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되는‘안철수 대선 피로감’에 국민 지지율 반토막”

2012-07-04     박소담 기자
여전히 그는“고민 중”이라고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5월 30일 부산대학교 특강에서 대선출마와 관련,“나에 대한 지지의 본뜻을 파악하게 되면(대선 출마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겠다”고 말했다. 4.11총선 후 두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안 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선출마를 비롯한 자신의 비전과 원칙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이날 19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정치권의 시선은 여의도가 아닌 부산을 향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대선출마를 둘러싼‘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해왔던 유권자들의 답답함을 털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도 본인의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이날도‘안철수 대선 피로감’을 확실히 풀어주지 못했다. 지난 4월 경북대 강연에서 밝힌“(대선출마는)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언급 보다는 한발 나아갔지만, 야권 선두주자가 여전히 링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는‘내게 주어지는 것’을 두고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나에 대한 지지는) 사회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나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며“나에 대한 지지를 온전히 내 개인에 대한 지지로 여기면 교만”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정치를 하게 되면, (국민들의)나를 통해 분출된 사회적 열망이 기대에 어긋날 수 있지는 않을까 스스로 던지는 것이 도리이고, 이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주변에서 나오는 대선출마설에 대해선“누구의 입을 통해서 하는 것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재인의‘공동정부론’, 지금 시점에서 답할 문제 아니다”
그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공동정부론’ 제안에 대해서도“이 시점에 답할 문제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문 고문의 말씀이 굳이 나를 거론해서 하는 생각보다, 앞으로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좋은 정치 철학”이라고 방향을 원론으로 틀었다. 반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를 둘러싼‘종북논란’에 대해선 확실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진보정당이 인권, 평화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데, 이런 잣대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북한의 인권과 평화 문제가 유독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지 않나”라며“이는 개인 사상의 자유와 다르다. 국가 경영에 참여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입장을 솔직하게 밝히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빨갱이’라는 공격에 어처구니 없었다”
특히 그는“이 문제가 건강하지 못한 이념 문제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지난 일이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후보시절에 일부에서‘빨갱이’라고 공격한 것을 보고 참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시민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 우리 사회는 건강한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진당 부정선거 사태에 대해선“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민주적인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많은 분들이 실망했다”며“진보정당은 기존 정당보다 더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여야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문 상임고문에 대한 촌평도 내놨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신뢰성’과‘뛰어난 지도력’을, 문 고문에 대해서는‘국정 경험’과‘인품’을 각각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또‘시대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로’복지, 정의, 평화를 제시했다. 그는“우리 시대의 미래를 위해서는 복지, 정의, 평화의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국민들이 행복하고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들,“더 늦어질수록 야권은 공멸”한목소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5월 30일 부산대 강연에서도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관한 즉답을 피했다. 이처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안 원장의 출마선언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결국 그 피해는 야권에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정치평론가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최소한 6월에는 출마선언을 해야 한다는 시기적 압박도 거세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 소장“(출마선언)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야권에 불리하다”며“본인이 야권과 연대하든 국민경선을 하든 어떤 형식을 취하느냐는 나중에 하더라도 출마선언을 하고 국민들에게 검증도 받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이 안 원장을 검증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김 소장은“(유력한 야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안 원장의 출마선언이 늦어지면 함께 갈 수도 있다는 국민적 기대감과 동시에 오히려 실망도 커질 수 있다”며“정당 소속도 아닌 대선주자가 국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선을 바로 앞에 두고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 역시 그 지지층들이 똘똘 뭉칠텐데 안 원장의 출마시기가 늦어지면 야권의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절대 지지층이야 야권으로 바로 향하겠지만 이른바‘중도층’인 우호적 야권성향의 경우 안 원장이 늦게 나올수록‘김’이 빠진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제안한‘공동정부론’을 한다고 해도 민주당의 어느 세력과 함께 할지, 누가 안 원장을 도와 국정을 책임질 것인지 등‘안갯속’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문제나 외교, 국방, 경제 등 국정운영의 차원에서 여권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도대체 안 원장의 생각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명확한 안 원장측 입장이 나오지 않고 여기저기 불쑥 튀어나오면 그만큼의 국민적 기대감은 꺾이고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역시“대한민국 대통령을 하겠다는 유력한 야권주자가 계속 모호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문제”라며“지금 정도면 뭔가 가시적인 모습이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내비췄다. 특히 최 교수는“이른바‘안철수 사단’을 내보이며 이런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경영하겠다고 할텐데 그 면면이 어떨지 궁금하다”며“지금은 보이지 않게 왕성하고 열정적으로 물밑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인데 현재 모습을 보면 회의적”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대선출마 언제쯤…국민 피로감에 지지율 떨어져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이 연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때리고 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8일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시점을 두고“출마 선언 지금도 늦었다”고 했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를 놓고 정치권은 여전히 설왕설래다. 일단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은 아니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의원은 지난달 19일“안 원장과 그의 측근들이 민주당 전ㆍ현직 의원을 비롯해 야권 인사들을 꾸준히 만나며 대선 문제에 대해 조언을 듣고 있다”며“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여전히 고심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출마 발표 시점도 중요하다. 출마 시점에 대해서는 안 원장 주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입장 표명이 늦어지면 국민이‘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안 원장의 지지율 변동에서 드러난다. 한국갤럽의 6월 셋째주 대선주자 다자 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8%, 안 원장이 20%다. 안 원장은 올초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박 전 위원장과 호각세를 이뤘다. 대선 정국이 달아오르면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반토막이 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조기 등판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한다. 조기등판을 반대하는 측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순간 정치권 안팎의 거센 검증 공세가 시작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안 원장과 20년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는 최근“8월 중에는 국민에게‘이런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원장은 2학기에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 개설은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6월 28일 서울대 1학기 학사 과정이 사실상 마무리되면 7월부터는 에세이집을 완성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8월이 돼야 출마 여부를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8월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안 원장이 7월에는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논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 대선출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이러한 우려속에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두 달만에 이른바‘강연정치’를 재개했다. 두 달 동안 안철수 교수는 정치적으로 많이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의 생존을 고민한 듯한 발언들이 자주 등장했다. 그만큼 발언의 방식도 정치권을 많이 닮아가고 있다. 이른바‘안철수 사단’으로 불리는 안철수 참모단도 여의도의 색깔을 담기 시작했다. 이번 강연에서 안철수 교수의 진화 속도는 그동안의 강연을 감안했을 때 급하게 빨라졌다. 일각에서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6월 활동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안철수 교수는 그동안 대체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사회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 중이며 정치도 그 중 하나 일 수 있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고 기여하는 여러가지 경우의 수 중에 정치도 포함돼 있다는 취지이다.“대선 출마는 선택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본인이 직접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의 요구, 추대의 방식으로 정치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달 사이에 부산대 강연에서 안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만약에 저에 대한 지지의 본뜻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뜻들을 제가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러면 분명하게 말씀드릴 겁니다.”대선 출마를 결정하게 되면 본인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인 것이다. 출마 선언을 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치 참여 방식은 본인의 출마 선언에서 시작된다는 명확한 데뷔 방식을 밝힌 셈이다. 안 교수는 이어“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이 저를 통해서 분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온전히 제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그건 교만입니다. 만약에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대를 저를 통한 사회적 열망을 거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사변적인 화법일 수 있지만 미묘한 변화가 느껴진다.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 결국‘안철수 현상’에 대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는지 자문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회 기여에 다양한 방식 중에 하나인 정치가 아니라 정치에 참여해서 안철수 현상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고민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사회 기여방식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체검증 수순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자체 검증이 끝나면 다음 수순은 정치 참여, 구체적으로 대선 출마 발표만 남게 된다. 그러므로 안철수의 대선출마를 긍정적으로 기대해 보아도 무방하다는 의견도 많다.

국정 3대 핵심 가치 제시-사실상의 대권행보
사실 안철수 교수의 결심이 임박했다는 결정적인 근거는 따로 있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강연에서 안 교수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강연의 마지막 결론 부분을 아래와 같다.
“우리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시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할 건,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희망 줄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래가 안 보이는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 모두 벗어나서 희망 행복 찾는 시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인 복지 정의 평화를 통해서 다시 행복과 희망을 찾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더 이상 낡은 식의 옛날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합의를 통하고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같은 목표 가지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래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중심에 저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저를 포함한 정치하시는 분들 포함한 우리 모두가 정말 열심히 함께 노력해서 행복하고 미래 희망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안철수는 3가지 시대적 과제를 제시했다. 바로‘보편적 복지’,‘경제 정의’,‘평화체제 구축’이다. 3가지 시대적 핵심 과제를 이뤄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소통과 합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상아탑에서의 특강이라는 방식을 취했지만, 특강이라는 방식에 얽매이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국정 운영의 큰 골격을 제시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들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도 포럼과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 대선주자로서의 정책이념과 국정 과제들을 이미 제시했다. 정치권에 데뷔하지 않았을 뿐 이쯤 되면 사실상 대권행보를 위한 사전 움직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을 정도라는 의견이다.

‘이념논쟁 정면 돌파’, 안철수의 승부수
정치인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사회 이슈가 생길 때마다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 찬성하느냐,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느냐, 등등… 특히 대선주자들의 경우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슈에 대한 정치인의 선택은 이념 논란으로 확대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에 반대하면 그날로 반미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데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면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국정운영에 일관성이 없는 정치인으로 비판 받기도 한다. 정치인은 선택할 때마다 지지세력이 떨어져 나가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안철수는 그동안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답변을 강요받은 적도 별로 없을 것이다. 선택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학자와 사업가의 영역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랬던 안 교수가 스스로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 선택의 시작은 최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로 촉발된 일부 의원들의‘종북 논란’이다.
“진보정당은 인권 평화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잖아요. 그게 진보정당의 근간입니다. 그 잣대가 북한에 대해서 다른 잣대 적용되는 건 동의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대화해야 할 대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보편적 인권이나 평화문제에서 심각한 문제 갖고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있는 사실이죠. 유독 이 문제가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밝히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검증의 잣대 중의 하나가 바로 이념 검증이다. 이 선택은 본인의 대권가도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의 기준점을 정해준 것과 같다. 보편적 복지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에 가깝지만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다. 굳이 위치로 표현하자면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중간 지점으로 볼 수 있겠다. 이 포석은 향후 대선가도를 염두한 안 교수의 승부수인 셈이기도 하다. 3자 구도라면 양쪽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취약한 위치지만 안 교수가 범야권의 대선주자, 다시 말해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세력을 비롯한 민주통합당의 표심이 사실상 안 교수의 지지세력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안 교수는 범야권의 가장 오른쪽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과 전면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