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권하는 사회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촌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없는가”
<뉴스피플> 은 금월 호부터 석 달에 걸쳐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부조리한 관행에 관한 기획 특집 기사를 실을 것이다. 한국은 급속도로 산업화와 도시화 겪으며 경이로운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에 따라 파생된 많은 병폐들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 한국인 의식의 저변에 깊게 뿌리 내린 촌지, 결혼 풍속, 장례 문화의 허례허식을 순차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금월 호는 제 1부로 촌지 문제이다. 무려 4천 년 전 수메르인이 적어 놓은 점토판 에세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촌지 문제는 올바른 교육 문화 정착을 위해 근절되어야함이 자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촌지 문제, 그 해결의 실마리는 없는지 짚어보자.
무려 4천 년 전에 기록된 ‘촌지’ 의 관행은 현재진행 중
아래 글은 인류 최초의 촌지에 관한 기록이 적힌 글이다. “쉬는 날은 사흘이다. 예배 보는 날도 사흘이다. 매달 24일은 학교에 가야 한다. 지겨운 학교, 아침 일찍 어머니에게 ‘점심을 싸 주세요, 학교에 가게요’라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빵 두개를 주셨고 나는 학교에 도착하자 감독관의 ‘왜 늦었지?’라는 말에 두려운 기분과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선생님에게 가 정중히 절을 하였다. 그러나 불운하여 선생님이 그에게 ‘필기가 엉망이군’하며 매질을 했다. 매질은 어린 친구를 도저히 못 견디게 했다. 그는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하여 선물로 기분을 바꾸자고 아버지에게 제안했다. 선생님이 집을 방문했고 자리는 상석에 마련됐다. 선생님은 아버지와 점토판 필기술에 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아버지와 선생님은 술잔을 기울이며 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선생님에게 새 옷을 입히고, 선물을 사주었으며, 그의 손에는 반지를 끼워주었다. 환대를 받은 선생님은 장래성 있다며 제자를 찬란하게 격려했다”근동에서 발굴된 점토판의 이 기록은 어느 학생의 일상생활을 그린 ‘수메르 에세이’ 다.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에 쓰인 이 이야기 점토판은 총 21개 중 미국에 13개, 터키에 7개, 프랑스에 1개가 있으며 1949년, 전문지에 발표됐다. (출처, 기독정보넷)촌지 관련 소재는 위의 점토판과 같은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여러 대중문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선생 김봉두> 는 서울의 잘나가는 초등학교 선생인 김봉두가 학부모들의 각종 돈 봉투를 적극 권장하다 들통 나 오지의 시골분교로 발령돼서 겪는 사건들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교육의 현실을 꼬집은 드라마 <아내의 자격> 과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가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속 엄마들의 전쟁터는 사교육 1번지인‘청담동’(<그녀들의 완벽한 하루>)과‘대치동’(<아내의 자격>)에서부터 벌어진다. “인간은 딱 두 부류야. 갑과 을. 내 아들이 갑이면 좋겠어”라고 속내를 밝히던 남편의 등살에 못 이겨 아들과 대치동에 입성한 <아내의 자격> 의 윤서래(김희애 분)는 그곳 사교육 광풍에 휘청댄다. 대기업 차장으로 일하다 전업주부의 길을 택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속 수아(송선미 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아는 유치원 등록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원비 월 200만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유치원에 딸을 보내게 된다. 학부모들의 ‘명품백’촌지에 반기를 든 수아는 곧장 엄마들 사이에서 배제된다. 치맛바람이 거센 학부모 사이에서 ‘왕따’가 된 것이다. 4천 년 전부터 현재진행중인 ‘촌지’문제, 비단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국한된 것일까.
한국 사회의 병폐, 촌지 문제
몇 해 전 한 주간지 기사에 따르면 어느 초등학교의 학부모 게시판에는 ‘학예회를 다녀와서’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학교에서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하는 아이들의 예쁜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는데 정말 화가 나는 부분이 있었다며 서두를 시작했다. “다른 반은 어땠는지 보질 않아 잘 모르겠으나, 마치고 나오는 학부모들의 말을 지나가다 들어보니 이건 아이들의 장기를 보러 온 건지, 속된 말로 부모들의 치맛바람을 보러 온 건지 모르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렸다. 우리 애 반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몇 아이의 독점적인 출연이었다. 다른 애들은 그저 들러리라고 밖에는…” 이어진 게시판의 글에는 “학예회의 속성이 아동들이 가진 장기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숫기가 적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활달한 아이들과 조를 이루어 함께 어울리며 연습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찾아 주는 좋은 교육적인 기회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적혀 있다. 중3 학부모인 주부 김모씨는 “내신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엄마들은 학교 선생님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가 힘들 것”이라는 걱정을 내비쳤다. “수시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예체능 교사에게 따로 인사를 해서 내신을 관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는 예체능뿐 아니라, 각 과목의 교사들에게까지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담임교사를 위주로 하고 일부 치맛바람이 드센 엄마들만 내신을 위해 소수 몇 과목 교사를 챙겼지만, 앞으로는 보통 엄마들까지도 가세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는 얘기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연년생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킨 주부 심모씨는 “촌지나 선물을 거절하는 교사들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육 현장에는 촌지와 선물이 존재한다”며 “겉으로는‘요즘도 그런 거 있어?’하지만 속에는 이중성이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아주 친한 학부모끼리가 아니면 털어놓지 않는데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년 초에 한번, 스승의 날이나 명절에 한번, 학년 끝날 무렵 등 이렇게 세 번 정도는 인사를 하는 걸로 보인다. 초등학교 때는 2~3장, 중학교 때는 3~5장, 고등학교 때는 5장에서 큰 것 1장이 기본으로, 어떤 엄마들은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 위해 학기 초반에 큰 액수를 지르고 횟수를 두 번으로 줄이기도 한다”고 일러주었다. 앞선 사례는 돈 많은 강남 엄마들의 경우가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강북 엄마들의 입장도 고3 때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한다. “1학기 수시 원서를 앞둔 6~7월께나 2학기 원서를 앞둔 11월께는 상담을 하려고 학교를 가야 하는데 정말 맨손으로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달랑 음료 한 박스만 들고 가기엔 손이 부끄럽고…” 올해 큰 아이를 대학에 입학시킨 주부 이모씨는 이때 정말 촌지로부터 자유롭기가 힘들어 인사를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남들보다 적어 민망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인 주부 차모씨는 아이가 1학년 때 촌지에 관해 순진무구했다가 씁쓸한 경험을 겪은 후부터는 아예 촌지나 선물비 항목으로 가계부 예산을 따로 책정하게 된 케이스다.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에는 급식과 청소 때문에 한 달에 한번 학교에 가게 되는데 직장 일이 바빠서 미처 신경을 못 쓴다. 청소가 끝난 후 ‘아이가 어때요’하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좋지 않게 말을 해서 기분이 좀 나빠서 돌아왔다. 고민을 하니까, 같은 반 엄마가 ‘인사를 하지 그래’ 귀띔을 해줘 설마하면서 선물에 상품권을 끼워 보냈더니 당장 ‘내가 아이를 잘못 봤으니 걱정 말라’며 태도가 일변했다”즉각 나타나는 반응을 보며 “아이를 위해 덜 먹고, 덜 입고라도 절약해서 인사는 꼭 챙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가정환경조사서가 옛날처럼 구체적이진 않지만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 아파트 등을 보고 의사, 한의사, 변호사 등 소위 고소득 전문직의 학부모는 리스트 선상에 올려놓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집에서 한의원을 경영하는 학부모는 아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선생님의 보약은 물론 가족의 보약까지도 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모든 선생님이 촌지를 밝히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절반 이상이 촌지든 선물이든 주면 받는 세상이다. 아무래도 받으면 하나라도 신경을 쓰게 된다. 같은 상황이라도‘조금만 노력하면 잘할 수 있어’하는 경우와 ‘넌 왜 그렇게 못하니’하는 경우는 뉘앙스가 아주 다르다” 준 집의 아이는 기억을 못해도 안 준 집의 아이는 기억하게 되니까 제 아이를 천덕꾸러기로 만들기 싫어 학교에 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촌지가 학교 교육을 경쟁과 이기주의에 물들게 한다”
2009년 대원국제중에 둘째 아들을 경제적 사배자로 입학시킨 김모씨는 국내 언론과의 통화에서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간 우리 아들이 왕따를 당해 내가 울며불며 담임에게 찾아가 ‘전학을 가게 해주든지 아니면 점심을 제대로 먹게 해달라. 왕따시키는 애들을 벌주라’며 매달 50만원씩 드렸다”고 고백했다. 이 학부모는 교사에게 전달한 촌지가 모두 500여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학교의 강신일 교감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고 이미 지난해에 다 끝난 일이다. 얘기 자체가 부풀려진 게 아니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 기간제 교사는 통장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학생들에게 돌려 입길에 올랐다. 해당교사는 개학 첫날 담임을 맡은 학생 35명에게 자신의 명함 2장씩을 나눠줬다. 명함 앞면에는 일반 명함과 같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이 적혀있었지만 뒷면에는 은행 계좌번호가 적혀있어 논란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학부모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고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학교는 명함을 회수하고 은행 계좌를 폐쇄하도록 했다. 해당 학교는 “해당 교사는 개학 당일 기간제 교사로 부임했다”며 “가정통신문을 미처 만들지 못해 학원 강사 때 사용하던 명함을 돌린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작년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 학교장의 촌지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춘천화천초중등지회는 성명서를 통해 “강원 춘천시의 모 초등학교 교장이 이달 초 직원 연수 시간에‘교사들이 촌지를 받는 건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촌지 수수를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해당 교장이‘돈을 직접 받지 않고 물건을 받는다면 괜찮다. 문제가 되면 돌려주거나 아이들에게 나눠주면 된다’고 대처법까지 교육했다”며 “불법 찬조금보다 촌지가 학교 교육을 더욱 경쟁과 이기주의에 물들게 한다는 것을 교육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교장은 “지난해 부임하기 전 학교가 불법 찬조금 문제로 잡음이 있었던 터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촌지에 관한 말을 한 것은 맞지만 취지의 핵심과 관계없는 일부만을 끄집어낸 것으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교장은 “학교장으로서 어떻게 촌지 수수를 부추길 수 있겠냐”며 “현금이나 상품권이 아닌 학생들이 진심을 담아 주는 손수건 한 장, 양말 한 켤레까지 부정하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부인했다.
업무 처리상 ‘떡값’ 과 ‘촌지’ 등의 관행이 존재
촌지는 비단 우리나라 교육 제도의 폐단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 관계자와 자영업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아직도 업무 처리상 ‘떡값’과 ‘촌지’등의 관행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부문 부패 실태에 관연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광역지방자체단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기업체 관계자 600명과 자영업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공직부패 발생요인으로 ‘떡값’과 ‘촌지’등의 업무처리 관행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 850명(85%)이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150명(15%)에 불과했다. 민원처리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담당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비리에 대해서는 응답자 666명(66.6%)이 ‘보편적’이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775명의 응답자는 금품 등 제공이 업무처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응답자의 5%(50명)는 지난 1년간 금품 제공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금품을 제공한 행정 분야는 세무와 경찰이 22.0%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어 식품위생(14.0%)과 건축ㆍ건설ㆍ공사(12.0%), 법조(10.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30%는 공무원에게 ‘30만원 내외’를 제공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50만원 내외(28%)와 10만원 미만(14%), 100만원 내외(12%) 순으로 나타났다. 300만 원 이상과 200만원 내외도 각각 10%와 6%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응답자 883명은 부패 공직자에 대한 처벌 수준 정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468명은 부패에 연루된 공직자가 사법당국에 의해 적발되는 비율이 ‘0~19%’ 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367명이 ‘20~39%’, 127명이 ‘40~59%’ 순으로 집계됐다. 한국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하고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해 국민권익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부패방지 업무 수행 조직이 부각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 부패사례가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발생했다”며 “국민들로부터 부패방지에 실패한 정부라는 인식을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촌지 문제, 아직 희망은 있다.
“저는 아이들의 외모와 공부, 집안환경을 따지지 않고 모든 일에 공정한 기준을 적용하고 대하도록 노력합니다. 선물이나 촌지, 식사대접 등을 사양하오니 학교 방문 때도 빈손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제주지역 초등학교 현승호 교사의 편지글 중). 전국 공립 초ㆍ중ㆍ고교 교사들로 결성된‘좋은교사운동’이 새 학기를 맞아 ‘학부모에게 편지 보내기’ 캠페인에 나섰다. ‘건강한 학교 만들기’ 에 앞장서고 있는 이 단체의 회원 교사 3700여명은 개학일인 3월4일부터 8일까지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을 통해 학부모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교사 경력과 가족관계를 비롯한 자기소개, 교육철학 및 학급운영 방침ㆍ계획,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 등이 담겼다. 특히 촌지를 포함해 각종 선물을 절대 받지 않는다며 학부모 협조도 구했다. 다만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가 42만여 명(공립 34만7000여명, 사립 7만5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동참 교사가 아직 적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좋은교사운동’ 은 홈페이지에 학교 급별·유형별로 참조할 만한 편지 샘플을 소개하고 교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 사회의 병폐인 ‘촌지’ 문제를 근절하려는 각계각층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감사원의 경우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촌지’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교사들이 요구하거나 강요해 촌지를 준 경험이 있는 학부모의 제보를 기다린다. 감사원은 “감사 도중 촌지 문제로 고통 받았던 일부 학부모들의 공식적인 제보가 있어 이번 감사의 하나로 그동안 초ㆍ중ㆍ고에서 관행화된 촌지 문제의 근절을 위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그간 촌지 문제로 말미암아 정신적인 피해 등을 입은 학부모와 학생들 제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보는 전국 어디서나 188번으로 전화하거나 우편(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12 감사원 감사청구조사국 총괄과) 혹은 팩스(02-2011-2188), 인터넷(www.bai.go.kr)으로 하면 된다.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교육장 이종명)의 경우는 지난 7일 한국투명성기구 소속 안태원 강사를 초청해 촌지 및 불법찬조금 근절을 위한 특강을 열었다. 이날 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실시한 특강에는 관내 초ㆍ중학교 학부모 총 216명이 참석했다. 안태원 강사는 특강에서 “올바른 인성교육과 더불어 학부모가 자기자녀만을 위하는 이기심에서 탈피해야 하며 관행적으로 있어온 촌지문화가 학부모 주도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은 지난 3월과 7월, 청렴한 교육풍토 조성을 위해 불법찬조금 근절대책 추진계획을 자체 수립하고, 학교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인사 청탁을 받으면 교육감실로 일일 보고하십시오. 촌지수수는 징계로만 그치지 않고 형사고발하겠습니다”라는 확고한 의지를 밝힌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이 인사청탁과 촌지수수에 대해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북 교육현장에 계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이제 촌지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믿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관련자를 징계하는 데 그쳤지만 그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오늘부터는 징계와 함께 수사기관에 형사고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특히 “징계는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하고 형사고발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이를 통해 전북에서 다시는 촌지라는 단어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100% 교육청정 지역’ 을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학부모들도 교육감과 도교육청의 이 같은 의지를 무겁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한다”며 “절대 촌지를 건네는 행위를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촌지 문제도 재고될 필요성이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은 다양한 촌지 근절 운동을 펴고 있지만 이는 초등학교 이상 의무교육과정에 국한돼 있다. 특히 어린이집은 비싼 선물이나 금품을 주고받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전무하다. 초ㆍ중ㆍ고교와 국공립유치원의 경우만 초중등교육법 제33조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 64조,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처벌 근거가 마련돼 있을 뿐이다. 한숭의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의 경우 선생님이 아이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특히 큰 만큼 무분별한 선물 공세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유아교육도 공교육의 틀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교사의 책무나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촌지 문화 근절을 위한 다각적 검토와 각계각층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