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게 하는 뮤지컬‘닥터 지바고’

사상과 사랑의 이야기, 우리를 찾아오다

2012-03-08     김엘진 기자
Review-뮤지컬 닥터 지바고

작년 2월 호주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던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드디어 올해 1월 한국을 찾아왔다. 한국 공연에 이어 2013년 웨스트엔드 공연, 2014년 브로드웨이 진출 등 전 세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호주, 한국의 프로듀서들이 공동으로 준비한 합작 프로덕션이다.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시어터에서 6월 3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소설에서 영화로, 그리고 뮤지컬까지
닥터 지바고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러시아 10월 혁명 시기, 전쟁의 혼란 속에 있던 남자‘유리 지바고’의 사랑과 열정을 담은 로맨스 대서사극이다. 원작의 내용을 담아낸 영화 또한 명작이 되었다. 아름다운 영상과 애절한 남녀주인공의 러브스토리는 2억 달러 이상의 흥행수익과 1966년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서 주인공 유리 지바고역을 맡은 배우는 세계 최연소 팬텀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던 뮤지컬 전문배우 홍광호와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국내 최고의 배우 조승우가 더블 캐스팅 되었다. 매력적인 여인이자 유리 지바고의 애인역할 라라로는 전미도와 김지우가, 지바고의 부인 토냐 역으로는 최현주가 캐스팅 되었다.

혁명 시대의 사랑이야기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는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혁명보다는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비드 린의 영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뮤지컬은 두 사람뿐만 아니라 라라를 사랑하는 파샤와 코마로프스키, 그리고 유리를 사랑하는 토냐의 마음까지 함께 담아낸다. 닥터 지바고는 러시아 귀족 사회에서 태어나 부족할 것 없이 자랐지만 1905년 러시아 혁명과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1917년 2월 혁명과 10월 볼셰비키 혁명을 겪으면서 평생을 표류하고 방황하고 혼란을 겪어야 했던 시인 의사 유리 지바고의 삶과 사랑이야기다.

80%의 만족과 20%의 아쉬움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무대미술로도 주목받았는데, 4.4도로 경사진 무대에 영상과 의상, 조명 또한 특별하다. 혁명 전 부르주아들의 화려한 일상과 혁명 후의 암울한 상황을 완벽하게 반영해주는 240여벌의 의상, 영상, 450개가 넘는 조명과 80여 개의 LED장치, 마지막 눈 오는 장면 연출을 위한 20개의 스노우 머신 등이 동원되어 웅장한 무대를 빈틈없이 활용해 극적 효과를 높인다. 그러나 마냥 칭찬만 하기에는 아쉬움 역시 남았다. 한 번 듣고 뇌리에 남을만한 뮤지컬 넘버가 없다는 점은 가장 크게 아쉬운 점. 또한 워낙 방대한 원작을 가져서인지 내용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으며, 너무 많은 생각을 담으려다 정작 순간의 감정을 놓친 부분이 거슬리기도 한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사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으며, 가방 속에 다시 닥터 지바고의 원작을 넣은 것은 분명‘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힘일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