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유럽중앙은행, 경기 침체 탈피 위해 극약처방… 한국은 13개월째 동결

2014-07-07     김미진 기자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은 단기 예금에 대한 금리를 ‘마이너스’로 적용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물론 일반 소비자 예금이 아닌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초단기 예금 상품에만 적용되는 얘기다. 일반 고객들에게는 마이너스 금리를 섣불리 적용할 수 없으리라는 관측이 대부분이지만 이 같은 극단적인 처방은 하나의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ECB 기준금리 또한 0.25%에서 0.15%로 내려갔다.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13개월째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해왔으며 이미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벌써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시장 금리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 

ECB,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적용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지난달 내놓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말 그대로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 대신 ‘보관료’를 더 받겠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5일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자금에 대한 금리(초과 지준금)를 0%에서 0.1% 내린 ‘-0.1%’로 적용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와 오랜 사투를 벌여온 미국 중앙은행(Fed)이나 일본 중앙은행(BOJ)도 이 같은 극단적인 정책을 펴지는 않았었다. 주요국을 제외하고는 덴마크 중앙은행이 지난 2012년 0.05%였던 초단기 금리를 -0.2%로 인하한 바 있다. 당시 유로 대비 덴마크 크로네화가 지나치게 올라간 데 따른 조치였다. 이후 상승세는 다시 반전됐다. 하지만 유동성을 확대하지는 않아 기업대출은 오히려 20.5%나 감소했고, 가계대출 역시 2.5% 감소한 결과를 가져왔다. 스웨덴 역시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ECB는 유럽 국가들의 통화ㆍ신용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이번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내놓은 데에는 그동안 유로 지역 은행들이 예금을 묶어두기만 하고 투자를 꺼려오면서 경제 침체가 계속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루 평균 280억 유로(약 39조 원)를 ECB에 예치하는 유럽 은행들은 자본 비율 제고에 집중해오며 대출을 피해왔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의 자본 개선 조치가 끝날 때까지는 대출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ECB는 유럽 지역 은행들이 예금을 꺼내 기업과 가계 대출을 늘려 경기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로 지속될 경우 ‘비(非)전통적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미국식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내비쳤다. 양적완화(QE) 정책은 중앙은행이 무한정 자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통화신용 정책으로,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제시했던 초강력 경기부양책이다. ECB가 이번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시중 은행들의 투자와 대출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여유자금이 많은 독일은행들이 남유럽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ECB는 이처럼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물가 상승을 유도하고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에 유통되는 유로화 자금이 많아지고, 더 높은 이자를 찾아 유로존 밖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유로화 가치는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유로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ECB는 또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중앙은행 대출 프로그램인 저금리 장기대출(LTROㆍ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을 가동해 2018년까지 최대 4,000억 유로(약 550조 원) 규모에 이르는 대출을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증권매입프로그램(SMPㆍSecurities Markets Programme)을 통한 유동성 환수 조치를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 국채를 매입하는 불태화 정책은 재정난을 겪는 회원국을 지원하고 물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국채를 사들이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풀릴 자금은 약 1,625억 유로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1.5%였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까지 0.25%씩 계속 낮아져 왔다. 이번에 ECB에서 제시한 기준금리는 0.1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은행의 금리 또한 낮아진다. 이렇게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소비나 투자가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더구나 ECB가 초과 지준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여 일종의 보관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은 그동안 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지 않은 데 따른 일종의 벌금형 수수료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듯 ECB가 발표한 정책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준금리 0.1% 인하 ▲ 한계 대출금리 0.35% 인하 ▲ 기간물 예금금리 0.1% 인하(이상 지난 6월 11부터 적용) ▲ 2018년 9월까지 4년간 LTRO 시행 ▲ 유로존 비금융 기업의 ABS 직매입 고려 ▲ 고정금리(MRO) 지속 및 SMP 중단 등이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기대 엇갈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앙은행에서 아무리 자금을 유통시켜도 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 결과 제로 금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고, 일부에 한정해서지만 결국 마이너스 금리까지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유럽 내 자금 유동성이 늘어나 국내로도 유럽계 투자 자금이 상당금액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ECB가 이번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유럽 은행들은 돈을 장기적으로 묶어둘수록 손해를 보게 됐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양기인 센터장은 “이자율과 주가상승률이 높은 신흥국 주식시장으로도 상당 부분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한국으로 들어오는 자금도 4조 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말에도 ECB가 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총 1조 유로 규모의 LTRO 대책을 내놓자 약 7조 원가량의 유럽계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된 바 있다. 이때 코스피가 약 2.6% 상승한 것은 이에 따른 효과로 분석됐다. 이처럼 한국 증시에 유럽 자금이 들어오면 원화 가치는 올라간다. 본래 세계 경제의 통화완화 정책은 원화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올해 들어 원화 가치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의 통화절상률은 일본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17개국 가운데 최고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위원은 “원화 절상이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관광수지 적자 폭을 확대해 내수 경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박중제 수석연구원은 “이번 통화정책이 유로화 약세를 유발해 미국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원화절상 압력도 상당 부분 줄어들어 달러화 대비 원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미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1.5% 이상 절화되어 추가적인 약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는 환율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의 대유럽 수출은 중간재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중국에 비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경제분석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수출 품목 비중은 ▲ 선박 17.7% ▲ 무선통신기기 14.6% ▲ 자동차 9.2% ▲ 디스플레이 6.7% ▲ 석유제품 6.2% ▲ 자동차부품 4.2% ▲ 반도체 3.8%였고 2014년에는 자동차 12.1% ▲ 선박 10.1% ▲ 무선통신기기 7.4% ▲ 자동차부품 7.2% ▲ 석유제품 6.3% ▲ 디스플레이 5.0% ▲ 합성수지 4.4% ▲ 반도체 3.4%로 약간의 순서에만 차이를 보일 뿐 품목의 구성에는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전민규 연구원은 “중국의 유럽 수출 부진은 결국 한국의 대 중국 중간재 수출 부진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체 수출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도 실질 금리 ‘마이너스’
국내 경제는 그동안 부동산 임대소득을 둘러싼 과세 혼선과 세월호 사건 이후 위축된 경제 심리로 올 들어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대치인 2.5~3.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업의 투자 부진 역시 유럽과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제 주체별 자금 운용 및 조달 상황을 보면 올 2014년 1/4분기 중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지난 분기보다 감소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금융법인기업 같은 경우 설비투자 부문의 부진으로 자금부족 규모가 전 분기 8.9조 원에서 6.4조 원으로 감소했다. 자금조달 규모는 예금취급기관 대출금 등 간접금융이 전 분기 감소세를 보인 것과 반대로 47.9조 원까지 증가했으며, 자금운용 규모도 주식 및 출자지분 등 유가증권 운용이 증가하며 41.4조 원으로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지난 분기보다는 소비가 증가하여 자금 잉여 규모가 15.6조 원에서 25.3조 원으로 증가했지만, 예금취급기관의 차입 규모가 상당량 축소되고 기타 금융기관 차입이 순상환으로 전환됨에 따라 자금조달 규모가 전 분기 대비 17.9조 원 감소했다. 자금운용 규모 역시 금융기관 예금은 증가했으나 채권은 순처분으로 전환되면서 전 분기 대비 8.2조 원 감소했다. 한편 일반정부는 재정 조기집행 지원을 위한 국채 발행 등의 영향으로 15.0조 원이던 자금잉여 상태가 -8.0조 원으로 떨어지며 자금부족으로 전환됐다. 자금조달 규모를 보면 국채 발행 및 한은 차입금은 전 분기 -7.5조 원에서 36조 원 증가로 전환했으며, 자금운용 면에서는 정부 및 금융기관 예금이 28조 원으로 증가했다. 국외의 경우 2014년 1/4분기 중 대외자산 증가 규모가 27.8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8.2조 원 감소했다. 이는 콜머니 등 금융기관의 차입이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부채 증가는 국내 금융기관 등에서 해외차입금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전 분기 대비 1.6조 원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국내 경제는 작년과 비교해 1분기 3.9% 성장률을 보였지만, 그동안 세월호 이후 위축된 경제심리와 부동산 임대소득 등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으면서 다시금 소비가 주춤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ECB가 마이너스 금리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을 두고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한국경제 보고서, 파란불 vs 빨간불?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이어진 소비심리 위축이 2분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하면서 대외적인 변수가 잠잠해진 반면 국내 위험이 커진 탓에 내수 회복세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한은이 예측하는 성장과 물가 전망은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나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며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면밀히 점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백화점 및 여행 상품 판매 등 사고 이후 소비지표가 상당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끌어올린 바 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 총재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수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여기서 더 침체될 경우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가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2년 만이다. OECD는 우선 한국 경제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수출력이 개선되며 기업투자가 살아나고 고용과 임금 부문이 개선되면서 민간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OECD가 예상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4.2%다. 물가상승률은 경제 성장에 따라 3%까지 오르고,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5%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높은 가계부채와 취약한 부동산 시장 등이 여전한 대내적 위험 요인으로 존재하고, 대외적으로는 엔저 현상과 신흥국 불안 등이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OECD는 분석했다. OECD는 한국경제가 이러한 위험요소로 인해 다시 경기가 침체를 거듭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단기적 재정정책을 펼쳐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권고를 “기준금리 인하나 추가경정예산 등의 재정지출 확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최근 환율 하락 등 원화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내수 및 수출의 균형 경제를 달성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부상함에 따라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점쳐졌다. 성장론자로 분류되는 최 후보자가 부총리로 취임할 시 아무래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박형민 채권 애널리스트는 “경제 부총리 지명자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시키려고 하는데, 이는 정부가 부채 증가를 통해 신용 팽창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은이 부채 증가율을 명목 성장률 이하로 억제하려는 통화정책을 계속 펼친다면 정부와 노선이 어긋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통화정책도 변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반면 NH농협증권 신동수 채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이 세월호 사태로 인한 국내 경기에 대한 판단을 7월 금통위로 유보한 만큼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7월 금통위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작년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비교해 국내 성장률이 양호한 편이고, 해외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수출이 호조세임을 고려할 때 국내경기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만큼 악화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원화 가치가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한 만큼 금리 인상이 바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기재부 후보자 내정과 관련해 “기재부와 중앙은행은 서로 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당장은 아니지만 기준금리 방향은 인상하는 쪽으로 잡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야기했던 바 있다.

한은, 13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 내린 이후 13개월째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해오고 있다. 지난 6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 측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하는 데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과 일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국내 경제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통화정책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0.2% 높아졌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다.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역시 수도권과 지방에서 모두 오름세가 둔화됐다.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아직 세월호의 여파가 남아있어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GDP 갭은 당분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겠으나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들이 지속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이 기대됨에 따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장기시장금리 및 환율은 하락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변화, 세월호 사고 이후의 내수 움직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위험 요인에 유의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안정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이주열 총재는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환율 절상속도가 너무 단기간에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외환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당시 “현재 금리 수준은 경기 회복세를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못 박았었다. 또한 정부와의 경기 인식 차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제시한 확장적 거시 정책은 재정 쪽을 언급한 것”이라며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한은과 정부가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5월 제시했던 자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논리로 13개월째 금리를 또 한 번 동결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무책(無策)의 논리로 일관하겠다는 것인가’라는 비판도 가해졌다.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도, 인하하겠다는 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는 책임론을 피해가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두세 달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래저래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ECB가 내놓은 혁신적 마이너스 금리 방안과 함께 미국에서는 초저금리 유지 방안이 나오고, 세계은행은 올해 전체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2%에서 2.8%로 낮추었다. 하지만 금통위만은 태평했다. 총 7명으로 이루어진 금통위는 모두 ‘만장일치’로 아무 이견 없이 동결을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동결 기간이 역대 최장기록인 16개월(2009년 3월~2010년 6월)을 경신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과연 금리 동결이 현 경제 상황에 가장 적절한 선택일지가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