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의 적은 남군?
군 성범죄 갈수록 늘어나, 동성 간 성범죄도 증가, 철저한 불관용 원칙 필요
2008년 340여 건이었던 육군 내 성범죄 사건이 지난해 670여 건으로 4년 새 2배 가까이 늘었고 해군의 경우도 2008년 10건에 불과했던 성범죄가 지난해 77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성범죄 기소율은 40%대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군의 성범죄는 전투력과 국가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군 안팎에서는 음담패설만 해도 강제 전역을 검토하는 미군과 같이 성범죄에 보다 더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잇따른 군 성범죄
최근 강원 화천군 육군 모 부대 인근에서 근무하던 여군 A 대위가 직속상관의 성관계 요구와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A 대위의 유서와 일기에 따르면 그는 10개월 동안 B 소령의 성추행과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B소령은 약혼자가 있는 A대위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생활 편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지만, A대위가 이를 거부하자 거듭된 성희롱과 매일 야근을 시키며 괴롭혔다고 한다. A 대위는 사단본부 부관참모부에서 근무해 사단장을 비롯한 상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도 해당 부대는 장기간에 걸친 여군 장교의 피해를 파악하지 못했다. 한편, 올해 4월에는 육군사관학교 교내에서 대낮에 남자 생도가 여자 생도를 성폭행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육사 성폭행 사건은 두 가지 점에서 충격을 준다. 우선, 성폭행이 외부가 아닌 교내에서 음주를 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축제 기간인 22일 오전 운동회를 마친 같은 과 생도 20여명이 전공 교수들과 함께 점심시간에 맥주와 소주를 섞은‘폭탄주’를 마신 상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술기운을 이기지 못한 2학년 여생도가 생활관으로 옮겨지자, 이를 돌보겠다고 따라간 4학년 남자 생도가 이 생도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간 뒤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제보를 받은 일부 방송사가 육군과 육사 쪽에 사실 확인 요구를 할 때까지 사건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는 점이다. 군은 무려 사건 발생 이후 엿새 동안이나 이런 사실을 비밀에 부쳤다. 육군은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보도 자료를 내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관생도들에 대한 인성교육 및 관련 규정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특전사령관이 여군 부사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일로 보직 해임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또 다른 장성이 자신의 부대에 근무하는 여군 하사를 노래방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군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성범죄 해마다 늘어
국방부의 ‘군내 성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는 2009년 329건, 2010년 338건, 2011년 426건, 2012년 453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2년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에 따르면 군대 내 성차별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군의 43%가 차별 피해를 경험했고, 11.9%는 최근 1년간 성희롱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현재 여군은 8448명으로 전체 군 장교와 부사관의 4.7%에 이른다. 그럼에도 군대 내 성범죄 발생률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성범죄 조사가 형식적이고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6월 말까지 여군이 피해자인 성 관련 범죄는 총 61건. 군별로는 육군이 40건(65.6%), 공군이 10건(16.4%), 해군이 9건(14.8%), 국방부 2건(3.3%)이었다. 특히 해군은 여군을 대상으로 한 범죄 9건 모두 성 관련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실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61건의 성 관련 범죄 중 단 3건(4.92%)에 대해서만 실형이 내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기소유예, 선고유예, 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 죄가 없음 등으로 죄를 묻지 않은 경우는 39건(63.9%)에 이르렀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여군 비율을 장교의 7%, 부사관의 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해공 어느 부대에서나 남자 상관과 여자 부하가 함께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방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성 군기 예방지침’ 등을 마련해 일선 부대에서 성범죄 예방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지침에는 ▲남녀 군인 및 군무원의 신체 접촉은 악수만 가능하다 ▲남녀 군인 및 군무원 2명만 사무실에 있을 때는 반드시 출입문을 열어놓아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2차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관으로 대규모 성폭력 예방 직장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이화영 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에서는 하급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공론화하기가 어렵다. 전출을 요청해도 이유가 알려져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를 은밀하게 다른 부대로 전출시킨 뒤 가해자 조사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여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
상관의 성관계 요구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육군 15사단 소속 오 모 대위의 죽음을 놓고 여여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지난 25일 각각 성명서를 통해 오 대위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군대 내 성범죄 처벌 강화와 건전한 군대 문화 확립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요구했다. 먼저 민주당 전국여성의원들은 “자살한 여군의 유서를 통해 상관의 성관계 요구 및 성추행, 폭언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이 밝혀졌다”며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사건이 벌어진 데 대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들 “<2012년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군의 11.9%가 최근 1년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며 “주변의 여군이 성희롱 피해를 겪는 것을 인지한 응답자는 41.3%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실제 군내 성희롱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추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보고서에 따르면 성희롱과 성 군기 위반 행위가 벌어졌을 때,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고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성희롱 행위가 군 당국으로의 신고나 여성고충상담관 및 인권상담관과의 상담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며 “이번 자살 사건, 임신 여군 과로사 사건 모두, 군 당국의 조사가 아닌 부모의 제보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군 당국이 여성 인권에 대한 개선 의지를 가지고 나선다면, 이번 여군 자살과 임신한 여군의 과로사 사건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두 여군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들은 나 몰라라 한 국방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역시 민현주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군의 성 기강 문란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다”며 “군의 성범죄 건수는 각급 부대에 여군들이 늘어나면서 2009년 263건, 2010년 338건, 2011년 426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민 대변인은 “더 심각한 문제는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비하다는 점”이라며 “특히 여군들 사이에서는 군 간부들의 성범죄를 신고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에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 내 성범죄 근절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 대변인은 “국방부는 반드시 이번 사건을 끝까지 추적, 수사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길 촉구한다”며“군 내 성인지 및 성폭력 예방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성범죄가 뿌리 뽑힐 수 있는 강력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여군 자살 사건과 관련 “일반적 갈등도 드러내길 꺼리는 군의 경향을 감안해 구체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군대 내 성상납 요구를 거부하다 10개월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자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최고의원은 “여군 대상 성범죄 발생건수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범죄유형이 눈에 띄게 대담해지는 것은 처벌이 턱없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5년 간 기소율은 31%에 불과하고 상당수의 강제추행은 물론 강간과 준강간 중대범죄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전반에 여성이 성폭행 당했을 때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 분위기가 남아있는데 군대는 특히 그런 분위기가 강한 조직”이라며 “이를 감안해 여군 성범죄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군은 엄벌하자는 성명서로 끝내지 말고 국방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실현가능성 있는 구체적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국정감사서 우려가 쏟아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최근 5년간 여군 인권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군대상 범죄 중 성범죄 비중이 50%가 넘고 그 중 80% 정도가 범죄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가벼운 처분에 그쳤다. 이 같은 대응은 아직까지 군 내부에서 여군을 동등한 군인으로 보지 않고, 여성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각종 성관련 사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사관학교와 군부대 내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성관련 사건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여군 인권 실태를 인용, “최근 1년 간 군대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군이 11.9%"라며 “여군의 적이 남군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인재근 민주당 의원은 육군사관학교에서 발생한 동기 간 성폭행 사건을 언급, “성폭력 군에 대한 엄벌이 필요함에도 실제로 성범죄로 기소된 군인이 실형을 선고받는 비율은 15.5%에 그친다”며 “민간인 성범죄자의 실형 선고율 34.9%의 절반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 의원은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군내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지, 3금제도(흡연ㆍ음주ㆍ결혼 및 이성교제 금지)를 실시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찬웅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여가부와 협조 하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예방교육을 받겠다”며 “3금 제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성범죄 넘어 전체적인 군 기강 해이도 문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인범죄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육ㆍ해ㆍ공군 현역군인이 저지른 범죄는 모두 2만6866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09년 6895건, 2010년 6437건, 2011년 6841건, 2012년 6693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육군이 저지른 범죄는 4년간 총 2만1144건으로 전체 군인범죄의 78.7%를 차지했다. 매년 5000건이 넘는 육군 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해군의 경우 매년 1000여건으로 4년간 4114건의 범죄가 발생했고 공군은 4년간 1608건이었다. 계급별로는 일반 병사에 의한 범죄가 1만6489건으로 61.4%를 차지했고 이어 준ㆍ부사관 6899건(25.7%), 장교 2605건(9.7%), 군무원ㆍ기타 873건(3.3%) 등 순이었다. 범죄유형을 보면 폭력범죄가 6491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군형법상 군무이탈 2735건, 음주운전 2500건, 사기ㆍ공갈 1956건, 절도ㆍ강도 1907건, 성범죄 1849건 등이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성매매는 2009년 134건에서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 40건으로 크게 줄었지만 나머지 성범죄는 모두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형법상 성범죄는 2009년 129건에서 지난해 149건으로 3년 새 15.5% 증가했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은 같은 기간 70건에서 114건으로 62.9% 급증했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도 역시 53건에서 84건으로 58.5% 증가했다. 강기윤 의원은 “연예병사 성매매 사건, 육사생도 성폭행 사건 등 군 성범죄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군대내 성범죄는 은폐되기 쉬운 만큼 더 많은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면밀한 성범죄 실태조사와 함께 일벌백계의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성 간 성범죄도 증가
지난 2010년 해병대 대령이 남자 운전병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다 적발됐다. 수치심을 겪던 운전병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자살까지 시도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복무기간 중 군인 간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을 듣거나 본 적이 있는 남성 군 전역자가 10명 가운데 4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6명 이상은 군형법 중 동성애 처벌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2∼17일 전국 만 21∼39세 군필 남성 102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조사결과 복무기간 중 군인 간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을 듣거나 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37.6%였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03년 10월부터 4개월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육군 현역 및 제대 사병 671명을 대상으로 남성 간 성폭력 현황을 조사했을 때보다 12.9% 포인트 높은 것이다. 부대 등 근무지에서 군인 간 성추행 및 성폭행이 발생해도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82.9%는 ‘신고가 쉽지 않다’ 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계급사회의 특수성 때문’ 이라고 답한 이들이 24.5%로 가장 많았다. 이어‘보복, 따돌림 등 2차 가해 발생 우려’(12.8%)‘주변 시선과 소문이 두려워’(9.4%)‘폐쇄적인 군대문화 특성’(8.3%) 등의 순이었다. 다행히 지난 6월 19일부터 군 형법이 개정돼 군대 내 성범죄자 처벌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런 폐습을 근절할 계기가 마련됐다. 국방부는 6월 18일 성범죄 피해자의 범위를 일반 형법의 개정에 맞춰 남성에까지 확대하도록 개정한 군 형법을 1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군 형법은 강간죄의 피해 대상을 ‘부녀’ ,즉 여성으로만 한정하고 있지만, 이를 여성과 남성을 포괄하는 ‘사람’ 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0~2011년 두 해 동안 신고 된 성범죄 피해자 487명 가운데 135명(27.7%)이 남성이었다. 그러나 계급 사회라는 군의 특수성과 동성에게 피해를 입은 이들이 수치심 때문에 대체로 신고를 꺼린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남성 성폭력 피해 건수와 비율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또 그동안엔 강제추행으로 처벌되던 동성 간 성폭력 행위를 강간죄 범주에 포함해 무겁게 처벌하도록 ‘유사강간죄’ 조항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도 폐지해 군대내 성범죄자도 피해자의 고소와 상관없이 형사 처벌하도록 했다. 군인권센터의 지난해 자료를 보면, 군인 대상 성범죄의 불기소율은 일반 사회보다 훨씬 높은 70.2%에 달했다. 이번 조처는 지난해 11월 국회 아동ㆍ여성 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의 합의로 일반 형법에서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폐지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이번 법률 개정으로 군내 성범죄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불관용 원칙으로 바뀌어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3 세계 성 격차 보고서’ 에서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세계 136개국 가운데 111위였다. 지금도 병영의 한쪽 구석에서 성적 괴롭힘을 당하는 여군이 있을지 모른다. 철저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군의 성범죄는 일반사회보다 더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1989년 여군 병과가 해체되면서 7개 병과에 여군이 생기고, 97년 공군사관학교를 시작으로 모든 사관학교에 순차적으로 여생도의 입학이 허용되는 등 군은 이미 남자들만의 세상이 아니게 됐다. 군도 구조적으로 성범죄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군내 성희롱 예방 교육이 실시되고, 신고 절차가 있더라도 형식적일 가능성이 크다. 예방 교육은 내용과 방법이 진부하게 되고 신고 처리는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여군 대상 성범죄가 계속 늘고 있고, 재판까지 가지 않고 불기소(不起訴)로 그치는 비율이 88%에 가깝다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직간접으로 보여준다.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가 미군처럼 엄격하고 철저한 불관용(zero tolerance) 원칙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