학가 신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첫인상 및 외모의 경쟁력을 고려하는 기업들의 면접유형이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자리잡으면서 성형을 고려하는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는 것도 청년실업이 가져온 새로운 풍경이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대학생들이 방학을 스펙 쌓기로 보내게 되면서 과거의 대학생활의 낭만보다는 치열해진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시험기간 달라진 모습
취업난에 허덕이면서 대학생활에서 시험시간의 모습도 달라졌다. 시험기간 직전에 교내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복사실’이다.‘필기의 신’의 노트를 복사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노트 필기 대신 노트북, 녹음기,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등으로 수업내용을‘기록’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USB를 통해 30초면‘파일 복사’를 완료하는 경우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제 학생들은 강의 동영상 파일을 반복해 보거나 녹음파일을 반복 재생해 들으며 시험공부를 한다. 또한‘족보공유’현상도 특이할 점이다. 학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요즘 대학생들에게‘족보’는 더없이 중요하다. 서울 소재의 한 여대에는 학교 커뮤니티에‘족보공유’게시판을 통해 전공에서 교양까지 거의 모든 시험의 족보가 교환되고 있다. 족보를 다운받기 위해 평소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포인트’를 적립해 두어야 한다. 학교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학교 밖‘족보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회원가입 후 유료 결제하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의 족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더 이상 시험 족보를 구하기 위해 미리미리 선배들에게 눈도장을 찍어놓을 필요가 없게 됐다. 또 1학년 때부터 학점관리에 들어간 신입생들과 취업을 위해 졸업을 유예한 고학년까지. 학생은 넘치고 도서관 열람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대학가의 모습이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의 경우는 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이 시험기간 중 빈 강의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사용가능한 강의실 시간표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이는 부족한 열람실을 대체하기 위함이다. 도서관이나 강의실이 불편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학교 주변의 스터디룸을 이용하거나,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런 추세 때문인지 시험기간이 되면 학교 주변의 카페들 중 영업시간을 연장하거나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도 늘고 있다. 취업경쟁의 심화, 늘어나는 각종 디지털 기기, 대학 내 선후배간의 유대감 약화가 지속되면서 대학가 시험기간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달라진 성문화
지난해 한국대학신문과 대학생 포털 캠퍼스라이프가 전국 200여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2010 전국 대학생 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89.4%는 사랑이나 결혼이 전제가 된다면 혼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56.2%가 사랑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고 21.1%는 결혼이 전제된다면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조건 없이도 가능하다는 반응도 지난해 9.1%에서 3.1%포인트 증가한 12.2%로 나타났다.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은 10.5%로 집계돼 지난해 12.4% 비해 줄어들었다. 혼전동거에 대해서는 결혼이 전제되면 가능하다는 답변이 38.3%로 가장 많았고 결혼이 아니라도 사랑한다면 가능하다는 의견이 34.5%로 집계됐다. 특별한 조건 없이도 가능하다는 답변은 7.9%,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19.3%로 나타났다.‘이성친구와의 동거를 찬성한다’고 밝힌 응답자들은‘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59.6%)’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24.5%)’,‘'해봐야 후회가 없으니까(7.8%)’,‘데이트 비용, 생활비 등을 아낄 수 있으니까(3.0%)’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성개방 풍조가 득세함에 따라 남녀 학생이 함께 사는 대학가 동거족이 늘었다. 대학생들에게 동거에 대해 물으면“동거는 선택이고 자유다”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다. 이제 대학가 동거족들은 음지에 머물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도 동거는 넘쳐흐른다. 한편, 성의식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대학생의 비율 역시 크게 늘어나 지난해 31.8%에 비해 11.2%포인트 늘어난 43.0%의 대학생이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남학생 58.1%, 여학생 30.0%) 성경험이 있다는 응답과 관련해서는 특히, 남학생은 지난해 51.5%에 비해 6.6%포인트 높아진 데 반해 여학생은 지난해 17.8%에서 12.2%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의 성의식이 빠르게 개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학생들의 변화된 성 의식은 성년의 날의 모습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성년의 날에 대학가 모델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보도는 대학가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성인으로서 자각과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는 성년의 날이 대학가에서 젊은이들에게‘그들만의 성인식’을 치르는 날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성년의 날 연인과 모텔을 찾는 것에 대해 거리낌 없이 생각하고 있는 추세다. 대학생 이은영씨(가명ㆍ22)“성년의 날 애인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연인끼리는 모텔을 찾기도 한다”며“요샌 고등학생들도 사귀는 사이끼리 성관계를 가진다고 하는데 성인인 대학생들이라고 예외겠느냐”고 전했다. 대학생 정소영씨(25)는“학교에서 애들마다 서로 어떤 테마의 모텔로 갈 것인지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성년의 날의 의미가 연인들의‘어른 흉내내기’행사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추세를 반영하는 이벤트도 생겨나고 있다. 한 극단에서는 성년의 날 이벤트로 연극 관람객 중 추첨을 통해 호텔숙박권을 제공한다. 이 극단은 지난 2008년에도 관객 일부에게 5만원 상당의 모텔 숙박권을 제공한 바 있다.

빠른 변화 속, 잊혀지지 않을‘낭만’이 존재하기를..
상아탑으로 인식되어야 할 대학이 취업공장 정도로 전락해버린 지금, 대학가는‘낭만’을 논하기보다는‘전쟁터’를 방불케한다. 돈독한 선후배의 정 보다는 경쟁상대로의 선후배가 우선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고시에 뛰어드는 신입생들,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로 눈치작전이 치열한 곳 그곳이 대학이 되어버린 게 오래 전 일이다. 물론, 우리가 보고 듣는 것 외에도 여전히 대학가의 훈훈한 모습은 있을 터지만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기자가 대학을 다녔을 때만해도 여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익숙했다. 교내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을 보면“와! 멋진데”를 외치면서도 누구도 화장실을 나와 당당하게 남학생들과 담배를 피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불과 10년 전의 모습이었다. 아직도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여학생들이 많지만 이제는 거리낌 없이 남학생들과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의식도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초등학생도 성관계를 갖는 요즈음 대학생들의 성관계로 인한 다양한 문제는 이제 놀랄 일도 아닐뿐더러 그들의 동거에 대한 논의조차 이제는‘당당’한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동거는 당당한 일이다. 자유다’고 외치는 누군가도 자신의 동거 문제는 쉬쉬하겠지만 과거에 비해 확실히 개방된 성의식은 동거도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는 또 다음 5년 10년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 예상되면서 한편으로는 우려가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는 각박해지는 이 사회의 대학가에서도 과거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이 추억하는 대학가의‘낭만’이 영영 사라지지만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