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

2014-09-22     진태유 논설위원

이전투구의 난장판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박영선 파동’이 마무리되면서 표면상으로는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노선대립과 계파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임시 당 대표로 문희상(69) 의원이 선출됐다. 하지만 당내 구성원들의 사기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계파간의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당내 권력투쟁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는 분명한 정체성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6·4지방선거와 7·30보궐선거에서 참담한 패배를 했고 10% 대의 정당 지지율로 추락과 추락을 거듭했다. 130석의 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제1야당으로서는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식에서 각 계파 합의에 의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위원장으로 박영선 원내대표를 선출한 것 아닌가.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의원에게 내년 봄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할 때까지 당무 전반의 권한을 위임했고 국회 내 협상권까지 주고 막강한 실력자로 만들지 않았는가.

그래놓고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을 두 번이나 의원총회에서 거부했고 강경파의 ‘박영선 몰아내기’ 움직임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마침내 박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이상돈 교수를 추대하려고 하자 유승희·김 현·노영민 의원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긴급의원모임’은 박 의원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공동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을 사전에 당내 여러 세력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한 잘못도 있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이용해 정치적 도약의 욕심도 낸 것 같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면 과제는 개혁을 통해 풍비박살 난 당을 재정비하고 명실상부한 선명야당으로 거듭나는 노력이 우선이었다.

이번 사태는 다음 총선을 의식하여 '공천권'을 쥐기 위한 계파간의 당권 쟁탈전의 성격이 짙다. 의원 각자는 공천을 받기 위해 자신의 계파 수장들에게 ‘눈도장’, ‘얼굴 내밀기’에 혈안이 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는 크게 친노계열과 비노계열로 나눌 수 있고 친노계열 중 문재인 의원 측근을 별도로 분류할 수 있다. 친노계열 중 최대 계파는 문재인 계파로 분류된다. 이어 정세균 계파, 이해찬·한명숙 계파, 안희정(충남지사) 계파로 분류된다.

비노계열 중에선 은퇴한 손학규 전 대표의 계파, 다음으로는 김한길 계파가 있으며 이 밖에 최규성 의원 등 8명은 민평련, 이인영·우상호 의원 등 7명은 486, 강창일 의원 등 4명은 김두관 전 경남지사 계열로 분류된다.

구 민주계인 박지원 의원 계파로는 박영선·박기춘 의원 등으로 구성된다. 문희상ㆍ유인태 의원 등 18명은 뚜렷한 계파적 성격을 띠지 않지만 친노와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소수의 안철수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이상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또 그 속에서도 이해를 서로 달리하는 계파가 모인 집단이다. 한 정당 속의 계파의 존재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다만 각 계파의 궁극적 가치는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이질적 정치성향의 국민들 간의 화합과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절대적 의무를 지켜나가는데 있다.

파벌 이익과 당권 욕심에 사로잡혀 분열하고 사사건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새정치민주연합’모습에서 많은 국민들이 외면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적 진보와 보수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보니 정체성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따라서 정당의 원리에 동조하지 못하고 제도권 정치의 장점을 살려나가기는커녕 각 계파이익의 추구와 장외투쟁을 반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새로 추대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계파를 부정하진 않지만 계파주의는 있을 수 없다”면서 “계파가 권력을 독점하고 전횡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계파정치를 접고 민생정치, 생활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근본적 체질개선을 통해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NP