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안철수>의 ‘딜레마’와 ‘희망정치’

2013-04-01     진태유 논설위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3월11일 미국으로 떠난 지 82일 만에 귀국했다. 이날 귀국기자회견에서 새 정치를 위해 4월24일 서울 노원병(丙)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노원병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전 의원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협의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선거구이다. 바로 이곳에 안철수 전 교수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출마 결심을 함으로써 민통당·야권과 많은 국민들의 비난과 원성을 사고 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안철수 전 교수의 ‘노원병 재보선 출마 선언’을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 궁색하다... 낡은 정치 철학... 연대를 위한 신뢰와 존중의 바탕이 무너졌다”는 표현으로 격렬하게 비난했다.

안철수 측의 송호창 무소속 의원에게 사전에 진보정의당의 사정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3.1절이 끝나자마자 대리인을 내세워 긴급하게 출마 의사를 밝힌 의도에 대해 심히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

진보정의당이 내세운 김지선 후보를 통해 대법원의 ‘안기부 X파일’ 판결의 부당성을 알리고 국민의 직접 심판으로 정의를 바로세우겠다는 의도가 안철수의 출마로 인해 불투명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정의당의 억울함과 상실감을 이해할 만하다.

민주통합당 역시 안 전 교수의 서울 노원병(丙)출마를 놓고 내부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측의 노원병 출마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 부산 영도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야권 단일화 차원에서 안 전 교수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 민통당 독자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으로 자중지란의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사실 민통당과 안철수 측은 ‘비(非)여권’이라는 공통점 외에 닮은 점이 별로 많지 않은 정치집단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책적, 철학적 공유 없이 정치 공학적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의 과정과 단일화 과정에서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 “미래 대통령의 발언 요구”를 했다니 안했다니 볼썽사나운 문·안의 폭로전이 이것을 말하고 있다.

3월15,16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단하면, 새누리당 35,8%, 안철수 신당 23%, 민통당 13,3%로 나와 민주당이 추락하고 안철수 신당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국민들이 여전히 안철수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를 근거로 보자면 안철수 전 교수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신당을 만들어 정치적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국민의 지지를 더욱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노원병에 출마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10월 출마 예상과는 다소 빠른 그의 정치 재개는 그동안 안 전 교수가 보여주었던 모호한 태도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낮은 자세에서...지역주의를 벗어나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 새로운 씨앗을 뿌리겠다”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밝힌 의지를 실천하는 모습이다. 또한 대선 패배 후 민통당이 반성과 책임지기는커녕 내부 계파 갈등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에 한몫을 했다.

아무튼 이번 노원병에 출마는 안 전 교수의 실제적이고 가시적인 정치입문이 될 수도 있고 한낱 거품인기로 ‘제2의 문국현’으로 전락될 수 있는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난 대선 전의 ‘안철수 현상’은 그 파괴력이 확연히 감소됐고 여야할 것 없이 표독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안 전 교수는 정치 공학적 계산은 버리고 정치쇄신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만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많은 국민들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구축되면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철수의 정치 재개로 야권은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노원병 재보선의 향방에 따라서 야권 전체에 정계개편이 이루어 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 박근혜 새 정부가 들어서고도 여야 정치권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새 정치 관련 입법은 표류상태에 놓여있다. 안 전 교수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구체적인 정치개혁안을 내놓아야만 하며 민생정치에 앞장서는 신선한 정치세력을 창조해 주길 당부한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