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내각 본격 출범, 돌아보는 인사청문회

‘9명 중 6명 통과’, 이후 지명철회부터 임명 강행까지…

2014-07-29     뉴스피플 편집국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인사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1차 마무리됐다. 9명 중 6명만이 살아남았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내정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 내정자 등 3명은 결국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낙마했다. 그밖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내정자,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내정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내정자는 지난달 7~9일 사이 잇따라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검증받은 뒤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들로부터 인사청문절차 통과 통보를 받았다. 하루도 조용하지 않을 날이 없었던 인사청문회를 다시 한 번 돌아봤다.

가장 먼저 인사청문회 통과한 국방부
장관 내정자 9명 가운데 가장 먼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주인공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다. 지난달 5일 일찌감치 인사청문회 요청안을 제출한 후 한 달이 안 된 6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치렀고, 당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앞서 총리 후보자가 두 차례 낙마한 상황 속에 치러진 청문회는 무리한 의혹 공세보다는 해당 후보의 업무능력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칫 야당으로서는 ‘발목잡기’식 혹은 ‘신상털기’ 청문회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청문회 단골 질문 중 하나인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과 윤후덕 의원이 한 후보자 아들의 군 복무 시 주특기 변경 사유와 한 후보자 예금자산 조성 경위에 대해 질문한 것 외에는 별다른 지적이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이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의)아들이 후방부대에서 편한 보직을 받았는데 군 고위 간부일수록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추어 대답했다. 7억 원에 이르는 예금자산 조성 경위를 묻는 윤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40년 군 생활 동안 모은 재산의 전부”라고 답했다. 이러한 청문회에 앞서 장외에서 도덕성 검증이 일부 진행되기도 했다. 야권은 한 후보자가 2010년 10월 퇴임 후 2년간 산하기관에서 1억4천여만 원의 급여성 자문료를 받은 것에 대해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한 후보자가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문위원으로 근무하던 2012년 8월 감사원이 국방과학연구소에 대해 실적과 상관없는 자문료 지급 등 과도한 지원을 지적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한 후보자는 “자문 및 강의 횟수에 근거해 월별 일정액을 받았고 관련 소득에 대한 세금은 정상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2011년 9월 숙명여대 교직원으로 채용된 한 후보자 딸에 대한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한 후보자가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9월 숙명여대가 첫 여성학군사관후보생(ROTC) 설치 대학으로 선정된 데 대한 보은성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모집 공고 이후 정상적인 서류-실무-면접 전형을 거쳐 채용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한편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중 “22사단에서 사고가 빈발하는데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22사단은 해안선 경계지역도 포함돼있어 타 사단에 비해 책임지역이 넓다”며 “지역을 조정하거나 병력을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방위 여야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같은 한 후보자에 대한 직무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 결과 국무위원으로서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데 최종 합의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국회 본회의 인준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며, 이에 따라 한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30초만 숨 쉴 시간을…” 결국 지명철회

청문회에서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던 김명수 전 후보자의 발언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자료: MBC 캡쳐)
지난달 11일 김명수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까지 사실상 낙마를 기정사실화하자 “내 인생은 끝났다”며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9일 치러진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김명수 후보자의 논문표절과 제자 명의 누락, 내부자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5.16 관련 발언 등 각종 의혹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의혹’이 아닌 근거 있는 실제 몇 가지 사실들이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문제는 김명수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보여준 언행이었다. “이렇게까지 백주대낮에 발가벗겨져 내동댕이쳐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김 후보자는 의원들의 질문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가 하면 전혀 상황과 논리에 맞지 않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청문회에 참석했던 여당 교문위원들조차 김 후보자가 교육부장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러한 기류는 금세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김명수 불가론’을 주장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7ㆍ30 재보궐선거에도 악재가 될 우려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청문회 직후 “장관으로서 의사소통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쉽게 말해 ‘제2의 윤진숙 장관’인데 윤 전 장관도 이보다는 나은 것 같다”며 김 후보자의 의사소통능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에게 지난 재보선 선거는 원내과반수를 잃느냐 마느냐가 달린 중요한 선거였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답변을 내놓거나, ‘퇴직 연도와 사유’를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데 30초만 숨 쉴 시간을 달라”는 등 장관 후보자답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싸늘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저마다 김 후보자의 소통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며 설문조사 시 “임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사람이 절반을 훌쩍 넘는 60%에 가까웠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본래 지난달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명수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이 회의 참석을 거부해 채택이 불발됐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회의 자체를 거부해 강제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든지, 아니면 지명을 철회하든지, 이것도 아니면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미 ‘김명수 불가’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박 대통령도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야당의 재고 요청을 “참고하겠다”고 전한 만큼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끝끝내 언론과 정치권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매스컴을 통해 이렇게 매도된 사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면서 “그동안 언론에 노출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자꾸 왜곡된 기사를 쓰기 때문이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서 그는 “이런 청문회는 없어야 한다”라고까지 발언하며 정치권을 향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7월 15일 박 대통령은 후임 후보자 발표와 함께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지명 32일 만의 낙마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지명철회의 주인공이라는 불명예도 함께 떠안았다. 역대 교육부장관 후보자로는 아예 처음 있는 일이다. 새 후보자로는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이 지명됐다. “청문회가 낭만적일 줄” 알았다던 후보자는 그렇게 떠나갔다.

청문회 ‘위증’, 폭탄주 회식 끝 결국 사퇴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을 일으킨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에 대해서도 여권 내 기류가 심상치 않게 흘렀다. 여당 교문위 관계자는 “자진사퇴 수순으로 가는 김 후보자보다 정 후보자가 더 문제”라며 당초 ‘김명수 불가, 정성근 강행’으로 가닥을 잡았던 청와대 내 기류에도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지난달 10일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위증’ 논란은 정 후보자의 서울 일원동 아파트에서 비롯됐다. 정 후보자는 1987년 조합 아파트를 사서 자신이 3년 6개월간 거주했다고 서면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이 3년 전매 제한을 어기고 되팔았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빌린 돈에 대한 채무 형식의 가등기”라고 답했다. 그러나 1988년부터 실제로 거주한 사람의 육성 증언이 공개되자 “저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물러선 뒤 오후에 속개된 청문회에서 “기록에는 없고 기억으로 의존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해버렸다”는 해괴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아내에게 전화가 왔는데 부끄럽지만 관행적으로 (전매를) 했다고 한다”며 뒤늦게 의혹을 뒤늦게 인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은 “어떻게 8천만 원에 판 것을 기억을 못 할 수가 있느냐”면서 “기억 못 할 것이 따로 있다. 청문회에서 그런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며 열변을 토했다. 결국 그는 두 번의 서면 답변과 앞서 청문회에서의 위증을 포함해 모두 3번의 거짓말을 한 셈이다. 청문회는 야당 측의 거부로 2시간 동안 정회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 속개될지 모를 청문회를 앞두고 정 후보자는 이 시간에 ‘음주 회식’을 가진 것이 드러나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대통령으로부터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받은 지 ‘20일 이내’에 해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청와대로 보내야 한다. 그러나 20일째였던 지난달 14일까지 국회는 정 후보자 등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고, 청와대와 여권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대통령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그는 “(정 후보자의)위증 문제는 인터넷을 보니 정 후보자 자신이 (문제가 된 아파트에) 8개월 정도 살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금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주 운전 문제도 20~30년 전 음주 문화와 오늘날 음주 문화가 다른데, 지금 잣대로 하니 헷갈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의 일원동 아파트에 정 후보자가 8개월을 거주한 사실은 밝혀졌으나, 의무거주 기간인 3년을 다 채우지 않아 전매제한 규정을 어긴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야당은 추가 의혹을 제기하며 정 후보자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청문회 위증 논란에 이어 청문회 정회 후 ‘폭탄주 회식’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 후보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은 정 후보자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 파주 시의원에 출마한 새누리당 당원 손모 씨로부터 공천 대가로 손 씨 건물을 공짜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라 부인했지만 실제로는 정 후보자와 정치활동을 함께 해온 것이 확인됐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앞서 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군대 제대한 제 아들이, 성인이 된 제 딸이 ‘아빠, 정말 저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을 때, 제 마음이 어떻겠냐”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막판까지 버티다 7월 16일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거듭되는 논란 속 ‘강공(强攻)’ 택하기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의원들의 불참 속에 정종섭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결국 채택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각각 의견을 넣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자고 요구했지만 야당은 보고서에 여야 만장일치로 부적격 의견을 넣어야 한다고 요구하며 맞서며 회의에 불참했다. 안행위 여당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러 지적이 있지만 (정 내정자가) 명확하고 고의로 법을 어겼다거나 하는 것은 밝히지 못했다”며 “야당의 주장은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인숙 의원은 “논문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는데 표절이라는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혀 표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안행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 8일 열린 인사청문회 결과 정 후보자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자기표절, 탈세, 그리고 군 복무 특혜까지 한마디로 ‘비리 종합 백화점’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 후보자는 안행부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격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정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국가 개조를 수행할 사람이 아니라, ‘개조’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평생을 반칙과 꼼수 인생으로 살아오고 문어발식 비리를 확장해온 사람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둘 수는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아파트 두 채의 총 20억 시세차익’의 의혹 제기에 대해 “평생 살면서 투기라는 것을 해본 적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밖에도 위장전입, 특혜성 군복무, 고액보수 사외이사 활동 등 각종 의혹이 쏟아졌고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정 후보자는 대부분 시인했으나 부동산 투기와 논문 자기표절에 대해서만큼은 강한 부인을 계속 이어갔다. 정 후보자는 “독창적 대안을 기술하다 보니 중복돼서 반복된 부분은 있다”면서도 “제 평생 논문을 작성하면서 표절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1991년경 마포구 망원동 한 빌라로 위장전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젊은 시절의 불찰”이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장관도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는데 왜 나를 처벌하느냐는 사람에게 어떤 답변을 할 것이냐”며 정 후보자를 집중 추궁했다. 군법무관으로 복무하던 기간 대학원에 다니며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시간강사로까지 출강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자 정 후보자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시인하면서 그러나 당시에는 “실무경험이 있는 교수가 드물었다”며 “그래서 한 학기 연습강의를 맡은 것”이라며 해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는 덧붙여 “위수 지역 이탈을 한 적은 없으며 법무장교로서 최선을 다해서 직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켜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다. 그 밖에도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사외이사 등 외부 활동으로 5억8천여만 원을 벌어들인 사실에 대해서도 “과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들인다”며 수긍했다. 한편 ‘5ㆍ16 쿠데타’ 발언에 대해서는 쿠데타가 맞다는 소신을 거듭 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5ㆍ16에 대해서는 제가 책에 기술한 바와 생각이 같다”며 즉답을 회피하자 야당 의원들은 “이렇게 성의 없이 답변하는 청문회 후보자는 처음 본다”고 비난하고 나섰고, 새누리당 소속 진영 안행위원장까지 나서 “국민들이 보기에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솔직하게 답변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뿌리치고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공식 임명했다.

 
나머지 통과 6人이 이들과 달랐던 점
청문회라는 자리는 말 그대로 ‘어떤 문제에 대해 그에 관한 내용을 듣고 물어보는’ 자리이다. 과거 잘못을 추궁하고 의혹을 밝히는 것도 목적이라면 목적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그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진정성에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증을 하거나 모르는 척 일관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등의 태도는 당연히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인사청문회 제도는 각 후보자들이 언론의 뭇매를 맞거나 ‘망신’을 받는 것 외에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다. 미국에서는 공직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위증할 경우 ‘허위진술죄’를 적용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25만 달러(약 2억5천만 원)를 부과한다. 의회 의결 없이도 이 같은 처벌이 가능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은 백악관이 철저히 사전 검증을 통해 공직 후보자를 내놓은 다음, 신상털기가 아닌 ‘정책’ 위주의 청문회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이러한 ‘선진형 청문회’를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 ‘사전 검증’이 이루어진 후보자들이 청문회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이번 2기 내각 출범에 앞서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명이나 연쇄 낙마한 데 이어 각 장관 후보자들도 청문회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자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민들은 연일 시끄러운 뉴스에 아예 등을 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당은 야당의 비판을 정치적 입장으로 몰고 가는 데 급급했고, 일부 후보자들 역시 그러한 비호(庇護) 속에 끝끝내 숨기 바빴다. 결국 그러한 태도를 보인 후보자는 거의 대부분 외부 압력에 의한 자진사퇴의 수순을 밟았다. 인사청문회를 먼저 통과한 6명의 후보자들이 그나마 이들과 달랐던 점은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먼저 “한때 정치자금 전달 사건에 관여한 사실을 가슴 깊이 후회하며 잘못됐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국민들께 항상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는 사과로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행동을 통해 국민의 질책을 받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며 청문회 시 추궁에 대해 깔끔한 인정을 하고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부동산) 과열기 때 도입됐던 규제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본다”며 정책적 소신을 분명히 하는 이도 있었다. 비록 각 후보자에 대한 만족도는 100%가 아닐지 모르나 최소한 이들이 보여준 태도만은 앞서 낙마한 후보자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언젠가는 ‘자질 100%’에 가까운 후보자들이 신상털기나 의혹이 아닌, 제대로 된 ‘정책’으로 당당히 인사청문회에 나설 날이 오기를 희망해본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