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정신 차려 봐요

“범죄에의 노출, 태아 기형 등 남성보다 심각한 여성 음주의 폐해”

2011-09-29     박소담 기자
올해 직장생활 2년차인 김예진(가명ㆍ29)씨, 그녀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지난밤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 선배와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소위‘필름’이 끊겨버린 것. 그런데 다음날 회사 선배가 들려준 얘기는 더욱 놀라웠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길바닥에 누워 버리는 것은 물론 술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신의 집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등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주사를 부렸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은 겪어 보았을 과도한 음주와 그에 따른 실수담. 그러나 여성이 남성에 비해 알코올의 의존도가 높아 그 심각성이 높다고 한다. 여성 음주의 행태와 심각성에 대해 알아본다.

여성 음주, 날로 증가하는 추세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 음주율은 계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03년 49%에서 2006년에는 61.2%로 11.2%나 증가했다. 5년 후인 현재 여성 음주율이 더 높아졌음은 불을 보듯 뻔한 얘기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여성들의 음주 횟수는 월 1회 이하가 42.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거의 매일 마시는 여성의 비율도 1.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술을 마시는 직장 여성 10명중 3명 이상이 알코올 의존증 초기현상인‘블랙아웃(일명 필름끊김)’을 경험했고, 숙취로 인한 결근, 지각 등 업무 활동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또한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전문‘다사랑병원’이 술을 마시는 20∼50대 직장여성 170명을 대상으로‘직장 여성들의 음주행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가‘블랙아웃’을 경험했으며 34%는 월 한 차례 이상‘과다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의 4%는‘블랙아웃’을 정기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음주 습관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조사 대상자의 30%가 숙취 때문에 결근이나 지각, 조퇴 등 업무활동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고, 37%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해 혼자 술을 마신 경험도 있다고 답했다. 음주 중의 특정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블랙아웃’은 알코올 의존증 초기증세 중 하나이며,‘과다 음주’란 술자리에서 소주 1병, 또는 맥주 4병 이상을 마시는 상습적 과음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로 알코올 남용의 초기 증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성보다 심각한 여성 알코올 중독
여성이 술을 마셔도 되는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신세대 인기 여자 연예인 모델을 앞세운 소주 선전물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역세권의 주요 광고판을 차지하고 있는 풍경조차 낯설지 않게 여겨질 정도이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확대되어 직장여성인구가 많아지고 여성 음주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이전에 비해 관대해지면서 여성의 음주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알코올 중독의 경우 과거에는 남성에서 흔하게 나타났으나 최근 청소년기의 여성 음주가 늘어나면서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술에 약하다. 남성보다 체지방이 많고 알코올 대사율이 낮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도 알코올과 무관하지 않다. 에스트로겐은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독성 물질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증가시키고 간의 지방 분해력을 떨어뜨려 더 많은 지방을 축적하게 한다.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간 질환이 빨리 오고, 손상도 심하다. 또한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은 타고나기를 남성보다 술에 약한 존재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남성에 비해 지방 비율은 높은 반면 수분 비율이 낮은 관계로 남성과 똑같은 양의 술을 마신다면 알코올 농도 수치는 훨씬 높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잦은 음주는 남성보다 알코올성 간질환을 유발할 확률이 높고 자칫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임산부의 음주는 태아에게 대단히 위험하므로 일체 삼가해야 한다. . 임신한 줄 모르고 마신 한두 잔의 가벼운 술조차 자칫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중 음주는 태아알코올증후군(FAS)을 유발하고, FAS는 소아 정신지체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여성의 습관성 음주는 생리불순을 초래하고 심혈관 질환이나 암 발생률도 높인다. 또 임신 후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증가하며 우울증 등을 유발하여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가져온다.

여성 알코올 중독의 특성
1. 신체적 특성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지방의 비율이 높고 수분량이 적기 때문에 동일한 양의 술을 마셔도 빨리 취하게 된다. 또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보다 적어 신체적 문제가 빨리 나타날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 알코올성 치매로의 진행이 빠르게 나타난다. 특히 내분비계에 있어 술은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을 유발할 수 있고 불임과 조기폐경의 원인이 되며, 폐경기의 여성인 경우 신체 내의 비타민과 칼슘의 활용도를 떨어뜨림으로서 골다공증으로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한다.
2. 가족력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사춘기 이전 부모의 조기 사망, 부모의 알코올의존 가족력, 가족 특히 모친이나 형제자매가 우울증의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3. 초기 외상적 경험
어렸을 때 성적인 학대, 신체적 폭력 등에 노출 된 여성들의 많은 수에서 알코올 중독이나 섭식장애로 진행될 위험성이 크다고 하며, 이런 여성들은 2차적인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4. 우울감
1년간 종단적으로 추적한 연구에서 우울증 병력과 우울증 증상의 빈도가 높은 여성일수록 문제성 음주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남성 중독자에 비해 불안, 우울, 신경증적 경향의 정도가 높다고 한다.
5. 스트레스의 영향
이혼, 별거, 배우자의 외도, 가족구성원의 사망, 자녀의 가출, 시댁 식구와의 갈등 등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이나 경기 악화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인 문제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 알코올 중독을 악화시킨다.
6. 사회 문화적 특성
여성이 알코올에 의존하면 알코올중독 자체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 못지않게 사회의 질타와 냉대로 고통을 겪게 되며, 여성 음주자 스스로 음주를 감추려는 경향이 있고 가족들 또한 알코올 중독으로 노출되는 것을 감싸려고 하는 등 사회적 편견을 지각함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여성의 적정 음주량은?
그렇다면 여성들의 음주 적정량은 얼마나 될까? 유럽에서는 여성들의 주량을 남성의 절반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일부 나라에서는 여성들의 1일 알코올 섭취 적정량을 무게로 환산해 전하고 있는데 그 양은 대략 우리나라의 소주 2잔 정도로 정의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아예 14g로 한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16~24g, 이탈리아 14~24g 등 유럽은 보통 30g 이내로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여성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여성들은 체격이 작아 동일 선상에서 비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 비교적 체구가 작은 한국여성들의 1일 음주 적정량은 소주잔을 기준으로 한 잔 반 정도로 추정된다.

‘약’이 될 수도 있는 술
여성 음주가 무조건 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 한 두 잔의 와인이 중년 여성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7일 하버드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50대 여성이 규칙적으로 소량의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심장병이나 암에 걸릴 확률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적당한 음주가 중년 여성에게는 좀 더 젊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중년 여성 12만 명(평균 연령 58세)을 대상으로 음주 여부에 따른 건강 상태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70대 여성 중 11%는 암이나 심장마비, 뇌졸중, 당뇨 등 성인병을 앓고 있지 않았고 알츠하이머 같은 치매 환자도 없었다. 이들이 중년 때부터 규칙적으로 가벼운 술을 마셔온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하루 15~30g 정도의 가벼운 음주를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칠 확률이 28%나 높아진다며 하루 와인 2잔 정도가 적당한 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쑨치 박사는 건강에 좋다고 무턱대고 술을 마시다가 오히려 지나친 음주로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항상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이미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어 적당한 음주를 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술을 한 번도 마시지 않던 여성이 무작정 음주를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떤 술을 가장 많이 마시고, 누구와 자주 술자리를 할까?
‘여성 음주문화 실태연구: 여성이 술을 마실 때’라는 논문에 따르면 여성들이 가장 자주 마시는 술은 소주(46.2%)이고, 약주(25.1%), 맥주(19.8%)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논문은 최소 1회 이상의 음주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 여성 90명의 면접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주종은 술자리의 유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배우자나 이성친구와의 술자리에서는 맥주가 가장 인기가 있었고, 친지, 가족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는 약주가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소주는 직장 동료들과 회식할 때 가장 자주 먹는 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40.3%가 친구나 동창과 만났을 때 술을 가장 자주 마신다고 대답했다. 가족과 함께(18.7%), 배우자나 남자친구와 술을 마실 때(11.6%)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반면 회식(7.1%)이나 회사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신다(4.5%)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논문은“여성 음주의 대표적 폐해라고 일컬어지는 알코올성 태아증후군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은 여성의 음주문제가 남성의 문제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통계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금주 성공률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주위 사람들의 지속적인 보살핌이 없을 경우 다시 술을 가까이 하기 쉽다. 특히 자녀가 없거나 모두 성장한 주부의 경우 외로움이나 소외감 때문에 음주를 계속하게 되므로 습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



술 건강하게 마시기
1. 일반적인 음주 요령
가능한 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도록 하며 첫 잔은 한꺼번에 마시지 말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마신다. 술을 바꾸어 마실 경우, 처음에 마신 술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신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목이 마르면 얼음이 들어 있는 찬물을 마셔서 목마름을 해결하고, 술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전에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음료수를 미리 마셔둔다. 또한 술을 마시는 사이사이에 마시고 있는 술보다 알코올의 함량이 낮거나 아예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는 음료를 마신다. 술병이나 용기에 붙어 있는 알코올 함량 등 표시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자기가 마신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부피와 양을 어림잡아 보며 표준량을 지키도록 하고 알코올의 장내 흡수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시기 전에 음식을 먹어 두어 공복이 아닌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을 되도록 천천히 마시도록 노력하며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을 때는‘더 이상 마실 수 없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고 최대한 1주일에 2회 정도만 술자리를 갖는다. 아울러 자신의 음주 계획을 세워놓고 이를 준수하도록 노력한다.‘음주일지’를 만들어 술 마신 날짜 별로 함께 한 사람들, 마셨던 술의 종류, 종류별 마신 잔 수, 그리고 지출한 술값, 알코올 섭취량 등을 기재하여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얼마나 술을 마시고 술값을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알아보고, 이를 계획과 견주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가정에서의 음주 요령
가정에 특별한 일이 있거나 손님이 찾아왔을 경우 술을 제일 먼저 등장시키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부득이한 경우에만 술을 내놓도록 하며 되도록이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가정에 마련해두어 제공하도록 한다. 또한 술을 마시는 테이블에 얼음과 찬물을 준비해 두어 언제나 자유롭게 마시게 한다.
3. 손님들을 초대할 경우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이나 알코올이 포함되지 않은 음료가 준비되어 있음을 참석자들에게 알려 희망자들이 쉽게 마시게 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마시는 술 한 잔에 알코올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주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자신의 섭취한 알코올 양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가능한 한 작은 잔으로 술을 마시도록 유도하며 마시는 사람 자신이 자기 잔을 다시 채워 마시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술이 과도하게 취한 듯이 보이는 사람은 안전하게 귀가, 또는 자고 갈 수 있게 조치해야하며 손님을 접대할 경우에는 미리 특정한 술을 내놓지 않고 손님의 의향에 따르도록 한다.

절제가 최선
어떤 경우에도 철저한 절제가 최선이다. 간혹 술이 세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있지만 이는 알코올에 대한 적응력의 문제일 뿐 간의 건강 상태와는 관계가 없다. 술은 마실수록 효소 활동이 증가해 주량이 늘어나지만 대신 뇌와 신경계는 갈수록 무뎌진다. 즉,‘술이 세다’는 것은 중추신경계의 문제일 뿐 간의 건강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간이 약한 여성은 절제하는 것이 좋다. 여성 음주가 보편화되긴 했지만 세상의 이중 잣대는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여자도 얼마든지 술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내 아내, 내 딸은 곤란하다고 여긴다. 어쩌다 한 두 잔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여성 술고래에 대한 따가운 눈총은 여전하다. 술 제조회사나 판매상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술 권하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은 절주하겠다는 의지밖에 없다. <NP>

여성 음주 십계명
① 우울하다고 술로 풀지 않는다. 취미나 대화를 시도한다.
② 임신 중 음주는 2세를 위하여 단연코 중지한다.
③ 남편의 술 문제를 나의 술로 풀지 않는다.
④ 나홀로 집안에서의 음주는 피한다.
⑤ 스스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음주한다.
⑥ 직장생활에서의 술자리에서 회사 및 동료의 술 매너를 먼저 파악하고 대처법을 갖는다.
⑦ 남자와 같은 양으로 마시지 않는다. 여자는 신체구조상 남자보다 빨리 취한다.
⑧ 여성의 과음은 간경화, 불임, 피부노화 등 신체질환을 더 빨리 일으킨다.
⑨ 술을 마시더라도 밥을 잘 챙겨먹는다.
⑩ 강요받은 술자리는 과감하게 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