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나로 가는가?

서울대 및 지방 국립대 통폐합 논란“상향평준화"vs"하향평준화”

2012-08-13     박미진 기자
서울대 폐지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민주통합당이 서울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민주당이 집권하면 2017년까지 서울대 명칭을 없애고 전국 주요 국립대학을 서울대의 캠퍼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립대를 통폐합해 서울대는 학부에 기초학문 분야만 두는 대학원 중심 국립대 서울 캠퍼스로 바꾸고 지방의 거점국립대를 의대 공대 등 학문별로 특성화해 경북캠퍼스 전남캠퍼스 식으로 전국에 서울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당은 즉각 1등 대학을 없애자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적 공약이란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통합: 국립대 통폐합?“국립대 연합체제 구축이다”
이번 국립대 통폐합 문제는 민주통합당이 대선 공약으로‘서울대와 지방 국립대학 통폐합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공립 서울캠퍼스, 전남캠퍼스, 제주캠퍼스 식의‘국립대 연합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안이었다. 이는 국공립대를 하나의 연합체제로 구축해 강의와 학점, 교수의 교류가 자유로워 궁극적으로 신입생을 공동으로 선발하고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난국에 처해있는 지방국립대들을 서울대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평준화 할 수 있으며,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해 있는‘학벌 위주의 사회’,‘과도한 입시경쟁’과 이로 인한‘과다한 사교육비’,‘수도권 집중문제’,‘입시위주의 고교교육’등과 같은 문제들을 해소 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주장이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이번 국립대 통폐합 논란을 빗대, 서울대 폐지 방안이다, 국립대 통폐합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분명히 하며 논란의 확산을 일축했다.

새누리: 상향평준화? 경쟁력만 약화될 뿐
새누리당은‘국립대 통폐합’논란에“국공립대 통폐합 및 서울대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나섰다.“서울대의 세계적 경쟁력과 기초학문 연구 등 순기능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진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달 2일“아직 당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면서도“개인적으로는 서울대 폐지는 찬성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진 의장은 “학력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그건 서울대를 개혁해서 해결할 일이지,‘없애자’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의장은“서울대는 기초학문 육성과 첨단과학 연구 등 학문 발전에 기여해왔다”라며“이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도 없이 서울대를 폐지한다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의 연합체로 통폐합해‘국립대 서울캠퍼스’,‘국립대 부산캠퍼스’식으로 개편하는 것은 대학 이름만 바꾸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는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서 유일하게 세계 대학순위 100위권 안에 진입해 있다. 그 명성만큼 학벌주의와 사교육열풍을 조장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1등 대학을 없애면 국립대의 하향평준화로 대학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를 없앤다고 대학 서열화와 사교육 등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가 사라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더불어 반사적으로 서울의 사립명문대 중심의 서열화만 가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서울대: 하향표준화 우려‘자율성을 달라’
이번 국립대 통폐합 논란의 중심인‘서울대학교’측은 새삼스러운 문제 제기라는 반응이다. 이번 서울대 폐지론이 처음 제기된 게 아닌 탓이다. 서울대는“대학 체계나 입시 위주 교육을 그대로 둔 채 서울대를 없앤다고 해서 대학 서열화나 사교육 과열 등의 폐해가 사라지겠느냐”고 반문한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서울대가 없어지면 학교 서열화도 자연히 사라지고 지방 학생이 서울에 유학을 할 필요도 없어진다고 하지만 연·고대 등 사립대학 중심으로 학력 서열화가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이 더 현실적이지 않겠냐”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립대 연합체제라는‘수단’으로 학벌중심 서열구조를 뜯어고친다는‘목표’를 잡겠다는 것 자체가‘무모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또“학벌중심 서열구조를 개혁하는 것은 훨씬 더 근본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이다. 서울대의 이름을 없애고 학부를 없앤다고 달성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남익현 서울대학교 기획처장 역시“본질적으로 대학의 역할은 인재를 양성해서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방안이‘국가글로벌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리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서 의문이 든다”라고 피력하며 경쟁력 하락,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췄다. 또한“UC의 대학들은 학생의 선발과 운영에 있어, 굉장한 자율성을 갖고 있다”라며“상호간에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을 이룬 실제 분야별로 분담보다는 UCLA를 비롯한 UC버클리(UC berkeley)들은 상당 부분 동일한 학문 분야를 추구하며, 경쟁을 통해 각자의 경쟁력을 확보해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서울대가 법인으로 출범한 게 불과 6개월 전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법인화 체제 후 현재 서울대는 대학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계획 없이 국립대 연합체제안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서울대의 입장인 셈이다.

여론의 과반은 반대, 일부 찬성
서울대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의견이 55.4%로 과반수를 넘었고, 찬성의견은 15.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이디 saminse*ul의 학부모는“등록금이 싸면 좋은 인재가 몰릴 것이란 의견에 동의 할 수 없다”며“지금 지방 국립대의 등록금은 서울 유수 사립대의 절반수준입니다. 지방에서 반값 등록금 해봐야 우수 학생들은 서울 유수 사립대에 가서 쉽게 학자금 대출 받고 나중에 지방 국립대 학생보다 좋은 직장 잡아 값아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를 없앤다고 대학 서열화와 사교육 등 우리 교육의 고질적 병폐가 쉽게 사라지긴 어렵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직장인 박 모(31세)씨 역시“1등 대학의 부재로, 국립대의 하향평준화는 물론 대학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우려만 크다”며“세계 대학순위 100위 안에 겨우 진입한 서울대마저 없애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번 논란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사립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이 모(28세)씨는“서울시립대가 반값 등록금 했지만 어디 서울의 성균관대나 한양대에 비해서 우수 인재가 몰렸냐”며 반문했으며, 지방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입시생 김 모(19세)양은“아무리 반값이니 뭐니 해도‘인서울’을 목표로 한다”며“서울대가 사립대였더라도 1등 대학이라면 응당 지원할 것”이라며“서울대가 서울이 아닌 강원도, 대전, 기타 지방으로 간다면 그냥 인서울 사립대로 진학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형 국립대 모델, 외국의 상황은?
외국의 경우 독일을 비롯한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웨덴 등의 유럽권 대학은 대부분 국립이고 대체로 평준화 돼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은 대학 서열이 확고부동한 편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국립대통폐합 방침은 1960년대 프랑스가 대학을 통폐합해 파리1대학, 파리2대학처럼 만든 방식과 유사한 구도를 갖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 숫자와 버금가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와도 흡사하다. 먼저,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를 살펴보면, 캘리포니아 주는 총 세 단계의 연합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유니버시티 오브 캘리포니아’는 가장 상위연합체제로 총 10개 캠퍼스, 즉 10개 대학이 연합체제 속에 속해 있으며, 학생 수는 20만 명에 달한다. 이들 대학 10개 중에서 7개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 있다. 반면, 프랑스식 통폐합 모델인 파리1대학,2대학 등은 통폐합 이후 그 후유증으로‘더타임스’가 매긴 세계대학 랭킹 50위권에 단 한 개 대학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낭패를 당했다. 따라서 이번 통폐합 논란은 성공과 실패 확률은 반반이라고 점치고 있으나 프랑스 대학교육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프랑스 대학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대학 자율권 보장 제도화 ▲대학교육 관련 예산 확대 ▲그랑제콜(Grandes Ecoles) 집중지원 등이 포함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가 스스로 평등교육에서 수월성 중심 교육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일반대학(Universite)과 그랑제콜의 이원화된 학제로 운영되는 프랑스의 특수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대학입학 자격시험인‘바칼로레아’로는 일반대학에만 입학 가능하며 2~3년간의 그랑제콜 준비과정을 거쳐 과목별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그랑제콜에 입학할 수 있다. 소수정예 엘리트 양성기관인 에콜 노르말, 에콜 폴리테크닉, ENA(국립행정학교) 등의 그랑제콜을 졸업하면 출세를 보장받는다. 서울대 폐지론보다 더한 ENA 폐지론이 되풀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학교육 전문가들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프랑스의 대학교육 체질 개선 움직임이나 ‘대학 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그랑제콜 문제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 성급히 벤치마킹 했다 문제점만 답습할 가능성이 있을 뿐더러 프랑스식 대학 통폐합은 정부의 무상교육 지원이 전제조건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선주자들의 풀이는 어떠한가
대선주자들은 이번 국립대통폐합을 어떻게 풀어갈까? 손학규 후보는 전날 서울대와 지방거점 국립대가 교수 학생 학점을 교류하고 공동학위를 수여하는‘서울대-지방거점국립대 혁신네트워크’안을 발표하고 나섰다. 손 후보는“서울대 학부를 없애는 것은 결코 아니며,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서 경쟁력을 더욱 살려나가겠다”고 덧붙였으며, 문재인 후보는“서울대를 비롯한 거점 국립대학 10곳을 하나의 연합대학을 만들어 공동입학, 공동학위 수여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폐지가 아니라 10개의 서울대를 만드는 것이란 해석이다. 조경태 후보 역시‘서울대 학부과정 폐지 및 대학원 중심대학화’를 주요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나섰다. 그러나 여론은 이번 민주당의 계획이 학벌주의 등 한국 교육 난맥상을 지나친 단순논리로 풀어가려한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프랑스가 대학평준화를 시도했다가 대학들의“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라며“수월성 중심 교육으로 체질개선에 나선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한국사회에서 대학서열화는 관습적ㆍ문화적ㆍ사회적 차원의 얽힌 복잡한 문제다. 문제해법을 신자유시장적 경쟁논리 극복으로만 보는 것은 단순논리에 갇힐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립대통폐합 시뮬레이션
만일 국립대통폐합이 이뤄진다면 상황은 이렇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대학이었던 서울대의 페지는 기존의 위상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고 동시에 세계 대학 랭킹 또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대의 뒤를 잇던 사립대학들은 성장을 이룰지는 모르나, 세계권에 진입한 1등 대학의 부재를 틈타 치고 올라온 대학들의 성장이 국내 대학교육의 평균을‘상향’시켰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또한 이들 사립대와 국내 연합체제의 대학들이 세계권으로 진입하기 까진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역시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평균 하향의 길은 선택의 여지없이 걷게 되는 셈이다. 그 사이 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1등 대학이었던 국립대학의 부재, 게다가 국립대학들의 연합체제 구축에 사립대학들 역시‘엘리트 교육’으로 차별화를 이뤄야 수지 타산에 맞다. 그렇다면 연합체제의 국립대학들은 평균 상향을 이룰 수 있을까? 분야별 전문화와 대학원 중심 체제의 중점 교육 등 각 캠퍼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인정은 서울캠퍼스에만 쏠릴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에 당장 저렴한 대학등록금도 메리트가 될 순 없다. 유수의 인재들은 국립이 아닌 사립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이렇게 될 경우 유수인재 육성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요구되는 양질의 교수 및 국제적 네트워크의 확보가 유수 사립대에 비해 어려운 국립대의 재정으로 확충할 만한 방법이 없다는 구조적 문제도 걸린다. 국고는 한정 돼 있고, 국립대에서 올릴 수 있는 기성회비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결국 국립대 연합체제가 구축된다 하더라도, 국내의 사회적 인식과 사정을 고려한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만 더욱 늘어나고 애먼 대학교육의 기준만 잃게 될 확률이 높다. 결론은 허울뿐인 통폐합, 결코 수도권 집중화를 막을 순 없게 된다.

핵심은 학벌서열 타파, 결론은 지방국립대 육성
이러한 문제의 핵심 해결책은 국립대통폐합을 통한 연합체제 구축이 아닌, 지방국립대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함인석 경북대 총장은“전체 국립대 가운데 서울대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편중현상이 심각하다. 일례로 서울대는 정원의 130%에 가까운 교수들을 충원하는 데 반해 경북대는 70% 수준에 그친다”라며“서울대 해체보다 각 지역 거점국립대에 서울대 수준의 지원을 보장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의 질 좋은 일자리 확대 등 중앙집중화 완화를 위한 정부 차원‘지역 국립대 살리기’ 노력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지역 국립대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학교 간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굳이 서울대 폐지로 귀결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한 지역거점국립대 관계자는“과거에는 경북대·부산대·전남대 등의 수준이 높았으나 지금은 사립대와의 등록금 격차가 줄어들고 지역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며 우수인재들에게 외면 받는 게 현실”이라며“대교협 회장이 제안한 국립대부터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는 방안 등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폐지보단, 지방국립대 육성이 보다 시급하단 결론인 것이다. 당초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교육 과열이나 학벌위주 사회, 대학 서열화 등의 문제로 권역별 특성화를 통한 국립대간 격차를 해소하는 게 골자라면 더욱 그렇다. 국립대통폐합으로서 학벌 서열 등을 타파하기 보단, 지역거점국립대 지원 확대 등을 통한 지방국립대의 위상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취업차별화 등 학벌문제는 크게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국립대통폐합으로 인한 리스크 없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