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몸살을 앓는 대학 캠퍼스
체면 깎인 명문대, 해결책은 과연…
‘지성의 전당’인 대학 캠퍼스가 학내 성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4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대생 사건을 시작으로 이번 ‘몰카 성추행’ 으로 발칵 뒤집힌 고려대학교부터 생도 간 성폭행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로 입길에 오른 육군사관학교까지 바람 잘 날이 없다. 사건이 오르내릴 때 마다 학교는 대책을 강구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명문사학의 근간이 흔들리는 고려대
고려대학교가 연이어 발생한 성범죄로 인해 명문사학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고려대 남학생이 2년간 같은 학교 여학생 19명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등 성추행한 사건과 관련, 피해 여학생 가운데 3명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5일 고려대 휴학생 A씨의 ‘몰카 성추행 사건’ 에서 피해 정도가 심한 여학생 3명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11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간 여학생 19명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A씨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고려대로부터 제출받은 A씨의 ‘몰카 동영상’ 을 분석해 피해 정도가 높은 여학생 3명을 종로구‘서울 해바라기 여성ㆍ아동센터’에서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피해 여학생 16명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면서 “여학생들이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것을 꺼려 해바라기 센터와 고려대 모처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A씨를 불러 범행 사실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A씨가 찍은 동영상에는 여학생들과의 신체 접촉 장면은 없으며 여학생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영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에는 고려대 보건과학대 소속 B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단 이사회에 보고됐다. B교수는 진로 상담을 하면서 여학생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다고 한다. 더욱이 B교수는 학생의 장학금과 연구용역 인건비 등을 부적절하게 집행하고,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 범위를 벗어난 연구를 수행했다는 내용의 비위 의혹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사회 승인을 받아 교원징계위원회를 소집하고, B교수에 대한 처벌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고려대 경영학과 C교수가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손목시계로 가장한 소형 카메라로 뒷자리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C교수는 학교에서도 여학생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자 사직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측은 본인이 사직을 했지만 사실상 퇴출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성폭력 가해자에 한해 단 한 번으로도 바로 학교를 떠나도록 하는 방침을 마련 중에 있다”며 “관련자를 처벌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이미지는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고려대가 성추행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것은 지난 2011년 5월 발생한 고려대 의대생들의 동기 여학생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다. 당시 고려대 의대 남학생 3명은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에서 동기 여학생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성추행하며 휴대전화로 성추행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해당 학생들은 성추행 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같은 해 9월 모두 출교 조치됐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고려대 성추행 의대생’사건이 채 잊히기도 전에 최근 연이은 성추행 논란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놓인 것이다.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 모습이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
최근 몇 년 간 성범죄 사건이 반복되면서 고려대가 성문제를 등한시하는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 보도를 막기에만 급급해 실효성 없는 대책만을 내놓은 뒤 재발방지를 위한 움직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인권센터의 한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내 먹이사슬이 사건을 키워왔다. 교수와 제자라는 일종의 ‘권력 관계’ 가 입을 막게 한다”면서 “학생들은 성추문이 공론화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려대가 교수와 제자와의 관계 등 학내 문화를 감안한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계몽 활동에 나섰다면 매년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명문사학이라는 자존심이 성범죄 위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고려대는 잇달아 발생한 성범죄에 비판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고, 지난 8월 5일 ‘성범죄 대책 특별위원회’ 를 출범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는 모습이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고려대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비판에 대해 공감한다”면서 “앞으로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수는 지속적인 증가추세
국가인권위원회는‘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학교 성범죄 실태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 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사건 수는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였다. 2011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사건 가운데 가해자는 학부생인 경우가 102건으로 가장 많고 교수(36건), 직원(정규직, 비정규직 포함 18건), 기타 25건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학부생(126건), 대학원생(24건)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피해양상으로는 언어적 성희롱과 신체적 성희롱이 가장 많지만, 강간 혹은 준강간의 경우 각각 12건, 9건을 차지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발생장소는 교외 유흥공간이 4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도서관 등의 학내 공공장소(22건), MT, 수련회 등 숙박시설(20건), 강의실(15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공식적으로 접수된 사례만 조사했으므로 피해자가 마음속에 묻어 두거나 피해 사례가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고려대 몰카’사건의 경우 가해자 A(25)씨가 보유한 CD가 발견되기 전까지 여학생 19명은 피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았던 A씨는 여학생들에게 ‘편하고 좋은 오빠’ 였다. A씨는 친분을 이용해 술자리 등에서 ‘몰래 카메라’ 로 여학생들의 신체부위를 촬영하거나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 이 같은 대학가 성범죄가 비단 고려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게 대학 구성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개교 67년 이래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육군사관학교
육사생도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완전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고 장차 군의 간부인 장교가 될 자원들이다. 이런 이유로 사관학교 생도들은 여느 집단보다 예비 장교로서 명예를 소중히 여길 것을 교육 받는다. 그러나 개교 67년인 육군사관학교의 명성이 연일 계속된 성범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8월 24일에는 임관을 얼마 안 남겨둔 4학년 생도가 미성년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경찰에 적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상대 여성은 이제 갓 중3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육사에서는 지난 5월, 생도 축제 기간에 남자 상급생도가 술에 취한 여자 하급생도를 생활관에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바 있다. 또 8월 5일부터 12일까지 태국의 6ㆍ25전쟁 참전 용사촌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던 육사 생도 3학년 가운데 9명이 숙소를 무단이탈, 주점과 마사지 업소를 출입했다가 적발돼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이들 중 5명은 전통마사지 업소에 들어가는 등 생도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탈행위를 저질렀다. 일부 언론은 이날 숙소를 이탈한 인원이 9명보다 훨씬 많은 40~50명이라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육사 측이 사건을 실제보다 축소ㆍ은폐한 것으로, 더 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불과 3개월여 만에 예사롭지 않은 사건사고가 잇달아 터지며 육사 내부적으로 심각한 군 기강 해이를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육사가 재탕한 삼금제도 강화는 과연…
육군사관학교는 지난 8월 26일 보도 자료에서 생도들의 군인적 품성과 자질을 강화하고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현재 생도들은 휴가 중이나 조기 복귀시키고, 2학기 개강 일정을 조정해 10일 동안 ‘생도 정신문화 혁신 주간’ 을 설정, 각종 대토론회 및 교육으로 의식개혁과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생도 훈육 최일선에 있는 훈육요원을 전원 교체하는 인적쇄신 등 구성원 모두가 자정 노력을 경주할 수 있도록 우선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육사는 생도 교육 중심의 제도ㆍ문화로 혁신되도록 조직을 재 정렬하고 강력하게 실천함으로써 생도는 국가와 군이 필요로 하는 군인적 품성과 자질이 충만한 장교로 양성되도록 하고, 교수부는 생도의 군인적 소양 함양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생도교육에 헌신적으로 몰입하는 조직으로 개선하며, 생도대는 훈육요원 보강ㆍ역량 강화로 생도의 열정과 혼을 깨우는 현장 위주 훈육이 제고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아울러 학교본부는 학교장 중심의 조정ㆍ통제 기능 강화로 생도교육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국민과 軍의 신뢰를 받는 정예장교 양성의 요람인 육사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 드리겠다고 다부진 각오 및 육군사관학교에 대한 변함없는 성원과 격려를 당부했다. 그러나 육사가 마련한 종합대책은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육사의 종합대책은 삼금(三禁, 금연ㆍ금주ㆍ금혼)제도 강화와 건전한 성윤리의식 및 양성평등 문화 정착 등 크게 5가지다. 삼금제도 강화의 경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되풀이했던 정책이다. 특히 삼금제도 변화 내용도 음주승인권자를 기존 훈육관ㆍ지도교수 이상에서 학교장으로 올린 것 외에 특별한 내용이 없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도 육사의 개선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군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금제도 외에 당직근무 등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이는 음주 허용 기준을 높였던 2003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젊은 생도들의 의식변화는 감안하지 못한 채 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생도 생활관 분리에 대해서도 군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육사는 현재 생도생활관 3ㆍ4층에서 지내는 100명 안팎의 여생도들을 3층에서 함께 지내게 하고 스크린도어와 지문인식기,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 관계자들은 “여생도라 하더라도 임관 후 야전에 투입돼 5분 전투대기조로 24시간 동안 병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향후 육사생도의 근무현실을 도외시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육사는 이번 대책에서 학교 내의 인적자원을 다원화하고 입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육사는 훈육요원(소령ㆍ대위) 대부분을 모교 출신으로 뽑았지만 앞으로는 타군 출신에게 이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육사 스스로 폐쇄된 교육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20여 명의 훈육요원 중 3분의 1 가량을 일반 출신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사 입시제도도 개선돼 일반전형 시 적성(인성 및 가치관 등) 반영 비율이 기존 15%에서 30%로 높아지는 대신 수능과 학과점수 비율은 줄어들 예정이며, ‘적성우수자 우선선발제’( 정원의 20% 선발) 도입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육사가 작금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도교육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과 재조정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또 신세대 생도들에게는 걸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방안은 아닐지 고민해 볼 필요일 것이다.
여자 기숙사에서 버젓이 발생한 성범죄.
지성인들의 배움터인 대학교 안조차 안심할 곳이 없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 2일 잠자는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이모(25)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5시 50분께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여자 기숙사에 침입해 여대생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씨는 범행 당일 부산대 주변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이후 술기운이 오르자 욕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기숙사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음료수를 뽑으려고 자판기를 찾다가 기숙사로 잘못 들어가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조사결과 범행 당일 오전 2시께 에도 기숙사의 다른 방에서 다른 여대생을 성폭행하려했지만 미수에 그쳤던 것이 드러났다. 부산대 여자 기숙사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대학 측이 성범죄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학교 기숙사의 치안시스템 부실 문제가 여과 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씨가 기숙사에 난입한 새벽 시간대에는 기숙사의 출입문이 잠겨 있어야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출입문이 열려 있었다. 특히 이씨가 침입한 현관문은 경비실이 없는 대신 낮에도 출입카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문이 잠겨 있어야 하나 기숙사 중앙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학 측은 “출입문이 열린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학교 측의 허술한 기숙사 관리 실태가 드러나자 부산대 최소정 총학생회장은 “학교 본부는 진실을 숨기기보다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대 측은 사고 발생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기숙사 주변 CCTV를 확충하고 경비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의 대책을 논의했고, 사건 당시 기숙사를 관리했던 직원들을 징계하기로 결정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이란 비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학 교직원들의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은 48.3%에 불과
최지나 한국성폭력사무소 사무국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내 성범죄는 연애로 포장 된 ‘데이트 성폭력’ 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연애나 혹은 연애에 준하는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강간과 강제 추행, 스토킹 범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안면이 있는 사이에 주로 이뤄지다 보니 신상 유출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2011년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의 경우 가해 의대생과 어머니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피해자에게 인격 장애가 있다”며 동료 의대생들에게 전단을 배포해 피해 여학생의 인격을 모독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다. 대학이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캠퍼스 성폭력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지난 5월‘생도 간 성폭행’이 벌어졌던 육사의 경우 1년에 한두 차례 전문가를 불러 성희롱 예방, 성군기 사고 예방 등을 주제로 진행한 강좌가 전부였다. 고려대의 경우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성교육 강좌를 개설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대학 성희롱 예방 교육실시 현황’ `에 따르면 전체 대학 교직원들의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은 48.3%에 불과했다. 전국 417개 대학 중 15%인 63개교는 교육 자체를 실시하지 않았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르면 대학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주요 대학들의 교육 이수율을 보면 전남대(63.5%), 연세대(61.9%), 동국대(58.8%), 영남대(52.5%), 거제대(51.2%), 고려대(50.7%), 대구대(48.7%), 부산대(46.4%), 경희대(45.7%), 한밭대(39.0%), 포항공대(29.8%), 서울대(29.2%), 숙명여대(22.7%), 인제대(22.0%), 강원대(삼척ㆍ20.2%), 충남대(15.7%) 등으로 집계됐다. 대학 내 ‘성희롱 신고 및 상담센터’ 현황을 보면 34개교에서는 관련 기관을 두지 않고 있었다. 해당 대학은 조선대와 경인여대, 전남과학대, 경북외국어대, 광주교육대, 백석예술대 등이다. 김 의원은 교육부의 성범죄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280개 대학의 성범죄 건수를 조사한 결과 310건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교육부 집계 자료에서는 62개교만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접수된 성범죄 사건은 96건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모범은커녕 오히려 법적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며 “성 관련 예방교육을 철저히 실시해 캠퍼스 내 건전한 성의식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사무소 사무국장은 “대학은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상대적으로 성범죄 예방 대책에는 소홀하다”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성문화를 바꾸어나갈 수 있도록 학교 측의 직접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신입생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고 있지만 한 번의 교육으로 잘못된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서 “학교 내 성폭력 상담소를 활성화 하고 신고 처리 절차에 대해 학생들에게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성범죄 사례가 접수된 후 대학의 대처방식도 문제가 된다. 고려대는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 이후 성폭력 관련 학칙을 강화 개정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가해 학생을 출교나 퇴학조치 등의 징계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최 사무국장은 “학교 측에서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리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일 뿐이고 피해자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가해자를 교칙에 준거해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상황에 맞는 대책을 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강과 규율이 엄격한 육사에서조차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성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급조된 대책을 내놓는 모습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흐지부지되곤 한다. 성범죄의 특성상 실효적 예방대책 수립과 함께 관련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 무엇보다 대학 내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대학 구성원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