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법의 전쟁, 특허

특허전쟁의 승자에겐 시장 독식, 패자에겐 시장 도태만이..특허의 특과 실

2012-09-05     박미진 기자
오늘 날 특허는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뿐 아니라, 국가의 거시적인 시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누구나 한 번 쯤은 특허라는 환상을 꿈꾼다. 그러나 특허는 기술과 법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비즈니스 전체를 흔들 수 있는‘함정’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거대기업도 특허의 함정을 피해갈 순 없었다. 금세기 가장 치열한 전쟁이라 불리는‘삼성’과‘애플’의 특허 소송이 그 예이다. 두 기업의 분쟁에서도‘특허’는 독점적 권리와 모방의 근간이라는 양면성으로 산업 분쟁을 조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특허 전쟁은 미국, 중국, 유럽 등 특정 국가나 권역 내 싸움에서 벗어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며, 승자에게는 시장 독식, 패자에겐 시장 도태라는 냉혹한 결과를 안겨준다. 따라서 한 치의 양보도 허락지 않는 이 거대한 힘겨루기는 이제‘특허를 빼놓고는 비즈니스를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특허란?
특허란 종래에 없던 기술을 발명한 자에게 구체적인 기술적 수단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대가로 일정기간 독점ㆍ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발명을 보호·장려하는 정부와 발명자간의 계약이다. 더불어 그 이용(특허기술)을 도모함으로써(특허한 기간이 끝나면 특허는 만기가 되어 이후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제도로, 이는 유ㆍ무형의 창작 권리를 인정하는 포괄적 개념의 지적재산권(또는 산업재산권)에도 포함된다.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크게 특허, 실용신안, 상표, 의장(디자인)으로 분류된다. ▲특허는 물건에 대한 발명은 물론, 방법에 대한 발명 등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발명(고안)등을 모두 포괄한다. 기구적인 제품부터 생물, BM(Business Method), 제조방법(공정), 물질(화학, 의약) 등에 대하여 구조, 구성, 시스템, 방법으로 출원할 수 있으며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신규 한 것이거나, 보다 더 발전(진보)한 것이어야만 가능하다. 존속기한은 출원일로 부터 20년이다.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출원과 동시에 또는 출원 후 5년 이내에 심사청구를 해야 하고, 심사에서 등록까지는 2년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실용신안(고안)은 특허 출원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로서, 독일, 일본, 한국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다. 이는 기구적인 발명 즉, 물건에 대한 발명(형상, 구조, 조합에 한정)만을 인정하며, 존속 기한은 10년이다. 특허에 포함되는 BM, 생물, 물질, 제조방법(공정) 등은 실용신안으로 출원 할 수 없다. 출원 방식에 문제가 없을 경우 무심사로 등록되고, 적법한 권리 행사를 위해서는 기술평가청구가 필요하다. ▲ 상표는‘코카콜라’또는‘네스까페’등의 제품의 식별을 위해 사용되는 표장이다. 제품의 식별, 서비스, 특정 단체의 영업을 위하여 붙이는 단체표장,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곳에 붙이는 업무표장으로 구분되며, 등록된 상표는 도용할 수 없다. ▲의장(디자인)은 창작된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물품의 외관에 대한 미적 창작물에 부여하는 권리이다. 상표와 의장은 특허나 실용신안과 같은 기술적 사상에 관한 것이 아닌 제품의‘모양’(디자인)만이 고려 대상이 되며, 출원이 이루어진다.

특허의 이중성
그러나 이러한 특허제도에는 장ㆍ단점이 공존한다. 먼저 특허는 산업발전의 이바지라는 대명제 아래 발명에 대한 기술적 수단을 공개하는 대가로 얻는‘보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허는 독점ㆍ배타적인 권리와 그로인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지만, 동시에 일종의‘노하우(KNOW-HOW)’를 대중에게 공개토록 한다. 이 경우 발명의 기술 및 원리를 모방 또는 응용한 유사 발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안드로이드용 스마트 폰과 애플의 아이폰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 외에도 종전의 기술에 약간의 변형만으로도 특허 획득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때문에 특허는 공개하지 않았을 시 얻을 수 있는 장기적 이익의 포기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특허할 것인가, 비법으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큰 이익을 본 기업이‘코카콜라’이다. 코카콜라는 톡 쏘는 탄산과 특유의 향이 가미된 음료로 소비자에게 오랜 사랑을 받아 왔다. 현재 시장엔 코카콜라를 모방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코카콜라 특유의 맛을 완전히 모방하진 못했다. 원인은 기업이 코카콜라를 특허화 하지 않은데 있었다. 이처럼 타 업체가 모방할 수 없는 제조 방법에 철저한 보안이 가능하다면, 특허로써 보장받을 수 있는 기간인 20년보다 훨씬 긴 시간 독점적인 영업 활동이 가능하므로, 특허보단 기업의 노하우로 간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반면 쉽게 모방이 가능하며 비밀 유지가 용이하지 못하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독점권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다. 이는‘김치’가 해당된다. 식품과 관련된 수많은 특허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인 N사는 전 세계 14개국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품‘김치’와 유사한 조리방법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종전엔 김치를 특허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해 국민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미국에 등록 돼 있는 약용작물 관련 특허는 80% 이상이 인도 특산물과 관련 돼있을 정도로, 세계는 현재 특허(지식재산권에 대한 국제 선점)에 대한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출원이 반드시 특허등록으로 이루어지진 않는 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특허는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권리 확보가 가능해, 출원 후 특허 등록이 거절 될 수 있다. 이 경우엔 권리 확보는커녕, 발명한 아이디어만 공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특허권 확보와 유지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 된다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이렇듯‘특허’는 모두를 내어주고도 지킬 수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이 따르는 제도인 만큼, 충분한 판단과 전략적 선택이 반드시 요구된다.


특허에 열광하는 이유
그럼에도 너, 나 할 것 없이 특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획득과 동시에 일정 기간 배타적인 권리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는 경쟁 상대보다 기술적인 우위를 누릴 수 있어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경쟁 기업과의 분쟁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특허 개발로 인한 내부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모두가 열광할 수밖에 없는 요인일 것이다. 때문에 기업에게 신제품과 특허는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창이자 방패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세계 경제를 호령할 만한 특허개발을 적극 장려하는 입장이다. 자연히 특허는 정부의 지원금 확보와 투자유치를 잇게 해, 특히 자본 및 입지가 미약한 신생 또는 중소기업에게 있어, 이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 이 때문에 21세기엔 기업보다‘특허’를 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특허’를 통한‘지식경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세계 경제의 흐름 역시, 지식기반 경제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핵심 자산은 특허와 이를 통한 신제품 개발로 부상했으며, 특허의 위상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신기술을 지키기 위해‘특허 전쟁’을 치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독점하고 최적의 특허 전략을 구사해 시장에서 독점적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제 특허는 단순한‘발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게 된 것이다. 나아가 기업의 비즈니스 전체의 모델 또는 국가의 성장 동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특허권은 21세기, 국가와 기업이 부를 창조하는 경영전략 수립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특허강국’대한민국 여전한가?
전 세계의 흐름과 함께, 특허에 열광하기는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특허법 개정 이후, 우리나라는 특허 출원국가 중 세계 4위권에 오르는 위력을 보여 왔다. 특허청에 따르면,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신고된 LTE 표준특허 건수 5,323건을 분석한 결과 미국이 1,904건(35.8%)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우리나라가 1,124건(21.1%), 중국이 903건(16.9%)으로 그 뒤를 이었다. 기업별로는 인터디지털이 780건(14.7%)을 보유해 전체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삼성전자 679건(12.7%), 퀄컴 625건(11.7%), LG전자 385건(7.2%), 에릭슨 362건(6.8%) 등의 순으로 집계돼 IT강국의 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했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ETRI(60건, 1.1%) 등이‘LTE-Advanced’표준화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 특허 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는 국제특허출원건수에서 중국에 뒤지기 시작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내놓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특허협력조약(PCT) 특허 출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1년 국제특허출원 건수는 1만447건으로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966건에서 8.0% 증가한 수치다. 세계 특허출원 분야 점유율은 5.7%를 차지했다. 특히 2010년까지만 해도 국제특허출원 건수에서 우리나라는 4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부터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 PCT(국제특허)특허출원의 권리 주체는 기업이 67.3%로 가장 많았고, 뒤 이어 개인이 17.7%, 대학이 10.0%, 정부연구기관이 5.0% 순이었다. 국제특허를 가장 많이 등록한 업체는 중국의 ZTE사로 2826건의 PCT 특허출원을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1336건을 등록해 세계 8위를 얻었고, 삼성전자는 757건을 등록해 세계 15위에 머무르는 순이었다. 대학들의 선전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대학이 지난해 277건의 *PCT 특허출원을 해 가장 많은 등록 수를 보였으며, 한국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서울대는 각각 103건과 99건을 등록해 세계 5~6위를 차지했다. 정부연구기관에서는 프랑스의 원자력 연구소가 지난해 371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1위를 얻었고, 우리나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104건을 출원해 8위를 얻었다. 이밖에도 분야별 특허 출원 현황에서 우리나라는 디지털통신(654건) 및 원거리 통신(610건) 등 정보통신기술 부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은 의료기술 분야에, 일본과 독일은 전기기계 및 에너지 분야에 집중세를 보였다. 중국은 디지털통신 분야에 PCT 특허 출원이 집중 돼있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서 중국을 비롯한 유럽권 국가들의 특허전은 국내를 겨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특허강국‘대한민국’에 거듭난 타이틀을 넘겨줄 것인지, 고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특허는 보호받기 원하는 국가에 개별적으로 출원해야한다. 외국의 경우 한국과 동시에 출원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일정한 제도를 두고 있다. 한국 출원일로 부터 1년 이내에 외국에 출원하는 경우 한국에 출원한 날에 외국에 출원한 것으로 인정해주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 출원을 PCT라 한다.


삼성vs애플Round.1‘세기의 대결’
이러한 시기에 맞닥뜨린 삼성과 애플, 양사의 특허 소송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두 글로벌 기업이 마주한 만큼,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싸움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싸움은“삼성의‘갤럭시S’등을 비롯한 제품이 자사의 디자인과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 삼성은 일주일여 만에“애플이 자사의 통신기술(3G) 특허를 침해했다”는 맞제소에 돌입했고, 지난해인 2011년 4월 22일 한국, 일본, 도쿄, 독일(만하임)법원에 소송 제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특허전쟁’에 돌입하였다. 애플은 줄곧 아이폰의 고유 디자인과 기능, 삼성은 통신기술 특허를 필두로 확연히 다른 전략을 구사해 왔다. 먼저 애플의 주장은 ▲광범위한 디자인 특허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곡선 모서리, 홈버튼 등 하드웨어적 디자인 요소 포함, 밀어서 잠금해제, 포토플리킹(사진을 손으로 넘기는 기술), 바운싱(손으로 화면을 넘기는 기술)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으며, 삼성의 경우 ▲데이터 분할전송, 전력제어, 전송효율, 무선데이터통신 등 통신관련 특허인 터보인코딩(블록인터리빙 등 제어정보신호의 전송오류를 줄이기 위한 신호 암호화 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사의 주장은 9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으로 써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최근 소송결과는 미국법원-미국 승소, 한국법원- 삼성 승소였다. 그러나 판정 과정에서 밝혀진 증언들은 향후 진행 될 삼성의 승소에 유리해 보였다. 먼저 삼성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특허소송에서 역시 애플의 통신특허 기술 무단 이용을 주장했다. 애플이 삼성의 특허기술을 이용하면서도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신기술과 관련해서 승기는 삼성 쪽으로 기울어 가는 듯 했다. 앞서 열린 특허소송심리에선 삼성에 유리한 증언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소송 법률회사인 OSKR의 빈센트 오브라이언 파트너는“애플이 삼성의 특허 3개를 침해했다”며“228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티스 캘리포니아 버클리경영대학원 교수도 삼성의 손을 들었다. 그는“애플이 삼성 통신 기술에 대한 로열티는 2억 9000만~3억9900만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통신기술 특허를 무기로 대반격에 나선 삼성이 애플에게 맹공격을 퍼부은 셈이다. 그러나 애플도 삼성의 주장을 피할 보루가 있었다. 해당 기술들은 프랜드((FRAND) 조항이 적용돼 배타적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프랜드는 기업의 특허가 기술표준이 될 때 특허권자의 일방적 요구가 아닌 합리적인 방식으로 다른 회사들이 로열티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이다. 한편, 삼성의 대공세에 애플 고유의 디자인도 위기를 맞고 있다. 애플은 삼성의 둥그스름한 자사 고유의 디자인을 모방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모서리 부분을 곡선으로 처리한 자사의 디자인이란 주장과 달리, 애플의 전 디자이너인 니시보리 신은“2006년 애플의 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의 지시로‘소니(SONY)’의 디자인을 참고했다”라고 삼성에 진술했다. 애플의 독창성에 금이 가는 결정적 단서였다. 하지만 니시보리가 재판 시작 전“증언을 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혀 법원은 증언 내용을 채택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디자인에 대한 우위로 승부를 가리긴 어려워진 셈이었다. 그렇다면 ▲사용자환경(UI)으로는 승부를 가릴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이마저도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누가 먼저인지, 누가 우위의 기술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삼성, 애플의 제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마트폰 UI가 소비자의 편의성에 맞춰 비슷해져 가고 있다는 점이 양측의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VS애플Round.2‘수세, 공세의 전환’
이로써 미국과 한국에서의 소송은 양사 모두 각각 1승 1패, 동점인 상황. 그러나 얼마 후 이뤄졌던 일본에서의 소송결과는 삼성에게 2승을 안겨줬다. 다소 수세였던 삼성이 공세하는 형국이다. 애플은 계속해서 삼성을 상대로 ▲사진이나 문서의 마지막을 알려주는 바운스 백 ▲싱글터치와 두 손가락으로 줌하는 멀티터치 ▲두 번 두둘겨 화면 확대 기술 등의 UI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역시 3가지 UI를 추가했다. ▲사용자가 다른 프로그램 접속 중 음악파일 실행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고 확인 뒤 메일로 보내는 기술 ▲갤러리에서 카메라 모드 전환, 사진 촬영 후 바로 확인하는 기술 등이다. 무엇보다 이번 특허 소송의 관심사는 애플의 비밀주의란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점이었다. 애플은 자사의 제품 전략 등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를 유지했으나 소송이 진행되면서 증언과 증거물을 채택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고, 자연스레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이에 故스티븐 잡스 애플 창업주가 삼성의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을 맹비난했던 것과 달리,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이메일을 통해 그 역시 후에는 7인치 태블릿PC 출시를 검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팔각형 모양의 아이폰 검토, 아이폰과 아애패드의 마케팅 비용 등의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다. 애플로선 승패 여부를 떠나 그간 고수해온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된 셈이다. 한편, 양국의 법원이 자국 기업의 안방이라는 요인을 감안하고도 이렇다 할 판결을 내리지 못해 나머지 7개 나라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의 여부를 두고도 전 세계적 촉각이 집중될 전망이다. 애플은 이밖에도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업체 대만HTC와의 특허소송에서는 원고, 지난 5월 모토로라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한 구글과의 특허소송에서는 피고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대만HTC와도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해외 통신‘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HTC가 터치 스크린 관련 특허권 4건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HTC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애플은 손가락으로 이미지를 확대·축소하는 기능, 문서나 이미지 등이 스크린의 끝에 도달하면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오게 하는 기능 등 스크린 관련 특허권 4건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HTC 측은 일반화된 기술이라고 맞서고 있다. 가장 최근 구글과의 특허 소송에 휘말린 상대 역시 애플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이 지난 5월 인수한 모토로라 휴대전화 부문은 애플이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음성검색 프로그램 시리, 위치 확인 기능 등이 자사 특허 7건을 침해했다며 애플을 ITC에 제소했다. 모토로라는 애플이 자사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확인되면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토로라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협상을 통해 특허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애플이 이를 거부해 제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와 애플은 특허 관련 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난 2010년부터 다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애플의 특허전쟁 속에서도 관심거리는 삼성과 애플간의 소송이다. 특히나 이번 소송은 애플이 삼성을 제소했지만 그 결과는 구글은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바탕으로 모바일 단말을 만들어온 다른 회사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허 분쟁엔 국경 없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특허 분쟁은 더 이상 내부와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허청 및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등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제특허 분쟁 건수 1,070건 중 피소는 821건으로 제소의 3배가 넘었다. 한국기업이 국제특허 분쟁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70건의 국제특허 소송이 제기됐는데 국내 기업이 제소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지만 고소당한 건수는 52건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피소와 제수 건수도 각각 15건, 2건이었다. 피소 건수가 급증한 것은 한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자 각국의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세계 경기가 악화되고 보호주의가 강화되면서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수출을 막거나 특허를 공유하려고 전략적으로 소송을 거는 외국 경쟁 업체도 등장하고 있어 대비책이 시급하다. 실제로 공격 대상이 국내의 수출효자 상품인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이 대표적인 일례이며, 관련 소송만 해도 20건이 넘었다. 뿐만 아니라‘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소송 전문회사(NPE)의 제소도 급증하고 있다. NPE는 특허를 실제 생산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부도기업 등의 특허를 헐값에 산 뒤 관련 특허 침해를 적발, 소송을 제기해 기술료를 받아내는 기업이다. 미국 NPE의 한국기업 대상 특허소송 누적 건수를 보면 삼성은 100건, LG가 80건에 달한다. 대기업이 이 정도니 분쟁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이들의 손쉬운‘먹잇감’이 되고 있다. 방어기제와 지원책이 없으면 개별 기업은 물론 업계 전체가 기술적으로 퇴보할 수도 있게 될 조짐이다. 더욱이 고부가가치의 특허가 패소하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만일 상대가 중소기업이라면 소송 한 번에 기업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해결책은 기업들이 특허 관련 인력을 늘려 발 빠른 대응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연구개발(R&D)초기 단계부터 특허의 공격과 방어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하는 것도 방안이다. 덧붙여 특허개발에 치중한 장려 및 지원 사업이 아닌, 특허분쟁 예방·대응 지원과 소송 보험 사업 확대와 같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때이다. 이처럼 특허는 천문학적 경제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만 반대로 치명적인 손실로 되돌아 올 수도 있는 만큼, 특허에 대한 환상이 아닌 전략적 판단과 선택이 승패의 요인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