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중국, 대책은 無

“중국, 60세 이상 40% 차지, 2030년 2억명 넘어설 듯”

2013-02-07     박소담 기자

중국에서 인구의 노령화와 유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홀몸노인’이 급증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있다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지난해 보도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60세 이상 노인 1억6천900만 명 가운데 자녀가 곁에 없거나 아예 없는 노인의 비율이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030년에는 60세 이상 노령인구가 3억 명에 이르고, 이 중 홀몸노인이 2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들 홀몸노인의 상당수가 자녀를 도시로 떠나보낸 뒤 저개발 상태의 농촌에 계속 머물고 있는데다 양로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기본적인 생계유지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병들어 사망한 홀몸노인이 숨진 지 한참 후에 발견됐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급격한 노령화에 젊은이들‘나 몰라라’

젊은이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형태가 바뀌면서 나이 든 부모에 대한 기초적인 부양 의무마저 저버리는 경우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중국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1970~80년대생 젊은이들은 높은 집값과 극심한 경쟁 속에서 부모를 모시는 것을‘사치스러운 일’로 여기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현재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민간양로원의 이용료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한편 노인 관련 사회보장체계를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교육 과정에‘효’를 중시하는 내용을 대폭 강화하는 등 노인 부양에 대한 중ㆍ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의‘한 자녀 갖기’정책 지속이 인구증가율 감소와 고령화 속도를 촉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것도 옛 말이다. 특히 중국의 거대 인구가 노령화 단계에 진입해 양로기금 고갈 등 사회문제가 차기 시진핑 정권의 해결과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중국 내무행정을 담당하는 민정부(民政部)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60세 이상 노년인구가 1억85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7%에 달한다. 그 속도는 점차 빨라져 2017년 노년인구가 2억2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60세 이상 인구비중이 10% 이상,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중국인의 평균수명도 74.8세로 10년전에 비해 3.4세 많아졌다. 형제ㆍ자매가 없는 외자녀 인구가 2억명으로 집계됐고 결과적으로 중년층 부부 2명이 아이 1명과 노인 4명을 부양하는 구도가 갖춰진 셈이다. 중국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 쭤쉐진(左學金) 부원장은 중국 인구가 오는 2025년 기존 전망치인 16억명보다 2억명이 적은 14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 할 사람은 부족한데 부양비는 증가추세
중국 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를 감소시켜 노동비용을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1년 중국 도시의 비(非)민간기업 근로자 연평균 임금은 4만2452위안(764만원)으로 전년비 8.5%, 민간기업 근로자 연평균 임금은 2만4556위안(442만원)으로 전년비 12.3%씩 각각 올랐다. 지난 5∼6년간 연평균 10% 정도씩 올라간 셈이다. 이미 중국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의 노동비용은 인도 뉴델리, 베트남 하노이 등 인접 국가 임금 수준을 넘어섰다. 중국 고령화는 소비문제와도 연계된다. 노인복지정책이 미진해 대부분 개인저축으로 노년시절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저축률은 50%를 웃돌고 있다. 고령화가 심각해질 경우 저축률이 증가해 소비감소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UN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노년부양비(old-age dependency ratio)는 현재 11명 정도로 아직까진 낮은 편이다. 노년부양비는 15∼64세 생산가능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령인구 수를 나타낸다. 그러나 노년부양비는 앞으로 꾸준히 증가하면서 2040년에는 미국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42명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노년부양비 증가와 사회보장제도 미비로 자녀들의 부모 부양부담이 증가하면 자녀 세대의 소비감소는 불가피하다. 인민일보는 고령화에 따라 도시지역 보다 농촌지역 노인문제가 심각하다고 최근 보도했다. 60세 이상 노인인구 1억8500만명중 약 6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 노인들은 위한 양로금이 부족하고 헤이롱장 등 일부지역에서는 양로금이 주기적으로 지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양로금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되는 기금으로 퇴직 이후부터 지급된다. 그러나 노령인구 급증으로 2013년 양로금이 18조3000억위안(3294조원)이나 부족할 것이란 연구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행연구팀 랴오수핑(廖淑萍) 연구원은“양로제도에 획기적 변화가 없는 한 양로금 부족액은 매년 늘어날 것”이라며“연간 경제성장률을 6%로 가정할 경우 2033년경 부족한 양로금은 68조2000억위안이며, 이는 국민총생산의 38.7%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 퇴직연령을 늦추는 방안이 제시돼 국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중국고령화연구원 우위사오(吳玉韶) 주임은“정부가 고령화 문제를 일정부분 책임져야 마땅하지만 모든 문제가 정부 때문이라고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령화에 따른 각종 문제는 차기 시진핑 정권 10년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자식에 버림받은 할머니, 돼지우리에서…‘충격’
중국 사회는 지난 1월 초, 장쑤성 관윈현에서 90대 할머니가 자식에게 버림받고 2년간 돼지우리에서 지낸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에 빠졌다. 이 할머니는 슬하에 무려 5명의 아들과 3명의 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톈진에 사는 80대 할머니는 최근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출연해 조상을 기리는 명절인 청명절이 오기 전에 죽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세 딸이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노인 문제를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자 중국 당국은 자식의 부모 봉양을 의무화한 효도법까지 만들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해 12월28일 노인인권권익보장법 수정안을 통과시켜 올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수정안은 노인을 돌보고 노인을 소홀히 하거나 버리지 않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자식은 자주 방문하거나 안부를 전해야 하며 고용주는 직원의 고향 방문 때 유급휴가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그러나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수정안이 중국 가정의‘빈둥지’문제(자녀가 장성해 집을 떠나 노부부만 남게 되는 현상)만 부각할 뿐 별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식의 방문 빈도가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정법대 우창전(巫昌禎) 교수는“수정안은 자식에게 늙은 부모를 잊지 말 것을 상기시키는 데 불과하다”며“조항 위반 시 어떠한 제재조치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자식의 봉양을 못 받는 60세 이상 중국 노인은 약 2억명으로 추산된다. 도시는 노인 절반, 농촌은 38%가 자식과 살지 않는 상황이다. 상하이교통대학의 장샤오이 교수는“개혁개방이 시작되기 전에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사람은 비판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中 70대 노인“자식들이 생활비 안 줘”자폭 소동
급격한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중국에서 칠순 노인이 자녀가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며 자폭 소동을 벌였다. SBS가 지난달 12일 중국망(中國網)등 현지 언론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구이저우성 메이탄현에 사는 70대 노인 저우 모씨가 지난달 11일 마을 공터에서 몸에 폭탄모양의 물건을 두른 채 자폭을 시도했다고 한다. 저우 씨는 자식 네 명이 모두 자신을 부양하지 않고,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소리치며 공안과 대치하다 30여 분 만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 조사 결과 저우 씨가 몸에 둘렀던 폭탄은 대나무 통에 흙을 채워 만든 가짜로 드러났으며, 공안은 저우 씨의 자녀 네 명을 불러 아버지에게 매월 생활비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저우 씨를 훈방했다. 중국에서는 독자적인 생활능력이 없는 노인이 3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오는 2015년에는 4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방치 법, 규제기준 애매해 실효성 논란

중국에서 노인방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최근 통과된 개정‘노인권익보장법’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개정안에 삽입된‘부모 방문’조항. 부모와 따로 사는 성인자녀는‘자주’부모를 방문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기준이 애매할뿐더러 도덕적이며 사적인 효도 문제를 국가가 법률로 규제하는 데 대한 회의적 시각이 일고 있다. 국회격인 전인대는 지난해 12월28일 노인들의 생활보호와 양로, 진료, 문화ㆍ체육활동 보장을 강화한 개정‘노인권익보장법’을 통과시켰으며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개정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부양 목적으로 부모를 만나기 위해 휴가를 신청할 경우 기업이 이를 의무적으로 받아줘야 한다. 하지만 기업 내에서 이 같은 근로자의 부모 부양 휴가 권리가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영기업이나 공무원의 경우 지난 1981년부터 법으로 부모 방문시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관행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자립능력이 없는 부모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노인 문제가 중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효도 문제의 경우 법률로 규제하기보다 사회 캠페인을 통해 도덕심을 고양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벌써부터 연금 걱정이…
중국에 인구 고령화가 초고속으로 진행되면서‘연금대란’사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노령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이들을 먹여 살릴 재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정스린(鄭斯林)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은“많은 나라에서 100년에 걸쳐 이뤄지는 고령화가 중국에선 50년 내에 진행될 것”이라며 연금 대란을 우려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따르면 중국에서 은퇴하는 인구는 2015년에 이르면 2억명으로, 2005년보다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4억3000만명이 은퇴 연령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은퇴 연령은 여자 50∼55세, 남자 55∼60세다. 유엔의‘세계인구전망 2006’보고서는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5년이면 19.6%에 이르러 초고령화사회 문턱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문제는 연금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은퇴 시점을 연장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청년실업이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중국의 대학졸업자는 413만명이지만 이 중 30%는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신문은 연금대란이 닥치기 전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경제개혁을 진행 중이지만 이 과정에서 수백만명이 해고됐다. 중국 인민대의 리샤오광 사회안전연구소장은“해고자 대부분은 얼마나 험난한 상황이 기다리는지 몰랐을 것”이라며“중국에서 5억명 정도는 사회안전망을 벗어나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연금제도 개혁을 추진 중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그러나 급료에서 연금 재원을 떼는 현행 제도로는 기존 근로자들만 연금 혜택을 받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문은 결국 각자가 알아서 은퇴 이후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돼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첸루이(50ㆍ여)는“딸이 하나 있지만 그 부부가 노인 4명을 봉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선진국과 달리 은퇴 이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 노령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연금 재원은 현재는 최소한 6인의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면서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나면 연금을 받을 세대를 부양해야 할 근로자는 현재의 절반인 3명에 달할 것으로 보여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직면한 고령화 자체라기보다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사회ㆍ경제적 기초여건이 미비된 상황에서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2020년까지 전 국민이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표방한 중국 정부의‘샤오캉(小康)’사회 건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0%에 이르고 국영기업 민영화가 속속 이뤄지면서 과거 공산주의가 한창이던 시절의 사회보장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퇴직 후 보장이 없는 중국 내 근로자 4분의 3이 향후 빈곤 노령 인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