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 살아요~”
흙을 밟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행복한 마을’ 만들기
2014-09-04 박재찬 기자
최근 집이 커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집이 인기다. 10~11평 정도의 평수이지만, 실용성을 강조하고 최적의 공간 활용으로 작지만 작지 않은 집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로망이라 할 수 다락방이 있으며, 마당이 있어 집은 작아도 좁게 느껴지지 않는 이런 집을 누가 짓는 것일까. 바로 작은공간디자인연구소 남정걸 대표와 (前)유한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과 김영주 겸임교수가 그들이다. 남정걸 대표를 만나 동화같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작지만 큰집
작은공간디자인연구소 남정걸 대표의 상하동 ‘포도나무 마을’은 집집마다 정원과 주차장을 겸비한 2층 또는 3층의 단독주택들을 볼 수 있다. 이 집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작은 공간을 활용한 집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대한 환상이 있다. 크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집을 꿈꾼다. 그러나 남 대표는 집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집은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 대표는 실제로 사람들이 큰집을 좋아할 것 같지만 작은 집을 더 좋아한다며, “큰집은 면적이 넓고 공간구조도 다양하고 외부의 디자인도 독특하고 화려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집은 외부와 내부 모두 단순하고 평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작은 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큰집은 화려하고 예쁘지만 관리비와 유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화려한 집에 대한 꿈은 있지만 실제로는 나에게 딱 맞는 실용적인 집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평수 10평의 집은 작다고 느낀다. 이에 남정걸 대표는 “10평은 작지 않다. 1층과 2층 10평, 다락과 테라스가 10평”이라며 “작은공간디자인연구소에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집평수는 10~12평까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남 대표는 “실제로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부부와 아이 넷, 6인 가족과 조모와 부부 아이 둘 5인 가족이 있는데, 10평의 집에서 사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방의 개수는 가족의 요구와 상황에 맞추며 보통 다락을 제외하고 2~3개 정도의 방은 충분히 만들어내고 있기에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뿌듯한 표정으로 웃는다. 한편 작은공간디자인연구소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자신의 집에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적어달라는 요청이다. 고객의 요청대로 고객이 원하는 집을 지어주기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더 화목한 가정을 위해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집을 짓는다면 혹시 저렴한 자재를 쓰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산이다. 이에 남정걸 대표는 “비싼 자재를 사용한다고 집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자재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재를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경제적이고 저렴한 자제란 일반적인 자재가 아닌 집을 꾸미기 위한 고가의 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리석과 같은 고급자재를 사용하면 건축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결국 자재 자체가 저렴한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디자인과 실용적인 자재를 이용하자는 것이 남 대표의 지론이다. 치장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10~12평의 집이라도 5~6인 가족이 아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편 현재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에 포도나무 마을이 거의 완성돼 주민들이 살고 있다. 포도나무 마을은 집값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을에 살 주민들이 직접 마을만들기를 했다. 이에 남정걸 대표는 “마을만들기는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고 도심의 공동주택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안이기도 하다”며 “집값을 줄이고 이웃 간의 층간소음 문제와 주차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흙과 잔디를 밟으며 살아갈 수도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웃 간의 소통과 아이들이 흙을 밟고 성장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작은 집’,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전세가격으로 내 집 마련을
“작은 집이라고 해서 왜 10평~12평”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 대표는 “10평은 경제적인 크기다. 과거엔 방을 크고 거실이 없었다면 요즘은 거실이 있고 방이 작아지는 추세”라며 “또한 1층에 공적인 공간과 1층 실내뿐 아니라 앞마당을 만들고 2층은 2~3개의 방과 다락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그는 “방을 작게 만드는 것은 가족의 유대감 형성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라며 “다락과 거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족에게 더없는 행복과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남정걸 대표는 “땅값은 고정된 가격이다. 집의 면적이 작으면 건축비는 절감될 수밖에 없다. 건축비는 고정적이지 않지만 면적의 크기에 따라 비용차이가 있어서 10평이 크게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더 작은 집을 지을 수도 있다”며 “그런 경우 더 줄여서 6~7평수의 집을 짓기도 한다. 6~7평수의 집에서 어떻게 사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살아본 사람들은 대만족이다”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남 대표는 “용인 상하동은 강남에서 1시간 거리라며 현재 상하동 포도나무 마을 주민들의 대부분은 강남과 여의도를 출퇴근 한다”며, 상하동 포도나무 마을의 지역적 이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상하동 포도나무 마을을 10~11평의 집들로 이루어진 마을로 만들고 있고, 이미 분양이 완료된 상태이다. 많은 이들이 이 마을을 찾아오는 롤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마을을 보며 작은 집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집은 작게, 마당은 넓게’라는 계획 아래 100~200평에서 마당을 넓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땅에서 생활하기 편한 집을 짓자는 것이다. 작은공간디자인연구소의 남정걸 대표와 김영주 교수가 이 계획을 밝히자 사람들이 호응했고, 상하동에 포도나무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남 대표는 “포도나무 마을에서 행복하게 사는 주민들을 통해 유방동과 상하동 포도나무 마을 2단지에 작은집마을을 시작하며 현재는 가격을 더 절감하기 위해 유방동은 토지공동구매 형태로 모집하고 있고, 포도나무 마을 2단지는 마을만들기 형태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2000년대 중반에 전원주택 토지 200평에 40평이 6억 중반대의 가격이었다. 몇 년 전부터 전원주택도 작아지면서 토지 100~120평 집 가격도 3억 중반에서 4억대의 가격이였다”라며 “우리의 경우 토지 60~70평으로 집 가격을 절감하여 2억 중반대로 마당이 있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격으로 마당이 있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보다 좋은 대안이 있을까. 전세대란에 지쳐 오히려 ‘내집마련’을 하는 가구가 느는 추세인 요즘, 작지만 작지 않은 집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모두가 거주지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란다. <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