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주의 망령 되살아나
‘반이민’과‘반유로’의 기치… 신나치즘까지 등장, 유럽 통합의 장애물로
유럽 각국에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를 등에 업은 극우 정당들의 입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들 정당은 유럽 재정위기로 자국민의 생활도 어려운 마당에 이민자 때문에 일자리와 각종 사회보장 혜택이 더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반(反)이민 정서와 EU 탈퇴 등을 부축임과 동시에 긴축에 지친 서민들로부터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그로인해 EU의 통합 정책에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리스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 의 몰락
그리스의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 (Golden Down)이 원내 진출 15개월 만에 와해를 앞두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한국시각) 그리스 경찰은 황금새벽당의 니코스 미칼로이아코스 당수를 비롯해 의원과 당원 등 17명을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군사정권에서 민정으로 복귀한 1974년 이후 현직 의원이 체포된 것은 처음이며 민주국가에서 야당을 범죄조직 혐의로 당수 등을 체포한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황금새벽당은 미칼로이아코스 당수가 1980년 극우성향의 잡지를 만든 것에서 시작해 1993년 정당으로 등록해 정치활동에 나섰다. 극단적인 노선을 내건 황금새벽당이 그리스 정계에서 급부상한 것은 구제 금융에 따른 혹독한 긴축조치에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 정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5.3%의 득표율로 아테네 시의회에 진출한 것을 발판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전국 7%의 득표율을 차지하면서 300석 정원의 의회에서 18석을 가져가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했다. 황금새벽당은 현재 프랑스의 국민전선,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등과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극우정당으로 꼽힌다. 황금새벽당은 외국에서 온 이민자가 그리스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외국인 노동자 추방을 주장했고,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접경지역에 지뢰를 설치하자는 과격한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당시 원내 입성이 확실시되자 미칼로이아코스 당수는 네오나치 식으로 삭발한 청년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아테네 호텔에서 “조국을 배신했던 자들에게 공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칼로이아코스는 “나의 조국과 나의 고향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몰아내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정당은 그리스인에게만 식료품을 나눠주는 인종차별적 행사를 벌이고 독일에 조직을 만들어 독일 네오나치 세력과 연계를 도모하기도 했다. 나치 문양과 비슷한 문양을 상징으로 삼는 이 정당은 지난 7월에는 자선행사장에서 나치 찬양가를 연주해 국내외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유럽인권위원회는 올해 초 그리스를 방문한 조사에서 인종차별 폭력 사건에 황금새벽당 당원들이 연루된 것을 확인하고 그리스 정부에 이 정당을 제재하라고 촉구했다. 그리스 정부는 정당 활동은 헌법으로 보호되는 것이라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황금새벽당과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며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황금새벽당은 지난 18일 인종주의 차별을 비판한 랩 가수 파블로스 피사스 살해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피사스는 자신이 황금새벽당 지지자라고 밝힌 트럭 운전사에게 흉기로 피살됐다. 인종차별적 범죄가 증가추세에 있는 그리스에서 201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281건의 인종차별 범죄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지고 약 400명이 부상을 입었다. 황금새벽당은 이중 71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마라스 총리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내버려둘 수 없다”
경찰은 황금새벽당 의원과 당원 35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전격 체포에 나섰다. 황금새벽당은 ‘마녀사냥’ 이라며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반발했지만 18석의 의석으로는 정부의 뜻을 막지 못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신나치파가 우리 사회를 좀먹고, 범죄와 테러를 저지르며, 민주주의를 낳은 국가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며 “황금새벽당이 살해 사건에 관여했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지난 25일 전했다. 미칼로이아코스 당수는 체포 후 계속된 공판에서 범죄조직 구성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피사스 살인 사건은 유감”이라며“폭력을 혐오한다. 나는 나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올해 55세인 미칼로이아코스는 21세 때 극우단체에 가입해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1년형을 선고받았고 23세 때 ‘황금새벽’ 이란 잡지를 창간했으며 28세 때 황금새벽당을 조직해 당수로 활동해왔다. 미칼로이아코스는 당원 일부가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아는 바 없지만 황금새벽당의 활동은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구속을 유지하기로 했다. 법원은 전날에는 체포된 이 정당 의원 4명의 구속적부심에서 예상을 깨고 3명을 석방한 바 있다. 석방된 일리아스 카시디아리스 대변인은 보석금 5만유로(약 7천300만원)를 냈으며 다른 의원 2명은 출국금지 조치만 내려졌다. 경찰은 황금새벽당 의원 자택에서 무기와 히틀러 사진, 나치 상징 문양 깃발 등 나치와 관련한 용품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황금새벽당이 무기를 숨긴 비밀장소도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금새벽당에서 탈퇴한 당원들은 이 정당이 아티카 지역에 군사훈련소 두 곳을 운영해 총기 사용을 훈련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또 당원들이 오토바이 50여대를 타고 다니며 파키스탄인들을 보이는 대로 폭행하는 등 인종차별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가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을 범죄조직으로 간주하고 소탕하는 가운데 이 정당 의원들에게 세비를 주지 않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카티메리니가 보도했다. 에반겔로스 메이마라키스 의회 대변인은 황금새벽당 의원들의 급여를 포함한 의회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범죄의 처벌을 강화한 법률안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부총리는 “며칠 안으로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유럽 기준을 충족하는 법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리스에서 인종차별을 조장해 온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그리스 현지 언론 카티메리니는 25일 아테네에서 1만 명, 테살로니키에서 2000명 등 그리스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대가 황금새벽당 반대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관용의 시기는 지났다’, ‘파시즘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문구가 써진 팻말을 들고 인종차별 반대 구호를 외치며 의회가 있는 아테네 중심지 신타그마 광장 주변을 행진했다. 힙합 가수들은 이날 오전 광장에서 피사스를 추모하는 공연을 열었다. 시위대는 이곳에서 5㎞ 떨어진 황금새벽당 당사로 진출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현지 언론이 지난 20~23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황금새벽당 지지도는 지난 6월의 10.8%에서 4%포인트 하락한 6.8%로 낮아졌으나 여당인 신민당(21%)과 급진좌파연합(19.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지지율 1위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 사상 처음으로 정당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프랑스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는 내년 5월22~25일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지지 정당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국민전선이 24%로 1위를 차지했고,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이 22%, 사회당이 19%를 차지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프랑스 남동부 바르(Var)도(道)의 브리뇰에서 치러진 도의원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도 국민전선 소속의 로랑 로페즈 후보는 53.9%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로페즈와 맞붙은 우파 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카트린 델제르 후보는 46.1%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선거는 인구가 1만7천 명 남짓한 작은 지역에서 치러졌지만, 반이민ㆍ반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국민전선의 인기를 가늠케 할 중요한 척도로 여겨져 왔다. 특히 로페즈 후보가 지난 6일 1차 투표에서 높은 지지율로 결선투표에 진출하면서 이번 선거에는 전국적인 관심이 쏠렸다. 선거가 치러진 브리뇰은 프랑스 공산당(PCF) 출신 시장이 재직 중인 지역이기도 하다. 결선 진출에 실패한 좌파 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UMP의 델제르 후보에 투표하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결과를 통해 국민전선은 프랑스 정치권의 명실상부한 주요 정당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의하면 15일(현지시간) 마르세유에서 열린 국민전선의 당원 대회에서 르펜 대표는 “국민전선은 이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정당으로 성장했다”면서 “우리는 희망을 주는 미래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성 정치인들로부터 멸시받던 극우정당이었던 국민전선은 이제 우파의 대안 세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시행된 여론 조사 결과 34%의 프랑스인들이 국민전선의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또 당원 대회가 열린 마르세유의 시민 가운데 25%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전선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르펜 대표는 이 대회에서 “범죄가 조금씩 프랑스에 퍼져 이제는 작은 마을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국민의 치안 불안감을 자극했다. 르펜 대표는 또 반이민, 유럽연합(EU) 거부 등 국민전선의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정치 엘리트들의 무능력을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민전선의 인기는 르펜의 지지도 상승과 선거 결과로도 확인된다. 지난 3일 르피가로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르펜이 지지율 33%로 공동 3위에 오른 반면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23%의 지지율을 보였다.
국민전선의 대약진
국민전선이 전국 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은 1972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누벨옵세르바퇴르는 “국민전선이 정치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겼다”며“마린 르펜 대표가 이제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섰다”고 평가했다. 국민전선은 국수주의 신봉하던 사업가 장 마리 르펜(85)이 1972년 창당됐으며, 반(反) 이민 정책과 민족주의를 당의 기본 이념으로 내세웠다. 장 마리 르펜 전 대표는 인종차별 발언에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고, 이주자들에게도 극도의 적대감을 보여 왔다. 현재는 장 마리 르펜의 막내딸 마린 르펜(45)이 국민전선의 당수이다. 특히 마린 르펜은 지난 2010년 12월 무슬림들의 거리 기도를 2차 대전 나치 점령 당시와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지난해 팝스타 마돈나는 프랑스서 공연 도중 국민전선의 당수인 마린 르펜을 히틀러로 비유하자 국민전선은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극우정당이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은 최근 유럽의 주요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는 추세와 일치한다. 극우정당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의 책임을 유럽연합의 긴축정책과 이주노동자들에게 돌리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올해 정국을 뜨겁게 한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도 보수층의 ‘극우화’ 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프랑스 국민배우 알랭 들롱마저 최근 국민전선 지지를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알랭 들롱은 “르펜 부녀(父女)가 지금까지 외롭게 싸워왔지만 이제 그들은 둘만이 아니다”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40년 이상 드골주의자(독자 외교 노선과 강력한 국가를 주장한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정치 이념)로 살았지만, 지금은 변해야 할 때”라며 “국민전선이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민전선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는 “훌륭한 승리”라며 “변화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열망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이 같은 극우정당의 지지율 급증에 대해 좌파, 진보 세력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를렘 데지르 사회당 대표는 “좌파에겐 매우 심각한 경고”라며 “유권자들에게 국민전선을 막아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으며 사회당의 티에리 망동 부대변인 역시“국민전선은 단순한 극우정당이 아니라 파시스트 정당”이라며 날을 세웠다.
유럽, ‘반이민’ , ‘반유로’ 의 깃발을 든 극우정당들이 줄줄이 약진
이와 같이 유럽은 현재 ‘반이민’ , ‘반유로’ 의 깃발을 든 유럽의 극우정당들이 주요 선거에서 줄줄이 약진하고 있다. 유럽 경제위기가 장기화하고 청년 실업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극우정당들이 첫 원내 진출, 첫 집권 연정 참여 등으로 제도권 정치에서 보폭을 크게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9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하면서, 기존 집권 연정이 간신히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총선 잠정 개표 결과를 보면, 좌우 대연정을 구성했던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과 중도 우파 성향의 인민당은 각각 27.1%와 23.8%를 얻어, 2008년 총선보다 2.2%포인트씩 득표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들이 오스트리아인이라면’이란 도발적 반이민 구호를 내세웠던 극우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21.4%의 득표율을 올리면서 지난 총선에 견줘 3.9%포인트 약진했다. 반유로화를 부르짖는 신생 정당인 팀 슈트로나흐도 원내 진출 기준인 4% 벽을 가뿐히 넘어섰다. 노르웨이에선 보수정당조차도 극우정당인 진보당이 연정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해 왔지만, 2000년대 중반 이래 진보당의 영향력이 워낙 커지자 올 9월 총선 뒤 집권 참여의 문호를 처음으로 여는 등 극우에 손을 내미는 상황이다. 한편, 영국 지방선거에서는 유럽연합(EU)에 반대하고 폐쇄적 이민정책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은 잉글랜드와 웨일스 일부 지역에서 지방의원 2,400여명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영국독립당이 여당 보수당의 지지층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0%대 안팎이던 영국독립당의 지지율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17%까지 치솟으면서 보수당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을 추월하기도 했다. 인디펜던트는 보수당이 최소 300개가량의 의석을 잃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 가운데 수십 개 의석이 영국독립당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EU에서 독일ㆍ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망명자를 허용한 스웨덴에서도 올 들어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득세하고 있다. 스웨덴민주당은 지난 2010년 총선에서 득표율이 5.7%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10%에 육박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달 유로화 반대를 기치로 내건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 출범했다. 유로화를 버리고 옛 화폐인 마르크화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AfD는 다른 반(反)유로 정당들과 달리 아직 극우 및 반이민 성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독일인의 세금을 왜 게으른 남유럽 국가들을 지원하는데 쓰느냐”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든 극우 정당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극우정당들의 대거 진출, EU의 통합 속도도 더뎌져
극우정당들은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전선과 네덜란드 자유당은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공동유세를 협의하고 있다. 지난 총선 성과에 한층 고무된 오스트리아 자유민주당도 이탈리아ㆍ벨기에ㆍ네덜란드 극우정당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럽 극우정당의 결집을 부르짖었다. 삶이 팍팍해진 책임을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과 일자리를 나눠 갖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유럽통합 반대’ , ‘반이민’ 을 외치는 게 유럽 전역에 먹혀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로이터> 통신은 “극우정당의 선거 약진은 궁핍한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구제 금융과 이민자 복지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극우정당이 집권하지 않더라도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의 속도를 높이기를 꾀하는 EU로서는 작금의 상황이 달갑지 않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경제가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정치이다. 정치가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위협요소”라고 언급했다. ‘자국민이 최우선’ 이라는 주장을 펴는 극우정당들이 유럽의회에 대거 진출한다면 EU의 통합 속도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제 위기, 공식 실업률은 거의 30퍼센트고 청년 실업률은 60퍼센트에 육박하는 절망적 상황, 대안을 내놓기는커녕 긴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파시즘 같은 극우주의가 자라나는 환경이다. 팔레스타인 출신 영국 마르크스주의자 토니 클리프가 “우리의 반파시즘 투쟁 전술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쥐를 공격하는 동시에 쥐가 번식하는 하수구를 청소하는 것이다. 파시스트들만 공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실업과 저임금 등 파시즘이 성장하기 좋은 토양을 제공하는 사회적 박탈에 맞서 싸우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했던 지적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