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후진국형 ‘안전사고’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2014-03-01     진태유 논설위원

2월17일 밤,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열렸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의 지붕이 붕괴되면서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참극이 발생했다. 사고의 1차 원인은 폭설에 의한 것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사고’로 볼 수 있다. 이런 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현실에 억정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안전사고 예방에 구조적인 점검과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다.

최근 1주일 동안 강원·경북지역에는 평균 50cm의 폭설이 내렸다. 특히 경주지역은 70㎝의 눈이 쌓여 교통과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이번 붕괴사고는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체육관 지붕이 내려 앉아 참극을 빚었다.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폭설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라 할 수 있다.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소유기업이 대기업 코오롱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악천 후를 대비한 안전점검에 소홀한 점은 상식으로 이해될 수 없다.

1000명이 넘는 대규모행사를 준비하면서 폭설로 동해안 지역에서 잇달아 공장이 무너졌는데도 리조트체육관 지붕 제설작업도 하지 않고 방치해 두었다니 무신경과 나태함이 불러 온 인재사고다.

또한 조립식 체육관 건물의 시공도 부실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준공기간이 불과 두 달 반밖에 되지 않고 동해안 지역의 무너진 공장들과 마찬가지로 샌드위치 패널로 건축한 가건축물과 유사한 형태다. 짧은 공사기간에 용이하게 건축할 수 있어 경제적일 수는 있지만 견고성과 안전도는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주변의 공장과 음식점들이 리조트체육관과 비슷한 자재와 구조로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폭설에 건재했다. 이런 점에서 부실시공의 의혹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규정에 따른 시공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스럽기도 하고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니 다중시설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있지 안 않는지 의심스럽다. 불량 자재시공, 경주시의 관리감독 등 구조적 비리에서 오는 원인도 있을 수도 있다.

이번 사고로 각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등 사고충격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차제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총학생회 단독으로 주최하는 관례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외국의 대학들에 비해 대규모 집단행사가 너무 많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면 이런 저런 사고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고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부산외대 대학 측이 새로 지은 캠퍼스에서 학내행사로 열자고 총학생회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부산외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요구를 거절했을 뿐 아니라 학생행사에 간섭 말라는 지나친 독선적인 태도는 짓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1000명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행사에 교직원 3명만이 참여했다니 대학 당국과 총학생회 간의 소통부재를 넘어 불신이 얼마나 깔려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 각 대학의 축제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이 너무 유흥적이고 오락적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학교 내 행사는 유흥가를 방불케 하고 학교 외 행사는 소비성 행사로 전락한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상아탑의 가치를 배양하는 지성과 소박하고 풋풋한 대학문화가 아쉽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사고의 제1 책임은 리조트를 소유한 코오롱그룹에 있다.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책임자들의 안일한 대비와 행정감독의 불성실 때문에 후진국형 인재가 재발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의 책임라인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구조적으로 만연한 무책임한 적당주의를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18일 국무회의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다중 이용시설물에 대해 안전점검을 다시 한 번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안전의식은 지시나 구호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문화 속에 정착되어 의식화되는 것이며 사람에 대한 가치가 우선시될 때 가능한 것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