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어머니 품과 같은 교회로"

제10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 수상

2012-12-06     정주식 기자
익산 동련교회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주관하는 ‘제10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 농어촌교회부문 수상교회로 선정됐다.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동학의 얼을 이어받은 동련 교회는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폭넓은 지역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며 지역의 장자교회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정주식 기자 press9@

동학정신 녹아든 112년 역사
기윤실 주관으로 어려운 교회여건 속에서도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사회복지를 실천한 모범적인 교회를 발굴하고, 시상을 통해 해당 교회와 교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상'은 서류심사와 방문심사 등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매년 수상교회를 선정하고 있다.
이번 동련교회의 수상은 1900년 태동이래 민중과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함께 겪어오며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교회역사에 대한 평가라 할 수 있다.
구한말 동학군에 참전했던 백낙규 장로는 동학이 실패하자 숨어 지내던 중 한 권서로부터 전도를 받고 오직 그리스도의 정신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날로 상투를 잘라낸 백 장로는 몇몇 사람들을 모아 예배를 시작했고 이것이 동련교회의 시초가 되었다.
올해로 112주년을 맞은 동련교회는 예수님이 소외된 이들을 돌본 것처럼 어려운 이웃들을 섬기는 것이 바로 예수정신이라는 설립정신아래 '섬기는 교회'를 모토로 삼고 있다.
동련교회는 일제강점기였던 1909년 가난에 허덕이던 농가의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계동학교를 설립했다. 계동학교는 1947년 농가의 아이들은 물론 사상적 문제로 일제의 감시를 받아오던 사람들을 모아 교육하며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는데 앞장섰다.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고 민족정신고취의 거점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일제로부터 요주의 교회로 낙인이 찍혔던 동련교회는 1944년 강제해산이라는 아픔을 겪은 뒤 이듬해 해방과 더불어 재건됐다.
교회는 1960년대 들어와서 '세상 속에 들어가서 나누고 섬기는 교회'라는 비전을 결의하고 성도가 200명을 넘어서면 교회를 분립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시기부터 교회 안에 지역개발위원회를 조직하고 제직회부서에 사회선교부를 두어 지역사회를 위한 선교과업을 개발하는데 힘쓰기 시작했다. 1970년에는 교인들이 1구좌에 300원씩 출자하여 황등지역 최초로 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고 1971년에는 장학위원회, 1976년 양곡조합, 1983년 묘지관리사업, 1988년 계절무료탁아소운영 등 전방위적인 지역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면서 가난한 농촌경제를 돕고 농촌자립을 위해 헌신하는데 교회의 역량을 집중해왔다.
200명이상 분립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총 6개 교회를 분립한 동련교회는 현재 장년 300명, 어린이 교회학교 80명, 중고등부 40명 정도가 출석하는 건강한 농촌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일원 목사는 "지금도 이 지역 주민들은 교인이 아니더라도 동련교회를 '우리교회'라 부른다. 이것이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교회가 감당해온 이웃섬김의 증거 아니겠나"라며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동련교회의 역사에 대해 자긍심을 내비쳤다.

"농촌 노인복지사역의 모델 제시할 것"
인근 진경여고에서 교목과 교장을 역임한 김일원 목사는 1995년 동련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농촌교회의 약점인 어린이・청소년 목회에 중점을 둔 사역을 전개했다. 교육자로서의 경험과 학교경영마인드를 겸비한 김 목사의 리더십은 쇠잔해가던 농촌교회의 분위기를 일거에 변화시켰다. 타지에 나가 생활하던 교회 '동문'들을 불러오기 위해 '부모님 찾아뵙기 운동'을 펼치는 한편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3시예배를 도입했다. 또 전교인 공동식사를 시작하고 분재, 등산, 풍물, 합창 등 다양한 특별활동부를 만들어 타지학생들의 교회출석을 유도했다. 그 결과 인근 초등학교학생숫자와 비슷한 수의 아이들이 교회학교에 출석하게 되었고 농촌교회로서는 보기드문 어린이・청소년 비율을 자랑하게 됐다.
동련교회는 일찍부터 고령화시대를 대비하여 특성화선교과업으로 노인복지선교를 지정하고 특화된 노인섬김사역을 시작했다. 동련교회가 위치한 북익산지역은 타지역보다도 고령화속도가 심각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의 비율이 높아 특히 돌봐야할 어르신들이 많은 지역이다.
1993년 황등지역 최초로 설립된 동련노인학교는 매주 목요일 지역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특별활동과 강의, 레크레이션 및 점심과 간식제공은 물론 목욕과 관광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동련노인학교는 매주 150여명이 참석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경로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8년 설립된 북익산노인복지센터(2002년 정부인가)는 가정봉사원 파견서비스와 방문요양서비스, 방문목욕, 노인그룹홈, 노인일자리사업 등을 펼치며 보건복지부 2010년도 재가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바 있다.
교회총예산의 15%를 노인복지선교에 사용할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김 목사에게 어떤 성도들은 그 돈으로 교회예배당을 짓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투정 섞인 건의를 하기도 하지만 김 목사의 생각은 확고하다. 예배당을 지을 돈이면 다른 시설을 만들어 이웃을 섬기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
동련교회는 앞으로 주5일시대를 맞이해 외지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시니어클럽에서 생산된 여러 가지 작물 생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교적교회만이 살아남을 것"
지난 2007년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기독교 미래학자 레너드 스윗은 "한국교회가 박물관교회로 전락한 서구유럽교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선교적교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목사의 목회철학역시 그와 맥을 같이 한다. 한국교회가 '성장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김 목사는 "예수님이 세상속에서 소외된 자들을 돌봤듯 예수님이 하시던 일을 교회가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곧 교회본연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서 개교회별로 시대적,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선교과업을 정해 저마다의 선교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