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관심은 이제 ‘내 아이 지키기’

본격 막 오른 진보 교육감 시대, 혁신교육 이루어지나

2014-07-07     김미진 기자

지난 6ㆍ4 지방선거에서 여야 모두 뚜렷한 승패를 보지 못한 가운데 관심은 한곳에 쏠렸다. 바로 교육감이다.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직선제로 치러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자는 진보 진영이었다. 특히 부산에서는 첫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탄생하기도 했다. 서울시 조희연 당선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진보 성향을 지닌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17개 시ㆍ도에서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13 대 4’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끝났다. 사실 평소라면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 선거인 시장이나 도지사, 군수 등에 더 집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적 심판’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을 향한 열망으로 모인 듯하다.

17곳 중 13곳 진보… 압도적 승리

사진: 교육청 제공
지난 2010년에 이어 직선제로 치러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결과는 진보 진영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서울에서는 조희연 교육감 당선인이 39.1%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고, ‘직선제 1기’였던 광주 장휘국 교육감이 46.22% 지지율로 자리 지키기에 성공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이재정)와 인천(이청연) 모두 진보 진영이 승리했고, 나머지 지역도 각각 31~56%의 득표율을 보이며 ▲ 부산(김석준) ▲ 경남(박종훈) ▲ 세종(최교진) ▲ 강원(민병희) ▲ 충북(김병우) ▲ 충남(김지철) ▲ 전북(김승환) ▲ 전남(장만채) ▲ 제주(이석문)에서 진보 진영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로써 본격적인 진보 교육감 시대가 막을 열었다. 지난 2010년 16개 시ㆍ도 가운데 총 6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던 것을 생각하면 ‘진보 5 대 보수 12’였던 교육감 구도가 4년 만에 더 큰 격차를 보이며 반대로 뒤집어진 셈이다. 보수 측에서는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진 데 반해 보수는 제각각 표를 나눠 가지는 바람에 전략적으로도 완패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보수 후보들은 지역마다 2~6명의 후보가 제각각 나서며 끝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 지난 2006년 12월 직선제가 처음 도입된 이래 보수 진영에서 단일 후보가 나선 경우는 거의 드물다. 2008년 처음 실시한 주민 직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 5명과 진보 단일 후보가 맞서 1.78%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보수 쪽 후보가 당선됐었다. 이듬해 경기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 단일후보였던 김상곤에 맞서 보수 진영 후보 3명이 각축을 벌이다 결국 패한 전력도 있다. 오히려 이번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끼리 비방전을 벌이다 모두 참패하고 말았다. 한 관계자는 “보수 진영의 교육계 파벌들은 인사상 혜택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수 후보가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드물게 단일화를 진행하더라도 막판까지 협상을 거듭하다 사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진보 진영은 일찌감치 단일화 구도를 염두에 두고 후보를 내세워왔다. 이를 두고 일부 보수 진영 및 언론에서는 ‘흩어져서 참패한 결과’라며 ‘직선제 폐지’를 내세우기까지 하며 연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아직 채 시작도 하지 않은 교육감들의 정책과 전체 노선을 ‘문제적 불안 요소’로 규정하고 불안감 조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교육현장 대혼란” “전교조와 한통속으로 가면 한계” 등 선거 바로 직후 쏟아진 제목들만 보면 마치 벌써 ‘대혼란’이 벌어진 듯한 분위기다.

직선제 폐지? 다급해진 보수
지난 선거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는 교육감 직선제를 이른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교총 안양옥 회장은 지난 6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2010년과 올해 교육감 직선제에서 나타난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를 무시하고 직선제를 무작정 시행하면 학교 현장이나 구성원 모두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버릴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특히 “투표에 의해 권력이 생긴 교육감이 자신의 이념대로 여러 가지 실험적 교육 정책을 강조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으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우동기 대구교육감 역시 “교육감에게는 실질적으로 자치권한도 없다”며 “직선제는 장점도 많지만 유권자의 무관심과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이라는 배경 없는 개인의 한계 등과 같은 문제가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모두 임명제와 간선제, 직선제를 모두 경험한 바 있다”며 “그중 가장 현실적으로 타당한 제도가 교육감 직선제”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교총이 오직 직선제라는 이유만으로 교육감 선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 이전에 주장했던 교육의원 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광주교육감 장휘국 당선인 역시 지난달 12일 “축구경기에 지고 나서 앞으로 축구하지 말자는 얘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며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함께 변화하고 발전해온 교육감 선출제도를 이제 와서 폐지하자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교육감 당선인 상견례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보교육감 당선인 5명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에도 반대하고 나섰다. 충북교육감 김병우 당선인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는 헌법적 권리와 실정법 위반 사이에서 법적 논란이 있는 문제”라며 “사법적 판단 전에 행정조치를 서두르는 일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휘국 당선인 역시 “(교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징계는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한편, 나머지 보수 성향인 교육감 당선인들은 직선제 폐지에 대해 대구 우동기 교육감과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경북 이영우 교육감 당선인은 “정치권과 일부 단체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계를 분열시켜 교육현장에 피해를 야기한다며 임명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국민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현행 직선제에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하면 된다”면서 “교육감 후보자를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게 선거 기간을 더 늘리고 잡지, 방송, 신문, SNS 등의 경비를 확대하는 개선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 김복만 교육감 당선인 또한 “부족한 점을 보완하더라도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사실상 중립을 선언했던 대전 설동호 교육감 당선인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도입한 교육감 직선제를 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폐지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민들이 직접 교육행정의 책임자를 뽑는 것은 제도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이달 말 교육감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는 방안을 대통령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위는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서만 중립성이 확보되고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임명제가 교육감 인사와 예산을 철저하게 보장해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감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자치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 방안 등 자치발전 과제를 논의해왔다. 하지만 교육계는 정치권이 이미 교육의원 선거마저 없앤 마당에 교육 자치마저 차지하려 든다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현재 교육의원 선거는 제주에서만 이루어지며 나머지 지역은 폐지됐다. 해직교사 출신인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2010년부터 8명의 서울시 교육의원이 영훈중 입시 비리, 혁신학교 문제, 학생인권조례 등 여러 교육 현안을 해결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된 106명의 서울시의원 가운데 초ㆍ중ㆍ고교 교육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우려했다. 2010년 서울시 교육의원 선거가 치러진 뒤 국회는 교육의원과 시의원을 통합하기로 한 바 있다.

진보 교육, 무엇이 다른가

 
이른바 ‘진보 교육감 시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 측의 공격과 뒤얽혀 정작 앞으로 어떤 정책과 변화가 이루어질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비켜가고 있다. 그 가운데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은 선거 직후 신중한 행보를 보이며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도 ‘균형’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많은 분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응시하면서 더 균형 있는 정책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뜻임을 밝혔다. 인수위 구성 작업도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교육문제는 정책 전문가나 현장 교사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인 만큼 다양한 관심을 지니고 있는 위원들로 구성할 예정”임을 밝혔다. 또한 “전교조나 교총 어느 쪽이든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정책이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며 “문용린 교육감이 추진했던 정책 중에도 좋은 정책이 있으면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른바 진보나 보수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다. 그렇다고 기계적 중립을 억지로 맞춘다기보다 조 당선인이 추구하는 교육정책의 큰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있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도움이 될 만한 정책들은 모두 취합하고자 함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한국 교육이 직면한 변화 과제를 모두 끌어안고 열심히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힌 조희연 당선인은 주요 공약 가운데서도 ‘일반고 전성시대 구현’과 ‘노후시설 안전 개선’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실제로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부분이 바로 이 혁신교육과 복지에 관한 부분이다. 특히 보수 측은 진보 진영에서 복지 강화를 내세우자 세월호 사건을 들어 복지 예산을 안전 문제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보 측에서는 복지를 늘리는 한편 안전 문제도 함께 챙겼다. 최근 각종 사고가 이어지며 안전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 중대성을 신중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다. 조 당선인 측은 이를 위해 학교안전조례를 제정하고 안전한 수학여행이나 현장답사 등을 보장할 학교여행지원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평등에 기반을 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특목고와 자사고 전면 재검토를 밝히고 ‘공교육 영향 종합평가’를 시행해 기준에 미달하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높은 평가를 받은 자사고는 사립형 혁신학교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진보 교육감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혁신학교’를 앞으로 더욱 확대해 그간 얻은 성과를 모든 학교에도 적용하고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또 고교선택제를 개선해 학생 균형 배정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에 반대하고 대안적 역사교과서 발행을 약속했다. 또한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부터 ‘교육우선집중지구’로 지정해 투자를 확대하여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차별성이 돋보인다. 나머지 진보 교육감 13명은 이 같은 ▲ 입시고통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 ▲ 학생 안전 및 건강권 보장 ▲ 교육비리 척결 ▲ 교육복지 강화 ▲ 혁신학교 성과 확대 ▲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 등을 공동공약 목표로 정하기도 했다. 조희연 당선인 측은 “평소 주목받지 않던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후보가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현상은 그만큼 한국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추구할 교육 방향과 정책이 어떠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기대와 우려 교차,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사진: 교육청 제공
조희연 당선인이 ‘균형’을 강조했듯, 지나친 변혁은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켜 정작 현장은 피해를 보게 될 우려도 분명히 있다. 보수 측에서 초반부터 비판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논리도 바로 이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진보 교육감 13명 중 반 이상에 해당하는 8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이라는 점도 보수 측에는 껄끄러운 문제가 됐다. 이청연(인천), 장휘국(광주), 최교진(세종), 민병희(강원), 김병우(충북), 김지철(충남), 이석문(제주) 등 8명의 당선인이 각 지역 전교조 지부장을 지냈다. 이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진보 교육감 대부분이 추구하는 교육 방향은 상당 부분 전교조와 뜻을 함께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 공약인 혁신학교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가 다수 근무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자기 주도적인 맞춤형 교육을 위해 시행된 제도로 2009년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주도한 이후 현재 6개 시ㆍ도에 579개의 혁신학교가 존재한다. 하지만 정책이나 공약의 성향을 가리기 이전에 중요한 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실제 교육현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이다.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지난 2010년 6개 진보 교육감 지역에서 시행한 혁신학교는 이후 다른 곳 학부모들이 해당 지역을 부러워할 만큼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교육감이 바뀌고 이 정책을 바꾸었던 지역은 딱 한 곳”이라며 “바로 서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은 문용린 교육감 당선 이후 혁신학교 제도가 후퇴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그랬던 문용린 후보가 이번에 낙선하지 않았느냐”며 진보교육으로의 변화는 유권자들, 다시 말해 학부모 또는 ‘예비’ 학부모들이 원하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시절 이주호 장관이 시행했던 자율형 사립고와 고교 서열화 정책이 학생 또는 교육을 ‘실험체제’로 만들었던 즉흥적 변화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한 김 위원장은 이번 진보 진영 쪽이 후보 단일화에 의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옷 로비사건이 문제가 된 임혜경 부산교육감만 보더라도 이번 선거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라기보다 비리냐 청렴도냐, 변화가 필요한가 아닌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진보 교육감들이 정책을 시행할 경우 현장 교사나 지역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꾸려 현장과 소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교육감들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현장과 적극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사회 교육이 나아갈 방향
흔히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는 말이 있다. 교육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장차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 주역들인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연간 2조가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각종 인사권을 갖는다는 점을 굳이 따져보지 않더라도 교육감 자리는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지닌다. 본래 교육감 선거는 다른 정당이나 시장, 도지사, 의원 선거 등과 달리 투표용지에 당이 표시돼있지 않아 준비 없이 기표소에 들어간 유권자를 일부 당황하게도 만드는 선거였다. 교육감 선거가 따로 치러지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있고, 과거에는 무조건 투표용지 순서가 특정 정당을 의미하는 순서라 생각해 본래 지지하는 성향과는 ‘다른’ 후보를 뽑고 울상을 짓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그러한 교육감 선거에서 이번 유권자들은 확실하게 진보 진영의 손을 들어줬다. 단일화에서 오는 유리함을 논하기 이전에 왜 전국 각지에서 많게는 56%라는 지지율까지 기록하며 진보 진영이 승리했느냐는 이에 담긴 유권자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는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현상은 입시경쟁 교육을 강화하면서 사교육 고통을 가중시킨 보수 교육감들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자 세월호 참사 후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세월호 사건에 분노를 느낀 40대 엄마들을 일컫는 ‘앵그리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원래 40대 여성층은 60% 이상이 박근혜 정부에 지지를 표할 만큼 보수적인 층으로 통했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도 이들 다수는 여권에 표를 던졌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전혀 양상이 달랐다. 40대 유권자들의 60% 이상이 야권 후보에 표를 몰아줬고, 진보 교육감에 투표한 비율도 오히려 동년배 남성보다 높았다. 이 같은 ‘앵그리맘’들의 선택은 ‘왜’ 진보였을까. 직선제 폐지와 단일화 등 제도적인 핑곗거리만 찾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엄마(아빠)들은 왜 진보를 택했나’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달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40대 앵그리맘 좌담회’에 참석한 김미경(44) 씨는 “지금 전교조 교육감이니 이런 게 중요한 때가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 사회 1%라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다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 씨는 “두 딸들에게 안전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과 결혼해보라는 말까지 하기도 했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현재 혁신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김윤경(40) 씨는 “부모 부담 없이 다양한 체험 학습을 할 수 있고 친환경 급식에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진보 지지 이유를 밝혔다. 역시 중학생 딸을 둔 홍명희(42) 씨는 “딸이 학교 토론수업을 준비해가면서 ‘가만히 있는 게 모범생은 아니다’라는 주제로 발제문을 준비한 걸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며 “평소에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지나갔다면 이번 선거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 씨는 “정당이야 익숙한 쪽을 찍더라도 교육감은 아이들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3 자녀를 둔 최봉화(44) 씨 역시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나간 엄마들이 많을 것”이라며 “다만 당선된 교육감들이 좀 안정적으로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쳐 주었으면”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이번 교육감 선거가 주는 의미와 그 염원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