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있나요?

“이웃집 아저씨, 동네 총각의 숨은 얼굴”

2012-09-06     박소담 기자
얼마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제주 올레길 여성 살인사건, 통영 초등학생 살인사건, 울산 자매 살인사건 등의 범인은 바로‘이웃’이었다.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0∼2010년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 956건 가운데 13.8%는 이웃 주민 등 아는 사람이 저지른 것이었다. 옆집, 혹은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인사 한번 나누었을 법한 평범한 이웃들. 오늘도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을지 모르는‘이웃 범죄자’들에 대해 알아본다.

아름이 살해범은 이웃집 아저씨
욕정에 눈먼 이웃 성인남자에게 또다시 어린 생명이 희생됐다. 범인은 성폭행 전과가 있었지만 당국의 특별한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 경남 통영에서 지난 7월 16일 실종됐던 한아름 양(10)이 실종 6일째, 경찰의 공개수사 3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 김점덕(45)은 한 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야산에 매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 16일 오전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에 살고 있는 한 양은 2.6km가량 떨어진 산양초등학교로 등교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어머니와 오래전 이혼한 아버지(53)가 일주일에 이틀가량은 외지로 일을 나가 주로 오빠(20)와 둘이 생활했다. 10분 넘게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범인 김점덕의 진술에 따르면 오전 7시 42분경 한 양은 근처 밭에서 일하던 이웃 고물상인 자신에게“아저씨, 저 학교에 좀 태워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한 양이 사는 마을과 김점덕이 거주하는 마을은 도로를 경계로 100여 m 떨어져 있으며 한 양은 그를 평소 알고 지냈다고 한다. 이에 김점덕은“알았다. 잠깐 우리 집에 들렀다 가자”며 버스 정류장 근처에 세워 놓았던 자신의 1t 트럭에 타라고 했다. 정류장에서 60m 떨어진 집에 들어선 그는 한 양을 성폭행하려 했지만 고함을 지르고 반항하자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한 양이 계속 고함을 지르려 하자 입을 오른손으로 틀어막고 목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김점덕은 시신을 마대 자루에 넣어 자신의 트럭에 싣고 집을 나섰다. 10km쯤 내달리다 통영시 인평동 경상대 해양과학대 부근 한적한 숲 속으로 들어가 땅을 판 뒤 마대 자루를 넣고 흙과 나뭇가지로 덮었다. 22일 오전 11시 반경 범인의 진술에 따라 수색에 나선 경찰이 발견한 시신은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양팔이 등 뒤로 노끈에 묶여 있었다. 경찰은 16일 오전 8시 반경 김점덕이 차량을 자신의 집에 몰고 가는 장면을 주변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가 한 양을 차에 태워 때리거나 노끈으로 묶어 집으로 데려온 뒤 8시 반 이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시신 유기 장소를 물색하다가 이날 오후 1∼5시경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내와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의 얼굴 뒤엔…
김점덕은 경찰 조사에서“한 양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3년 전 베트남인 아내와 결혼한 그는 두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때는 아내와 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였다. 범행 다음 날인 17일부터 경찰이 수색에 나서자 그는 주변을 서성이며 조사 장면을 구경하기도 했다. 범인 김점덕은 한아름 양을 살해한 후인 지난 7월 19일 MBC뉴스 인터뷰에 응해‘실종 당일 목격자’라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고 이 장면은 전국으로 방영되며 전파를 탔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그날 7시 반쯤 집을 나왔어요. 아름이가 버스 정류장에 있는 것을 보고 저는 밭으로 갔습니다. 그 이상은 모르겠습니다”라고 해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경찰은 범행 당일 김점덕이 한 양의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버스 정류장에서 20m가량 떨어진 맨홀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친부모가 살고 있는 집에서 5m 떨어진 곳이다. 그는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평소처럼 생활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고물 수거도 했고 낚시도 하러 다녔다. 이웃 주민 김모 씨(55)는“너무 담담하게 보여 범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웃집 살인마’, 잡고 보니‘성폭력 전과자’
범인 김점덕은 2005년 개울가에서 이웃 동네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돌로 내리쳐 다치게 한 혐의로 4년간 복역한 뒤 2009년 5월 출소했다. 성범죄 1건을 비롯해 전과만 12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2008년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형이 확정돼 전자발찌를 착용하지 않았다. 아동 대상 성범죄 전력도 없어 신상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지난 7월 16일 밤부터 평소 성범죄 우범자로 관리하던 김점덕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주민들도 형사들에게“김 씨가 수상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말에는 3개월에 한 번씩 진행되는 우범자 관리 조사를 벌였지만 경찰은 그에 대해‘특이 동향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던 중 경찰은 탐문수사를 하다 김점덕의 차량이 실종 당일 오전 버스 정류장 주변에 서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7월 18일 임의동행 형식으로 불러 사건 당일 행적을 조사했다. 그는 “버스 정류장 주변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20일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선 직후 김점덕은 잠적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9시 40분경 자신의 집에서 2km가량 떨어진 통영시 산양읍 남평리 주변을 서성거리던 그를 검거했다. 그는 경찰에 붙잡혀 온 뒤 취재진에게“할 말이 없다. 아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통영경찰서는 김점덕에 대해 살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자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살인마는‘면식범’
지난 7월 20일, 통영의 아름이 살인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원룸에서 이 모(27)씨와 동생(23) 자매가 흉기에 찔려 숨진 일이 벌어졌다. 당시 언니 이 씨는 119에 전화를 걸어“동생이 죽어가니 살려달라”고 신고했으나 119가 출동했을 땐 이미 두 자매가 숨을 거둔 뒤였다.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살해용의자 김 씨는 과거 자매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일했으며 자매 중 언니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자매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사건의 용의자 김홍일 씨는 검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에 진척이 없자 피해자 가족들과 친구들은 경찰에 수사 무능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아버지 박 모 씨는 8일 오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경찰이 실적을 올리려다 용의자를 놓쳤다”고 주장하며 경찰의 초동수사를 지적하기도 했다. 울산경찰청은 울산과 부산지역 전 경찰관을 동원해 용의자 발견을 위한 일제수색을 실시했다. 1800여명의 부산과 울산 지역 경찰관들을 동원해 울산과 부산 지역 숙박업소와 폐가, 재개발 지역을 수색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또 김 씨가 위장취업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공사현장과 편의점 오락실 등지에 대해서도 수색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거는 등 공개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가족 같던 아르바이트생이 내 두 딸을 죽였다”
울산자매살해사건 용의자 김홍일(27)이 사건 발생 후 한 달이 넘도록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자매의 아버지가 라디오를 통해 애끊는 심경을 밝혔다. 아버지 박종환씨는 지난달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이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며“조금이라도 김홍일의 얼굴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나섰다”고 전했다. 박씨는 최근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으로 자식을 둘이나 잃었다. 지난달 20일 오전 3시20분쯤 울산 중구 성남동 박씨의 집에서 큰딸(27)과 작은딸(23)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은 30분 만에 정체가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4년 전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홍일이었다. 박씨가 기억하는 김홍일은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다. 김홍일은 2009년에 5개월가량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만둔 후에도 한 달에 두세 번은 가게에 들러 일을 도와주곤 했다. 박씨는“김홍일뿐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했던 직원들은 딸이랑 나이가 비슷해 모두 가족처럼 대했다. 김홍일과도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였다”고 했다. 김홍일은 자매 중 언니에게 집착해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모는 그 사실을 몰랐다. 박씨는“아이들이 평소 친구가 많았고 김홍일도 평범한 친구처럼 생각했다. (큰딸을 좋아한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했다. 그는“우리도 궁금하다. 왜 동생까지 (죽였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짝사랑과 집착이 불러온 비극
울산 자매 살인사건 용의자 김홍일(27)이 피해자 중 언니에게 집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27)씨의 친구 B(28)씨 등에 따르면 김홍일은 3년 전인 2009년 A씨가 부모 가게에서 일을 도울 때 한눈에 반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일은 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언니에 대한 집착이 본격화됐다. B씨는“김홍일은 A씨가 친구 만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A씨 휴대전화는 김홍일의 감시 대상으로 항상 통화내역 등을 자주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는 친구들과 통화할 때 회사 전화를 이용할 정도로 자주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김홍일은 페이스북에 언니 A씨의 폴더를 따로 만들어 사진을 빼곡히 채우기도 했다. 김홍일은 부산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 생활한 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친구가 거의 없었으며, 오로지 A씨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김홍일은 한 달 전 A씨가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자매가 사는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동생(23)과 언니를 차례로 살해한 후 도주했다.

여행 온 여성을 노린 현지인
강모(40ㆍ여ㆍ서울)씨는 지난 7월 11일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제주를 찾은 뒤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튿날 오전 7에 숙소를 나서 올레 1코스를 걷다가 살해당하고 말았다. 피해 여성의 가족들이 14일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하자 이틀 후부터 경찰의 본격적인 수색과 수사가 병행됐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휴대전화 수신 기록이 있는 올레 1코스 두산봉 주변에서 2천여명을 동원, 수색해왔다. 그러나 5일 후인 20일 제주시 내 한 관광지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피해 여성의 시신 일부가 발견되면서 살인으로 수사가 급변했다. 다음날 제주에 있던 김기용 경찰청장이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사무소를 방문, 철저 수사를 지시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경찰은 당일 용의선상에 오른 피의자 강씨를 구좌파출소에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그러나 강씨는 참고인 조사 후 잠적했고, 경찰이 추격 끝에 마을 인근에서 찾아내 23일 오전 6시10분 긴급체포 하기에 이르렀다. 피해 여성의 시신은 긴급체포 당일 오후 6시30분 강씨가 암매장했다고 지목한 대나무숲에서 발견됐다.

살해, 유기, 알리바이 조작까지…지리적 특성을 이용한 계획된 매복과 은폐
피의자 강모(46)씨는 피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제주동부경찰서는 강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살인)과 사체 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가 우발적으로 피해 여성을 살해했다는 범행 동기를 의심,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조사해 왔다. 경찰은 결국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한 수사에서 강씨에게 질문한 성폭행 관련 3개 항 모두 거짓반응이 나오자 추가 조사를 벌여 성폭행하려 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지난 7월 12일 오전 8시50분께 범행 현장 부근인 두산봉 밑 올레 1코스에서 피해 여성이 나타나자 나무 뒤편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경찰은 강씨가 피해 여성을 올레 코스를 벗어난 지점까지 끌고간 점도 성폭행 시도의 증거로 들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계속되는 추궁과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의 잇따른 거짓 반응으로 강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며“그러나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볼 때 반항하자 살해해 성폭행은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강씨가 범행에 앞서 피해 여성을 두산봉 입구 운동기구가 있는 벤치에서 처음 마주친 뒤 따라가며 4차례나 피해 여성을 마주친 점과 이후 피해 여성을 지름길로 앞서 간 점을 들어, 강씨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를 골라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강씨는 이후 범행 장소 부근의 한 농경지 돌담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당일 한차례 시신 유기 장소에 들려 시신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 등을 범행 장소 주변 곳곳에 나눠 버렸다. 강씨는 이튿날 오후 9시께 차량을 이용, 시신을 대나무가 우거진 곳의 근처 숲으로 숨겼다. 또 지갑을 꺼내 강씨의 신분증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강씨는 피해 여성을 살해한 이틀 뒤인 14일 오후 10시께 대나무숲 15m 안쪽에 시신을 매장했다. 이후 19일 오후에는 시신을 다시 꺼내 일부를 절단, 18km가량 떨어진 제주시 내 한 관광지 버스정류장 의자에 갖다 놓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시신 장소를 찾는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강씨는 시신 일부를 유기하기에 앞서 성산읍 내 한 PC방에 들려 게임 등에 로그인한 채 다시 PC 방을 나와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강씨의 이런 행동들이 경찰 수사망을 피해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원오 제주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은“사건을 분석하면서 잠적, 조난 가능성 등의 수색과 수사를 병행했다”며“그러나 한정된 인원으로 진행하다 보니 수색에서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과장은 이어“올레길 입구나 중요 지점에만 폐쇄회로(CC)TV가 있었더라도 범인을 더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최소한 CCTV 설치로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들짝’놀란 경찰,‘반짝’일제강화
제주와 통영에서 잇따라 살인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경찰이 성폭력 우범자로 분류된 약 2만 명의 성범죄 전과자들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선다. 지난 7월 23일 경찰청은 피서철 관광지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아동ㆍ여성 성범죄 예방ㆍ검거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주와 통영, 울산 등에서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시민 불안이 커진 데 따른 조치라 생각된다. 경찰은 우선 성범죄를 저질러 15년 이내 5년 이상 또는 10년 이내 3년 이상 실형을 받은 경우나, 5년 이내 3회 이상 입건된 전과자를 성폭력 우범자로 분류해 이들의 주거 여부를 점검하고 인근 지역 주민 등을 토대로 첩보 수집에 나선다. 경찰청 관계자는“기존에 1~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우범자들을 관리하던 것을 이번 기회에 일제 점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범죄자들은 우리 주변의 흔한 이웃들”-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
경남 통영 초등학생 피살 사건의 피해자 한아름양의 영결식이 지난 7월 25일 열렸다. 실종 일주일 만에 살해된 채로 발견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양은 포항의 한 사찰에 봉안됐다. 경찰은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 결국 피의자 김점덕씨의 성폭행 혐의 사실을 밝혀내지는 못했으나, 현장검증에 의거해‘성욕에 의한 우발적인 범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최근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대책 논의가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7월 26일 성범죄 근절을 위해 당정협의회를 열어‘전자발찌’기준 강화, 성범죄자 신상 공개 소급 적용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야당 역시 아동 성범죄의 집행유예 배제, 아동 음란물 소지자 형량 강화 등의 긴급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치권의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에서 지난 7월 26일 최근 잇따르는 성범죄와 관련하여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와의 전화 연결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아동 성폭력은 기존에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다만 (자기보호능력이 부족한) 아동의 특성상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성범죄자들은 우리 주변의 흔한 이웃들”이라며“일반인들이 아동 성범죄자들이라 하면 정신병자일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잘하고 있으면서 다만 아동에 대한 보호의식ㆍ권리의식이 부족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얼굴에 그러한 결함을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과제일 것이다. 김 대표는“성범죄 예방 교육을 초등학생에게만 시킬 것이 아니라, 청소년, 성인으로 그 대상을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범죄가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이라는 것을 주지하고 그에 대해 민감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흔히 아동 성폭력 사례는 아동이 방치됐을 때 발생하곤 한다. 혼자 남아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그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안전지킴이 확대 등 사회적인 환경 조성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들의 등하교를 위해 학교 주변에 안전지킴이가 순찰을 하고 있지만, 그 범위와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413만명 접속… 이웃 성범죄자에 놀란 한국
통영 초등생 살해 사건 등의 충격파로 사건이 일어난 후 3일간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정부 사이트‘성범죄자 알림e(www.sexoffender.go.kr)’이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건 전엔 하루 1만명 남짓의 방문에 그쳤으나 사건이 일어난 후 다섯 가구당 한 가구 꼴로 검색을 한 것이다.‘이웃 범죄’에 놀란 시민들이 주거지 인근 성범죄자 신상 파악에 나선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통영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김점덕이 검거된 다음 날인 지난 7월 23일 하루 동안(밤 12시 기준) 총 250만명이‘성범죄자 알림e’에 접속했으며 24일(밤 12시 기준)에도 140만1000명이 이 사이트를 찾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2010년 7월부터 운영하고 있는‘성범죄자 알림e’에서는 어느 동네에 성범죄자가 몇 명 사는지와, 성범죄자 개개인의 얼굴(사진), 이름, 나이, 몸무게, 성범죄 내용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사이트 접속자 수 폭증은 아름양 살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같은 동네에 사는 전과 12범인 성범죄자에게 한양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에 국민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시민들의‘자녀 보호 욕구’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법학과 박병식 교수는“한 아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성범죄자 관리를 허술히 해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사람의 얼굴을 한 우리 동네 성범죄자들. 기자도 떨리는 마음으로‘성범죄자 알림e(www.sexoffender.go.kr)’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을 해 보았다. 역시나 거주지역에 다수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건, 생각보다 가까이에 그들이‘이웃’의 얼굴을 하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명 한명, 클릭해 그들의 얼굴과 나이, 죄목을 훑어보았다. 그들 중 40대 이상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50대 이상의 남성들이 15세 미만 여자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성추행 및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70이 넘은 노인도 있었다.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의 얼굴, 힘없는 노인의 얼굴을 하고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내 이웃’이라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연일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처벌 기준과 감시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효를 얼마나 거둘지는 모르는 일인데 그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법을 바꾸려고 하는 것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신상정보 공개를 소급적용하고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자신의 전력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경고메시지 차원 정도의 도움은 되겠지만, 한편으로 가해자의 가족이 그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렇게 정책의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지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사건이 터지면 분위기가 와르르 조성됐다가 갑자기 꺼지는 행태도 문제가 많다. 상시적인 교육과 경각심 부각이 중요한 것은 두 말할 것 없다. 또한 개인이 타인의 몸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권리 의식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전 국민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인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권리에 대한 근본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사회의 경각심이 필요한 때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