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정부는 북한 김정은의 폭압정치에 차분히 대처하라!

2014-01-01     진태유 논설위원

평양의 조선중앙TV는 12월9일, 전날 8일 노동당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보위부 소속 2명의 보안원으로부터 끌려 나가는 사진을 방영했다. 실제로 11월에 이미 장성택은 구금상태였고 사진은 연출된 사진이라고 하지만, 북한 권력의 2인자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숙청방식이 공개적인데다 반인륜적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게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갑작스런 장성택 숙청작업의 소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며, 극단적 상황까지 염두에 두면서 차분히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12월8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출석한 정치국 확대회의는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출당·제명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의 죄명인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 ‘내각의 경제사업 방해’, ‘부정부패·타락행위’를 열거하며 장성택을 성토했다고 한다. 장성택은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즉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40년간 김씨왕조의 최측근으로 위상을 떨치던 장성택은 역성혁명을 꿈꾸고 군사반란을 모의 한 반역자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특별군사재판은 북한 형법 제 60조에 의거하여 국가전복음모 행위에 대한 규정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심리과정에서 장성택의 범죄행위가 100% 입증되었으며 장성택 스스로 시인하고 자백했다고 보도했다. 장성택은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면 내가 총리를 하려고 했다”며 “일정하게 생활 문제를 풀어주면 인민들과 군대는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성택 처형 후,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욕설과 막말로 장성택을 증오의 대상으로 몰아갔다. 노동신문은 1면 사설에서 “장성택 일당은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한 역적 무리”이며 “혁명적 신념을 잃는 것은 곧 죽음”이라고 하면서 “기업소, 공장, 협동농장 주민들과 지방 당원을 동원해 보일러에 처넣고 싶다”, “놈”, “쥐새끼 무리”, “인간추물”이라는 증오에 찬 단어를 마구 쏟아내며 비난을 확산하고 있다.

장성택의 죽음은 김정은·반-장성택파와의 권력다툼이 아닌 이권다툼에서 밀려난 결과라고 한다. 그의 처형죄목은 한낱 덮어씌우기일 뿐일 것이다. 또한 숙청과 처형 방식이 소름끼칠 정도의 잔인함을 보인 것은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고 김정은 절대 권력에 대한 도전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일 게다.

이 살인극의 연출은 광기의 권력이자 시대착오적인 공포정치 일뿐이다. 절대 권력의 안정을 위한 공포정치의 구사는 단기적인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세계 보편적 인류사회에서는 야만적 폭력을 휘두르는 폭군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다. 세계의 조롱 섞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정은은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하여 건설 노동자들을 격려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음을 보이는 여유 있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사실, 김정은 정권은 핵과 경제의 병진(竝進) 노선인 핵폭탄을 갖고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통치기조를 천명했었다. 따라서 이번 장성택 처형과는 무관하게 경제특구의 증설과 경제개선조치뿐만 아니라 대외관계 개선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북한은 장성택 처형 후, 북·중 간 고속도로 계약도 예정대로 체결했으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개최 제의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의 개성공단 방문도 허용했다.

그러나 극단의 야만성을 보여준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12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안보장관 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에 상설 사무조직을 두겠다는 결정을 했다. 안보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을 적절한 시기에 둔 것은 잘 한 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거나 김정은 정권의 조기붕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 김정은 정권이 견고해지고 나름 안정적인 권력유지가 된다면, 우리 정부가 오히려 북한에 남북관계 및 대외관계 개선을 적극 유도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정치적 견해차를 줄이고 국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할 시점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