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하교회가 올해로 설립 40주년을 맞이해 다채로운 기념행사와 함께 뜻깊은 한해를 보내고 있다. 1972년 울산동부지역에 현대중공업이 들어서고 1년 뒤 직원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전하교회는 40년을 한결같이 섬김의 자세로 복음을 전하며 울산 동부지역의 중심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감격스러운 40주년을 맞이했지만 전하교회의 40주년 행사에서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화려하게 펼쳐지는 기념행사는 찾아볼 수 없다. 전하교회 강인구 담임목사가 작년부터 40주년 행사를 구상하면서 세운 원칙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비용이 들어가는 전시성 행사를 하지 말자> 둘째, <예수님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셋째, <교회가족들이 한가족임을 느낄 수 있는 행사로 만들자>유일하게 예산이 들어간 행사는 모든 교인들이 'Together &Tomorrow'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맞춰 입는 행사였다. 전하교회는 올해로 4년째 아시아빈곤선교센터(CAMP)와 협력을 통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강제로 쫒겨난 도시빈민들에 대한 구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구제활동의 일환으로 설립된 현지 봉재공장에 일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강 목사는 티셔츠생산을 그곳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 행사는 남녀노소 교인들 모두가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한 가족임을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필리핀 도시빈민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 Together(우리와 하나님이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다) &Tomorrow(앞으로도 당신들과 계속 함께하겠다)라는 문구에 걸맞는 의미있는 행사가 된 것이다.전하교회는 4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담아 40권의 성경필사본 제작, 40명의 이웃 구제, 40명의 해외아동 구제, 40개 소그룹활동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 성경필사본 40권을 제작은 성경말씀을 근본에 두자는 뜻을 담은 상징적인 의미의 행사로, 내년 창립기념일까지 부서별, 기관별, 가정별로 1권씩을 맡아 제작해 총 40권의 성경필사본을 하나님 앞에 드린다는 계획이다.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으면서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민 40명을 선정해 구역별로 1인씩을 맡아 목욕봉사와 반찬봉사, 경제지원 등의 맞춤형 봉사를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중이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을 통해 해외 아동돕기 결연 40명을 목표로 했던 행사에서는 당초 목표치의 두 배를 훨씬 초과한 93명의 신청자가 몰려 전하교회의 뜨거운 봉사열기를 체감케 했다. 또 전하교회는 지난달부터 각종 스포츠와 취미활동, 봉사활동 등으로 구성된 40개의 소그룹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강인구 목사는 “현대중공업 초기에 입사했던 직원들이 은퇴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전하교회의 40주년 역시 한세대가 교체되는 시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역의 어머니역할을 해온 교회로서 앞으로도 지역사회 복음의 중심에 서는 교회가 되겠다”라며 4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전했다.“교회의 위기는 곧 기회다”
강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맞이한 위기상황을 오히려 교회가 새롭게 변화되고 거듭날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가 지역이웃들에게 사랑받는 교회, 이웃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전하교회는 교회에서 나눠주는 전도상품과 독거노인들을 위한 선물 등 교회에서 발행되는 각종 상품을 지역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나눠준다. 교회가 지출하는 돈이 다시 이웃들에게 흘러들어가게 한다는 배려다. 여기에는 절대로 교회가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강 목사의 뜻이 녹아있다. 전하교회는 그 흔한 바자회도 하지 않는다. 역시 교회의 일회성 행사로 인해 지역의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 못한 행사가 된다는 강 목사의 뜻 때문이다. 전하교회는 강 목사가 부임한 2007년 9월 이후 두 달에 한 번씩 오후예배를 대신해 구역을 나눠 지역 곳곳을 청소하는 행사를 가져왔다. 5년째 같은 행사를 이어 오다보니 교인들에게 봉사정신을 각인하는 동시에 교회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제고하는 부수효과도 얻었다. 분기마다 한 번씩 지역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무료진료행사 역시 같은 취지다. “한 걸음 갈지 열 걸음 갈지는 하나님의 뜻”
전하교회는 음향시설이 노후돼 설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예배당과 시설이 낡았다. 새 예배당을 건축하자는 성도들의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강 목사는 한사코 예배당건축에 반대한다. “새 예배당을 건축할 경우 은행이자를 포함해 어림잡아 6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멋진 예배당을 보고 교인이 찾아온다면 그것은 영혼구원과는 거리가 먼 수평이동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예산을 가난한 나라에 교회를 세우는 일에 쓴다면 열배 스무배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강 목사의 반문에 할 말이 없어진다.전하교회는 4년 전부터 해외선교지에 100개의 교회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실행해왔다. 첫해에는 한 두 개 교회에서 시작했던 것이 점차 가속도가 붙어 최근에는 한 해에 10개 이상의 교회가 세워지고 있다. 전하교회 성도들이 지난 4년간 세운 교회는 필리핀, 태국, 미얀마, 베트남, 네팔, 브룬디 등 세계 각지에 총 21개에 이른다. 40주년 이후 교회의 비전에 대해 묻자 강 목사는 “교회가 커지는 것에 관심이 없다. 교회의 올바른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한 걸음 갈지 열 걸음 갈지는 하나님한테 맡기자”며 숫자를 목표로 세우는 인위적인 계획은 지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형화를 향한 몸부림으로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는 한국의 일부 교회들에게 강 목사의 목회철학은 분명 곱씹어볼 대목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