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피같은 세금을 유흥비에 쓴다고?
초과근무 조작으로 식비 타내고, 골프장ㆍ노래방서 유흥비로 탕진까지
2011-07-07 박소담 기자
공공기관, 골프장ㆍ노래방서 법인카드 1억 결제
최근 공직 사회 비리가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공공기관 직원들이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골프장과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로 1억여 원을 결제하는 등의 부패 행위가 빈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공공기관별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A공공기관 직원들은 2009년 1∼8월 법인카드 사용이 제한된 골프장과 노래방에서 1억2천만 원을 사용했다. B기관은 퇴임직원 환송회 등의 명목으로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로 2천만 원을 결제했다. C기관의 경우 2008년 7월∼2009년 12월 주말과 공휴일에만 법인카드로 1억1천960만원(989건)을 사용했지만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서류가 없었다고 권익위 측은 지적했다. D기관 직원들도 공휴일에 공사감독 명목으로 2천600만원을 썼으나 출장명령서 등 사용 내역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했다.
권익위 관계자는“법인카드로 개인 골프용품, 고가의 선물 등을 무단 구매하면서 이를 부패로 인식하지 않는가 하면 공직자 행동강령 기준을 벗어난 과도한 접대비를 숨기려고 분할결제하거나 허위 증빙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이날 오후 서대문구 청렴교육관에서 130여개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공공기관 협의회를 열고 법인카드 관련 내부 통제장치와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확산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은 심야나 휴일, 원거리 지역 혹은 골프장 등 사용금지 업종에서 법인카드를 이용하거나 분할결제와 동일업소 반복이용 등 비리 징후가 생길 경우 시스템에서 자동 확인해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패 통제 장치다. 권익위는 협의회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1만2천여개 공공기관에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고, 특히 정부 예산과 연구 개발 사업비, 보조금 등 예산집행 시스템 내에서 해당 시스템을 연계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도를 넘은 공무원 비리
-수차례 성접대까지 받고도‘징계수위를 낮춰달라’, 선거중립의무 위반하고 근무시간 이탈하고도‘강등처분 과하니 소송제기’
최근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가운데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나 있음직한 파렴치하고 추한 공직 비위가 여전히 남아 있어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쇄신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들의 비위 유형도 향응, 성접대 등 뇌물수수, 공명선거 풍토를 훼손하는 선거 중립의무 위반, 근무수당 가로채기, 직무 유기 등 각양각색이다. 건설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및 추징금 3천700여만 원이 확정된 강원도 내 모 자치단체 전직 공무원 A(54)씨. A씨는 최근‘자신이 저지른 일부 비위는 징계시효가 끝난 만큼 이를 감안해 징계 수위를 낮춰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2006년 2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모 지역의 4개 건설업체로부터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모두 77차례에 걸쳐 3천700여만 원의 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지자체의 건설부서 고위 간부로 봉직했던 A씨는 주로 건설업자와 룸살롱을 수시로 드나들며 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해당 업자들은 A씨 접대비로 1회당 100만~280만원 상당을 탕진했고, 이 중 34차례는 소위‘2차’를 통해 성 접대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A씨는 일부 향응과 성 접대는 징계시효인 각 3년과 2년을 경과한 만큼 징계사유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후안무치함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직장 동료인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등의 이유로 강등된 모 지자체 공무원 B(57)씨의 뻔뻔함도 A씨에 못지않다. 모 자치단체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B씨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지자체장의 선거캠프에 각종 자료를 전달하는 등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직장 동료인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근무시간에 무단이탈했다. 이로 인해 B씨는 공직에서 해임됐다가 도 지방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에서‘강등’으로 징계수위가 한 단계 낮아져 공무원 신분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B씨는 반성은커녕 강등처분이 너무 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돼 망신만 당했다.
여기다 올해 초 전국을 휩쓴 구제역사태 때 자신의 근무시간에 일용직을 대신 투입하고 수당과 휴무를 챙긴‘얌체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도내 모 지자체 소속 공무원 12명은 지난 1월13일부터 2월13일까지 42회에 걸쳐 산불진화대원 등 기간제 근로자 11명에게 구제역 초소 등을 대리근무를 시키고 근무일지에는 마치 자신들이 근무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 일부의 경우 141만4천원 상당의 초과근무수당까지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춘천경실련 하상준 사무처장은“금품 향응 등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뇌물 비리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 것은 내부 감사기능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라며“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된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를 공직사회 감사관으로 영입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공직사회 비리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처벌하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예비금 수억 원을 제 돈 마냥‘흥청망청’
선거 때 5000원짜리 식사대접에도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던 선거관리위원회. 출퇴근 내역을 조작해 특근비를 수령하고 회식 경비로 수백만 원을 펑펑 쓴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 A씨는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전자 출퇴근 기록 장치에 동료들의 고유번호를 대신 입력했다. A씨가 퇴근 기록을 대신 찍어줘, 일찍 퇴근한 동료들도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입력돼 하루 5000원의‘특근매식비’를 받았다. 가장 일찍 출근하는 사람은 대신 출근 기록을 찍어주기도 했다. 선관위 공무원들이 이렇게 타간 초과근무 특근매식비가 지난해 10개월간 1억4000여만 원이다. 2009년 중앙선관위를 퇴직한 공무원 B씨는 환송회에서 동료들로부터 수십만 원의 전별금(餞別金)과 재직 기념패를 선물로 받았다. 동료들은 이 비용을 사적으로 걷지 않았다. 선거ㆍ정당 사무의 목적으로 집행하도록 규정돼 있는 예산에서 빼서 썼다. 이들이 3년간 이런 식으로 쓴 돈은 모두 2억8000여만 원이었다. 뿐만이 아니다. 선관위 상임위원 C씨는 2008년부터 3년간 매달 290만원씩의‘업무추진비’를 선관위로부터 현금으로 받았다. 어디에 썼는지 영수증을 낼 필요도 없었다. 국고금관리법에 따르면 업무추진비의 경우 정부구매 카드(클린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상임위원 38명이‘공명선거추진활동비’등의 명목으로 매달 타다 쓴 현금은 총 1억8000여만 원에 달했다. 중앙선관위가 2009년 재ㆍ보선 관리경비 목적의 예비비 5300여만 원도 명세서에 기재된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측은 밝혔다. 선관위 산하 선거연수원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관련이 없는 직원 전체회식 경비로 151만원을 썼고, 평창군 선관위는 선관위원과 직원들에게 문화탐방 여비로 118만원, 안산 상록구 선관위는 청사 창문 단열필름 시공비로 1100만원, 중앙선관위 총무과는 청사 내 체력단련실 운동기구 수리비용으로 70만4000원을 썼다. 강릉시선관위는 직원 관사 커튼 설치비용으로 144만원을 썼고, 원주시선관위는 청사 타일보수에 190만원을 썼다. 선관위는 직원ㆍ간부 선물구입비, 전별금 및 재직기념패 제작, 직원 체육행사비, 각종 경조사비 등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예비금 2억8000여만 원을 쓰기도 했다. 감사원은“예비금은 선거ㆍ정당 사무 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사용하고,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각종 선거대책 경비와 국회 등 대외기관 활동비 등에 쓰도록 선관위법에 근거해 선관위가 매년 의결하는 것”이라며“매년 반복되는 지출에 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선관위 관계자는“선관위 예산이 다른 기관에 비해 상당히 부족해, 부득이하게 예비금 등을 일상적 경비로 사용해왔다”며“재정 당국과 협의를 통해 예비금을 본예산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기업 자금담당 직원이 납품대금 10억을 횡령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직원이 10억 원 가량 회사 돈을 횡령해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한 한수원이 경찰에 형사고발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한수원은 울진원자력본부 자금 담당 직원인 A씨가 조달청에 지급해야 할 거액의 납품대금을 수차례 빼돌려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 20일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한수원은 A씨가 횡령한 회사 돈이 일단 1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개인적으로 선물 투자를 하다 큰 손실을 보자 회사 돈을 빼돌렸다는 점과 조달청에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렸을 가능성 등에 비춰 횡령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 울진본부 관계자는“횡령한 직원이 도주한 상태여서 어떤 이유에서, 어떤 수법으로, 얼마를 빼돌렸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내부적으로 자체 감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 관계자는“한수원이 내부적으로 이번 횡령 사건을 파악한 시점도 중요한 사실”이라며“내부적으로 파악한 시점과 경찰에 고발한 시점에 차이가 많이 난다면 의도적으로 사건을 쉬쉬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정부에서 진행한‘공공기관장 100명 2010년 경영 평가’, 임기 중 퇴출 단 3명
기획재정부는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100개 공공기관과 기관장들에 대한 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정부는 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인‘아주 미흡’(50점 미만) 등급을 받은 조남범 노인인력개발원장과 2회 연속‘미흡’(50∼60점 미만) 평가를 받은 민계흥 방폐물관리공단 이사장, 심호진 어촌어항협회장에 대해 대통령 및 주무부처 장관에게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경영평가단 부단장인 조택 이화여대 교수는“해임건의 대상 3개 기관 모두 20여 개 평가지표에서 A등급은 하나도 없었다”며“특히 성과연봉제 도입 등 정부시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노사관계를 위한 노력이나 경영실적도 미흡했다.”고 밝혔다. 이 3명 외에 임동오 전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현 중부대 총장)도 2년 연속 경고를 받아 해임건의 대상이었지만 3월 사퇴하면서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 처음으로‘미흡’ 등급을 받은 기관장과 임 전 이사장 등 8명은 경고를 받았다. 이들이 내년 평가에서도 다시 경고를 받으면 해임건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비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에만 징계가 집중된 데다 그나마 경고나 해임건의를 받은 기관장 절반 이상이 이미 임기가 만료되거나 교체될 예정이어서‘솜방망이’징계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평가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90점 이상으로‘탁월’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없었으며‘우수’등급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중소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등 7명이었다. 이어‘양호’32명,‘보통’50명,‘미흡’1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날 기관장 평가와 별도로 100개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6개 등급(S 및 A∼E)으로 평가한 결과 최고 등급인 S등급과 최저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 곳도 없었으며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5개 기관이 두 번째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독립기념관과 영화진흥위원회 등 8개 기관은 D등급을 받았다. 올해 공공기관장과 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는 지난해보다 대체로 높아졌다.‘미흡’이하 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지난해 20명에서 올해는 11명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양호’이상을 받은 기관장은 39명으로 지난해(31명)보다 늘었다. 기관평가에서도 A등급 이상을 받은 기관은 지난해 23곳에서 올해 25곳으로 늘었다. 경영평가 결과가 지난해보다 개선된 것은 경기회복으로 공공기관의 순이익이 2009년 5조 원에서 지난해 6조100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경영성과가 전반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또 노사분규가 12건에서 3건으로 크게 감소하고 66개 대상 기관 모두 타임오프제를 도입하는 등 노사관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공공기관 평가가 강화되면서 상당수의 기관장이 오직 평가를 잘 받기 위한 경영에 매달리면서“평가지표와 실제 경영성과가 따로 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평가지표가 적절성이 떨어지다 보니 시험점수와 실력 간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농어촌공사는 법인카드를 남용한 사실이 적발되고 한전은 정년을 연장해주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책임경영지표’에서 최하등급을 받았지만 기관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방만한 경영과 관련된 지표들이 전체 평점(100점 만점)에서 3, 4점에 불과해 전체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장 평가에서 경고와 해임건의를 받은 공공기관 11곳 가운데 도로교통공단과 한국기술교육대를 제외한 9곳이 임직원 300명 이하의 소규모 공공기관이어서 힘센 대형 공공기관은 빠져나가고‘피라미’만 겨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미 사퇴한 한국사학진흥재단을 제외하고 해임건의나 경고를 받은 공공기관의 기관장 1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명이 올해 기관장이 교체됐거나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이미 사임하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이더라도 경고나 해임건의를 받으면 성과급이 절반으로 삭감된다.”고 설명했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책임을 맡고 있든 부패한 비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공직과 공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 더욱 거센 뭇매를 맞는 것은 그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웠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받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해야 마땅한 이들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부정부패 비리자들은 국민의 혈세를 파먹는 곰팡이와 같다. 요령껏‘해 먹는’것이 능력 있는 것이라는 풍조가 발붙일 곳이 없도록 공직자 비리에 대해 철저한 민사배상과 강력한 형사처벌이 이루어져‘비리는 곧 패가망신’이라는 사회공감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