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이 무슨 인권? 사형 집행하라”논란 부활

“피해가족,‘그들이 감옥서 발 뻗고 자는 게 정의인가’vs집행 안한지 15년… 靑,‘사회적 합의 필요한 사안’”

2012-11-05     박소담 기자

경기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해범 오원춘, 경남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범 김점덕, 제주 올레길 관광객 토막 살해범 강성익, 두 아이의 엄마 성폭행 살인범 서진환, 그리고 나주 7세 여아 납치 성폭행범 고종석까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에‘야만의 기억’을 일깨운 이름들이다. 최근 연이은 흉포한 범죄에 분노한 시민들 사이에서 15년 가까이 중단된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흉포하게 목숨을 앗은 범죄자는 법이 정한 대로 죗값을 치르게 해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범죄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 국민들의 혈세로 악마를 먹여 살리느냐”
 

8월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집에서 서진환이 휘두른 흉기에 아내를 잃은 남편은 한 일간지 기자와의 통화에서“범인을 사형시킨다고 가슴의 응어리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야만 아내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유영철 강호순 같은 사람은 감옥에서 빈둥빈둥 먹고 놀며 발 뻗고 자고 유족은 국가의 처분만 기다리며 평생 상처와 싸워야 한다면 그게 과연 인권이고 정의인가?”라고 되물었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성난 누리꾼들은“왜 국가가 법을 어기고 장기간 세금으로 사형수를 먹여 살리느냐. 당장 사형을 집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 카페 여성 회원 20여 명은 지난 10월 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집회를 열고“인권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 짐승 같은 범죄자들에게는 필요 없다”며 사형 집행을 촉구했다.‘다음’토론방 아고라에도‘사형 집행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운동을 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숙명여대 법학과 이영란 교수는“사형은 재범을 막는 완벽한 대책”이라며“사형제가 합법적인 형벌인 이상 정부가 집행을 미루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력범죄는 10년간 84.5% 증가, 사형, 15년 째 집행 없어
정부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사형 집행한 이후 15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복역 중인 사형수는 60명으로 늘었다. 최근 10년간 강력범죄는 84.5%나 증가했다. 헌법 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2010년 2월 헌재는“제한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범죄에 대한 응보형으로 고안된 필요악으로, 여전히 제 기능을 한다”고 결정했다. 1996년에 이어 두 번째 합헌 결정이었다. 하지만 사형 반대 의견도 여전히 거세다. 진보단체와 상당수 종교계 인사들은“범죄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사형의 범죄 억지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995년에 19명, 1997년에 23명을 사형 집행했지만 1996년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은 6% 늘었고, 1998년에도 전년에 비해 살인이 17% 증가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형 집행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2010년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의사를 밝혔지만 반대 의견에 밀려 곧 흐지부지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월 3일“사형 집행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 95%“성범죄자 처벌 강화”‥ 80%“사형 찬성”
최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대폭 강화했다. 이를 계기로 흉악범 양형 기준과 함께 사형제 존속 여부에 대한 공방까지 더욱 가열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0일‘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포함한‘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자의 형량이 현행‘5년 이상’에서‘무기 또는 10년 이상’으로 바뀐다. 또 술이나 약물 등에 취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러도 형량을 낮출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동 음란물과 같은 유해매체물을 소지한 사람에게 현재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는가 하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전면 폐지하고, 지하철 등 공중밀집장소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자, 휴대폰 등을 음란행위에 이용한 자 역시도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날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정부의 법률 개정안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10월 6일과 7일에 걸쳐 성인남녀 598명을 대상으로 사형제도 존폐 여부와 흉악범에 대한 사형집행 여부 등을 조사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흉범죄자의 처벌 강도에 대해 95%가‘지금보다 더 엄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해 국민 거의 대부분이 범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지금보다 더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는 0%,‘지금 대로가 좋다’2%,‘모름/의견없음’은 2%였다. 감형 논란이 일었던 음주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 처벌 기준 관련해서도‘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가 77%,‘더 가볍게 처벌해야 한다’2%,‘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가 20%로 나타나 변수는 없었다.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유지해야 한다’79%,‘폐지해야 한다’16%,‘모름/의견없음’은 6%로 나타났다. 특히‘사형제도 유지’의견은 동기관의 2003년 조사에서 나타난 52%(폐지 40%) 수치에 비해 27%p나 증가한 것이다. 흉악범죄자의 사형 집행에 대한 찬반 물음에 대해서도‘찬성’78%,‘반대’17%,‘모름/의견없음’5%로 사형제도 존폐 의견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단, 사형제도 존폐 여부에 대한 조사는, 1997년 이후 15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국민은 잠정적으로 우리나라를 사형제 폐지국으로 여겨왔고 이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범죄자라 하더라도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는 정서가 흉악범죄가 빈발하는 현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을 것이라는 점까지 염두에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을 물었을 때‘잘못된 사회환경’70%,‘범죄자 개인의 타고난 성향’28%,‘모름/의견없음’2%로 나타나 국민 다수는 흉악범죄가 발발하는 원인에 사회적 환경 탓이 크다고 보고 있었다. 아울러 경찰 불심검문 부활과 관련한 찬반 물음에서‘찬성’66%,‘반대’30%,‘모름/의견없음’4%로 범죄 예방과 범죄자 검거를 위해서 불심검문을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불심검문에 대한 찬성 의견은 남성(60%)보다는 여성(72%)에서 많았다. 해당 조사는 이틀간 RDD(휴대전화조사)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유효표본DMS 전국 성인 598명,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 ±4.0%p로, 응답률은 18%다.

죽을만큼 나쁜 죄 지어도 사형은 당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지난 여름, 안양 초등생 혜진ㆍ예슬양 살해사건 범인으로 사형이 확정된 정성현(43)의 법타령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같은 사실은 정 씨가 구치소에서 교도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었다. 지난 7월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은 최근“금치 13일 처분은 부당하다”며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정씨는 A4용지 크기 편지지 8장에 직접 손으로 작성한 소장에서 시종일관 법과 원칙을 강조해 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고. 정씨는 2007년 12월 경기 안양에서 이혜진(당시 11세), 우예슬(당시 9세)양을 집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이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버린 혐의로 기소돼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당시 아이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벌어졌었으며 온 국민은 분노로 치를 떨어야 했다. 이후 아이의 가족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내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정씨의 소송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2009년에 형이 확정됐는데 왜 아직까지 사형집행이 안되고 있는거냐”,“인간도 아닌 자가 웬 인권타령인지 모르겠다”,“사형선고는 되는데 사형집행은 되지 않는 이 불편한 진실인가”,“그가 원하는 법대로 얼른 사형시켜라”,“유가족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게 아플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원춘 무기징역 감형,‘사형선고 원심 깨고 2심 무기징역’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저지른 오원춘(42)의 범행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렸다. 오원춘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 고법은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지난 10월 18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는 오원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신상 공개 10년과 전자발찌 착용 30년을 명령했다. 오원춘은 피해자를 성폭행하려고 납치했다가 반항하자 살해한 뒤, 6시간에 걸쳐 시신에서 350여 조각이나 되는 살점을 떼어내는 엽기적 범행을 저질렀다. 극악 범죄자 오원춘의 범행에 대한 사형 선고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자‘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오원춘이 피해자의 시신을‘인육 유통’사실에 대한 판단 부분을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에 대해‘무개념 판결’,‘짜맞추기식 감형’,‘상식 이하의 판결’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원춘 무기징역 감형에 대해 여야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오원춘의 인육 사용 여부가 감형 요소가 되는지 묻고 싶다. 재판은 판사의 고유권한이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판결을 누가 인정할 수 있겠냐”며“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서영교 의원은“오원춘의 2심 판결에 의하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게 된 배경에 대해‘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을 선고할 사정은 있다’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는데, 사형제를 대신하면서도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는 종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여론이 일자 김진권 고등법원장은“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점은 송구스럽다. 다만 판결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 법원장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양형을 정함에 있어서 앞으로 모든 정황을 좀 더 신중하고 넓게 판단하겠다”고 해명에 나섰다. 오원춘의 무기징역 감형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도대체 얼마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야 사형을 시키느냐?”,“이것보다 더한 범죄가 있느냐? 피해자 가족에게 너무 가혹하다.”등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올레길 살인범도 무기징역땐 분신”
“오원춘처럼 제주 올레길 살인범에게도 무기징역이 선고된다면 법원 앞에서 분신하겠다.”지난 7월 제주 올레길에서 살해된 40세 여성의 남동생 A씨(39)는 지난 10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법원 앞에서 분신을 할 것을 공포합니다’라는 끔찍한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경기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오원춘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자 자신의 누나를 살해한 범인 강 모(46)도 징역형에 그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쓴 글이었다. 강 씨는 당시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손목을 절단해 유기했다. A 씨는“오원춘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유족이 얼마나 큰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을지 공감한다”며“우리 가족도 심리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나도 사업을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오원춘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재판부는 유족의 아픔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며“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해 상식 이하의 판결을 내린 담당 판사에게‘과연 당신이 이 나라의 사법부를 이끌어갈 자격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당신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어도 같은 판결을 내렸겠느냐. 그저 남의 일로만 보고 매일매일 다루는 업무의 한 부분으로 이 사건을 다룬 것은 아니냐”며“얼마나 더 끔찍한 범죄가 저질러져야 사형 판결을 내릴 것이냐”고 물었다. A 씨는“누나를 죽인 살인범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더라도 2심에서는 오원춘처럼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되지 않겠느냐”며“범인이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누나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법원 앞에서 분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사형집행 찬성은 시대역행”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9월 4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사형제도 존속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인혁당 사형집행의 정치적 살인행위를 아는 박 후보의 경고용 사형제 찬성은 반성 없는 사형제 찬성론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아동 성폭행범 사형집행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사형제 폐지 움직임이 있었을 때도 저는 사형제 폐지는 신중하게 고려할 일이지 폐지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도‘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도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박 후보가)명시적으로 사형집행을 해야 한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집행하지 않는 제도는 경고가 되지 않는다”며“그런 의미에서 박 후보의 경고용 사형제도 존속 찬성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를 한 것이거나 사형제도 찬성론자이면서 신중론자인 것처럼 보이려는 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사형집행 재개와 불심검문 부활은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은폐하려는 보수정권의 상투적 대처법에 불과하다”며“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사형집행 재개의 섣부른 검토와 온 국민 불심검문 부활이라는 시대역행 방침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성폭력 강력범의 사형집행 재개 논의와 관련해“너무 성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까지 거의 15년간 사형 집행 하지 않고 국제 앰네스티로부터 사형 폐지국으로 지정받고 있다”며“사형제 논의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한국, 15년 동안 사형 집행하지 않은 나라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사형제도가 사실상 폐지되었고, UN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친 연구 끝에 사형제도가 범죄 억지력이 없다는 것을 발표하며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천명한 바 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이고 내년 다시 한 번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진출을 꿈꾸고 있는 대한민국은 15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사형집행이 가장 많은 아시아의 사형폐지 운동을 이끌고 있다.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막중한 책임과 의무 또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0년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동의하여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합헌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들도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회가 사형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였다.

감정적으로만 판단내리기 힘든 사형제도의 존폐논쟁
사실‘흉악범들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밥을 먹고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분노할 것이다. 내 가족이 피해자라고 가정하면 흉악범들은‘죽어 마땅하다’까지는 아니더라도‘죽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흉악범은 인간이 아니므로 인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견해도 있고,‘사형이라는 최고형으로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사형에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법의 이름으로 사형을 집행한 역사에서‘인혁당 사건’등의 정치적 사법살인도 있었고 일반 사건에서도 판사의 오판으로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한 경우가 분명 있었다.‘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사회의 현실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돈 없고 백 없는’사회적 약자에게만 가혹한 형벌이 가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절대적 정답은 없다. 현대 우리 사회의 성숙성을 인정한다면‘사형 폐지’쪽에, 아직은 법으로 강제할 부분이 많다는 쪽이면‘사형 존치와 집행’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다만‘가능하다면’진정한 사회 정의는 사형과 같은 영구격리보다 교화에서 온다는 명제에 동의한 후 어느 쪽이 현대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될지 심도 깊은 토론을 하고 중의를 모아야 한다. 진정 사형이‘필요 없는’사회가 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간곡히 바랄 뿐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