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동부, 급한 불 껐으나…
‘진짜’ 위기 9월부터, 제2의 동양 사태 막으려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1일 동부그룹 주요 비금융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2~3단계 강등했다. 이에 따라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은 ‘BB+’에서 ‘B+’로 세 단계 하락했다. 그 가운데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의 정상 영업을 위해 운영자금 1,6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동부제철 채권단은 기업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이 아닌 ‘자율협약’, 즉 채권단 공동 관리를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동부그룹의 이 같은 유동성 위기가 올해 안에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동양그룹 사태에 이어 ‘분쟁조정 폭탄’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동부그룹의 ‘진짜’ 위기를 살펴본다.
제2의 동양 사태? 급한 불 끈 동부
지난해 금융당국에 접수된 분쟁조정 건수가 4만 건을 돌파했다. 동양그룹 회사채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면서 지난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분쟁조정 건수는 총 4만4,804건으로 확인됐다. 이는 2012년 2만8,556건에 비해 56.9%나 늘어난 수치이다. 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금감원 분쟁 조정신청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양증권 계열사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을 판매한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 건만 1만 건을 넘어선다. 금융 분쟁 조정은 금융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금융소비자가 금감원에 조정 신청을 제기할 경우 이루어진다. 이 같은 ‘동양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제2의 동양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두고 금융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일각에서는 동양 사태처럼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우려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3월 말 당시 동부제철 개인투자자만 약 1만1,370명에 이른다. 이들 중 약 6,500명 정도가 동부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을 매입해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동부그룹 주요 계열사의 채권 잔액은 지난 6월 당시 약 1조8천억 원이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 중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투자금액을 제외한 7천억 원을 개인과 일반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동부제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은 지난 6월 “‘동양’과 ‘동부’는 다르다”며 동부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동양과 달리 동부그룹의 차입이 금융권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차입금 대부분이 기업어음(CP)으로 구성됐었으나 동부그룹은 금융권을 통한 여신과 회사채 위주로 발행돼 상대적으로 차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지난 7월 7일 자로 만기가 도래한 동부제철 회사채 700억 원에 대해 차심위의 차환발행 승인이 일찌감치 전제됐다. 이 같은 차환발행이 되지 않으면 기업재무구조개선, 즉 ‘워크아웃’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동부그룹은 지난달 7일 회사채 만기도래분 2,200억 원 상환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동부제철 700억 원에 대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절차를 개시해 채권단에 의한 신속인수제 지원이 이루어졌다. 8월 만기 회사채인 400억 원 역시 채권단의 몫이다. 또한 7월 8일 자로 700억 원의 회사채를 막아야 했던 동부한팜농은 자회사인 동부팜가야를 63억 원에 매각하고 전국 각지 총 70여만 평 부동산에 대해서도 매각을 추진했다. 또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500억 원을 해결해야 했던 동부CNI는 결국 자체 자금이 부족해 대주주 일가가 주식을 털고 나섰다. 동부CNI가 보유했던 동부팜한농 주식 2,267만여 주를 635억 원에 팔아 유동성을 마련함으로써 동부그룹은 겨우 7월 위기에서 벗어났다. 7월 중순 동부제철 역시 정상 운영화를 위한 운영자금 1,600억 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기로 결정돼 그룹 전체는 적어도 9월까지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동부그룹은 지난 4월에도 핵심자산의 매각방식을 채권단에 위임하기로 하며 산업은행으로부터 1,260억 원 지원을 약속받고 조기 상환에 필요한 921억 원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오는 9월부터다. 9월 11일 동부CNI 200억 원, 27일 동부건설 50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해결해야 한다. 이어 10월에도 동부메탈 300억 원, 11월에는 동부건설 344억 원을 막아야 하며 내년 5월까지 1,520억 원을 차례로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동부로서는 매각을 추진중인 계열사를 빨리 팔아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포의 9월’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금융권 여신ㆍ회사채 위주 차입구조
산업은행은 동양그룹 사태 당시 “이미 여신을 제공한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면 검토할 수 있지만, 동양그룹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던 주장에 대해 “당시 동양의 경우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한다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못 박으며 “그러나 동부는 채권단이 동의하면 상당 부분 많은 여신이 커버될 수 있다”고 동양과 동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동양그룹이 은행권에서 빌린 자금은 6,000억 원에 불과했던 반면 CP 등 비협약채권은 2조 원을 웃돌았다. 그렇다 보니 주채무계열 대상에서 제외돼 채권단을 통한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 결과 은행이 굳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를 보전해 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P를 누가 보유하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차환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동양과 달리 동부그룹은 차입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지원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동부그룹의 현재 금융권 차입금은 약 3~4조 원 수준이지만 CP 발행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금융 관계자는 “금융권 차입금은 만기가 길고, 담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연장이 가능하다”며 “회사채 역시 ‘회사채 신속인수제’ 같은 법적 지원 장치가 있어 차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보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대한 찬성과 반대 가능성을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을 해소할 구체적 방안 없이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발행에 찬성하기 어렵다”며 회사채 차환발행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각 그룹사의 유동성 수준을 검토한 결과 계열사별로 현금성 자산 및 브리지론을 통해 조달해온 유동성이 상당 부분 소진되었다고 보고 각 계열사에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 등 채무 관련 유동성 위험과 원리금 적기상환 관련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은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동부메탈 및 동부CNI 등 4개사의 전반적인 유동성 대응 능력이 약화됨에 따라 앞으로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시기에 따라 다시금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동부제철은 당면한 유동성 위험을 자율협약 개시로 해소 가능하나 회사 자체 능력에 의한 유동성 대응 능력은 상당 부분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부건설은 9월과 11월에 각각 돌아올 500억 원과 844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 만기 도래를 지적받았다. 동부CNI는 총차입금 약 2,200억 원 중 내년 7월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 약 89%로 1,970억 원에 이르러 지속적인 차환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부메탈 역시 지난달 4일 만기도래한 회사채 300억 원 상환에 자금 대부분을 소진해 오는 12월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약 1천838억 원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총 차입금 158억 원 중 회사채 비중이 62%에 달해 차환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기평은 덧붙였다.
7월 위기 넘겼지만…
한기평의 지적대로 동부제철을 포함한 동부그룹 전체의 운명은 앞으로 7월 이후 3개월에 달렸다. 동부제철 채권단은 지난달 7일 자율협약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채권단은 약 3개월로 예정된 실사작업을 거쳐 구체적인 동부제철 경영 정상화 방안을 수립할 전망이다. 하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과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둘러싼 문제를 두고 동부그룹과 채권단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흘러갈 3개월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예상이다. 채권단은 신규 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만큼 아들인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14.06%를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고 김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동부 측은 “금산분리를 확실히 하고 있어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은 비금융계열사의 위기와는 관계없다”고 맞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과거 자율협약이 진행됐던 기업 사례들에서 비추어 볼 수 있듯 인력 감축도 피할 수 없는 탓에 회사 내부 분위기도 좋지 못하다.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되더라도 동부제철 임직원들은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개개인의 위기를 맞이해야 한다. 지난해 5월 자율협약을 신청했던 STX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의 인력을 각각 60%, 40%씩 감축한 데 이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나 마찬가지인 ㈜STX의 전체 인력도 10% 이상 줄인 바 있다. 이들 기업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력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될 경우 해당 기업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제조업체의 경우 관리직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수립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채권단 관계자 역시 “경영정상화 방안의 하나로 인력 감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만 성공한다면 그룹 내 유동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만큼 인천공장 매각은 동부그룹 회생의 핵심이다. 그러나 채권단 측은 인천공장 조기 매각 가능성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관계자는 “패키지 딜이 무산된 매물 중 동부당진발전은 매각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매각을 전제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3개월에 걸친 실사 기간 중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작업이 중단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 논란으로 이어진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기간 중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려면 담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공장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성급한 조치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 같은 의견 불일치를 얼마나 조정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닥칠 2차, 3차 위기 해결의 향방도 갈릴 전망이다.
‘패키지 매각’ 실패 뼈아파
동부그룹에서는 지난 6월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매각하려던 시도가 무산됨에 따라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패키지 매각’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동부는 포스코와 막판까지 가격 줄다리기를 벌이며 팽팽한 입장을 고수했다. 우선 양측 가격 차가 상당했고, 매각 방식에서도 견해차를 보였다. 애초 동부는 처음부터 패키지 매각이 아닌 ‘개별 매각’을 줄곧 요구해왔다. 산업은행이 지난 2월 패키지 매각 방침을 내놓자, 동부그룹 측은 “매각이 패키지로 진행될 경우 각 매물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워 경쟁 입찰을 실시해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패키지 매각 방식에 반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동부 측 의견은 협상 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말 포스코에 동부인천스틸 인수를 요청하면서 동부발전당진 인수 우선협상권까지 주는 패키지 딜을 제안했다. 재계 관계자는 “패키지 매각안과 개별 매각안을 동시에 추진했다면 다른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 실사에 중국 업체 등을 참여시키려고 했지만, 단 한 곳도 의사를 전달해오지 않아 포스코를 상대로 한 패키지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철강업계에서는 중국 바오산, 우한, 안산, 서우두를 비롯해 대만 차이나스틸 등이 인천공장 인수에 참여할 의사를 동부그룹 측에 직접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로서는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고 여길 만한 대목이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 역시 지난 6월 24일 패키지 인수 포기 방침을 밝히면서 “개별 매물로 나왔다면 신(新)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인수 검토를 더욱 적극적으로 했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포스코가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보다 동부 패키지 인수 후 미래 수익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칠 시너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지난 5월 말 내부 전담팀을 꾸려 현장 실사를 마쳤으나 자체적으로 동부 패키지의 기업 가치가 동부나 산업은행 측이 원하는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당시 두 회사의 장부가를 약 9,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시장가는 약 1조 5,000억 원으로 봤다. 패키지 매각 전권을 위임받은 산업은행은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라도 매각 협상을 진행하려 했으나 포스코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한 직접적인 이유를 ‘재무 부담’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포스코는 2016년까지 그룹 총 투자액을 직전 3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약 12조 6,000억 원으로 줄인 바 있다. 이 같은 포스코의 외면에 동부제철은 결국 채권단 손에 넘어갔고, 험난한 3개월을 맞이하게 됐다. 동부로서는 그룹 정상화를 보다 손쉽게 이룰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없을 만도 하다. 산업은행 역시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동부그룹의 채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진짜 위기관리’는 이제부터
동부 그룹은 지난 7월 초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 4천244억 원 중 61.3%에 해당하는 2천60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거나 채권단을 통한 자율협약 체제를 통해 차환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제 올 연말까지 남은 회사채 규모는 1천644억 원(동부건설 844억 원, 동부CNI 200억 원, 동부메탈 300억 원, 동부팜한농 300억 원 등)이다. 이에 대한 해결이 앞으로 그룹이 당면한 최대 과제인 셈이다. 동부그룹은 이 중 절반을 경쟁 입찰에 들어간 동부발전당진 매각 대금으로 갚고 나머지는 계열사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패키지 딜 실패 이후 동부발전당진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선회해 현재 인수의향서를 받아놓은 상태다. 동부 측은 인수전 상황을 볼 때 이르면 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돼 8월 말이면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동부발전당진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중 유일하게 남은 매물이라는 점에서 여러 에너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에는 LG상사, GS EPS, SK가스, 삼탄,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이 6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대금도 즉각 입금되면서 하반기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그룹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동부대우전자 매각설에 관해서는 매각 불가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룹 차원에서 향후 전자계열사의 핵심축으로 키우려는 곳인 만큼 경영진은 매각대상으로 언급되는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현재 매각 진행중인 동부하이텍이 동부대우전자의 실질적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동부대우전자도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동부하이텍이 보유한 동부대우전자 지분은 매각 완료 전 다시 사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동부대우전자만큼은 팔지 않겠다’는 그룹 차원의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서 시급해진 과제는 동부 김준기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동부인베스트먼트(DBI) 담보 여력 회복 문제다. 애초 DBI는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설립됐다. 지난 6월 산업은행은 DBI가 사실상 동부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라며 지원을 반대했지만 그룹 측은 오는 9월 자산담보부대출(ABL) 3,100억 원 상환을 앞두고 있어 동부제철 대신 지원을 요청했던 바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DBI는 2009년 동부하이텍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로 개인 회사는 아니”라고 주장하며 “추가담보설정이 어려워지면 9월에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어 우선 급한 곳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만기가 돌아왔을 당시 동부그룹은 동부화재 및 동부생명 주식으로 담보를 보강해 3,100억 원 규모의 ABL을 발행해 갚았다. 이때 김 회장이 개인자격으로 ABL에 대한 연대보증을 선 것이다. ABL 만기는 오는 9월 29일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ABL 만기로 동부그룹이 또 한 번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ABL을 갚지 못하면 김 회장에게 책임이 돌아가 최악의 경우 개인파산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월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동부로서는 9월을 더욱 철저히 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