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신생 국가 남수단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군과 반정부군 모두 민간인들을 구분 없이 공격해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12월 중순 600명 이상이 숨졌다고 했지만, 이후 열흘 남짓한 기간에 사망자 추정치는 수천 명으로 늘었다. 평화유지활동을 하고 있는 유엔남수단임무(UNMISS)도 반군의 공격대상이다. 이 임무에 한국 파병부대 ‘한빛부대’도 있어, 한국에서도 남수단 사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신생 국가에 드리워진 짙은 먹구름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남수단이 흔들리고 있다. 2011년 7월 수단으로부터 독립한 지 2년여 만에 내전의 먹구름이 인구 1100만 명의 이 나라를 덮고 있다. 실바 키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부군과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반군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르 대통령은 딩카족이고 마차르 전 부통령은 누에르족이어서 종족 갈등에 따른 분쟁 상황이다. 유엔은 2주간 이어진 남수단 분쟁으로 1000명 이상이 숨지고 18만 명가량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반군과의 교전 중단을 약속했지만, 남수단은 점점 내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군에 동조하는 청년들이 무리지어 정부군 점령지로 향하고 있어, 다시 대규모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군벌들 간의 정쟁으로 초토화된 ‘제2의 소말리아’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28일 남수단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이 이끄는 누에르족 반군에 동조하는 청년 수천 명이 보르 지역을 향해 ‘전쟁을 위한 행진’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종글레이주의 주도 보르는 원유 생산시설이 몰려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교전 초반 반군이 점령했으나, 현재는 정부군이 다시 장악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활동 남수단 임무단(UNMISS)으로 활동 중인 한국군‘한빛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엔 수단특사 대변인인 조 콘트레라스는 “무장 청년들은 (이번 사태에서) 특히 위험한 요소”라고 우려했다. 누에르족 청년들이 반군의 우두머리인 마차르 전 부통령의 직접적인 명령을 받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누에르족 무장조직‘백군’의 일부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인이 아닌 청년들이 교전에 개입하는 것은, 권력 투쟁이 종족 충돌로 변한 ‘전형적인 내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도 남수단 사태가 ‘내전의 자격’을 제대로 갖췄다고 지적했다. 미카엘 마퀘이 루에스 남수단 정보장관은 AP 통신에“마차르의 출신 부족 중 약 2만5000명이 교전에 참가했다. 마차르는 종족의 이름으로 젊은이들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모세스 루아이 라트 반군 대변인은 “청년들은 정부에 등을 돌린 일반 군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유엔은 29일 정찰기를 띄워 누에르 청년들의 행진을 시찰한다. 이런 가운데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벤티우에서 대규모 시신 더미를 목격했으며 주바에도 적어도 2기 집단 무덤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필레이 대표는 성명에서 “유엔 직원이 벤티우의 학살 현장을 방문한 결과 34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또 (정부측) 딩카족 군인 74명이 실종돼 사망한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남수단에서 재판 절차에 위배되는 학살, 특정 종족에 대한 공격, 임의 구금이 벌어지고 있다는 자료를 받았다”며 “남수단 내전이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바에서는 정부군이 가택 수색을 벌이며 반군이 지지하는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의 출신 부족인 누에르족을 살인하고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나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군에 체포됐다가 탈출해 유엔 기지로 대피한 목격자 2명은 “정부군이 누에르족을 목표물로 삼아 250여명을 경찰서로 끌고 가 총살했다”고 AFP에 말했다. 이번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후 전국적인 사망자 집계는 아직 500명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토비 랜저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수천 명은 숨졌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한 유엔 관리를 인용 “벤티우의 한 공동묘지에서 시신 14구가 발견됐으며 하천 제방에서도 20구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샴다사니 대변인은“주바에서는 시신들을 처리한 2개의 묘지가 나왔다는 보고가 있었고 일부 시신들을 불태웠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현지에서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내전으로 이들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한빛부대 주둔한 보르, 치열한 양상
특히 한국이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한 한빛부대가 주둔한 보르는 이번 남수단 분쟁 발생 이후 가장 치열한 적대적 무력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조만간 정부군과 반군 간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조짐이다. 남수단 정부군인 인민해방군(SPLA)의 필립 아구에르 대변인은 30일 “반군이 현재 보르에서 약 18㎞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며 “보르 북쪽 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이 총격전도 벌어졌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니알 마자크 니알 보르시 시장도 보르에서 북쪽으로 30㎞가량 떨어진 마티아 지역을 ‘백색 군대’로 알려진 반군이 공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백색군이) 마티아 마을을 공격해 주민을 살해하고 민가를 불태우고 있다”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보르로 도피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누에르족 출신으로 구성된 반군 2만5,000여명은 이날 정부군이 점령하고 있는 보르를 탈환하기 위해 진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레를 퇴치하려고 온몸에 흰색 재를 발라 ‘백군’으로 불리는 반군은 대부분 누에르족 출신으로 1991년 보르에서 발생한 딩카족 학살에도 관여했다. 자동소총과 칼, 몽둥이 등으로 무장한 반군은 보르로 가는 길목의 마을을 습격해 주민을 살해하고 민가를 불태우는 등 호전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보르는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고 아직까지 반군의 활동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 “한빛부대는 주둔군 통합방호태세에 돌입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고 1일부터는 탄약 등의 물자도 보급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 부대’는 2011년 7월 9일에 종교, 인종, 문화갈등의 내전으로 수단에서 독립된 남수단의 평화 및 안보 공고화를 위하여 대한민국에서 파견된 국제 연합 평화유지군 부대이다. 한빛 부대는 소말리아, 앙골라와 동티모르의 상록수 부대, 서사하라의 의료지원단, 레바논의 동명 부대와 아이티의 단비 부대를 이어서 일곱 번째로 대한민국에서 UN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부대이다. 국제 연합은 남수단의 평화와 안보 및 개발여건 지원을 위해 유엔 남수단 임무단(UNMISS)을 창설했다. 2011년,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대한민국 정부에 파병을 요청하였고, 정부는 2012년 9월 27일에 부대 파견 동의안을 통과시켜 2013년 1월 한빛 부대를 창설했다. 한빛 부대의 임무는 두 차례의 내전으로 폐허가 된 남수단의 재건지원과 의료지원 활동으로 전투는 하지 않고 자체 방어만 하고 있다. 한편, 한빛부대는 최근 남수단 내전이 재발하면서 주둔지 주변의 군사적 위협이 커짐에 따라 21일(현지시간) UNMISS 본부에 탄약 지원을 요청해 미 아프리카사령부로부터 5.56㎜ 탄약 3417발과 7.62㎜ 탄약 1600발, 일본의 육상자위대로부터 5.56㎜ 소총 실탄 1만발을 지원받았다. 한국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일본 자위대로부터 탄약을 지원받으면서 국내에서 거센 논란이 일기도 했다.남수단은 어떤 나라?
남수단은 수단의 남부에 있던 3개 주가 2011년 분리 독립하면서 형성된 신생국이다. 독립국가가 된 지 이제 겨우 2년 남짓,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다. 수단은 20세기 초 영국 이집트 공동통치 하에 들어갔다가 1956년 독립했다. 수단은 과거에는 사하라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였지만 지금은 아랍계가 커져 중동북아프리카(MENA)로 분류된다. 반면 남수단은 명백한 블랙아프리카다. 수단인들이 대부분 무슬림인 것과 달리 남수단에는 기독교와 전통 종교가 섞여 있다. 수단의 공식 언어는 아랍어인 반면, 남수단은 독립
이전부터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삼아왔다. 자원부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은 지난해 1000달러 수준인 빈국이다. 주류 부족은 딩카, 누에르, 실루크, 아잔데 등이다. 남수단은 독립까지 기나긴 싸움을 거쳤다. 수단 중앙정부에 맞서 일어선 것은 1956년(1차 수단 내전)이었다. 그 결과 1972년 남부수단자치지역이 만들어졌다. 1983년 2차 내전이 일어났다. 대량살상 끝에 양측은 2005년 포괄적 평화협정(CPA)을 맺었다. 남수단은 협정에 따라 2011년 국민투표를 실시했고, 98.83%가 독립에 찬성했다. 그 해 7월 9일 남수단이 탄생했다. 내전과 독립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은 석유였다. 수단이 석유 부국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유전의 80%가 남수단에 있다. 남수단은 유전만 갖고 있고, 송유관과 정유시설과 수출항은 수단에 있는 상황이다. 남수단 경제의 95%, 국가재정의 98%를 석유 수입이 차지하고 있으니, 사실상 석유 외에는 경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수단은 수단과 분리하면서 석유수출에 따른 수익을 반반씩 나눠 갖기로 했지만 독립 이후 계속 자신들 지분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국 리더십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남수단 정부를 이끄는 딩카족 출신의 살바 키르 대통령은 2011년 남수단 첫 대통령에 올랐으나 그간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누에르족인 리에크 마차르 당시 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했기 때문이다. 키르와 마차르 둘 다 수단에서 분리 독립을 위해 22년간 내전을 치른 수단인민해방운동(SPLM) 무장 대원과 고위 간부 출신이었지만 소속 부족은 달랐다. 지난 7월 키르 대통령으로부터 전격 해임당한 마차르 전 부통령은 이달 초 SPLM 내부에 심각한 분열이 있다고 폭로하며 키르 대통령의 통치가“독재적”이라고 비난했다. SPLM이 제정한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게는 남수단 전국 10개주 주지사를 해임할 수 있고 의회 의원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정권의 핵심 요직은 키르 대통령 출신인 딩카족이 차지했다고 누에르족은 불만을 표출했다. 사태는 지난 15일 키르 대통령이 대통령 경호대 일부를 자신이 속한 딩카족으로 교체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7월 해임된 마차르 전 부통령이 속한 누에르족을 솎아낸 것이다. 딩카족과 누에르족은 각각 인구의 15%, 10%를 차지하는 최대 부족이다. 2015년 대선을 앞두고 경쟁 관계인 키르와 마차르의 충돌은 반군의 유전지대 장악에 이어 종족 충돌로 번졌다. 수단 일부 전문가는 “키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자신을 비난해 온 많은 정적을 일제히 제거하는 기회로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남수단의 경제 악화 정부의 부정부패, 무기 거래 등도 남수단 유혈 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국제사회의 개입도 분주
유엔과 인근 동아프리카 국가 등 국제사회의 개입도 분주해지고 있다. 남수단 석유에 의존하는 수단은 물론이고, 여러 나라가 이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족 간 분쟁이 계속되면, 남수단도 부족을 대표하는 군벌들과 정부의 교전이 고착화된 소말리아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ㆍ말레이시아ㆍ인도가
합작기업을 만들어 남수단 유전을 개발하고 있고, 프랑스의 토탈도 석유를 캐내고 있다. 인도는 평화유지군 2200명을 파병한 최대기여국이기도 하다. 한국을 비롯해 55개국이 이 나라에 파병했고, 39개국은 경찰을 지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월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엔 남수단임무단(UNMISS)의 민간인 보호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 5500명을 추가로 파병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평화유지군의 규모는 현행 7000명에서 1만2500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됐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남수단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현지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을 5500명 늘리는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반기문 총장은 남수단 파병 동의안이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병력을 추가 파병하더라도 남수단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민간인들을 보호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남수단에 대대 5개의 병력과 경찰관 그리고 공격형 헬기, 기동 헬기 운송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이 같은 분쟁을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남수단 지도자들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또 남수단에서 강간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잔혹 행위를 볼 때 남수단 분쟁을 전쟁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남수단 문제는‘국제사회 개입’으로 향하고 있다. 내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 분쟁 당사자들에게‘정치적 타협’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배치다. 개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갓 태어난 남수단은 다시 내전에 들어가고 동아프리카 전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남수단 정부군과 반군 간의 중재에 나선 동아프리카 지역 8개국 통상협의체인 정부간개발기구(IGAD) 소속 지도자들은 27일(현지시간) 정부군으로부터 전투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 동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이날 케냐 나이로비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남수단 정부가 즉각적으로 반군과의 교전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같은 약속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군 측이 교전 중단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군 측인 마차르 전 부통령이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구금된 동료 정치인들의 석방 등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부 측 키르 대통령은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키르 대통령은 전날 반군 세력에 “조건 없이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마차르 전 부통령도 키르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수용할 준비가 됐다며 회담 장소로 인접국 에티오피아를 제안했다. 하지만, 마차르 전 부통령은 “민주주의적 자유와 공정한 선거를 원한다”며 키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마차르는 협상 전제 조건으로 동료 정치인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수단의 한 정부 관계자는 “남수단이 반군 지도자를 석방하라는 마차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IGAD를 이끌고 있는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는 앞서 26일 남수단 수도 주바의 대통령궁에서 살바 키르 대통령을 만나 무력이 아닌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이날 3국 정상은 사태를 우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동의하고 적대 행위 중단, 즉각적인 정치적 대화 시작, 체포된 반대파 석방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와 반군 간 공식회담 계획 등 구체적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남수단 분쟁에 속 타는 미국과 중국
미국은 또 정부와 반군의 대화를 돕기 위해 특사를 현지에 파견함과 동시에 사태의 변화에 따라 추가 군사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남수단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대사관을 포함해 미국민의 신체와 재산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추가 군사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밝혔다. 그는 또 “군사력을 사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시도는 (남수단에 대한) 미국과 국제 사회의 원조를 끊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수단은 아프리카 내 미 패권 유지에 주요한 지역이다. 국경선 재조정이 가져올 파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은 기독교도가 많은 남수단 독립을 지원했다. 이슬람권이 장악한 수단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수단은 미 국무부의 올해 보고서에서 북한·이란 등과 함께 테러 지원
국에 올랐다. 또한 수단은 잘 알려진 대로, 중국과 맹방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남수단의 독립을 물심양면 지원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원유 등 자원의 중요성도 있다. 내륙국인 남수단은 원유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수출하려면 수단의 원유 파이프라인에 의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독립과 별개로 양국은 협력과 긴장을 이어왔다. 남수단이 원유 수출로 정부 수입의 99%를 얻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단 역시 수송망 사용료로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다. 반군이 유전지대를 장악해 원유 수송에 타격을 입히면 수단이 이를 빌미로 군사 개입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중국은 지난해 남수단 원유 수출의 70%를 가져갔을 정도로 경제적 이해가 밀접하다. 따라서 남수단의 원유 공급이 끊기면 가장 아쉬운 게 중국이다. 25일 장밍(張明) 외교부 부부장은 “양측이 즉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하길 바란다”고 성명을 냈다. 외교에 있어서 내정 불간섭 전통을 유지한 중국이기에 더 이상의 압박은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물밑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정부군과 반군이 평화협상을 시작하기로 해 사태가 극적으로 반전될지 주목된다. AFP통신은 31일 살파 키르 남수단 대통령과 반군 지도자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이 에티오피아에서 만나 평화협상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정부군과 반군이 평화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우간다를 포함한 남수단 주변 국가들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정부간개발기구(IGAD) 정상들은 지난주 남수단 정부가 반군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하는 한편 반군 쪽에도 31일까지 평화회담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우간다는 반군 쪽에 휴전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군사개입을 하겠다며 압박을 가했다. 이유야 어쨌든 지도자들 간의 알력에서 비롯된 싸움으로 희생양이 되는 것은 무고한 국민들이다. 많은 어려움 끝에 독립한 가장 젊은 국가 남수단의 국민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당국 지도자들의 화해와 국제 사회의 공조가 절실할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